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양장) - 마음산책 짧은 소설

호러는 아니지만 어쩐지(양장) - 마음산책 짧은 소설

$16.80
저자

이장욱

저자:이장욱
2005년문학수첩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고백의제왕』『기린이아닌모든것』『에이프릴마치의사랑』,장편소설『칼로의유쾌한악마들』『천국보다낯선』『캐럴』등이있다.문지문학상,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
채식주의스캔들
형배씨를기억하시나요
어느망명작가의참인생
당신의등뒤에서
간주곡1-팡세의동전

2
해후
괴물과함께
대기실
리마이야기
간주곡2-149들의아침

3
옛날야구는살아있다
라무씨의사랑
호텔야화
당신의무의식과대화하십시오
간주곡3-외계인과전자레인지

4
지혜의,지혜에의한,지혜를위한잔혹동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일상에드리운이상한기척
웃음과불안,태연과기이사이에서

이장욱은「작가의말」에서“한사람의독자로서”“익숙한데이질적인느낌”을받았고,그감각이“으스스”하다고표현했다.이책에서풍겨오는으스스한분위기는특별한공간이나비현실적인세계에서만들어지는것이아니다.우리가익히알고있는일상에작은어긋남이생기면서평범했던장면은어느순간낯선방향으로흘러가기시작한다.

아……근데이거좀이상하지않아?
뭐가?
모퉁이에네사람이서있어.한사람이걸어가서두번째사람의등을툭,치잖아.두번째사람이걸어가서세번째사람의등을툭,치고.세번째사람이걸어가서네번째사람의등을툭,치고.네번째사람이다음모퉁이까지걸어가서등을……근데거기에는,
네사람은문득걸음을멈추고서로를바라보았다.
……누가서있는거지?
_「당신의등뒤에서」

채식주의자연인과헤어진뒤육식에집착하다냉장고속고기의눈이자신을바라본다느끼고(「채식주의스캔들」),대학시절친구네명이함께했던게임이실은네사람만으로는성립할수없었음을깨닫고(「당신의등뒤에서」),남편을살해한여성이도시를떠돌며저지르는연쇄살인이어느새평범한기삿거리가되고(「리마이야기」),호텔에서실종된연인의머리통을존재할리없는객실에서발견한다(「호텔야화」).이처럼황당하고기이한사건들이일어나지만,이야기는좀처럼심각한쪽으로기울지않는다.이상한일을태연하게받아들이는인물들사이로,서늘한장면에뜻밖의웃음이끼어든다.

이와같은온도차가독특한서사를만든다.작가는불가해한상황을밀어붙이면서도그것을극적인사건으로과장하기보다인물들의삶속에자연스럽게끼워넣는다.죽음이나실종같은사건이벌어진뒤에도그들은각자의삶을이어가고,세계역시아무일없었다는듯돌아간다.오히려그태연한지속이사건의기이함을선명하게한다.이장욱의소설이남기는으스스함은바로그아무렇지않음에서생겨난다.

보이지않는존재를바라보기
우리가안다고믿는것너머에남겨진질문들

『호러는아니지만어쩐지』에서이장욱은쉽게설명할수없는존재를이야기의중심에놓는다.「형배씨를기억하시나요」에서는누구에게도제대로기억되지않는한사람을통해‘존재한다는것’의의미를되묻고,「해후」에서는죽음을앞둔아내의옛연인을찾아나선남편을통해사랑과기억의불확실성을들여다본다.한사람의존재는기억되는방식에따라달라지고,그기억이언제나실제모습과겹치는것도아니다.
한편「괴물과함께」에서는해안에나타난괴물이사람들의관심을끌며점점도시로다가온다.사회각계각층에서괴물을공격해야한다는주장과인류가맞이해야한다는목소리가팽팽히맞선다.그러나거대한괴물의등장에도개인의삶은멈추지않는다.이장욱은괴물을둘러싼거대한논란과그안에서이어지는개인의일상을나란히놓으며,하나의사건이사람마다어떻게다른모습으로경험되는지를보여준다.

밤이오고있었다.어둠이실내로밀려들어찬희가사다놓은작은벤저민화분에스며들고있었다.내머릿속으로엉뚱한생각이지나갔다.괴물에게도목적이라는것이있을까?존재의목적같은것?사랑의목적은?아마없겠지.없을거야.괴물은괴물이니까.목적따위가무슨상관이람.그냥존재하는것들이.
_「괴물과함께」

기억되지않는사람,진위를확인할수없는옛연인,수많은해석속에놓인괴물을따라가다보면,작가가관심을기울이는것은존재의본질을규정하는일보다그것을바라보는인간의인식임을알수있다.작가는쉽게설명되지않는대상을하나의의미로봉합하지않고,서로다른시선과해석이충돌하는자리에이야기를세운다.그과정에서독자는소설속존재를바라보던자신의시선까지돌아보게된다.무엇을기억하고,무엇을믿으며,무엇을지나치며살아가는가.이장욱의소설은그질문을기묘한이야기의형태로펼쳐보인다.

·작가(이장욱)의말

문학을하는일도그런것인지모르겠습니다.우리가살아가는세계의출발점자체를질문하고문제시하는것말입니다.당장무엇을어떻게하는데는별도움이되지않겠지만,우리가무심결에승인하는삶의전제라든가감각을다시느끼고생각하게만드는데는도움이될지도모릅니다.그렇다면문학이란물글씨로쓰인선박건조안내서라고도할수있지않을까요.또는,무인도를벗어나망망대해에서당신을만나려는노력이라고말입니다.


책속으로

「어느망명작가의참인생」
처음엔범상한소설을쓰다가극작가로전업한앨런리는평생두권의장편소설과세권의희곡집을남긴미국작가이다.미국작가라고는했으나실은혁명과내전에휘말린조국을떠나일찍이1세계로망명한작가였다.말년에그는어느글에서“이세계의진정한문학은지하철노선도이다”라고적은적이있다.물론어디선가본것같은이정의는아무에게도다시인용된적이없다.아마도그가영문학전공자들도잘모를만한무명이었다는게또다른이유였을것이다.
---p.39

「해후」
제주도남자가답했다.그건,선생님이어도마찬가지였을겁니다.그런순간에어떻게진실을말하겠습니까.이제와서라도진실을말씀드려야겠다고생각해서전화를드리는겁니다.고수씨는남자의말을참을성있게듣다가마지막으로한마디했다.아아,이전화는하지않는게좋았을것같군요.저는아내의소원을들어주지못한남자가되었습니다.
---p.85

「리마이야기」
어느덧리마의살인은이제신문구석의작은가십난에서만이따금다루어졌다.그나마도피해자의인적사항이나범죄경력이특이한경우에한해서였다.사흘에한명씩도시에서한남자가죽어가지만,이제아무도리마에대해서는이야기하지않게되었다.몇년이더지나자사람들은이정기적인죽음을어쩐지당연한것으로여기게되었다.
---p.125

「옛날야구는살아있다」
다행히동점은허용하지않은셈이지만이제2사만루.스코어는3대2.마지막타자는2017년의이대호였다.그는인터타임리그에만오면맹타를휘둘렀다.1987년팀의벤치에서타임을요청했다.투수교체였다.시우는벌떡일어섰다.나도시우를따라일어섰다.드디어‘그’가나왔기때문이다.1987년의마지막구원투수.역동적인투구폼에깨끗한직구와화려한커브를가진전설의투수.최동원이었다.
---p.140~141

「라무씨의사랑」
이언어의특징가운데가장흥미로운내용은다음과같다고그는덧붙였다.
“남녀의사랑도마찬가지입니다.모든사랑들은각각의고유한이름을갖고있습니다.라무씨는그래서사랑이라는단어가일반화될수있다는것을이해하지못한채사망했습니다.”
---p.148

「당신의무의식과대화하십시오」
꿈은무궁무진한에너지의보고입니다.무의식의삶을온전히이해할수있다면자아를온전히알수있을뿐만아니라우리가몰랐던잠재력을확인할수있게될것입니다.뇌를100퍼센트활용한다면누구나슈퍼맨이될수있다는식의허황한논리가아닙니다.우리는단지인간의삶을통합하고조화롭게유지하는것을목표로합니다.
---p.169

「지혜의,지혜에의한,지혜를위한잔혹동시」
그래도나는알고있었어요.
사람들은모두들조금씩다르고
사람들은모두들조금씩닮아가고
사람들은모두들조금씩
자기자신에게서멀어진다는것을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