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번역자들 (아를, 번역 그리고 번역자 이야기)

사라지는 번역자들 (아를, 번역 그리고 번역자 이야기)

$14.00
Description
30년 가까이 번역자로 살아온 이의 고뇌와 작업의식을 녹여낸 책.
30년 가까이 프랑스와 영미 문학을 전업으로 번역해온 김남주가 전작으로 쓴 첫 산문집 『사라지는 번역자들』. 이 책은 번역자 김남주가 프랑스 아를의 번역자회관에서 지내는 동안 유럽, 남미,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번역자들과 나눈 좋은 번역과 번역자로서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직역과 의역, 중역에 관한 심도 있는 공론을 나누는 동시에 번역의 윤리와 한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찰한다.

번역자회관에서 머무르는 기간뿐 아니라 번역자로 살아온 내내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해온 저자 김남주는 과연 ‘번역자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찬사가 번역이 번역 같지 않다는 것’인지 자문했고, ‘작품을 재구성하는 데 아무리 적극적이었다 해도 결국 투명한 필터가 되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 번역자의 마땅한 숙명인지 고민했다. 이렇듯 번역자로서 살아온 이의 고뇌와 작업의식을 이 책안에 여실하게 녹여낸 저자는 사라지는, 그러나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번역자로서의 삶을 오롯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이 책을 쓴 김남주는 아멜리 노통브와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요작들을 옮기고 알린 번역자다. 1988년 문학 번역을 시작한 이래 알베르 카뮈와 장 그르니에, 프랑수아즈 사강, 로맹 가리 등 유수한 고전뿐 아니라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작가의 작품들까지 고루 번역하며 그 과정에서 단순히 의미만을 옮기는 번역이 아닌, 번역할 수 없는 언어마저 번역해내는 지점에 몰두했다.
저자

김남주

저자김남주는1960년서울에서태어나자아를의식할무렵사르트르와카뮈,랭보를통해프랑스문학과만났다.1984년이화여대불문과를졸업하고1988년번역을시작해그동안주로프랑스현대문학을우리말로번역했다.옮긴책으로로맹가리의『여자의빛』『솔로몬왕의고뇌』『가면의생』『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야스미나레자의『행복해서행복한사람들』『함머클라비어』,프랑수아즈사강의『브람스를좋아하세요...』,프레드바르가스의『4의비밀』,장그르니에와알베르카뮈의작품그리고영국작가가즈오이시구로의작품등이있다.2013년첫책『나의프랑스식서재』를펴내면서이제부터의삶이될글쓰기를시작했다.

목차

들어가면서 아를,번역그리고번역자들9

바스나 다시,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22
이삭과레베카 마법의생강즙한숟가락36
후안과디아나 그시간은어디로갔을까48
아날리나 아를의햇빛처럼눈부신웃음62
아나와안톤 여왕의속옷과노년의스토킹78
그레고르 아침은커피,점심은맥주,저녁은포도주88
낸시휴스턴 새들에게자유를,침묵에경의를98
아마르 몽셰르아봉다망104
레카와티보르 바벨피시와함께라면118
아고타 기분좋은피로,가벼운취기,황금같은침묵126
제르멘 “왜그누구도아닌이한사람인가?”134
안제이 뜨거운찻잔속에넣은갈륨숟가락처럼144
쉬잔 장벽은무너져도여전히공산주의자150
크리스토프 차한잔하는게좋겠다,브뤼셀에가면160
카라바조 번역자와천사를한화폭에그리다176
밀루틴카다레 정치적인이유,그거아니면뭐겠어186
타티아나 단발과저음의안나카레니나196
지타 번역자의푸른요리책210

나오면서 백개의계곡,천개의추억223

출판사 서평

출발언어와도착언어사이에서
번역자김남주의아를과번역이야기


『사라지는번역자들』은30년가까이프랑스와영미문학을전업으로번역해온김남주가전작으로쓴첫산문집이다.프랑스아를의번역자회관에서지내는동안유럽,남미,아시아각지에서모인번역자들과나눈‘좋은’번역과번역자로서의태도에관한이야기를두루담고있다.이책에서저자는직역과의역,중역에관한심도있는공론을나누고번역의윤리와한계에대해서도신중히고찰한다.세계곳곳에서온번역자들이만든특색있는요리와소소한파티,나들이를즐기는와중에도어느덧삶의일부가아닌전부로자리잡은번역의목적과방향성에대해고민하기를멈추지않는다.

조르주무냉에의하면번역은“유리가있다는것을즉각알수있는직역”곧‘채색유리’와“유리가없다고착각할정도로완전히투명해진”‘투명유리’로나뉜다.투명유리는원문이들여다보일정도로대응에충실한직역이라는의미가아니라유리가있다는사실조차망각할정도로새롭게번역한의역을말한다.채색유리든투명유리든번역자는유리가되어야한다.저자앞으로나설수없고텍스트를넘어설수없다.그렇다면어떻게유리가되어야할까?어떻게사라져야옳은가?
-10~11쪽

“문학이라는신비롭고기이한제도”속에서오랜시간번역에복무해온저자에게아를의번역자회관은새로운논쟁과고민,풍성한교류와고독을동시에가능하게하는이상적인공간이다.저자는이곳에서만난이들과함께번역에관한사유를자유롭게나누며자기만의방식을확립하고자끊임없이노력한다.번역의위치와남은가능성을모색하고매번맞닥뜨리는필연적인실패에도절망하지않는다.그러므로이책『사라지는번역자들』에는번역자로서살아간다는것,삶의한방식으로서의번역에관한다채로운해석과감회가고스란히담겨있다.

불가능한번역의가능성
언어의기원을통해형식을넘어서다


번역자김남주는아멜리노통브와가즈오이시구로의주요작들을옮기고알린번역자다.1988년문학번역을시작한이래로알베르카뮈와장그르니에,프랑수아즈사강,로맹가리,야스미나레자등유수한고전뿐아니라현재왕성히활동중인작가의작품들까지고루번역해왔다.그과정에서저자는단순히의미만을옮기는번역이아니라번역할수없는언어마저번역해내는지점에몰두했다.발터베냐민에따르면바벨탑이후의언어에는“언제나번역되지못한채남아있는것”들이있으며“번역은본질적언어의문제,단순히원본을충실히복제하는것이아니라전달할수없는것,숨겨진것을향하는것과관련”되어있기때문이다.

각각의텍스트는특유의음과색채,움직임,분위기를갖고있다.구체적이고자구적인의미외에도덜명백한의미를갖게되는데,바로이의미가우리안에저자가원한인상을불러일으킨다.번역자가전달해야하는것은바로이의미다.그런데의미를번역할수있다해도단어와단어사이의그매력적인모호함을문장안에어떻게살릴것인가.
-167쪽

이러한저자의관심은언어의기원에가닿는다.발레리라르보에따르면“문학적으로언어를다루는문제일경우,어원을알아차리고어원에주의할수있는사람이어원을모르는사람보다,나아가어원을알면서도그것을무시하고그로인해귀중한자원과즐거움을스스로포기하는사람보다우월한입장”에놓이기때문이다.그래서저자는번역을‘제대로’하기위해라틴어를공부하기도하며,뛰어난번역자와철학자들의저서를통해‘자신의번역’을정립해나간다.또한문학작품이가져다주는은밀한시적환기를누리기위해서는저자와역자뿐아니라독자스스로도능력을갈고닦아야한다고믿는다.

중세때에는지금의‘번역’에해당되는‘translation’이라는단어가성자의유물을한성지에서다른성지로옮기는걸의미했다고해.유물이있는장소가달라질뿐유물자체를바꾸는게아니라는거지.그러니까어원적으로파악하자면번역은원전을이쪽에서저쪽으로옮겨야하는거야.거기묻은땀냄새나핏자국까지말이지.한편현대번역학의시조로꼽히는로만야콥슨은언어를기호로파악했어.그러니까그가말하는번역이란일종의대안기호였던셈이지.어떤경우든간단한일이아니야.그가말하는언어내의번역,언어간의번역그리고기호간의번역모두형식안에담겨있으면서형식을넘어서니까.
-169쪽

사라지는,
그러나사라지지않는번역자들


저자김남주는아를의번역자회관에서머무는기간뿐아니라번역자로살아온내내자신의위치에대해고민했다.과연“번역자가받을수있는최상의찬사가번역이번역같지않다는것”인지자문했고“작품을재구성하는데아무리적극적이었다해도결국‘투명한필터’가되어사라져야”만하는것이번역자의마땅한숙명인지고심했다.그런저자가아를에서번역자로서의삶을돌아보던중선너머로한걸음내딛는계기를마주하게된다.

다시조르주무냉을불러오자면,번역자가‘채색유리’로문장속에끼워져있는가,유창한가독성을위해‘투명유리’처럼눈에보이지않는가하는것은엄밀히말해본질적인‘윤리’의문제가아니다.다시말하자면두종류의유리모두윤리적일수있다.로런스베누티는번역자의자리에대해말하면서이렇게묻는다.“투명한필터정도로밖에인식되지못하는번역자가어떻게도착언어로원본을재구성하는가.”그러니까베누티에의하면번역자는결코사라져서는안될존재다.
-132쪽

저자는번역자가의식적으로자신을드러내려하지않아도번역에사용하는언어,즉도착어에대한선택권을지닌한자신도모르게스스로를드러낸다는사실을깨닫는다.즉이국어에담긴문화와정체성을이해하고출발어와도착어의차이를인지하는상태에서자신이올바르다고믿는단어를선택하는한번역자는사라지지않을수있다고말이다.또한그것이번역자로서마땅히지니고있어야할태도이자윤리임을되새김한다.

그누구보다너자신을믿어야해.너는그책에대해저자만큼잘아는,그책의번역자야.
-133쪽

이처럼『사라지는번역자들』에는30년가까이번역자로서살아온이의고뇌와직업의식이여실하게녹아있다.사라지는,그러나한번도사라진적없는번역자로서의삶을저자는이책『사라지는번역자들』에처음으로,오롯이자신만의언어로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