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만한 당신 (함께 있어 든든했던,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함께 가만한 당신 (함께 있어 든든했던,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16.97
Description
함께 있어 든든했던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
『함께 가만한 당신』은 우리를 뜨겁게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를 담아낸 전작 《가만한 당신》에 이은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전작의 인물들과 비슷한 결을 띠지만 분야가 조금 더 두드러지거나, 조금 더 통쾌한 삶이거나, 조금 더 대중에 익숙한 인물 서른다섯 명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열띤 삶 뒤에 소소한 면면, 그 ‘맵시’까지 담아냈다.

‘동물권’의 수호자로 야생동물 복지시설 ‘티기윙클스’를 설립한 레스 스토커, 힐튼호텔 창립자 콘래드 힐튼과 자자 가보의 딸로 홈리스인 채 숨졌으나 자기 삶을 스탠딩코미디로 승화했던 프란체스카 힐튼, 귀족에 대한 통념을 비웃고 여든 넘어 새 결혼을 할 만큼 자신에게 충실했던 알바 여공작 등, 세상을 더 살 만하고 즐겁게 만든 인물들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저자는 그들의 덜 알려진 삶을 애정을 담아, 영웅주의로 쉽게 재단하지 않고, 그 삶의 결대로 곱씹는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데는 투지와 저항 말고도 여러 수단과 방식이 있음을 알려준 사람들. 그럼에도 큰 영예와 주목을 누리지 않고 사라져간 사람들. 저자는 이들의 삶을 급히 지나치지 않고, 인생의 순간순간에 있었을 체념과 오기, 안도와 웃음까지 느리고 깊은 눈길로 들여다본다.
부고란 한 사람이 일구었던 고유한 세계, 다시없을 그 세계를 닫는 글이다. 따라서 이 책은 쉽게 휘발될 추측과 판단과 미사여구를 보내기보다는 당사자가 살아온 길을 그 결대로 섬세하게 짚어나가려 한다. 영웅보다는 진솔한 인간으로 남길 원했던, 그러기 위해 끝까지 무기력하지 않았던 서른다섯 명의 삶을 가장 존중 어린 방식으로 돌아보고자 한다.
저자

최윤필

저자최윤필은1967년경상남도진주에서이성애자사내아이로태어나진주고등학교를거쳐1985년서울대사회학과에입학했다.방위병으로군복무를마친뒤1992년《한국일보》에입사했다.요컨대나는국적·지역·성·젠더·학력차별의양지에살았다.
편집부,사회부,경제부,문화부,기획취재부등을거쳐지금은《한국일보》선임기자로일하며,매주약원고지60매분량의글을쓴다.누릴것다누리고이렇다하게한일도없다는자각에머뭇거려질때가많지만,그건시민으로서나기자로서치명적인문제지만,나는노력중이다.
지은책으로『가만한당신』『어느날나는바깥으로들어갔다』『겹겹의공간들』이있다.

목차

발문ㅣ김탁환

동물권수호자-레스스토커
어떤야생동물도외롭지않도록

위엄있는침묵-발레리스토리
40여년을고수한A6살인의진실

고독한선택-피터오언
영국독립출판의지조

형제는용감했다-대니얼베리건·필립베리건
베트남전쟁을반대한형제신부

끼어있는주체-미셸클리프
인종·성·민족차별의교차로에서

언브로큰-루이스잠페리니
2000마일의표류와전쟁포로끝에집으로

관타나모의인권운동가-마이클래트너
미국의야만을고발하다

늦지않은페미니즘-브누아트그루
누구보다열정적인쉰두살의페미니스트선언

허리케인카터-루빈카터
누명과함께한49년의지옥,28년의천국

상식의판사-아이라하커비
행복한남의집살이를위하여

루저들의변호사-마이런벨덕
정의는저절로솟구치지않는다

삶은코미디-프란체스카힐튼
비운을웃음으로승화한힐튼가의비상속녀

천상의음색-지미스콧
병이만든목소리로,삶을담아서

통념은가라-알바여공작
주눅들지않는,자신에게충실한삶

돌보기를금처럼-게리달
쓸모없음의쓸모있음

협상너머무지개-펠릭스데니스
공허함을조롱한《맥심》발행인

카투니스트시인-찰스바소티
간결한선과여백으로그린진실

공감과존중의다이어트-진나이데치
‘몸무게감시자들’을설립한전비만녀

생물학자에서성과학자로-마틴콜
모두의고루하지않은성을위하여

현재뿐인관계-수잰코킨
기억장애환자를사랑한뇌과학자

작은정당큰정치-마르코판넬라
나이아가라폭포처럼격한헌신

세속의사제-페르난도카르데날
빈민곁을지킨니카라과의종교적양심

봄의운동가-루드비크바출리크
프라하의겨울을냉소한지하출판인

커피처럼진한책-앨런콘블럼
미국독립출판의정신적보루

추리소설의첫장-P.D.제임스
마흔넘어데뷔한‘추리의여제’

닳지않는표지-폴베이컨
작품의경지로끌어올린표지

데이터는알고있다-데이비드맬컴라우프
굳은지층을깨고나온고생물학자

나노미터에서우주까지-해리크로토
세상을넓힌탄소화합물의발견자

장난처럼즐겁게-로버트‘밥’페인
생태계에뛰어든현장의생태학자

도그타운의제왕-제이애덤스
삶을즐기고간100퍼센트스케이트보더

상상력의여백-이와타사토루
닌텐도를이끈게임광

땅과말하는자-패트릭화이트필드
자연에의한,자연을위한,자연과의농업

진실이중요하다-한스몸젠
의도주의보다는사실을추구한역사학자

학문을넘어서-셸던월린
기술보다가치를지향하는정치철학

의지의조동사-가이캐러원
‘우리’와‘승리’의포크송

미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가만한당신』에이은『함께가만한당신』
기록과증언을넘어‘맵시’까지담으려는부고


『함께가만한당신』은전작인『가만한당신』에이은책이다.각자의자리에서치열하게살다조용히떠난,그러나거대한동공처럼큰빈자리를남긴서른다섯명의삶을담담하게써내린부고.한국일보선임기자인저자는지금우리가상식으로여기는가치들을일구려고노력했던사람들,그러나떠난뒤기억에서사라져“잔물결도일지않을것같은이들”을편파적으로주목했다.그들의덜알려진삶을애정을담아,영웅주의로쉽게재단하지않고,그삶의결대로곱씹는다.억압과불평등과편견에맞섰던삶또는자유와해방을추구했던삶의복잡다단한맥락과질감이선명하다.저자는열띤삶뒤에큰영예와주목을누리지않고사라져간인물들을오래기억하기위해그들의소소한면면,그‘맵시’까지담으려노력했다.

서른다섯명으로인해누군가는힘을얻고누군가는위로받고누군가는낭떠러지까지갔던발걸음을되돌릴것이다.한사람의아름다움을전하는것은다른한사람의영혼을살리는일이다.『함께가만한당신』의저자는바로이일에용맹정진하고있다.(…)학자나작가라면저서나작품을통해사상과개성을가늠할수는있으리라.그러나그의걸음걸이나잠버릇혹은즐기는달빛의세기와술잔의크기는파악하기어렵다.『함께가만한당신』을읽고있노라면,나는저자의눈길이자꾸그어려운사소함들로향하는것같아흥미진진하다.남겨진기록과증언을넘어한인간의맵시까지담으려는걸까.죽음이만든불가능에도전하는글쓰기는하루를가꾸며영원을바라본자의눈망울처럼맑고아득하다.
-김탁환(소설가)

『함께가만한당신』에수록한서른다섯명은전작의인물들과비슷한결을띠지만이번에는분야가조금더두드러지거나,조금더통쾌한삶이거나,조금더대중에익숙한인물들이더해졌다.‘동물권’의수호자로야생동물복지시설‘티기윙클스’를설립한레스스토커,잡지《맥심》의발행인으로여러매체를거느리다전재산을숲재단에기부하고떠난펠릭스데니스,힐튼호텔창립자콘래드힐튼과자자가보의딸로홈리스인채숨졌으나자기삶을스탠딩코미디로승화했던프란체스카힐튼,귀족에대한통념을비웃고여든넘어새결혼을할만큼자신에게충실했던알바여공작,애완돌‘펫록’을대유행시켜웃음을주고무용함의유용함을돌아보게만든게리달등,다른지면들에서가십처럼다루어지기도했지만분명세상을더살만하고즐겁게만든인물들이책곳곳에포진해있다.세상을바꿔나가는데는투지와저항말고도여러수단과방식이있음을알려준사람들.저자는이들의삶을급히지나치지않고,인생의순간순간에있었을체념과오기,안도와웃음까지느리고깊은눈길로들여다보려고노력했다.

편견,차별,억압,소외,쉽지않은삶에
함께있어든든했던사람들


『함께가만한당신』이다루는건드러나지않아조용하고은은했던인물들의완결된삶이다.살았을때보다난자리가크고,모르고지냈어도돌아보면동료이자친구같았던사람들이저마다의영역에서‘같은목적’을위해치열하게살았던흔적들을좇는다.진실이중요하고상식이바탕에깔린,인간다운삶을사는것.예컨대억울한사람을사형대에보냈다고비난받았으나40여년만에진실을인정받은강간살인미수피해자발레리스토리,시골의사처럼송사를가리지않고빈민곁에서권력기관과싸운‘루저들의변호사’마이런벨덕,“사제니까현실에등돌릴수없다”라며독재에저항하고빈민구제에몸바친신부페르난도카르데날같은인물들이삶을바쳐지키려던것이그런삶이었다.

2013년,84세의벨덕은암진단을받았다.당시그는열여섯살소녀를유괴살해한혐의로1992년체포돼실형을선고받은에버턴웩스태프의무료변론을준비하던참이었다.사건당시스물세살이던웩스태프는제대로읽고쓸줄도몰랐지만감옥에서혼자글을익히고법을독학해직접재심청구서류를작성할만큼죽을힘다해자신의무죄를주장했고,가석방기회조차죄를인정하는꼴이라며거부한채각계에탄원서를썼다.거기응답한이가벨덕이었고,뉴욕의공익법률단체들을설득해그의변론에가세토록한것도벨덕이었다.벨덕은공판을앞두고정신이혼미해지지않도록항암진통제까지끊은채재판에매달렸다.2014년9월항소법원은경찰과핵심증인이거짓말을했다는정황증거를검찰이감춘사실을들어원심판결을기각했다.
-122쪽,「루저들의변호사」

이밖에도『함께가만한당신』에는그자신이힘겹게누명에서풀려나오심변호협회의창립멤버가된권투선수‘허리케인’카터,인권사각지대인관타나모수용소와미국의야만을폭로한인권운동가마이클래트너,이윤과거리가먼고집스러운출판으로출판업의본령과지조를지킨피터오언등때로는낯설고때로는익숙한인물들의삶이담겨있다.사회운동,정치,종교,출판,학문,예술등저마다분야는다르지만함께있어든든했던사람들이우리곁에있었음을이책은말한다.

적의전투원은기소나재판절차없이무한정구금될수있고,국제법과미국헌법이보장한변호사선임권등어떤권리와법익도누릴수없었다.전쟁포로가아니기때문에유엔제네바협약(고문금지등)의보호도받을수없고,가족에게소재와생사조차알릴수없었다.그들이수감된곳이법과인권의블랙홀이라불리는쿠바관타나모미해군기지수감시설이다.아프가니스탄고아를돕는단체로위장한알카에다지원단체에후원금을낸스위스의노파도,알카에다요원의아들에게영어를가르쳐준청년도,취재원을보호하기위해알카에다요원의소재를밝히지않는기자도적전투원으로분류될수있고당연히관타나모에수감될수있다.(…)관타나모의야만,미국의야만을폭로하고수감자들의인권과헌법적권리를되찾는데결정적으로기여한인권단체헌법적권리센터의의장마이클래트너가2016년5월11일별세했다.
-77~78쪽,「관타나모의인권운동가」

결론내지않는긴부고
타인의삶을돌아보는가장존중어린방식


누군가의삶을쉽게요약하려면그를영웅으로만들면된다.하지만그러면정작그의삶보다그삶을대하는이의편견또는욕망이앞서기쉽다.부고란한사람이일구었던고유한세계,다시없을그세계를닫는글이고,그래서존중이라는문법이필요하다.함부로결론내지않고당사자가살아온길을그결대로더듬어보는것.『함께가만한당신』은서른다섯명의삶을느린호흡으로,쉽게휘발될추측과판단과미사여구를보내기보다는있는대로섬세하게짚어나가려한다.누군가의삶이큰울림을준다면그것은그가무결점인삶을살았기때문이아니라,결점을딛고서더나은사람이되려는노력을멈추지않았기때문임을,진정한‘영웅성’은인생의단면이아니라과정에서드러나는것임을이야기한다.이책에수록된서른다섯개의긴부고가좇는것은,영웅보다는진솔한인간으로남길원했던,그러기위해끝까지무기력하지않았던그비범함이다.

“삶의원칙은돈과직장생활의매트릭스속으로사라졌다.”(…)하지만그는“그래도우리는‘오늘’을잃었을뿐모든걸잃지는않았다”라고,“40주년을기념하는까닭도지금우리가여기아직살아있기때문”이라고말했다.“선은,뭔가이루기위해서가아니라그자체가선이기에좇을가치가있다.(…)성경이선의결실을보장해주지는않는다.나는오직내가믿는바선을능력껏,조심스럽게,비폭력적으로실천하는것에만마음을썼고,그마음이시키는대로살아왔다.”
-55쪽,「형제는용감했다」

문고본《번외편》동시출간
일곱명의‘그늘을남기고간사람들’


『함께가만한당신』과함께《번외편》도출간되었다.해석이분분한삶을산사람들,그래서완벽한비난도완벽한지지도보낼수없기에본편에싣지못한일곱사람을따로묶었다.킬링필드의학살자로말년에치매에걸려제과오를머리에서지우고간이엥티릿,폭군과애국자로의견이갈리는군인정치가보이치에흐야루젤스키,순수한호기심으로마약을연구한‘엑스터시의대부’알렉산더슐긴,전쟁과도덕사이에서히로시마원폭투하임무를수행한테오도어반커크,전과누범의범죄자로무용담을팔아엔터테이너로변신한프랭키프레이저,인종혐오를조장한극우인종주의전도사윌리스카토,그리고매너와교양을갖춘거물마약상하워드마크스.이렇게일곱명을수록한《번외편》은112쪽의문고본비매품이다.

-책속으로추가-

프랑스페미니스트작가브누아트그루가저압도적인페미니스트를발굴해‘올랭프드구주가있었다’라는선언적제목을단책을낸건1986년이었다.구주가쓴정치문건들을모으고그의생애를복원해소개한,책의전문前文격인70여쪽의글에서그루는구주를“성차별주의가인종차별주의의한변종임을이해한최초의페미니스트”라며“그(들)가잊힌것은오직여자였기때문”이라고썼다.(…)2000년『그녀뜻대로되게하소서』개정판서문에그는“성평등의역사는퇴보하지않을것이라는환상을품은이들이있다면나는여성의권리만큼위태로운것도없다는말을해주고싶다.(…)알제리,이란,아프가니스탄등등자유의첫과실을맛본숱한여성들이침묵의베일뒤에서하룻밤사이에그과실을잃어버렸다는사실을우리는알아야한다”라고썼다.1997년쓰고2008년개정판을낸자서전『나의탈출MonEvasion』에서그는“자유란저절로주어지는게아니라매일매일고통스럽게배워야할무엇이다.나는내가받은교육이주도면밀하게감추었던롤모델,다른여성이필요했다”라고썼다.그게울프였고,보부아르였고,누구보다먼저올랭프드구주였다.
-88~94쪽

미국의내로라하는인권변호사들과달리,그가처음부터특별한사명감이나소명의식을가졌던것같지는않다.로펌동료변호사조너선무어는벨덕을“이시대의마지막위대한제너럴리스트(…)대도시에개업한진짜소읍변호사”라고요약했다.동네사람온갖아픈데를도맡아진료하던옛날의사들처럼그는민사든형사든파산이든이혼이든안가리고맡았다는거였다.수임사건대부분은사소하고잡다한일상의송사거나술자리난투극같은형사사건들이었다.그런데우연인지필연인지그의의뢰인들은고용주나국가기관을상대해야했던빈민혹은흑인이많았다.‘루저들의변호사’라는소문이난뒤로는이미졌거나승산이없는,돈없고희망없는이들이그를찾아오곤했다.2014년《뉴욕타임스》인터뷰에서그는인권변호사라는영예가버거운듯“내가불의를바로잡고우리사회의사법정의시스템을개선하고자했던것은맞지만기본적으로나는어떤사건이든닥치는대로맡아했을뿐”이라고,“나는시대의산물”이라고말했다.약자의법인권이지금보다더취약하던시절이었다.그는질까봐지레위축되지도,졌다고쉽게돌아서지도,돈없다고냉큼외면하지도않고말그대로“닥치는대로”맡았고,더러이겼다.2004년공권력남용소송을맡아고전끝에뉴욕경찰을상대로승리한그를《뉴욕타임스》는“이상주의적기질의,물고늘어지기의영웅”이라고소개했다.
-116~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