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10.75
저자

사노요코

일본의작가,에세이스트,그림책작가.1938년중국의베이징에서7남매중장녀로태어나유년시절을보내고,전쟁이끝난후일본으로돌아왔다.어린시절어머니와의불화,병으로일찍죽은오빠에관한추억은작가의삶과창작에평생에걸쳐짙게영향을끼쳤다.무사시노미술대학디자인과를졸업하고백화점의홍보부에서디자이너로일했다.1967년유럽으로건너가독일베를린조형대학에서석판화를공부했...

목차

죽는게뭐라고
11돈과목숨을아끼지말거라
28비겁함이가장나쁘다
40끊임없는불꽃놀이
53성격이나쁜사람은자기성격이나쁘다는사실을모른다
64죽지않는사람은없다

77내가죽고내세계가?죽어도소란피우지말길

내가몰랐던것들
122아파서죽습니다
131호기심이란천박하다
144거기에는누구의이름도붙어있지않았다
158내년에피는벚꽃
168모두들일정한방향을향해미끄러져가는듯

179사노요코씨에대하여

197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암재발이후새롭게마주한삶
『사는게뭐라고』작가의외침“훌륭하게죽고싶다”

『100만번산고양이』『사는게뭐라고』의작가사노요코.삶에관한시크함을보여준그녀가암재발이후세상을뜨기두해전까지의기록을남겼다.『죽는게뭐라고』는사노요코가“돈과목숨을아끼지말거라”라는신념을지키며죽음을당연한수순이자삶의일부로겸허히받아들이는모습을담고있다.이책을이루는산문들과대담,작가세키카와나쓰오의회고록에도이러한태도가고스란히녹아있다.사노요코는시종일관“죽는건아무렇지도않다”라고초연한목소리로말한다.

누가죽든세계는곤란해지지않아요.
그러니죽는다는것에대해그렇게요란스럽게생각할필요는없어요.
내가죽으면내세계도죽겠지만,우주가소멸하는건아니니까요.
그렇게소란피우지말았으면해요.
-119쪽

신경과클리닉이사장히라이다쓰오는이런태도가“작가라는직업때문인지‘인생이란,나자신이란무엇인가?죽음이란무엇인가’등에대해스스로잘정리해둔덕분”이라고말한다.그러나이렇게철저했던사노요코도어찌할수없는부분이있었으니바로통증이다.

죽는건아무렇지도않지만아픈건싫다.
아픈건무섭다.
멍해진머리로침을흘려도상관없으니아픈것만은피하고싶다.
-72쪽

결국그녀는비싼돈을지불하고호스피스에들어가기도한다.그곳에서자신처럼세상사와고통을피해도망온사람,하루가다르게죽음을향해미끄러져가는사람,그들의가족을만난다.이책에서작가는전작『사는게뭐라고』와다르게자기자신과지인의사적관계를넘어생면부지의타자들과만나고그들의소멸도가까이에서지켜보게된다.

사라져버린것이다.
나의작은우주에서.
언어로는표현할수없었지만,
그감정은소중한물건이영원히사라졌다는사실을
받아들여야만한다는걸깨닫는쓸쓸함이었다.
대화를나눈적도없고나와아무런관계도없는사람이,
이제는결코투명한모습으로고요히내앞을스쳐갈일이없어진것이다.
-152~153쪽

호스피스에입원한사노요코는다소객관적인거리에서죽음을관찰하게된다.그건너무멀지도비통에젖을만큼가깝지도않은이(2.5인칭)의시선이다.어느순간부터그녀는투정을부리지도않고화를내지도않게된다.다만쓸쓸함을느낀다.이순간우리는“훌륭하게죽고싶다”는사노요코의개인적인바람이보편적인죽음준비교육의일환으로확장되는모습을보게된다.또한작가가자신이아닌타자의소멸에애틋한마음을술회하는모습에서,사람은역시다른사람에의해서만인간성을회복한다는깨달음도얻게된다.

신랄하고박력있는목소리
생의끝자락에서한껏예리해진투덜거림

전작과마찬가지로『죽는게뭐라고』에서도사노요코특유의명언들을쉽게찾아볼수있다.

나역시가장소중한건돈으로살수없다고생각한다.(40쪽)
인간에게언어란매우중요하다.언어만이인간을증명한다고도할수있다.(50쪽)
사람은제각각이다.그렇다,사람은제각각이다.(55쪽)
내가생각하기로사람은집에서죽어야한다.(70쪽)
자연은그어떤경우에도실패해서찢어버리고싶은그림처럼되는법이없다.(151쪽)
묻지않아도시간이흐르면알게된다.(174쪽)

생의끝자락에서선작가에게는단조로운일상조차낯선이미지로다가오게마련이다.이책에서사노요코는무심코지나치기쉬운대화나사소한현상에대해서도예리한사유를발휘한다.그것은자신의처지에얽힌불만이나신경질일때가많지만우리가무감하게받아들이던삶의의문들과얽혀있기도하다.그래서사노요코의투덜거림은더이상의식하지도못할만큼일상성에파묻힌모순을들추어내는역할을하기도한다.

동물들은고독을견디는강인하고도적막한눈을지니고있다.
그러나언어를사용하는동물은고독한눈을잃어버렸다.
그런눈은온갖욕망을표현하는도구로전락하여탐욕스럽게번들거린다.
우리인간은숙명적으로그렇게변해버렸다.
-50쪽

죽지않는사람은없다
그러나죽을때까지는살아있다

사노요코는어린시절부터죽음에익숙했다.그녀는세살일때태어난지33일된남동생이쌍코피를흘리며죽는걸목격했고,여덟살에는아들처럼보살피던네살난동생이주인없는무덤에묻히는것을무덤덤하게지켜보았다.그때는그게뭔지몰랐다.이듬해일심동체와같던오빠가죽어버렸을때에야사노요코는처음으로죽음을실감하며울었다.일생을통틀어“가장큰상실감”을느꼈다.이후그녀는“분할때만우는사람이되어버렸다.”또한“죽을때까지어떤마음으로살아야할지모르”는사람이되어버렸다.어린시절에목격한죽음들이남아있는삶에끊임없이의문을던지게만든것이다.그런사노요코가더는피할수없게된제몫의죽음앞에서새삼발견하게된풍경은어떤것이었을까.

내가죽더라도아무일도없었던양잡초가자라고
작은꽃이피며비가오고태양이빛날것이다.
갓난아기가태어나고양로원에서아흔넷의미라같은노인이죽는매일매일.
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이세상이아름답다고생각하며죽고싶다.
똥에진흙을섞은듯거무죽죽하고독충같은내가그런생각을한다.
-157쪽

사람은죽을때까지는살아있다.
-175쪽

이책에서사노요코는결코살고싶다고말하지않는다.자족적으로삶을반추하거나아쉬움없이살라고함부로충고하지도않는다.죽을때까지는살아있으므로그저남은동안제대로살고(죽고)싶다고말한다.이예의바른초연함.암이라는고통으로앎을얻은이의너그러운포용.이처럼『죽는게뭐라고』에서사노요코는자신이느낀삶에대한경의를가감없이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