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20.00
Description
2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드디어 출간
제주의 전설, 김영갑의 사진예술과 만나다.
김영갑이 마지막으로 직접 고른 김영갑 사진의 정수!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제주도의 ‘외로움과 평화’를 카메라에 담았던 김영갑 선생의 사진 에세이. 고인이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던 2004년에 초판이 나왔고, 2023년까지 20년 동안 10만 부가 판매되었다.
2023년 10월, 출간 20주년에 맞추어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표지 사진을 교체하고 본문은 더 읽기 좋은 활자로 바꾸는 등 새로운 독자를 위하여 세심하게 새로 편집했다.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이 1980년대 제주도에 내려와 혼신의 힘을 다해 사진 작업을 하고 그 후 루게릭병을 앓게 되기까지, 발병 후 자신이 찍은 20여만 장의 필름을 정리해 삼달초등학교에 아트 갤러리를 내기까지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집 출간 후 김영갑은 루게릭병의 혼미 속으로 빠져들어 갔고, 이듬해 벚꽃이 뚝뚝 지는 날 제주의 두모악에서 타계했다.

1부에서는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무엇에 홀린 듯 제주도에 스며들어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과 그의 온 생애를 지배하는 사진, 그리고 그를 사로잡아버린 섬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주 방언이 파노라마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살아 있다.

2부에서는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와 힘겹게 싸우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와병 중에 사진 갤러리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의 사진 주제인 ‘외로움과 평화’가 가장 잘 표현된 6×17의 파노라마 사진 70여 컷이 수록되었다. 이 사진은 그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고른 자기 작품의 정수다.
저자

김영갑

저자:김영갑
1957년충남부여에서태어난이래20여년동안고향땅을밟지못했다.서울에주소지를두고1982년부터제주도를오르내리며사진작업을하던중그곳에매혹되어1985년아예섬에정착했다.밥먹을돈을아껴필름을사고배가고프면들판의당근이나고구마로허기를달랬다.섬의‘외로움과평화’를찍는사진작업은수행이라할만큼영혼과열정을모두바친것이었다.
창고에쌓여곰팡이꽃을피우는사진을전시하기위해,버려진초등학교를구하여전시관의초석을다질무렵,사진을찍을때면셔터를눌러야할손이떨리기시작하고이유없이허리에통증이왔다.나중에는카메라를들지도,제대로걷지도먹지도못할지경이되었다.서울의한대학병원에서루게릭병이라는진단을받았다.병원에서는3년을넘기기힘들거라고했다.일주일동안식음을전폐하고누웠다가자리를털고일어났다.점점퇴화하는근육을놀리지않으려고손수몸을움직여사진전시관을만들기에열중했다.이렇게하여‘김영갑갤러리두모악’미술관이2002년여름에문을열었다.
투병생활을한지6년만인2005년5월29일,김영갑은그가손수만든두모악에서고이잠들었고,그의뼈는두모악마당에뿌려졌다.이제김영갑은그가사랑했던섬제주,‘그섬에영원히있다.’

목차

작고보잘것없는곳에숨겨두신희망-황대권
시작을위한이야기

1섬에홀려사진에미쳐

세상에서제일뱃속편한놈
그여름의물난리
외로운노인들의말벗
고향이어디꽈?빈방이없수다
울적한날에는바느질을
지키지않아도좋은약속
나는바람을안고초원을떠돈다
오름에서느끼는오르가슴
산을넘으면또다른산이
한라산기슭의노루가되다
어머니의쌈지
상처투성이아버지의죽음
결혼도못하는소나이놈
영개바,나이들엉어떵허려고
나의전속모델
뭍의것들,육지것들
믿을수없는일기예보
아름다움은발견하는자의몫
떠나보내는심정
다시마라도
내삶의길라잡이

2조금은더머물러도좋을세상

동백꽃은동박새를유혹하지않는다
혼자부르던노래마저그치니
어둠속에서길을잃다
몰입의황홀함
유효기간
기다림은나의삶
단한번도사랑한다말하지못했다
누이는말없이나를길들였다
여우와두루미의식사초대
길끝에서또다른길을만나다
폭풍우속에서도태양은떠오른다
한겨울에숨어있는봄

이어도를훔쳐본작가-안성수
『그섬에내가있었네』의탄생20년을기념하며-하응백

출판사 서평

여기에모은이야기는사진에미쳐살아온김영갑의삶과작품과투병의기록이다.그러니특별한형식이있을리없다.거침없이쏟아낸자유로운고백과개성있는삶이독자의가슴을흔든다.사진속에이야기의원전이들어있고,이야기속에사진의뒷이야기가숨어있다.
구술형태로씌어진투병과정의이야기는우리의호흡을멎게한다.발병전,절대빈곤과절대고독의삶속에서영혼꽃처럼피워낸이야기와사진작품들은독자를외경심의세계로이끈다.그의글과사진속에는우리가세상에서경험하지못한비의(秘意)와신비들이득실거린다.
그는작품에전념하기위해모든인연을끊고제주의중산간에묻혀살아왔다.필름을사기위해견뎌야했던굶주림과자연의신비경을찍기위한숱한기다림은그자체가수행이었다.그긴고행길에쌓인외로움과고독등도훗날발병의원인이되었으리라.
김영갑은남들이보지못하고,느끼지못하고,깨닫지못하는대자연의풍광을찾아다니다가소중한것들을잃는다.그러나하나뿐인육체와사진기를내어준대가로그는더본질적이고가치있는것을얻는다.범인(凡人)들의카메라로는접근불가능한자연의황홀경을담는신기(神技)의깨달음이그것이다.이러한예술적성취는전적으로전무후무한자기수련의결과라는점에서의미가크다.그래서그는감히선언한다.‘20년동안자연에몰입하여발견한것이이어도이며,제주인들이꿈꾸었던유토피아를나는체험했다.’무서운말이다.

-안성수(제주대학교교수,문학평론가)서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