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 콘의 춤

징기스 콘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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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로맹 가리표 블랙 유머의 정수!
『징기스 콘의 춤』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에 출간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종종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그는 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의 태생적 뿌리를 암시해왔다. 이 작품에서 로맹 가리는 유대인 학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전직 유대인 희극배우였던 유령 ‘콘’을 화자로 앞세워 콘의 우스꽝스러운 언행을 통해 인류의 범죄를 비웃고, 역사적 비극을 미화하는 모든 예술 작품을 경계한다.

작품은 콘이 자신의 기이한 존재 방식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던 전직 유대인 희극배우 콘은 SS대원 샤츠에게 총살당한 후 악령이 된다. 이후 22년째 샤츠 주변을 맴돈다. 소설이 출간된 1967년은 ‘나치 독일’로의 회귀가 막 이뤄지려던 시기였다. 작품을 통해 로맹 가리는 과거를 망각한 듯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독일에 반기를 든다.

전후 리히트의 일급 경찰서장이 된 샤츠는 관할 구역 가이스트 숲에서 발생한 희귀한 연쇄살인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리히트 마을 전체를 미궁에 빠뜨린 사건은 특이할 만한 단서도 없고 살해 동기조차 명확치 않다. 다만 마흔두 구의 희생자들은 모두 남자. 이들은 바지를 벗은 채 황홀경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콘은 그 와중에도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샤츠를 약 올리며 그에게 끊임없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로맹가리

저자로맹가리는1914년모스크바에서태어나14세때어머니와함께프랑스로이주,니스에정착했다.법학을공부한후공군에입대해1940년런던에서드골장군에합류했다.첫소설『유럽의교육』이1945년에비평가상을받으며성공을거두었고,탁월하고시적인문체를지닌대작가의면모를드러냈다.같은해프랑스외무부에입성해외교관자격으로불가리아의소피아,볼리비아의라파스,미국뉴욕과로스앤젤레스에체류했다.1949년『거대한옷장』을펴냈고,『하늘의뿌리』로1956년공쿠르상을받았다.로스앤젤레스주재프랑스영사시절에배우진세버그를만나결혼하였고,여러편의시나리오를쓰고두편의영화를감독했다.1958년미국에서『레이디L』(프랑스판출간은1963년)을펴냈고,1961년외교관직을사직,단편소설「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1962)를발표했다.만년에이르러서는『이경계를지나면당신의승차권은유효하지않다』(1975)『여자의빛』(1977)『연』(1980)같은소설을남겼다.1980년파리에서권총자살했다.사후에남은기록을통해자신이에밀아자르라는가명으로『그로칼랭』(1974)『가면의생』(1976)『솔로몬왕의고뇌』(1979)그리고1975년공쿠르상을받은『자기앞의생』을썼음을밝혔다.

목차

1
디부크

나를소개한다
죽은자가산자를붙잡다
역사의한순간을분명히해두자
웃음은인간의속성이다
가이스트숲의범죄
걸작냄새가난다
의혹이짙어지다
공원에서의시강습
슈바르체쉭세
도이칠란트,아인빈터메르헨
단순한마음
원천으로돌아가다
그녀는내가살수있는여자가아니다
색광녀?
디부크
징기스콘의춤
사람들은우리에게그것을숨겼다
그녀에겐구세주같은존재가필요하다

2
가이스트숲에서

타자속의존재
유대인구덩이
전설의공주
완벽한커플
형제대양
모두가다성불구자
염소
드골이내게경례를했다
고장난죽음
엘리트족속들이다시등장하다
슈바르체쉭세
슈바르체쉭세(계속)
그녀는걸작취미가있다
아름답고푸른도나우
독일의기적
작은절대
지상의암소천상의황소
깊은숲속뿔피리소리
염소와모나지라
사랑은혼자서하는것

3
징기스콘의유혹

부케
위장복을입고
콘대령
내가거절한다면?
슈바르체쉭세(끝없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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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위대한희극문학에대한우리시대의공헌”
앙드레말로가극찬한로맹가리표블랙유머의정수

프랑스작가로맹가리는러시아에서태어난유대인이다.그는그간여러작품을통해자신의태생적뿌리를암시해왔다.로맹가리의첫수상(비평가상)작『유럽의교육』은나치에저항하는폴란드의레지스탕스를그린작품이었고,에밀아자르라는이름으로쓴『자기앞의생』과『솔로몬왕의고뇌』에등장하는로자부인,솔로몬루빈스타인은모두홀로코스트에서살아남은유대인이었다.마음산책이국내에소개하는로맹가리의열두번째책『징기스콘의춤』의주인공(징기스콘)도역시유대인이다.다만그는사람이아닌‘유대인유령’이다.
『징기스콘의춤』은가히‘로맹가리표블랙유머의정수’라할만하다.로맹가리는유대인학살을사실적으로묘사하는대신전직유대인희극배우였던유령‘콘’을화자로앞세웠다.이같은희극적장치는역설적이게도암담한역사를객관적으로판단하게한다.로맹가리는콘의우스꽝스러운언행을통해인류의범죄를비웃고,역사적비극을미화하는모든예술작품을경계한다.
지금으로부터반세기전에출간된이작품은오늘날까지도종종연극으로상연되고있다.작품에서콘이경고하고있듯인류의덧없는욕망은계속해서무수한희생자를양산하고있다.더욱이‘문화’와‘예술’이라는이름뒤로행해지는추악한범죄는오늘의한국사회현실과도결코무관하지않다.

지난해말,‘파블로피카소문화재단’은공연안내문에서이작품의현대성을이렇게강조한다.“『징기스콘의춤』은익살맞으면서도불편한한편의보드빌처럼쓰였다.이번공연에서‘베스티올극단’은인간정신의복잡성,정신분열지경에이른현실과지각의장애를무대에올린다.이작품에서로맹가리는언제나희생양을찾는부조리하고잔혹한세계의초상화를제시한다.1967년에출간된이작품은지금이시대의현실과잘공명한다.”
-「옮긴이의말」에서

로맹가리의잠재의식속파열하고분화하는인물들
죽은자징기스콘,문명의야만성을직시하다

『징기스콘의춤』은콘이자신의기이한존재방식을소개하면서시작된다.아우슈비츠에수용됐던전직유대인희극배우콘은SS대원샤츠에게총살당한후악령이된다.이후22년째샤츠주변을맴돈다.소설이출간된1967년은‘나치독일’로의회귀가막이뤄지려던시기였다.작품을통해로맹가리는과거를망각한듯부활의기지개를켜는독일에반기를든다.
전후리히트의일급경찰서장이된샤츠는관할구역가이스트숲에서발생한희귀한연쇄살인사건으로골머리를앓는다.리히트마을전체를미궁에빠뜨린사건은특이할만한단서도없고살해동기조차명확치않다.다만마흔두구의희생자들은모두남자.이들은바지를벗은채황홀경에빠진표정을짓고있을뿐이다.콘은그와중에도특유의유머와재치로샤츠를약올리며그에게끊임없이죄책감을불러일으킨다.

“도저히참을수가없군”하고샤츠가고함을지른다.
구트가대경실색하여그의표정을살핀다.휩슈는자리에서일어나사려깊게사랑하는대장쪽으로몸을기울인다.분명그들은과로때문이라고생각할것이다.말이났으니말이지만여러분은아이히만이주머니에항상어린손녀사진을넣고다녔다는사실을아는가?사람은절대자신의행동을전부깨닫지는못한다.
-28쪽

“분명그사람들모두가임종의순간에……뭐랄까요?저도잘모르겠습니다.그들은스스로를완전히실현한것같았습니다.자아실현을이룬거죠.하나같이목표에도달했다는,그것을거머쥐었다는느낌을주더군요.그들이내민손이마침내최고의결실을……절대를수확하기라도한것처럼말이지요.”
-58쪽

소설은제2부로넘어가면서본격적으로혼란스러운양상을보인다.콘과샤츠의목소리가자꾸만뒤섞이고,소설의끄트머리에가서는화자인‘나’가콘에서작가자신(로맹가리)으로바뀌기도한다.연쇄살인사건의범인플로리앙/릴리커플은실체가뚜렷하지않은“죽음과미의알레고리적존재들”이다.주요등장인물들은이처럼하나같이“안정되고일관된정체성을갖지않은,파열하고분화하는존재들”이다.
소설의주요무대인가이스트숲은그야말로로맹가리의잠재의식과같다.맥락을고려하지않은단어와문장들이두서없이뒤엉키며나열되기도한다.실제로가이스트(Geist)는독일어로‘정신’을의미한다.소설은‘정신의숲’을배경으로“실세계의논리성과인과성에서벗어나환상적양상”을보인다.

한데여기서다시나의상황은대단히미묘하고혼란스럽다.‘나’라고말하지만,말을하는사람이정말나인지여러분에게장담할수없기때문이다.도덕의식,잠재의식,게다가뭔가흥미로운역사적상황등이결부되면이렇게되는게문제다.그것은나일수도있고샤츠헨일수도있고여러분일수도있다.
-172쪽

로맹가리는징기스콘의입을빌려‘문명’이란이름뒤에숨은‘야만성’을경고한다.그리고역사적비극을대상화하는모든예술작품을비판한다.작품을읽는내내우리는“유럽의문화와예술이알고보면유대인같은희생양을먹이삼아자라난것아니냐”는콘의냉소를마주하게된다.

우리가이렇게문화에도취하다가우리의중대범죄들이완전히흐려져버릴까봐나는두렵다.그러면모든것이아름다움으로포장되어,대학살이며기근같은것도그저톨스토이의펜이나피카소의붓이만들어내는문학적,회화적효과에지나지않게될것이다.강제수용소시체안치소도어느날잠시방문해서보면놀라운예술적표현대상이될수있는만큼,그것역시역사적기념물로분류되어그저영감의원천,이를테면<게르니카>를위한소재같은것이되어버릴수도있을것이다.전쟁과평화가우리의행복을위해『전쟁과평화』가되어버렸듯이말이다.
-63쪽

문득나는무수한개자식들이예수의죽음에서대단히아름다운작품들을끌어낸사실을떠올려본다.그것으로그들은아주포식을했다.(…)늘나는사람들이아직도아우슈비츠얘기를하는것은단지그것이아직멋진문학작품에의해지워져버리지않았기때문이라고생각했다.
-190~191쪽

고통에서탄생한‘이를악물고추는춤’
인류의잠재의식에깃든죄책감에발길질하다

유머는때로무력한존재가행할수있는유일한무기가된다.그래서일까,콘은익살을떨고난뒤후렴구처럼다음과같은문장을되풀이한다.‘웃음은인간의속성이다.’홀로코스트희생양이었던콘의웃음은“이를악문웃음”이었다.콘이추는춤도비슷한맥락에서볼수있다.로맹가리는『밤은고요하리라』에서설명한다.“그춤,그대중적인지그춤은짓누르는무게를견디고가벼움에도달하는유일한방법이지.세상을어깨에짊어진아틀라스가그무게에짓눌리지않은건그가춤꾼이었기때문이라고내가어딘가에썼지.라블레가‘웃음은인간의고유한속성’이라고말했을때그는고통에대해말한거네.”잔인한인류와한통속이되길끝끝내거부하는콘은힘차게발을구르며저항한다.이는곧“우리모두의잠재의식에깃든죄책감을일깨우는발길질”이다.

나는더욱더힘차게움직였다.버티고,매달리고,더욱더높이기어올라원상회복을했으며,그러곤에녹탈효과를극복하기위해,잠들어버리지않기위해,이독일인의의식속에서미친사람처럼추억의호라,우리의전통호라를추기시작했다.
-164쪽

내가몸을날린다.유피-트랄랄라!몸을날려서장앞에서야만적이고징벌적인아시아머리가죽춤을춘다.나는무대위에서도언제나춤을잘추었지만무게가없어지면서부터훨씬더잘춘다.몸을비틀고,폴짝뛰었다가다시떨어지고,뒤꿈치를마주치며하나-둘-셋,얍!하나-둘-셋,얍!쪼그리고앉은자세로,엉덩이를뒤꿈치에붙인채,두발을앞으로날리고,발로장화를친다.이것은우크라이나기병대가우리마을들에서한바탕포그롬[유대인박해]을마무리한후추는것을보고배운러시아카자초크와우리의옛유대호라를뒤섞은춤이다.
-131~132쪽

로맹가리는생전에말했다.“내소설은사랑이야기가아닌것이없다.사랑의대상이여자든아니면인류든,문명이든자유든,자연이든삶이든.”다소난해한탓에프랑스독자들로부터‘환각상태에서쓰인작품’같다는평을듣는『징기스콘의춤』또한결국엔사랑이야기다.로맹가리는소설속등장인물들을통해진정한사랑만이참된인류를만들어낼수있다고강조한다.

“진정한사랑의결핍은어제오늘의문제가아닙니다.결코릴리잘못이아니죠.과오는다른데있어요.과오,원죄,그런건인류의책임이아닙니다.죄는다른데있어요.훨씬더먼과거에서찾아야해요……릴리는무죄예요.”
-224~2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