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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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단 한 편의 영화만을 남기고 사라진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연대기!
1950년대,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영화판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악전고투했던 영화감독이 있다.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영화 제작에 들어가 등에 갓난아기를 업은 채 한 손엔 카메라 한 손엔 기저귀 가방을 들고 ‘레디고’를 외친, 아침마다 장을 봐 스태프 밥을 지어 먹인, 치맛단이 해어지는 줄도 모르며 녹음실 계단을 오르내린,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아이를 업고 팔도를 돌아다닌 감독.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이다.

단 한 편의 영화 《미망인》을 남기고 사라진 후 1997년까지 모두에게 잊혀졌던 그녀가 다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서울여성영화제가 그의 존재를 추적해 《미망인》을 재개봉하면서부터다. 그 후 임순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에서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는 모습이 공개됐지만 그의 삶과 예술은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었고, 2017년 4월 LA에서 아흔다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박남옥 감독이 1999년에서 2002년까지 여든을 즈음하여 약 3년에 걸쳐 쓴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쓴 자필 원고를 딸인 이경주가 매일 밤 컴퓨터로 옮겨 저장해두었다가 올해 글의 순서와 사실 관계를 또 한 번 정리해 유년부터 노년까지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회고한다. 최초의 여성 감독이 남긴 한 시대의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사료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사람들을 웃게 또 울게 만드는 삶에 대한 단순하고도 진솔한 고백, 비범한 필력과 삶을 돌아보는 애수 짙은 시선은 한 편의 곡진한 문학작품에 가깝기도 하다.
한 편의 영화를 찍기 위해 박남옥 감독이 거친 고생이 담담히 펼쳐진 이 책을 통해 당대 영화계의 분위기와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책의 후반부부터는 박남옥 감독의 외동딸 이경주가 아기에서 아이가 되고 어른으로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딸 이경주가 작고한 어머니의 글을 정리하며 느낀 감회를 토로하는 에필로그는 흘러간 삶 면면을 그대로 들려준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의 추천사와 소설가이자 전 한국영상자료원장이었던 조선희의 서문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저자

박남옥

저자박남옥은한국최초의여성영화감독.1923년경상북도하양에서태어났다.경북여학교를졸업하고1943년이화여전가정과에입학했다가중퇴,대구로내려가<대구일일신문>기자로일하며영화평을썼다.광복후서울로올라와조선영화사광희동촬영소에들어가편집을배우며영화와본격적인연을맺었다.1953년극작가이보라와결혼하고이듬해딸이경주를낳았다.출산직후남편이쓴시나리오를바탕으로16mm흑백영화<미망인>을촬영했다.1960년도쿄에서열린제7회아시아영화제에참가했다.동아출판사관리과에서일하다80년대에미국LA로정식이민을떠났다.
1997년제1회서울여성영화제가<미망인>을상영하여우리나라최초의여성영화감독인그의존재가널리알려졌다.2001년여성영화인모임이미국에서그를인터뷰하고다큐멘터리<아름다운생존>에그의모습을담았다.2008년여성영화인에게수여하는상인‘박남옥상’이제정되었다.2017년4월,95세의나이로미국에서타계했다.

목차

서문최초의여성영화감독분투기_조선희

어린시절1923~1942
이화여전1943~1950
한국전쟁1950~1953
영화계1954~1957
동아출판사1957~1980
미국에서의여생1980~2002

발문나의어머니,박남옥_이경주

출판사 서평

한손엔카메라,한손엔기저귀가방
아이를업고레디고를외쳤던한국최초의여성영화감독이야기


32세.아이를출산하자마자영화제작에들어간감독이있다.등에갓난아기를업은채한손엔카메라한손엔기저귀가방을들고매일레디고를외친,아침마다장을봐스태프밥을지어먹인,치맛단이해어지는줄도모르며녹음실계단을오르내린,영화를배급하기위해아이를업고팔도를돌아다닌감독.바로한국최초의여성영화감독‘박남옥’의이야기다.
‘최초’는사람들에게기억되기쉽다는특점이있지만,‘최초의여성’까지사람들이기억해주는지는알수없다.단한편의영화<미망인>을남기고사라진이최초의여성영화감독은,1997년까지그존재가잊혔다가서울여성영화제가그의존재를추적해<미망인>을재개봉하며대중에게이름을알렸다.그후임순례감독의다큐멘터리<아름다운생존>에서의인터뷰를통해미국에서여생을보내는그의모습이공개됐지만관심은잠시였고,그의삶과예술은제대로알려진것이없었다.그는올해2017년4월LA에서아흔다섯의나이로생을마감했다.
이책『박남옥』은박남옥감독이자신의인생을반추하며쓴자필원고를그딸이경주가매일밤컴퓨터로옮겨저장해두었다가올해글의순서와사실관계를또한번정리해세상에내보인것이다.당대영화계의분위기와사회상을구체적으로알수있다는점에서한국영화사와현대사의소중한사료이나,비범한필력과삶을돌아보는애수짙은시선은한편의곡진한문학작품에가깝기도하다.명필름의심재명대표가추천사를쓰고,소설가이자전한국영상자료원장이었던조선희가서문을썼다.
마음산책은‘우리여성의앞걸음’이란카테고리아래앞으로각계각층여성의인생사와목소리를기록으로남길예정이다.한국최초의여성영화감독박남옥이직접인생을회고하며쓴『박남옥』과한국최초의패션디자이너노라노의평전,『노라노』가그첫걸음이다.

이자서전은지금우리로서는상상할수도없는,아무런인프라가없는1950년대영화판에서그야말로‘맨땅에헤딩’하며악전고투했던영화<미망인>의메이킹다큐다.또한동시에1930년대부터1970년대까지50년의한국현대사를투포환선수답게거침없이가로지르며질주하는씩씩하고도전적이고재능있는한여성의연대기다.
―조선희(소설가,전한국영상자료원장),「서문」에서

‘너무일찍영화계를방문해
시대적한계에등떠밀려사라졌던’


박남옥감독이1999년에서2002년까지여든을즈음하여약3년에걸쳐쓴이책은유년부터노년까지다사다난했던인생을회고한다.학창시절운동에재능이있어투포환선수로활약,3년연속한국기록을갱신한이야기부터이화여전가정과에들어갔다중퇴하고도쿄에미술유학을가겠다고밀항선을탔다가배가좌초하는바람에일본의수용소에있다가돌아오는이야기,신문사에취직해문화부에서영화평을쓰던이야기,영화촬영소에들어가본격적으로영화일을배우고영화계사람들과밤을지새며나눈추억,배우김신재를향한연모,그녀와의첫만남과우정,늦은결혼……등등이그녀의개인사라면,영화계가좌익과우익으로분열하던양상,한국전쟁으로인한가족의이산,폐허속에서동생들을수소문하는과정,4·19때다치고온동생을나무라는이야기,박정희대통령의각국순방을책으로만들던출판사재직시절이야기등은현대사그자체이기도하다.
한편1954년출산직후남편이보라의시나리오를바탕으로전쟁의미망인을다룬영화<미망인>을촬영,제작하는과정또한진진하다.매일장을봐십여명의스태프들밥을먹이는일에힘겨워하다하루중국음식을시키는날내심안도하고,자동차가지나가는장면을찍기위해종일기다리는가하면,다른이에게빌려준촬영기가돌아오지않아애를태우다직접아기를업고진주를향한다.인파를피해가덕도에서촬영을하다미끄러져다리를심하게다쳤으나아무에게도내색을못하고혼자앓은일화,한겨울빈집에서필름을편집하다아이가폐렴걸리기직전까지가병원을전전하는모습,녹음을해야하는데연초부터여자작품을녹음할수없다며박대당하는것까지이한편의영화를찍기위해박남옥감독이거친고생이담담히펼쳐진다.영화제작이끝나고나서야녹음실계단을오르내리느라갈가리해어진치마가눈에들어왔다는에피소드를통해무엇에홀린사람처럼영화를찍고전국을헤맸던박남옥감독의본인조차설명하기어려운열정을가늠해볼수있다.

영화가아무리좋고중요하다해도이렇게까지목숨건용사처럼투쟁해야하나.사람이하고싶은일을시작했으면끝을맺어야한다는것은지금도변치않는나의신념이지만,이때부터나는상처로인한중병을앓고있었던것같다.
171쪽

이렇게해서우리는,너무일찍영화계를방문했고마치‘1인군대’처럼분투하다가시대적한계에등떠밀려사라졌던한‘신여성’을만날수있었다.그리고그가세상을떠난이제,젊은엄마등에업혀있던아기가어른이되어그엄마,최초의여성영화감독박남옥의일생에걸친분투기를전해주는것이다.
―조선희(소설가,전한국영상자료원장),「서문」에서

등에업혀있던아기가어른이되어건넨분투기
딸이경주의에필로그


책을읽으면후반부부터는박남옥감독의외동딸이경주가아기에서아이가되고어른으로커가는모습을볼수있다.그딸이경주가작고한어머니의글을정리하며느낀감회를토로하는에필로그는흘러간삶면면을그대로들려준다.

어렸을때나지금이나항상듣는얘기는내가엄마얼굴을많이닮았다는얘기.그말은언제나내가슴에비수처럼꽂혔다.우리엄마는못생기고주책스럽고과격한데,나는그러고싶지않았기때문이다.난엄마가창피했고엄마처럼되지않으리라굳건히다짐하며컸다.한데그건주제넘은걱정이었다는것을엄마가간후알게되었다.그녀가남기고간원고를다시읽으며깨달은건,나는엄마를닮기는커녕비슷한거리도근접하지못한다는것.얼굴생김은어떤지몰라도인간구성에있어서나는비슷하지도않은,흉내도못내는소인배인것이다.
그녀는멋진인간이었다.용기와신의가있는,통이크고인간미가있는,성실한노동철학을가진,그리고사랑이있는그런따뜻한사람이었는데,이철없는딸은그런그녀에게걸맞은대우를하지못했다.지금와서야미안하고보고싶다.
―딸이경주,「에필로그」에서

『박남옥』은최초의여성감독이남긴한시대의기록이었다는점에서사료의가치도충분하지만,의도하지않았으나사람들을웃게또울게만드는,삶에대한단순하고도진솔한시선및고백을통해문학으로서도그가치가충분함을보여준다.이는아마좋아하는일에앞뒤재지않고뛰어들고그일에열정을불사르던사람만이보여줄수있는삶에대한애정과애수일것이다.그애정과애수를통해우리는인생의그어떤본질에한걸음다가갈수있지않을까.

[책속으로추가]
하늘에별이많은것과같이지상에도수많은매혹적인스타들이있었다.그들중태반은늙어저세상사람들이되었지만그인상은아직내마음에생생하게살아있다.
218쪽
김신재,홍은원.이제두사람다저세상으로가고나홀로남아서생각한다.인생이란별거아니었다는생각과인생은무엇보다소중한것이다하는.사람들은늙으면“빨리죽고싶다.집안사람들폐끼치지않게……”말하지만내가생각하기엔거짓말이다.나는하루라도더살고싶다.붉은악마들이세계축구4강에가는것을보아서가아니고내가할일이아직남아있는것같아서다.하나있는딸이건강하게살아가는가지켜보고싶고,우리나라여성영화인들이좋은작품을만들고세계로진출하는것도보고싶다.
2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