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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두가기다리던‘새로운’경제학입문서
2011년11월2일미국하버드대학샌더스관앞에수십명의학생들이모여수업을거부하고‘교수에게보내는항의서한’을낭독했다.“당신의강의는지나치게편향되었다.당신이우리에게주입하는경제학은,미국사회의빈부격차를영구화하고세계금융위기를유발한그이데올로기아닌가.”
학생들로부터수모를당한교수는그레고리맨큐,다름아닌『맨큐의경제학』저자이다.그러나학생들의비판에도불구하고그의책은여전히하버드대학은물론세계많은나라대학에서경제학기본교재로쓰이고있는아이러니한현실이다.
2008년전세계를휩쓴금융위기이후,시장만능을설파하던신자유주의와이를뒷받침해온신고전학파경제학에대한비난과회의감이팽배해졌다.대공황이후가장큰금융위기가터졌는데도대다수경제학자들은그원인조차설명하지못했기때문이다.각대학에서경제학커리큘럼을바꾸자는움직임이‘다원주의적경제학을위한국제학생운동(InternationalStudentInitiativeforPluralistEconomics)’으로번졌다.산업계와정책현장에서도주류경제학에대한불만의목소리가커지고있다.그러나경제학의기본체계를정확히어디서부터어떻게바꿔야하는지에관해서는누구도쉽게의견을내지못하고있다.
『장하준의경제학강의』는이런상황에딱맞춘경제학입문서이다.『맨큐의경제학』처럼경제학자의이름을내세운또하나의경제학책이아니다.현실의벽에부딪친,아니현실을호도해온경제학을근본부터뒤집는‘새로운경제학교과서’이자,일부경제학자들의전유물이나지적유희대상으로전락한경제라는학문을생산과경제활동의주역인평범한시민,바로우리자신에게되돌리려는노력이다.
바로이때문에『장하준의경제학강의』가25년만에재발간하는펠리컨북스시리즈의첫책이되었으리라.노벨문학상을수상한조지버나드쇼의책으로1937년첫선을보인펠리컨북스시리즈는당시책값의10분의1가격으로문고본을보급해지식의대중화를선도했다.이후1989년날개를접었다가2014년다시날아오르면서그첫저자로장하준교수를지목한것이다.
장하준교수는영국정치평론지『프로스펙트(PROSPECT)』가매년발표하는‘세계적사상가(WORLDTHINKER)50인’에서2013년18위로선정된데이어2014년는위르겐하버마스,슬라보예지젝보다앞선9위에오르는등대중과가장가까운경제학자중한명이기도하다.
“과학이라자처하는경제학에날리는보디블로”
『장하준의경제학강의』는경제란무엇이고경제학이란무엇인지,왜지금우리가경제학을알아야하는지에서논의를시작한다.장하준교수는‘과학’이자진리로군림해온신고전주의경제학이현재의금융위기에어떠한해법도제시하지못하는상황에서더이상전문가들에게만경제를맡겨둘수없다고말한다.그런만큼평범한시민인우리모두가경제와친해질수있도록1부는‘경제학에익숙해지기’로구성되어있다.
먼저1장‘인생,우주,그리고모든것’에서는인생,우주,모든것을설명할수있다는주류경제학에강력한‘보디블로’를날린다.이어2장‘핀에서핀넘버까지’에서는오늘날의자본주의가‘보이지않는손’을주창한애덤스미스가살던시대와자본가,노동자,시스템측면에서얼마나다른지를보여주면서세상의변화에따라경제이론도달라질수밖에없음을역설한다.이변화상은3장‘우리는어떻게여기에도달했는가?’에서조망할수있다.1500년부터2014년까지,때로는‘거북이’처럼때로는‘터보엔진’을단것처럼달려온자본주의의변화가눈에잡힐듯생생하게펼쳐진다.
이어4장‘백화제방’에서는경제학의다양한접근법을소개한다.오늘날경제학계의주류인신고전학파(N)뿐아니라오스트리아학파(A),행동주의학파(B),고전학파(C),개발주의전통(D),제도학파(I),케인스학파(K),마르크스학파(M),슘페터학파(S)등우리가꼭알아야할9가지주요경제학파를알기쉽게정의한다.먼저각경제학파의핵심을한문장으로요약한뒤,어떤배경에서태동했고장점과한계는무엇인지간결하게정리해주는데,이를테면신고전학파는고도의정확성과명확한논리라는나름의장점을가지고있는반면현상황을과도하게수용함으로써보수적인경향을띤다고설명한다.또고전학파를계승했다는점에서신고전학파와마르크스학파가‘이복형제’라는재미난뒷이야기도곁들여진다.
장하준교수는현실의필요에따라우리가여러학파의장단점을취합한‘경제학파칵테일’을만들어맛봐야한다고강조한다.예를들면자본주의의활력과생존능력에관한다양한견해를맛보려면CMSI칵테일이,왜가끔은정부개입이필요한지를알고싶으면NDK칵테일이제격이다.여기서중요한것은,모든경제이론은저마다효용이있으며모든이론위에군림하는‘절대반지’이론은결코없다는점이다.
마지막으로5장‘경제의등장인물’에서는기업,정부,국제기구등의역할을짚으면서신고전학파경제학에서가정하는‘합리적이고이기적인개인’이얼마나현실과맞지않는지를보여준다.
이처럼1부는그간유일한진리로군림하며'경제학제국주의'로치달은신고전학파가수많은이론중하나일뿐임을지적하고,다양한경제이론을필요에따라언제든쓸수있음을알려줌으로써경제학자체에대한거리감을없애준다.그래서『가디언』은이책에대해“경제학입문서이자,참고서이자,간략한세계경제사로모두사용할수있다”라면서“과학이라자처하는경제학에날리는강력한보디블로”라고평했다.
가볍게,재미있게,가장‘사용자친화적’인가이드북
이어지는2부는실제세상의경제를이해하는데경제학을어떻게‘사용’할지를보여준다.말그대로‘사용자가이드(User'sGuide)’즉사용설명서인셈이다.6장‘몇이길원하십니까?’는생산량,소득,행복에대해서,7장‘세상모든것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는너무도중요한생산의세계를,8장‘피델리티피두시어리뱅크에난리가났어요’는오늘날비중이점점커지면서경제의불안요소가된금융을설명한다.9장‘보리스네염소가그냥고꾸라져죽어버렸으면’은불평등과빈곤문제를올바로보는시각을제공하고,10장‘일을해본사람몇명은알아요’는일과실업문제를설명하고,11장‘리바이어던아니면철인왕?’은정부의역할을다루고,마지막으로12장‘지대물박’은국제무역,국제수지,초국적기업과외국인직접투자,이민등국제경제의제반문제를다룬다.
따라서각장에는적지않은숫자들이등장한다.그러나지레겁먹을필요는없다.경제학공포증을유발하는복잡한수식이나함수,그래프가아니라경제현실을알수있도록딱필요한만큼의숫자만보여주기때문이다.이를테면빈곤을이야기할때는세계인구5명중1명이하루1.25달러도안되는돈으로살고있으며,그들대다수는우리생각과달리가난한나라가아니라중국,인도같은개발도상국주민이라고설명한다.
또장하준교수는고차원적인경제수학대신행동재무학,진화경제학등제반경제이론이거둔성과와경험은물론이고심리학,영화등누구에게나친숙한사례를활용해경제를전혀모르는독자라도쉽고재미있게이해할수있도록설명한다.예를들어행복도연구를방해하는‘적응된선호’와허위의식의문제는이솝우화의‘여우와포도’이야기와영화〈매트릭스〉를통해풀어낸다.
이책이얼마나‘사용자친화적’인지는거의대부분의대학에서경제학개론서로쓰이는『맨큐의경제학』과목차만비교해봐도드러난다.『맨큐의경제학』은서론에이어‘제2부시장의작동원리’로본론을전개하고‘제3부시장과경제적후생’‘제4부공공경제학’순서로나아가며추상적인시장논의에서출발한다.반면『장하준의경제학강의』는경제활동을하는시민들이피부로느끼고중요하게여기는일,소득,행복등을일상의언어로설명해사용자가쉽게이해할수있게해준다.
현실경제에불만이있어도경제학이너무어려워차마도전할엄두를못냈던사람이라면이제『장하준의경제학강의』을통해그답답함을해소할수있다.자전거를배우듯새스마트폰사용법을익히듯,한장한장읽다보면마지막페이지를넘길즈음에는실제경제가어떻게돌아가는지‘감’을잡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