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19.00
Description
“19세기의 결핵, 20세기의 암과 에이즈를 잇는
우리 세대의 병은 만성질환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겪게 될 아픔에 관한 이야기

★ 오은 시인, 이길보라 감독, 김준혁 의료윤리학자 추천 ★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요커》 《타임》 《보그》 올해의 책 ★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나한테? 내가 뭘 잘못했나?’
어느 날 갑자기 삶을 곤경에 빠뜨리는 병이 닥치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도 자기 관리의 하나로 여기는 시대에, 아픈 사람은 실패자인 것만 같다. 게다가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병, 잠깐 앓고 마는 게 아니라 평생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병에 걸리면, 이로 인해 망가진 자기 인식을 복구하고 아픈 사람으로서의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해진다.
“나는 몸이 불편했지만, 증상이 확실하고 치료법도 정해진 그런 병은 아니었다. (…) 답을 찾지 못한 가운데 심한 절망에 사로잡힌 나는, 내가 겪는 일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건강을 되찾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자신의 숨겨진 이름을 찾아야 하는 판타지 소설 속 어린아이처럼, 그 이야기를 알아내기만 하면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작가 메건 오로크가 10년 동안 써 내려간 그 ‘이야기’다. 오로크는 20대 초반부터 정체불명의 병에 시달렸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기도 했지만, 약을 먹어도 병은 낫지 않았다. 검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도리어 환자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의사들을 뒤로하고, 스스로 미스터리의 답을 찾아 나섰다. 면역계의 활동과 의학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온갖 치유법(때로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도)을 시도하고, 의료계 전문가들과 동료 환자들을 만났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파고들수록 이것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온 자신의 고통에 이름을 붙이기 위한” 지극히 사적인 여정은,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탐색하고 우리 사회의 질병에 대한 인식과 현대 의학의 한계를 짚는 더 넓은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오은 시인의 추천사처럼, 아픈 몸으로 사는 일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죽는 병이 아니어도, 남들 눈에 괜찮아 보여도, 우리는 언제든 아프고 힘들 수 있다. 그 고유한 아픔들 하나하나가 결코 사소하지 않음을, 쉬이 끝나지 않는 아픔을 안고 나아가는 불확실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을 곁에 두고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자

메건오로크

시인,작가,저널리스트.예일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하고,《뉴요커》《파리리뷰》등을거쳐《예일리뷰》의편집자로일하고있다.에세이《긴이별》과여러권의시집을출간했다.
20대초반부터정체불명의증상들에시달렸다.자가면역질환이라는초기진단은증상을완전히설명해주지못했다.스스로답을구하기위해의료계,학계의전문가와동료환자들을만나이야기를나누면서이것이혼자만의문제가아님을깨달았다.진단과치료법이모호한병,극복하기보다함께살아가야하는병,남들눈에는제대로보이지도않는병이많은이의삶을잠식하고있었다.
저자는만성질환의완고한현실을홀로감당해야하는이들이조금이나마덜외롭기를바라며이책을썼다.가다서다하는병과보폭을맞추느라10년이걸린작업이었다.그러는동안찾고자했던답대신새로운길을발견했다.그의여정은여느투병기처럼병을없애거나무찌르는이야기가아니다.대신우리몸이현대의학이아는것보다훨씬복잡할뿐아니라서로연결되어있음을,불확실성과부족함을안고사는길을이야기한다.

목차

추천의말
서문

1부장애물
1서서히,그러다갑자기
2자가면역이라는미스터리
3의사도모르는병
4내가나인척
5차트위숫자에갇힌환자들
6대체의학을대하는자세
7점점소용돌이의바닥으로
8의사는여자의말을믿지않는다
9면역,그우아하리만치복잡하고불확실한세계

2부미스터리
10은유로서의자가면역
11스트레스때문에스트레스
12웃음치료
13의심스러운단서
14최악의순간
15라임병광인
16다시쓰는미래
17남겨진질문들

3부치유
18누구도섬은아니다
19희망의이유
20지혜서사

감사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제목없는질병,완결없는고통
-현대의학의경계에서살아가는아픈몸의이야기

대학을졸업하고갓취업한무렵,오로크는팔다리를칼로찔러대는듯한‘전기충격’을아침마다겪기시작했다.어지럼증,피로감,관절통증,기억력감퇴,식은땀같은증상도수시로나타났다사라졌다.밤마다두드러기때문에깬적도있었는데,병원검사에서는아무문제도발견되지않았다.그는이런불편감이올바르지않은식습관탓이라고,즉자신이관리를제대로안해서라고생각했다.극심한복통으로응급실에갈뻔했을때,의사에게물어보니“월경통은누구나겪는다”는답변이돌아왔다.다른병원에서검사해보니자궁내막증이있었지만,이번에도의사는별일아니라는듯진통제만처방했다.대장암으로어머니를잃고나서몇달간림프절이아팠을때는슬픔때문이라고믿었다.
그렇게젊고여기저기아픈여성으로서른중반이된어느여름,베트남휴가에서돌아온뒤2주넘게독감유사증상에시달렸다.이때부터병은본격적으로악화했다.신간집필,작가레지던시,이혼한남편과의재결합,임신계획등한창미래를향해의욕적으로나아갈참이었는데,당장너무피곤해서노트북모니터를쳐다볼수도없었다.자가면역성갑상샘염이라는진단을받고호르몬제복용하는한편,일을쉬면서건강을되찾는데몰두했다.그덕분인지한동안병세가호전되고,자가면역질환이있음을나타내는자가항체도사라졌다.그러나얼마지나지않아침대에서일어날수도없을정도로상태가나빠졌다.어떤의사도통증이계속되는이유를설명하지못했다.
20세기이래의학은눈부신발전을거듭하며인류의삶에서거의모든질병을몰아낼기세였다.그러나어쩐일인지검사를해도진단이나오지않거나,원인이나치료법을몰라오래도록아픈사람들의이야기는끊이질않는다.오로크가겪은자가면역은미국에서암다음으로흔한질환이다.하지만환자수가5000만명을헤아리는이병에대해현대의학이아는바는많지않다.의사들은당장목숨이위태로운급성질환은잘고쳐도,시름시름환자의삶을피폐하게만드는만성질환에는속수무책이다.
기술과진단중심의의학에서“측정이안되는병은존재하지않거나환자가미쳤다고보는경향”이있다고하버드대정신의학과교수수전블록이말했다.‘세균(바이러스)이질병을유발하고,인체는질병을극복한다’는관습적세균론패러다임에들어맞지않는질병은현대의학의시야에서가려진다.결국첨단의료의그늘진한편에는,병원에가서아프다고증언해도아픔을인정받지못하고소외되는수많은환자가있다.19세기의결핵,20세기의암과에이즈처럼각시대를대표하는질병이있다고한다면,이런만성질환이야말로우리세대의병일것이다.


내가보이지않는다는사실,그자체로나는죽을뻔했다

오로크는자신의병이남들에게보이지않는현실이신체적고통못지않게힘들었다고한다.이를테면,의사나친구에게가장이해시키기어려운증상은피로로인한심신쇠약이었다.안피곤한사람이없는요즘시대에피곤하다고우는소리를하다니나약한사람같다.그러나그의피로는신체의모든기력과자기자신에대한감각마저앗아가는실로끔찍한증상이었다.대학시절부터늘달고사는통증도티가별로안나기는마찬가지였다.“영어로햄릿의생각과리어의비극을표현할수는있어도,오한과두통을표현할수는없다”는버지니아울프의말은참이었다.그럼에도끊임없이타인에게위로를기대하는자신이부끄러웠다.
19세기수필가앨리스제임스도오로크처럼모호한병을평생앓았다.분명한신체증상에도불구하고의사는히스테리진단을내렸고,제임스는병이자기(마음)탓이라는생각에괴로워했다고한다.그러다마흔이넘어서마침내유방암진단을받은그는무척기뻐했다.“기다리는자에겐반드시때가온다!(…)건강이나빠진이래누가봐도확실한질병에걸리기를소망했다.”그리고1년뒤제임스는세상을떠났다.
특히여성의질병은심리적문제라는식의편견은역사가길다.대표적인것이19세기의히스테리다.오늘날에도여성이원인모를병을앓으면‘건강염려증’으로의심받거나‘신체형장애’로분류된다.저자가인터뷰한수많은여성이의사로부터‘아무문제가없습니다.그냥우울한겁니다’라는소리를들어야했다.이런태도는병의실체를가리고병을더자세히들여다보지않을핑계가될뿐만아니라,병의책임을오롯이환자에게지운다는점에서위험하다.
오로크가만난환자들중에는병에걸린것이자기탓이라고여기는이들이많았다.특히자가면역은자기가자기자신을공격하는병이라는은유로인해더욱이런생각을부추긴다.아픈사람은잘못된인생을살아서스트레스로지치고불행해진만큼,그인생을고치는일또한당사자에게달려있다는것이다.정체불명의병은진정한자기모습을찾아개선할기회로여겨지며,긍정적사고를강조하는문화또한병의극복이개인의의지와노력에달려있다는식의사고에일조한다.
그러나질병을병원체와개인의면역계와환경간의복합적인관계로바라보는최근의학계의관점에따르자면,자가면역은현대사회의화학물질과바이러스,트라우마,오염이축적된먹이사슬을표현하는사건이다.오염된지역에살거나,안전하고신선한식품을섭취하기어렵거나,사회적차별을겪는등만성적스트레스요인에시달릴수록신체는질병에취약해진다.그렇다면몸이아픈것은단순히자기몸과마음을제대로관리하지못한개인의실패가아니라우리사회의구조적실패다.“개인의면역계는무엇보다도그개인의사회경제적지위를,결함있는사회의시민으로산역사를반영한다.”


산다는것은불확실성속에서존재한다는것

환자로서오로크의인생은시인존키츠의편지한편을다시읽은날부터달라졌다.이편지를쓸당시키츠의어머니가폐결핵으로세상을떠났는데,그때의폐결핵은알려진정보가거의없는병이었다.형제톰이곧어머니의뒤를이었고,나중에키츠본인도스물다섯의젊은나이에이병으로죽게된다.그는형제에게보내는편지에서“사실과이성을성마르게따르지않고불확실성,신비,의심을삶의일부로받아들이는”‘소극적수용력(NegativeCapability)’에대해썼다.
오로크는키츠의소극적수용력을고통속에서도잘살아가기위한비결로받아들였다.인간은예측할수없는모호한상황을견디기힘들어하며언제나단단하고확실한해결책을원한다.그러나인생의중요한문제들대부분은쉽게답이보이지않고,아무리애써도어찌할수없는상황이도처에있다.만성질환자는안다.산다는것은,불확실성속에서존재한다는뜻이다.
갖은시도와노력에도불구하고병이최악으로치닫던시절,오로크는모든희망을잃고그간써온원고들을지울결심까지한다.그러다아주사소한일을계기로불현듯삶을향한갈망이다시금솟구치는것을느낀다.그리고자신이구해야하는것은건강이아니라,병과함께계속살아갈의지라는것을깨닫는다.
실로이책은병을없애거나무찌르는대신병과함께사는이야기다.저자스스로질병탐정이되어자신을아프게한범인을밝혀내고건강을되찾으려던애초의목표는이야기가전개되면서방향을튼다.이후오로크는새로운진단과치료를받고극적으로삶의전환점을맞이하기도하지만,이는사람들이흔히기대하는깔끔한‘회복’이나‘극복’과는거리가멀었다.
자신의여정을되돌아보며,오로크는만성질환자에게‘치유’란무엇인가를생각한다.세계보건기구에서정의하는건강은질병이없는것을넘어서“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온전히안녕한상태”다.그렇게보면치유는병이꼭낫지는않더라도환자가어느정도온전한상태로자기몸을관리할수있음을뜻하기도한다.이때환자에게온전함을느끼게해주는것은스테로이드나항생제만이아니다.아픈사람은타인과의접촉과대화,이해와공감으로도낫는다.원인불명의병을앓는긴시간동안,저자는우리가근본적으로서로연결되어있으며,아픈신체는그러한인간의특성을더욱분명하게보여준다는것을깊이이해했다.존던의시처럼,“누구도섬은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