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26.76
저자

크리스밀러

크리스밀러는터프츠대학교국제관계학대학인플레처스쿨에서국제사를가르치고있다.또미국기업연구소에서진커크패트릭방문펠로,포린폴리시연구소에서유라시아연구디렉터로활동중이다.저서로왜소련이중국처럼공산당이통제하는자본주의체제를받아들이지못하고몰락했는지를다룬《푸티노믹스:되살아난러시아의권력과돈Putinomics:PowerandMoneyinResurgentRussia》,2000년대초러시아에서나타난국가자본주의를탐구한《소비에트경제를구하기위한분투TheStruggletoSavetheSovietEconomy》,차르가다스리던시절부터지금까지왜러시아는꾸준히아시아를지정학적으로넘보고있는지그의문을풀기위한책《우리가주인이될것이다:이반대제부터푸틴까지러시아동진의역사WeShallBeMasters:RussianPivotstoEastAsiafromPetertheGreattoPutin》등이있다.예일대학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고하버드대학교에서역사를전공했다.추가적인정보는홈페이지에서확인가능하다.

목차


추천의말|이책에대한찬사|한국어판서문|등장인물|용어해설|들어가는말

PARTI냉전의칩
1강철에서실리콘까지|2스위치|3노이스,킬비,집적회로|4이륙|5박격포와대량생산|6“나는…부자가…되고싶다”

PARTII아메리칸월드의회로망
7소비에트실리콘밸리|8“베끼시오”|9트랜지스터세일즈맨|10“트랜지스터걸스”|11정밀타격|12공급망과외교의기술|13인텔의혁명가들|14펜타곤의상쇄전략

PARTIII리더십의상실?
15“이치열한경쟁”|16“일본과의전쟁”|17“쓰레기를판다”|181980년대의원유|19죽음의나선|20‘노’라고말할수있는일본

PARTIV되살아난미국
21감자칩의왕|22혼란에빠진인텔|23“적의적은친구다”:떠오르는한국|24“이것이미래입니다”|
25KGB의T국장|26“대량살상무기”:오프셋충격|27전쟁영웅|28“냉전은끝났고당신들이이겼소”

PARTV집적회로에갖힌세계?
29“우리는대만반도체산업을원합니다”|30“모든인민은반도체를만들어야한다”|31“주님의사랑을중국인과함께나누며”|32리소그래피전쟁|33혁신가의딜레마|34더빨리달려라?

PARTVI해외이전은혁신인가?
35“진짜남자라면팹이있어야지”|36팹리스혁명|37모리스창의연합군|38애플실리콘|39극자외선장비EUV|40“플랜B는없다”|41혁신을망각한인텔

PARTVII중국의도전
42메이드인차이나|43“돌격을외쳐야한다”|44기술이전|45“일어날합병은일어난다”|46화웨이의부상|475G는미래|48차세대대체전략

PARTVIII반도체로숨통을조이다
49“우리가경쟁하는모든것”|50푸젠진화반도체|51화훼이습격|52중국의스푸트니크모멘트?|53공급망부족|54타이완딜레마
감사의말|옮긴이말|미주|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기술과산업은물론정치,군사까지얽힌
21세기논픽션스릴러!

반도체및미중반도체전쟁관련책은이미많이나와있다.하지만이책은몇가지점에서다른책과궤를달리한다.첫째,『칩워』는반도체전문가가아니라국제정치전공자가썼다.따라서이책은반도체를둘러싼현재의복잡한세계상황을단순히기술및산업측면에서뿐아니라정치와경제그리고군사적측면까지포괄해종합적으로다룬다.그것도철저히미국의관점이다.그러므로이책은현재반도체의패권을쥐고있는미국의속내를정직하게,노골적으로표현하면적나라하게보여준다.둘째,『칩워』는저자가미국과유럽의도서관은물론러시아과학아카데미문서보관소의다양한문헌을섭렵하고국내외반도체업계,학계,정부주요인사100여명이상을인터뷰해서쓴책으로반도체관련심층리포트라할만하다.하지만독자들에게『칩워』는스릴러물처럼읽힐정도로흥미진진할것이다.『뉴욕타임스』서평담당자가“이책은논픽션스릴러다.영화[차이나신드롬]이나[미션임파서블]처럼긴박감넘친다”고한말이빈말이아니다.이책출간후32주연속국제경제분야베스트셀러를유지하고있는것도아마도이런요인때문일것이다.

군사적필요성,즉전쟁대비가
반도체기술탄생의일등공신이었다

그렇다면이모든이야기의출발점인반도체라는물건은어떻게탄생했고,어떤식으로발전해왔으며,오늘날왜이렇게모든나라가아우성을칠정도로핵심적위치를차지하게되었을까.반도체그자체는그다지복잡하지않다.전기가흐르는물질을도체,전기가흐르지않는물질을부도체라고부르는데,실리콘과게르마늄등몇몇원소는특정조건에따라전기가흐르기도하고흐르지도않기도하는특성을지닌다.이러한현상을발견한과학자들은이특성을활용한물건에‘반도체(semiconductor)’라는이름을붙였다.

이반도체는사실초기에군사목적으로개발되었다고해도틀린말이아니다.미사일을날리고,폭탄을떨어뜨리고,비행기를개발하는등현대의모든군사작전과업무에는대단히복잡한계산이필요했기때문이다.2차세계대전이전까지세계각국은이러한계산의수요를기계식계산기를통해충당해왔다.톱니바퀴와도르래등으로이루어진계산기에숫자를입력하고손으로돌리면결과가나오는것이다.하지만기계식계산기는느렸고고장이잦았으며하나의기계가미리설정된한종류의계산밖에처리하지못한다는단점이있었다.

과학자와기술자들은전자식계산기의필요성을절감했다.‘전류가흐르면1전류가흐르지않으면0이라는신호를부여한다.계산해야할모든숫자를0과1로이루어진이진법으로바꾼다.그러면0과1의신호만으로모든계산을처리할수있다.’이것이그유명한‘튜링머신’의작동원리다.이발상은성공적이었다.1943년,미국은초대형전자계산기에니악을만들었다.1만8천개의진공관으로이루어진에니악은초당수백개의곱셈을해낼수있었다.이는그어떤인간계산원보다빠르고정확했다.

문제는에니악과같은전자식계산기에들어가는‘스위치’의속성이었다.어른주먹크기의진공관은너무크고수명도짧았다.들어가는전력도컸기때문에,커다란회의실을가득채우는에니악은가동할때마다뜨거운열기를뿜어냈다.평균적으로이틀에한번꼴로고장나는진공관역시골칫거리였다.미국은새로운종류의기술을필요로하고있었다.

반도체가그해답을제시했다.실리콘이나게르마늄같은반도체성물질을이용해스위치를만들면진공관처럼고장나지않았다.더중요한건그크기를혁신적으로줄일수있었다는것이다.처음에는사람이현미경으로들여다보며스포이드로화학물질을떨어뜨려만들었다.그것만으로도진공관에비해매우작았지만,미국의천재들은거기서멈추지않았다.트랜지스터를비롯한모든반도체소자를단일한기판위에구성하는이른바‘집적회로’를탄생시켰던것이다.

미국의항공우주분야는반도체,구체적으로집적회로의힘으로우주를날았다.진공관컴퓨터로컨트롤하는우주선에사람을싣고달에보낼수는없는노릇이었다.아폴로계획은창립후늘경영위기를겪던페어차일드반도체를반석위에올려놓았다.

미국,일본을버리고한국을
대항마로키우기시작하다

하지만어떤물건이본래목적에만쓰이는법은없다.아니,경우에따라서는부차적으로쓰이게된것이오히려더크고더강력한시장을만들어낼수도있다.반도체는그대표적사례였다.

당초미국은반도체라는첨단기술을통해냉전시대에군사우위를유지하려했다.하지만쇼클리가진공관을트랜지스터로대체할수있는방법을찾아내고이를급성장중인전자산업분야에서큰돈을벌수있다며출사표를던지고,쇼클리에게서독립한노이스가페어차일드에서집적회로즉반도체를만들어내어미군및방위산업체에납품하는데그치지않고전자산업으로그활용처를넓히면서세상은완전히바뀌기시작했다.컴퓨터가탄생하고,인터넷이탄생하고,무선통신이탄생하는등언제어디서나연결가능한세상이열리면서세상의거의모든기계장치종류에는반도체가들어가기시작한것이다.

한마디로반도체라는,그누구도지배권을주장하기어려운새로운시장이어마어마하게열리자,일본기업들이미친듯이뛰어들었다.1970년대당시일본은트랜지스터기술도입으로전자산업에서전세계를무대로맹위를떨치고있었다.그런일본에반도체는꼭확보해야할기술이었다.그런데반도체업계의거물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당시최초의반도체해외생산기지를물색한다는소식이들려왔다.

반도체공생관계가작동하게끔하기위해일본의경영자들은헌신적으로발벗고나섰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최초의반도체해외생산기지를물색하고있었고일본에공장을열기로했지만,넘어야할규제의벽이매우높았다.소니의모리타는이윤의일부를넘겨받는대가로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도움을제공하기로했다.그는텍사스인스트루먼트경영진에게일본에몰래방문할것,가짜이름으로호텔을예약할것,호텔방을떠나지말것을당부했다.모리타는그호텔에은밀하게찾아가합작투자를제안했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일본에서칩을생산하고,소니는관료들을상대하는것이었다.모리타는텍사스인스트루먼트경영진에게말했다.“우리가뒤를봐주겠소.”텍사스사람들은소니가“도둑작전”을벌이고있다고생각했지만그말에는어느정도의경탄이담겨있었다.(122-123쪽)

그이후일본기업이시장을틀어쥐자미국반도체기업들은의회와펜타곤을오가며로비에나섰다.그들은자유시장에대한신념은잠시접어둔채경쟁이불공정하다고주장하고나섰다.컴퓨터칩이나포테이토칩이나뭐가다르냐는주장에실리콘밸리는격렬하게반응했다.반도체는전략적가치가있는반면에감자는그렇지않으니자신들이만드는칩은정부의도움을받을만하다는것이실리콘밸리의주장이었다.(225쪽)

미국반도체기업들은그럴만도했다.천하의인텔도일본의반도체공세에못견디고D램분야를포기할정도였으니까말이다.그런상황에서소니의창업자모리타아키오는극우정치인이시하라신타로와함께『‘No’라고말할수있는일본』을써서워싱턴정가를충격에빠뜨렸다.더는일본에반도체주도권을내줘서는안된다는위기감이본격화된순간이었다.삼성이반도체산업을본격화한것은바로이시기였다.미국은일본의대항마로떠오를가능성있는한국반도체기업의출현을반기고,지원했다.이것이한국반도체신화의시작이었다.

소련과중국은어떻게밀려났고
대만은어떻게성공했는가

이렇듯오늘날의반도체산업은미국의세계전략과반도체기술을군사가아닌민간시장에서소비함으로써더많은돈을벌고자했던미국기업들의자본주의적열망이결합된결과다.하지만세상에는미국만있는것이아니다.과연소련이나중국이이걸지켜보고만있었을까?

소련은일찌감치반도체의중요성을깨닫고반도체개발에나섰다.하지만소련은결국실패했다.물리학자들이부족해서도뒤떨어져서도아니었다.초기에는소련이우주개발에서미국을앞서나갈정도로우수한물리학자들이많았다.심지어소련에는2000년결국노벨물리학상을수상한잭킬비(당시집적회로의공동발명자인밥노이스는이미고인이되었다)와공동수상한조레스알페로프(ZhoresAlferov)도있었다.

그런데그런소련이왜반도체개발에는실패했을까?그것도최고위층에서실리콘밸리에서나온반도체를“베끼라”고까지하며독려했음에도말이다.그이유는소련이물량은뽑아낼수있을지언정품질이나순도에서는미국과현격한격차를보였기때문이다.게다가장비조차제대로구비할수없었다.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가반도체를비롯한고급기술이소련으로수출되는것을막았기때문이다.(8장)

결국소련의반도체설비는상대적으로덜섬세한장비와덜순수한재료로작업할수밖에없었으며,이는정상작동하는칩의생산량이적다는것을의미했다.그렇다면스파이는?

스파이행위로쇼킨과엔지니어들이얻을수있는성과에는한계가있었다.칩을훔쳐왔다해도그것을어떻게만드는지알아내는것은별개의일이었다.케이크를훔쳐온다한들그것을어떻게만들었는지알수없는것과마찬가지다.반도체라는케이크를굽는레시피는이미상상을초월할정도로복잡해져있었다.스탠포드대학교에서쇼클리의수업을들은교환학생이라면똑똑한물리학자가될수는있었겠지만,어떤화학물질을어떤온도로맞춰야하는지,포토레지스트를얼마나오래빛에노출시켜야하는지등과같은지식은앤디그로브나메리앤포터같은엔지니어들의것이었다.칩제작은모든단계마다특별한지식이필요했고,그지식은같은회사안에서도다른공정에관여하는사람이면잘모를정도였다.이런유형의노하우는많은경우문서로도정리되지않는다.소련스파이들이이미반도체업계내에서도가장앞서가는회사에침투해있었지만반도체생산에는더많은디테일과지식이필요했고,그런건가장탁월한스파이조차훔쳐올수없는것이었다.(111-112쪽)

그렇다면중국은어땠을까?사실중국도소련과비슷한종류의실수를저질렀다.그것도훨씬더극단적인형태였다.중국의경우1950년대초베이징에반도체소자를과학연구우선순위로확정짓고,세계각국에서관련전문가를불러모았다.그리고1960년에최초의반도체연구기관을설립하기도했다.1965년에는실제로중국산반도체를만들어내기도했다.이는밥노이스와잭킬비가반도체를개발한지5년만의일이었다.

하지만1966년에일어난마오쩌둥의문화대혁명이모든것을망쳐버렸다.그리고이후중국은반도체와관련‘잃어버린20년’을보내야했다.반면그사이한국과대만은반도체기술위에서첨단제조업을수행하는나라가되기위한수순을밟아나갔다.(301-303쪽)중국의마오쩌둥이한국에엄청난기회를마련해준셈이다.

반면에또하나의중국대만은전혀다른스탠스를취했다.그들은다음에서인용에서재연되듯이거의모든것을내던지다시피하면서반도체에매달렸다.그결과는대성공이었다.미국,한국,대만을반도체산업의3축중하나로확고하게자리잡게되었으니말이다.

1985년리궈딩은대만반도체산업을이끄는자리에모리스창을앉혔다.리궈딩이말했다.“우리는대만반도체산업을원합니다.말해보시오.돈이얼마나필요한지.”(중략)대만정부가반도체산업의전권을맡기고백지수표를써주겠다는제안을했을때,모리스창의마음이끌렸다.54세의그는새로운도전을하고싶었던것이다.사람들대부분은창이대만으로“돌아갔다”고이야기했다.하지만그는그전까지비즈니스목적으로대만을단한번방문했을뿐이다.(289-292쪽)

미국은무엇을원하는가
우리는어떻게해야하는가

진보와보수를막론하고우리가흔히품는상상이있다.미국정부,특히국방부는세상의모든것을알고있으며모든기술발전을쥐락펴락한다는생각이다.그것은1970년대정도까지만참이었다.하지만미국의반도체기업들이이익확대를위해반도체를저렴한가격에생산하여전자기술혁명을민간시장에뿌리면서미국정부의통제력을약화시켜나갔다.

실제로반도체를둘러싼지정학이지금의형태를띠게된것은결코미국정부의‘의도’가아니었다.실리콘밸리기업이치열하게경쟁한끝에만들어진결과물일뿐이다.더싼가격으로반도체를생산할것,더많은이들에게판매할것,더큰수요를이끌어낼것.이를위해달려가는자본주의의힘은거침없이세계화를향했다.처음에는일본이‘저렴한노동력’의공급원이었고,일본이너무커가는것을경계한미국의정책덕분에한국과대만이일본의자리를대신차지했다.그리고거기에중국이끼어드는것을,보다정확하게는과거의일본처럼아니일본보다더위협적으로변하는것을미국이결사적으로막으려하고있는것이다.

이러한상황에서우리는어떤입장을취해야할까?『칩워』에는이질문에대한답이‘일부’포함되어있다.하지만모든문제에대한답을주지는않는다.대신에독자스스로그러한답을얻어내도록충분한정보와맥락을제공한다.『칩워』는미국학계의기린아가미국정계와산업계의‘인사이더’들을취재하고연구하여내놓은일종의천기누설인셈이다.

그과정에서우리는한가지를유념할필요가있을것같다.반도체는미국의핵기지에서날아가는대륙간탄도미사일의두뇌가되었다.반도체의힘으로유도되는미사일은베트남전에서첫선을보이고,걸프전에서그압도적위용을과시했다.중동에서군사력으로가장강력한나라로꼽히던이라크의정예군대가,마치눈이달린것처럼날아와꽂히는미국의미사일앞에힘없이무너지고만것이다.

걸프전의승리와소련의해체는동전의양면과도같았다.미국의‘불꽃놀이’를바라보며소련의엘리트들은맞서싸울수있다는의지를상실했다.1991년초,걸프전은미국의승리로끝났다.1991년말,냉전역시미국의승리로끝났다.소련의물량공세앞에서미국이택한‘상쇄전략’은이렇게큰성공을거두게되었다.

물론반도체가영원히미국‘만’의힘으로남아있지는않았다.고도화된첨단반도체에힘입어국방전략을짠다는것은,그고도화된반도체에의존한다는말과크게다르지않았던것이다.문제는반도체기술이발전하고점점복잡해지면서미국이반도체에대한전적인통제력을가질수없게되었다는데있다.아마미국이일본을본격적으로견제한것도바로그런맥락때문이었을것이다.

기술,군사,경제.반도체라는하나의상품안에는이렇듯많은맥락이포함되어있다.『칩워』의저자크리스밀러는촉망받는신예역사학자이자국제정치학자로서반도체산업의각분야를치열하게취재하고학습하여이세요소를한권의책에담아내는위업을달성했다.말하자면3차원회로로구성되어있는최첨단3나노반도체와도같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