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로 살고 있니 (김숨 편지소설 | 양장본 Hardcover)

너는 너로 살고 있니 (김숨 편지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80
Description
한결같지만 다른 숨으로 찾아온 김숨의 편지소설!
개인과 시대를 향한 여정을 펼치며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까지 평단과 독자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온 작가 김숨의 믿음직한 행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너는 너로 살고 있니』. 560여 매 가량의 편지 형식인 이 소설은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배우 ‘나’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생면부지의 한 여자를 간호하기 위해 돌연 삶을 정리한 채 난생처음 경주로 내려오며 시작된다.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름은 경희로 사고 전에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나는 친자매보다 더 그녀와 닮아 보인다는 타인의 말을 들을 정도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눈을 깜박인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갑각류 같은 분절음들을 통해내는데, 그건 무의식적인 반사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 있긴 하지만 죽어 있고 죽어 있는 듯 하지만 살아 있는 그녀를 보살피며 나는 잃어버렸던 혹은 죽어버렸던 ‘나’라는 존재를 찾아간다.

살아 있어도 죽은 듯 삶을 영위했던 ‘나’와 죽어 있으나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그녀’가 교감하는 이야기들,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은유로서 한 편의 산문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육체와 정신, 여성성의 문제들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촘촘하게 그려가며, 단지 ‘여자5’였던 내가 나의 존재를 찾고 그녀 또한 족쇄로 남은 삶을 극복할 수 있을지 차분히 지켜보게 한다.
저자가 눈빛을 나누었던 모든 존재에게, 자복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어디선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거나 상실되어 존재를 몰랐던 세상의 모든 ‘나’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삶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책에는 소설이 구현한 상상력을 극대화, 풍부한 미적 쾌감을 선물하는 신예화가 임수진의 목판화 24점이 함께 수록되어 판화가 주는 질감과 색채로 소설의 예술성을 한껏 드높인다.
저자

김숨

저자김숨은1974년울산에서태어났다.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에「느림에대하여」가,1998년문학동네신인상에「중세의시간」이각각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투견』『침대』『간과쓸개』『국수』『나는염소가처음이야』『당신의신』,장편소설『백치들』『철』『나의아름다운죄인들』『물』『노란개를버리러』『여인들과진화하는적들』『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한명』등이있다.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허균문학작가상,동리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응시

시간

거울

복숭아
하루

출판사 서평

전작으로쓰여진편지형식의미발표소설,‘한결같지만다른숨’김숨소설의새롭고도아름다운성취『너는너로살고있니』.“바늘의문장으로산맥을창조했다”(소설가권여선)“한국에가장절실한소설”(소설가정세랑)“범접할수없는깊이와내밀함”(동아대한국어문학과교수권명아)“가히달인의경지다”(한국일보)라는표현은최근작가김숨의소설을향한말들이다.일찍이한문학평론가는“바늘한땀과한땀사이,그고르지만영원히포개질수없는차이에작가가인간을,세계를말하는방식이있는듯하다.한결같지만다른숨,그숨들의기록”(문학평론가정홍수)이라고도했다.한결같지만다른숨,편지소설『너는너로살고있니』로다시김숨이찾아왔다.

1997년등단한이래6권의소설집,9권의장편소설을써낸작가.동리문학상수상작인『바느질하는여자』에서는손가락이뒤틀리고몸이삭도록바느질을하는여자에투영된2,200매에달하는문장을짓는작가의모습을엿볼수있었다.『L의운동화』에서는한개인의사적인물건이시대의유물로변모하는과정을통해짓밟히고부서지고사라진것들을되살리고기억하려는마음을복원하고자했다.『한명』에서는끝나지않은일본군위안부의아픔을온몸으로써내려가며개인과공동체,기억과미래를생각하는방식을한국문학에선물했다.최근동물과이혼을소재로한2권의소설집에서는지금이곳에선연한여성적감각으로시대를묘파해냈다.이러한개인과시대를향한작가의여정은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까지평단과독자의지지와신뢰를받기에충분했다.

『너는너로살고있니』는작가의믿음직한행보에또하나의이정표가될만하다.고대의능이삶의고락을가로지르는도시경주로,한번도주인공이된적없는무명의여자배우가11년째식물인간상태인한여자를돌보기위해깃들며시작되는이소설은560여매가량의편지형식이다.살아있어도죽은듯삶을영위했던‘나’와죽어있으나여전히살아있는듯한‘그녀’가교감하는이야기들,병원을둘러싼다양한인간군상의이야기들이작가특유의문체로촘촘히수놓인다.삶과죽음,젊음과늙음,육체와정신,여성성의문제들이9개의장으로나뉘어온전한‘나’를찾아가는과정에관한은유로서한편의산문시처럼아름답게펼쳐진다.
특히주목받는신예화가임수진은목판화가주는질감과색채로이책의예술성을한껏드높였다.24점에달하는목판화들은고유의서정으로소설이구현한상상력을극대화,풍부한미적쾌감을선물한다.
마음산책은그간박완서작가의『세가지소원』,정이현작가의『말하자면좋은사람』,이기호작가의『웬만해선아무렇지않다』를통해짧은소설이라는장르의매혹성을널리알리는데앞장서왔다.짧은이야기속에담긴긴여운은말할것도없고,자신만의작품세계를일구어가는화가와의협업으로예술성을높인책들에많은독자의사랑이이어졌으며,이후이기호작가의가족소설『세살버릇여름까지간다』를펴내면서짧은소설의문학적스펙트럼을넓혔다.『너는너로살고있니』는마치미야모토테루의『환상의빛』의정취를연상케하는고즈넉한편지소설형식으로,이로써좀더새롭고신선한문학의장을마련해갈수있을것이다.

“당신은,당신으로살고있나요?”
진짜나로살아가고자하는모든존재들에게

‘나’는대만에살고있는민으로부터‘너는너로살고있지?’라는전화를받는다.‘나’가없는‘나’의삶.‘나’는배우로서적합하지않은성정을지녔지만오랫동안배우로살아왔다.한번도주인공이되어본적없는무명인‘여자5’.그마저무대에서발작을일으킨후돌연그삶을정리한채난생처음경주로내려온다.“시작도끝도없다는우주를홀로떠다니는고독감에몸서리”쳤던내가11년째식물인간상태인생면부지의한여자를간호하기위해서다.그녀의이름은경희로사고전에는비교적순탄한삶을살아왔다.나는친자매보다더그녀와닮아보인다는타인의말을들을정도로알수없는동질감을느낀다.그녀는눈을깜박인다거나눈물을흘리고갑각류같은분절음들을통해내는데,그건무의식적인반사반응에지나지않는다.살아있긴하지만죽어있고죽어있는듯하지만살아있는그녀를보살피며나는잃어버렸던혹은죽어버렸던‘나’라는존재를찾아간다.단지‘여자5’였던내가나의존재를찾고그녀또한족쇄로남은삶을극복할수있을까.

나는아직도당신에게가고있는중인가요?
나도가고있는중이에요.
당신은어디로가고있는중인가요?
나도나에게로.
-252~253쪽에서

세상모든길은나를찾아가는과정이라는말처럼,어디선가길을잃고헤매고있거나상실되어존재를몰랐던‘나’를작가는나직한목소리로불러낸다.식물인간인그녀를향해“내가보이나요?”라고끊임없이묻는것은눈앞에있는존재를확인하고나또한확인받고픈욕망일것이다.작가가“눈빛을나누었던모든존재에게,자복하는마음으로”써내려간이소설은그래서더깊은울림을준다.

이글을쓰던지난봄과여름산책길에서만난비둘기는아직살아있을까요?
인간인내게새의얼굴도늙는다는걸가르쳐준비둘기에게,
나와찰나로라도눈빛을나누었던모든존재에게,
자복하는마음으로,
-「작가의말」에서

“한발짝,한발짝더”
일어나빛속으로걸어나가는삶을향한응원

‘나’는‘그녀’의곁에서반응을살피며나를확인받고자하는가운데병원안에서마주하는다양한인물들의이야기도진진하게펼쳐진다.약봉지가바퀴벌레보다더징그럽다는같은방정옥아주머니,백발에거구의몸으로걸음마를연습하는한때유도사범이었던노인,복도유리창에태초의문자인듯물을묻혀알수없는글자를손으로적고있는마흔두살폐암환자,전쟁통에조카를잃어버렸지만평생숨기고살다일생의비밀을털어놓은황영감,11년째식물인간인아내를위해희생하는그녀의남편그리고이제그만제발떠나달라고그녀에게외치는여동생까지,각각의인물과이야기들이모두작가의손끝에서생생하게살아난다.

통유리너머능들과나무들,새들,인간들이어우러져만들어내는풍경이장엄미사곡이라서가아닐까요.
경주고유의풍경이기도한저풍경의화룡점정은결국인간이아닌가싶습니다.
씨앗을뿌리고,나무를심고,날아가는새를향해손을흔들고,땀구멍보다작은곤충들에게도이름을지어주는인간이라는존재말이에요.
-265쪽에서

노서동고분군앞잔디밭에서“돌을갓지난아기처럼”걸음마를익히며힘겹게걷는노인을보며“한발짝내딛을때마다이생에서저생으로옮아가는기분입니다.때때로우리가간절히갈망하는다른생은어쩌면한발짝너머에있는게아닐까요”라고소설속‘나’는말한다.한발짝씩걸음을익혀가는인간의모습.그안간힘가운데“빛속으로걸어나가며빛뿐이라는걸깨닫”는나는,그리고우리는삶을향한새로운발걸음을내디딜수있을것이다.『너는너로살고있니』를통해그발자국은더깊고선명해진다.

‘우리가삶을믿으면삶은보다높은삶으로보답한다.’
그문장을나는어디서읽었을까요.
삶도계단처럼단계가있는걸까요.
그런데높다는건뭘까요.
높은삶은어디에도없다는생각이듭니다.낮은삶또한.
오직삶만이있는게아닐까요.
-122~123쪽에서

[책속으로추가]
내안에고여드는감정이혹시행복이라는감정이아닐까요.행복은‘탁월한행위’라고아리스토텔레스는말했지요.그러니까행복은우연히주어지는것이아니라는뜻이겠지요.
여름저녁바짝마른수건을걷을때행복감을느낍니다.붉은자두를씻을때,연둣빛새순이돋은나무를바라볼때,어느집부엌에선가밥뜸드는소리가들려오는골목길을걸을때,몰랑몰랑하고따뜻한백설기를먹을때…….
탁월한행위는장식없는소박한행위가아닐까싶습니다.행위라는표현마저거추장한장식이되어버리는행위요.
-96쪽~97쪽에서

‘우리가삶을믿으면삶은보다높은삶으로보답한다.’
그문장을나는어디서읽었을까요.
삶도계단처럼단계가있는걸까요.
그런데높다는건뭘까요.
높은삶은어디에도없다는생각이듭니다.낮은삶또한.
오직삶만이있는게아닐까요.
-122~123쪽에서

둥지속알을품고잠든새의깃털속이었으면좋겠습니다.
내가세상그어딘가에존재할수있다면그곳이요.
-154쪽에서

최초의존재들은한결같이망각된존재들이라는생각을했었습니다.
내첫번째개가실은두번째개였다는걸깨닫고나서.
-171쪽에서

참새가날아가고,나는참새가애벌레를쪼아먹던자리를가만히손으로짚어보았습니다.
삶이라는말이내입에서저절로중얼거려졌습니다.참새의삶이라는말이요.
-220쪽에서

그의고백처럼,어떤고백은선율없이부르는노래처럼들립니다.
-244쪽에서

나는아직도당신에게가고있는중인가요?
나도가고있는중이에요.
당신은어디로가고있는중인가요?
나도나에게로.
-252~253쪽에서

빛속으로걸어나가며빛뿐이라는걸깨닫습니다.
남남인당신과나를가를수있는것은,틈새를통과하며회칼처럼가늘고얇게벼려진한줄기빛뿐입니다.
-264쪽에서

통유리너머능들과나무들,새들,인간들이어우러져만들어내는풍경이장엄미사곡이라서가아닐까요.
경주고유의풍경이기도한저풍경의화룡점정은결국인간이아닌가싶습니다.
씨앗을뿌리고,나무를심고,날아가는새를향해손을흔들고,땀구멍보다작은곤충들에게도이름을지어주는인간이라는존재말이에요.
-26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