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네가비밀이되었다 (김윤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마침내,네가비밀이되었다 (김윤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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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문학 / 한국시

휴먼앤북스 낭만시선을 출범하며
휴먼앤북스 출판사는 운명에 맞서 사랑을 개척하고, 아름다움의 진실을 시의 언어로 표현하는 낭만시선 시리즈를 출간한다. 1920년대 나타난 한국의 퇴폐적인 낭만 시들은 데카당스의 다른 이름이었으며, 이후 시에 있어서의 낭만주의는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정신의 폐허 위에 시를 통해 진정성의 성채를 세우려는 시도는 시의 근원이었기에, 원래 의미의 낭만주의는 21세기적 현실에서도 오히려 절실하다. 이에 인간 내면의 진실과 언어의 아름다운 질서를 추구하는 시집 시리즈를 출범한다. 문학의 바다에 시의 돛을 달고 바람을 가르는 낭만시선의 출항(出港)이다.
휴먼앤북스 낭만시선 편집위원_ 홍신선, 김윤배, 김명인, 이숭원

‘몸과 바람과 시간의 편력’으로 노래하는 절절한 사랑의 비가

김윤배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에서 독자가 받는 느낌은, 시인이 새삼 일깨우는 사랑이나 헌신(獻身)에 관한 신산한 감상이 아닐 것이다. 그가 매창(梅窓)에 빙의하여 토로하는 속내 그대로 “고도, 그 모멸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 삶은 “살이 찢겨지는 수치(「고도, 그 모멸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인 까닭에, 그의 전언들은 실로 부대끼며 살아온 세계를 다시 한 번 다잡아보는 절박한 고백일 수 있다. 그는 “세상은 알고 너만 모르는 희망은 어느 계절이냐고는 묻지 않는다”(「너는, 질문으로 가득 찬 계절이다」). 그 질문만큼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삶의 비의가 시 보다 넓고 깊은 탓이다. 장시에 가깝게 활짝 젖혀놓은 시인의 속내, 「바람은 내가 누구의 과거인지 안다」를 구획하고 있는 소제목을 떠올린다면 그는 내면의 산책자임이 분명하지만, 시의 소요가 인간의 분별로도 간추려진다는 점에서 그의 어휘 중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몸과 바람과 시간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서 필자가 읽어낸 것 또한 꽃을 갈무리하는 ‘사서’의 시간과 바람의 상상력에 관한 시인의 호기심이다. 그는 쓴다, 몸과 바람과 시간의 편력을! 그것들을 고스란히 경과하는 것이 꽃이라면, 그의 시편 여기저기에 낭만적 상상력이 편만해 있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가 동백꽃을 갈무리하는 시인으로서 이 편애를 앞세울 때, 꽃 곧 시는 입술과 가슴과 둔부를 지닌 육체로 현화(現化)한다. 그리하여 비화(飛花)에 이르도록 한 생의 서사로 흩날리는 것이 꽃이라면, 그 요약된 줄거리는 “영원에 이르지 못하는 서러운 기록”(「동백꽃 사서」)일 것이다. 분방한 상상력 속으로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끝없이 미끄러뜨리려는 열정에 가득 차 있는 한, 시의 ‘사서’로서 시인의 나날은 “경계 속의 모호한 꽃과 /모호한 무지개 /모호한 안개 /모호한 영토/ 모호한 기호를”(「몽혼의 날개」) 채록하고 분석하느라 오래도록 분망할 게 분명하다.
저자

김윤배

충북청주에서태어나한국방송통신대학교,고려대학교교육대학원에서수학,인하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1986년『세계의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겨울숲에서』『떠돌이의노래』『강깊은당신편지』『굴욕은아름답다』『따뜻한말속에욕망이숨어있다』『슬프도록비천하고슬프도록당당한』『부론에서길을잃다』『혹독한기다림위에있다』『바람의등을보았다』장시집『사당바우덕이』『시베리아의침묵』산문집『시인들이풍경』『최울가는울보가아니다』평문집『김수영시학』동화집『비를부르는소년』『두노야힘내』등을상자했다.

목차

제1부도문을말하다
도문을말하다
반으로하나인
징후
슬픈등뼈
감옥
흰어둠
바그네리안
폐족의시간
너는,질문으로가득찬계절이다
남당,아득한맨발
비의의페르소나
바람은내가누구의과거인지안다
블루노트
카사블랑카의밀항
율려
소도시의우울
밀령

제2부줄포의새벽
줄포의새벽
먼하늘본다
미선나무흰꽃의시간
오,오
마침내,네가비밀이되었다
보라색꽃등
다만,모련이어서
스물네살의산정
영혼이닿았던순간은
몸의작은틈으로
끝내,저버리지못할
바람의방향은바람도모른다
내몸빌어쓰다떠난
그곳
어죽이네의일상
복수초노란꽃이은유에걸려있는밤

제3부파문후의꽃고비꽃
파문후의꽃고비꽃
그늘의서식
자미꽃그늘돌아서는
꽃물든무릎
적소
고도,그모멸의행간
모항
악마의속삭임
찬,찬
좌초의선험
날,날
황강
암각의새
메타세쿼이아숲으로간사람
구절의심장
서로에게난민이었다
허구의젊은날들

제4부베르베르의붉은저녁
베르베르의붉은저녁
헹켈트윈컬렉션
연흔
동백꽃사서
붉은맨드라미
여기지금,따스한모두
우아한서가
서러운개화
석조기둥의기억
블론디를보낸후
봉인없는시대
배꽃이참람이다
환청
시인의잠
몰락하는오늘
꽃진자리에내리는눈
몽혼의날개
양방향열쇠의밤

제5부눈빛의흔적이몸을이룬다
눈빛의흔적이몸을이룬다
바람의집한채
선택
너는슬픈시엔
님웨일즈의부드러운역광
강남역10번출구
불운
이별형식
명정동194번지
나는,돈강어디쯤흐르고있을까
축배없는승리
E나라로가는길
쓸모없는것들을위한송가
엔딩자막
내안에몇개의어둠과몇개의아침이있다
산수유,붉은열매를버리다
긴복도
시선
<작품해설>역류의사랑,절대의사랑-이숭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일상적세속적관습을거부하는역류의사랑,절대의사랑을탐색하다

사랑의속살은복잡미묘해서제대로헤아리기가어렵다.사랑의표피를들추면황홀함,기쁨,외로움,그리움,슬픔등의감정이모습을드러낸다.그러나그것이사랑의전부가아니다.다시내피를들추면안타까움,괴로움,분노,저주,파탄,자멸등의착잡한정동情動이출몰한다.사랑의대상이무엇이냐에따라감정의층위는다양한편차를보인다.이성간의사랑의경우,과거의애틋한사랑은보랏빛환영으로떠오르지만,그것을추억하는사람의내면은쓸쓸하기그지없다.그런종류의사랑은황홀하면서도외롭고,그리우면서도애달픈감정을불러일으킨다.김윤배시인은그렇게복잡미묘한사랑의바다를향해탐사의도전장을내민것이다.(...)

다음시는사랑의처절함을극단적형태로제시한다.우리는이장면을통해인간사랑의절대적모순을체험하게된다.

가이드는사파리를안내하며읊조리듯말한다

아프리카남부오지로들어가면불륜을저지른남녀를말에매달아달리게하는형벌이있습니다추장이지휘하고부족모두가이극형장면을보게됩니다모든정염이잿빛으로변한다는걸알았다하더라도달빛을꺾었을남녀입니다정오가되면남녀를묶어말에매답니다궁사는말엉덩이에화살을쏩니다말이놀라뛰기시작합니다
말은밤이되어서야마을로돌아옵니다
돌아온말의로프에는남녀의등뼈가매달려있습니다
밀림은검게빛나고별들광활한어둠속으로숨습니다
달빛은등뼈를희미하게비춥니다
등뼈에는안타까운비명,푸르게빛납니다
무거운적막흐릅니다

훼절되는관절의어느지점에서서로의눈빛을잃고,목소리를잃었는지
?슬픈등뼈?전문

사회의금기를어기고불륜의사랑에빠지는사람들이있다.그사람들도판단력이있기에자신들의사랑이타인의지탄을받으리라는것을알고있다.그러나사랑의마력에매혹된사람은불타는열정으로인해사회적형벌에대한공포도사소하게여긴다.유사이래불륜남녀를처벌하는방식이다양한형태로전해오는것은태초로부터불륜의사랑이존재했다는사실을증명한다.어떠한외부의압력에도멈출수없는사랑의열정은사회의윤리적통제를무화시킨다.불륜에가하는형벌이아무리끔찍해도사랑에빠진사람은사회의금기를넘어서게되어있다.이것이인류역사에길이전하는사랑의모순율이다.(...)

인간은늘혼자인데혼자인주체가다른주체를만나사랑을나눈다는것은일종의기적이다.그래서사랑의열병에후회가없고사랑의운명에추락이없다.사랑의환생을믿는사람에게죽음을알리는묘비명은무의미하고죽은자의이름을부르는호곡이나묵념도의미가없다.환생을믿기에운명의사랑에돌진하고돌속에묻혀천년의세월을버틸수있다.사랑의꿈은풍화되는법이없고암석의단층에갇히지않는다.암각의새가눈동자를움직여날개를펼치는날은새로운운명의사랑이시작되는순간이다.이곳과는다른곳에서사랑이시작되는것이니과거의사연을따질필요가없고그들의미래를걱정할필요도없다.새로운사랑의언약이시작되었으니모든것을운명에맡길뿐이다.
새로운사랑의꽃을피우는사람에게고뇌가없을리없다.그러나그것은온전히그자신이감당해야할몫이다.꽃이필때아픔을견디고스스로피어났으니질때도누구를원망할필요가없다.꽃이질때의슬픔과아픔도온전히자신의몫이다.꽃이질때무슨소리를남겼느냐고물을필요도없고꽃진자리를건너다보며아픈독백을읊조릴필요도없다.꽃이지는것을운명으로받아들여눈먼사람처럼침묵을지키는것이온당한일이다.가장예민한관절이통째훼절되는순간에도사랑하는상대의눈빛을보며그눈빛의애잔함과떨림을놓치지않으려는것이사랑의속성이다.인간내면의모순을가장극적으로보여주는것이사랑이다.
김윤배의이번시집은인간의일상적세속적관습을거슬러올라사랑의뿌리를흔드는역류의사랑,환생의시간을오르내리며어떠한극한의곡절에도꺾이지않는절대의사랑을집중적으로탐색했다.김윤배시인의시작경력에없던새로운서정이고우리시의경로에도흔히보이지않던이채로운시도다.세월의흐름을역류하여새로운서정을창조한시인의저력에박수를보내며이항해가또다른전환으로이어지기를기대한다.

-이숭원(평론가),‘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