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고서방을 들락거리고, 이른바 ‘나까마’로 불리는 고서 중간상들까지 만나면서 원전 자료를 소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제대로 된 원전자료를 소장하려면 돈과 시간?건강?혜안 등등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많았다. 대개의 경우 자료 소장자가 실컷 우려 드시고(?) 난 다음 공개하는 자료들을 사바나의 불쌍한 하이에나가 죽은 영양(羚羊) 뼈 사이에 남은 살점 발라내듯 붙들고 씨름하며 입맛이나 다실 따름이었다. 그저 ‘청기와 장수’의 속언(俗諺)만이 원전자료의 빈곤에서 오는 고단함을 위로하는 데 요긴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 유명하신 원광대 박순호 교수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번번이 귀한 원전자료들을 아낌없이 제공해주시는 은혜를 입으면서, 세상에 ‘청기와 장수’만 있는 게 아님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박 교수님께서 넘겨주신 <한양가> 원전자료들을 숭실의 학인들과 함께 하이에나 아닌 사자의 느긋함으로 1년 가까이 포식하며 그간의 굶주림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참으로 은혜로운 경험이었다. - 「머리말」에서-
한양가연구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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