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사전

한 글자 사전

$15.99
Description
시인의 눈과 머리와 마음에 새겨진 한 글자의 결과 겹!
‘감’에서 출발해 ‘힝’까지 310개에 달하는 한 글자로 섬세하게 삶을 가늠한 『한 글자 사전』. 10년 전, 마음을 이루는 낱말 하나하나를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정의한 《마음사전》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채웠던 김소연 시인이 10년 세월의 연륜을 얹어 이번 책을 펴냈다. 한국어대사전을 내내 책상 옆에 두고 지내며 기역(ㄱ)부터 히읗(ㅎ)까지 국어사전에 실린 순서대로 이어지는 한 글자들을 자신만의 정의로 풀어냈다.

단어 하나, 문장 한 구절, 쉼표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신중하고 엄정하게 고르고 벼른 글자와 행간들에 자리한 저자만의 날카로운 해석의 맛을 만나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라기보다는 해당 글자를 화두로 삼은 산문적 정의를 통해 새로운 시간, 사람, 세상을 마주하고 우리가 놓친 시선과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누구나 시적인 삶을 가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일러주는 저자의 생생한 사전 속에는 다른 시선과 깊은 통찰과 뼈아픈 각성과 소소한 웃음과 선명한 위트가 가득 담겨있다. 사전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인인 저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저자

김소연

김소연
시인.아무도내게시를써보라고권하지않았기때문에시를쓰는사람이되었다.시집읽는걸지독하게좋아하다가,순도100퍼센트내마음에드는시는직접써보고싶다는생각을했다.그생각을했던도서관은지금사라지고없다.그곳에다시가고싶을때마다,나는인파속으로걸어들어간다.바쁜걸음들속에서혼자정지한듯한시간이좋다.혼자가아닌곳에서혼자가되기위하여,어디론가외출하고어디론가떠난다.그곳에서,좋은시를쓰고싶다는열망보다내마음에드는시를꼭쓰고싶다는소망을꺼내놓는다.소망을자주만나기위해서내겐심심한시간이많이필요하다.노력하는것을싫어하지만,심심하기위해서라면최선의노력을기울여왔다.심심함이윤기나는고독이되어갈때나는씩씩해진다.조금더심심해지고조금더씩씩해지기위하여,오직그렇게되기위하여살아가고있다.

시집『극에달하다』『빛들의피곤이밤을끌어당긴다』『눈물이라는뼈』『수학자의아침』과산문집『마음사전』『시옷의세계』를냈다.





목차

책머리에

ㄱ_개가되고싶어
ㄴ_‘너’의총합
ㄷ_단한순간도
ㄹ_동그라미를가리키는말
ㅁ_멀리있으니까
ㅂ_반만생각하고반만말한다
ㅅ_새해첫하루
ㅇ_의외의곳
ㅈ_잘가
ㅊ_나의창문들
ㅋ_코가시큰하다는것
ㅌ_밀때가아니라당길때
ㅍ_팔을벌리면
ㅎ_회복할수있으므로

출판사 서평

『마음사전』출간10년,특별한신작『한글자사전』
「감」에서「힝」까지,310개‘한글자’로가늠한삶
김소연시인의첫산문집『마음사전』은2008년1월출간되었다.‘감성과직관으로헤아린마음의낱말들’이라는콘셉트로,마음을이루는낱말하나하나를자신만의시적언어로정의,많은이들이공감하고밑줄긋고이야기해온터다.수많은독자들의마음을채웠던『마음사전』출간10년을맞아특별한신작을선보인다.시인은“『마음사전』을읽어준이에게,10년세월의연륜을얹어안부를”보내고싶었다고,『한글자사전』을오직이런마음으로완성했다고말한다.또다시한국어대사전을내내책상옆에두고지내는날들가운데비로소2018년1월『한글자사전』이도착했다.
『한글자사전』은「감」에서출발해「힝」까지310개에달하는‘한글자’로,가장섬세하게삶을가늠한책이다.시인의눈과머리와마음에새겨진한글자의결과겹을따라가다보면새로운시간,사람,세상을마주할수있다.또한우리가놓친시선과삶의태도를다시생각하게되는계기가될것이다.

사전이라는양식(糧食)
생을보고듣고만지고느끼는기꺼운양식(樣式)
“사전은,말이언제나무섭고말을다루는것이가장조심스러운,그것이삶자체가된나에겐,곁에두어야만하는경전”이라고시인은말한다.『한글자사전』은기역(ㄱ)부터히읗(ㅎ)까지국어사전에실린순서대로이어지는한글자들을시인만의정의로풀어썼다.사전적정의라기보다는해당글자를화두로삼은산문적정의다.시인의생생한사전속에는다른시선과깊은통찰과뼈아픈각성과소소한웃음과선명한위트가가득하다.사전이라는형식을통해이기꺼운세계는극명하게빛을발한다.

1.이미아름다웠던것은더이상아름다움이될수없고,아름다움이될수없는것이기어이아름다움이되게하는일.
2.성긴말로건져지지않는진실과말로하면바스라져버릴비밀들을문장으로건사하는일.
3.언어를배반하는언어가가장아름다운언어라는사실을입증하는일.
-「시」242쪽에서

또한단어하나,문장한구절,쉼표하나도버릴것없이신중하고엄정하게고르고벼른글자와행간들에는시인만이꿰뚫는날카로운해석의맛이자리한다.

여자들은환영받지못한여동생으로태어나여고생이되었다가여대생이되고,여급에서여사원에서여사장이,여가수나여의사나여교사나여교수나여류화가나여류작가로산다.남자들이환영받는남동생으로태어나고교생이되었다가대학생이되고,사원에서사장이,가수나의사나교사나교수나화가나작가로사는동안에.
-「여」266쪽에서

시인이세상을보는방식과태도에관하여
“읽는이가자신만의사전을만들고싶다는생각에다다를수있기를”
이시대에“시인으로산다는건비경제적비사회적으로가능한일”인지도모른다.하지만김소연시인은누구나‘시적인삶’을가꾸어갈수있다는사실을몸소일러준다.“탐을내다탐닉하게되고,탐닉하다탐구하게되고,탐구하다탐험하게”(「탐」)되는것.모두자신만의이야기로사전을만들어가기를원하는시인의진심은,『마음사전』10년의시간을거쳐,다시『한글자사전』에이름으로써굳건해진다.마침표는마침표가아니라각자의이야기가시작되는쉼표임을잘아는시인의마음이이책에서오롯하게읽힌다.

이『한글자사전』이『마음사전』의열살터울자매가되어주면좋겠다.자매둘이서무릎을모으고앉아대화하는장면을상상해본다.방바닥은이제막따뜻해지기시작했고담요한장을나누어덮고있다.언니가귤하나를까서동생에게내민다.작은방안엔두자매가내뱉은한숨과웃음과고백들이연기처럼가득차있다.귤향기와함께.둘은어느때보다솔직하다.속얘기를하염없이꺼내놓는다.때론깔깔대며.때론어깨를서로다독여주며.
『마음사전』이10년동안누군가에게이장면에가까운자매애를선물해왔기를감히기대했다.내가먼저이야기를시작하지만실은당신이이야기를하고싶게하는작용이되기를.둘사이에이야기가쌓여가기를.속깊은자매애에소용되기를.『마음사전』을쓸때도그랬지만,부디『한글자사전』도읽는이가자신만의사전을만들고싶다는생각에다다를수있기를.
-‘책머리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