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말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 | 양장본 Hardcover)

파스칼 키냐르의 말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공쿠르상 수상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육성
끊임없이 말하며 홀로되길 갈망하는 고독자의 ‘말’들

마음산책의 아홉 번째 ‘말’ 시리즈, 『파스칼 키냐르의 말』은 그간 문학작품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인터뷰집이다. 아카데미프랑세즈 문학상과 공쿠르상 수상자인 파스칼 키냐르는 프랑스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늘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저작들은 소설, 산문, 비평, 시, 철학, 우화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데, 이 같은 다종다양의 작품들은 키냐르가 추구하는 “파편적 글쓰기”의 산물이다. 그는 장르라는 것은 잘못 한정된 것이니 여러 장르를 혼합해 글을 씀으로써 장르 문법을 무너뜨리거나 장르 자체를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에서 키냐르는 “장르가 부재한” 작품들을 가능하게 했을 방대한 사유의 파편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또한 인터뷰어 샹탈 라페르데메종은 키냐르 못지않은 사유와 감수성으로 음악, 회화, 글쓰기, 언어, 역사와 철학, 인간의 기원 등에 이르는 주제를 대담 중간중간에 적절히 안배한다. 일체의 사회적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할 것이라 선언했던 고독한 독백자, 혹은 독백하는 고독자 키냐르. 그의 고독이 덧대어진 아름다운 말들을 이 책에서 한가득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파스칼키냐르

저자_파스칼키냐르(PascalQuignard)
1948년프랑스노르망디지방의베르뇌유쉬르아브르에서태어났다.오르간연주자집안의아버지와언어학자집안의어머니사이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악기연주와독서,글쓰기로점철된고독한어린시절은훗날그의작품세계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낭테르대학에서에마뉘엘레비나스의지도아래철학을공부했지만,68혁명의거칠고독단적인분위기를거부하며문학의길로들어섰다.1969년그의첫책『말더듬는존재L'etredubalbutiement』가출간됐고,같은해시몬갈리마르의제안으로갈리마르출판사와연이닿아기획및편집위원,사무국장등을역임했다.음악에대한열정또한놓지않았는데,1990년부터약4년동안스페인출신의비올연주자이자지휘자인조르디사발과함께오케스트라‘콩세르데나시옹’을이끌었고프랑수아미테랑전대통령과함께베르사유바로크음악페스티벌을기획하기도했다.그러나1994년,모든사회적직책을내려놓으며앞으로는글쓰는일에만몰두하겠다고선언했다.

키냐르는초기작부터평단의관심을끌었고,『뷔르템베르크의살롱LeSalonduWurtemberg』(1986),『샹보르의계단LesEscaliersdeChambord』(1989)등의소설로도연이어호평을얻었다.1991년출간된소설『세상의모든아침』은본인이직접각색한시나리오로동명의영화가제작되었으며흥행에도성공했다.1997년,끔찍한심장질환을이겨내고죽음에서돌아와“내안의모든장르가무너져버렸다”라고말하며전에없던글쓰기를시도했는데,그첫작품이『은밀한생』이다.2000년『로마의테라스』로아카데미프랑세즈문학상을,2002년『떠도는그림자들』로공쿠르상을수상했다.

역자_류재화
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파리소르본누벨대학에서파스칼키냐르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수원대학교,철학아카데미등에서강의하고있으며,파스칼키냐르의『심연들』『세상의모든아침』을우리말로옮겼다.이밖에도라파예트부인의『클레브공작부인』,조에부스케의『달몰이』,뮈리엘바르베리의『고슴도치의우아함』등의소설을우리말로옮겼고,『보다듣다읽다』『오늘날의토테미즘』『달의이면』『레비스트로스의말』『레비스트로스의인류학강의』등클로드레비스트로스의다수의저작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문│샹탈라페르데메종7

아브르의폐허29
음악47
시58
비밀의신화학63
은자70
읽기75
쓰기92
동시대의작가들102
언어의증오혹은사랑112
작품의수용과오해121
작가의역할130
시간과기억135
야만인의명사145
관능151
일곱천둥의끔찍한목소리158
돌들을옮기는자167
눈부신빛이도리어숨는곳181
오브제와디테일189
잃어버린목소리197
미끼206
춤220
마지막왕국224

옮긴이의말231
찾아보기236

출판사 서평

공쿠르상수상작가파스칼키냐르의육성
끊임없이말하며홀로되길갈망하는고독자의‘말’들

마음산책의아홉번째‘말’시리즈,『파스칼키냐르의말』은그간문학작품으로만접할수있었던파스칼키냐르의생생한육성이담긴인터뷰집이다.아카데미프랑세즈문학상과공쿠르상수상자인파스칼키냐르는프랑스현대문학에서가장중요한작가중한명으로늘거론되는작가이기도하다.그의저작들은소설,산문,비평,시,철학,우화등을폭넓게아우르는데,이같은다종다양의작품들은키냐르가추구하는“파편적글쓰기”의산물이다.그는장르라는것은잘못한정된것이니여러장르를혼합해글을씀으로써장르문법을무너뜨리거나장르자체를아득히뛰어넘을수있다고본다.
『파스칼키냐르의말』에서키냐르는“장르가부재한”작품들을가능하게했을방대한사유의파편들을쉴새없이쏟아낸다.또한인터뷰어샹탈라페르데메종은키냐르못지않은사유와감수성으로음악,회화,글쓰기,언어,역사와철학,인간의기원등에이르는주제를대담중간중간에적절히안배한다.일체의사회적직책을내려놓고오로지글쓰기에만집중할것이라선언했던고독한독백자,혹은독백하는고독자키냐르.그의고독이덧대어진아름다운말들을이책에서한가득음미할수있을것이다.

키냐르의파편적인글쓰기는작품의불연속성을제안하는것이고,흰여백사이에매혹의공간을만드는것으로,이는모든고독한사색과독백에아주잘어울린다.파편은대답없는자의공간이므로곧홀로있는자의공간과같다.
-22쪽

끊임없이언어의‘메아리방’에서빠져나오다
감각과기원,관능을사랑하는삶

당신의속은너무꽉차숨이막히게될겁니다.작품은당신의몸속에서한자리를차지하므로답답하고불편해집니다.배가아플수도있고쓴맛이느껴질수도있습니다.사막같은공허혹은쓴맛.둘사이에는아무것도없습니다.
-166쪽

『파스칼키냐르의말』은22장의챕터로구성된다.제각기다른주제를다루는듯하지만결국키냐르가말하고자하는것은인간이‘획득한’언어에대한회의와불신이다.키냐르는의식이란그저획득언어가메아리치는방에불과하고독서의원천은잃어버린목소리이며따라서독서란곧그옛날목소리가생기기이전의듣기만하는상태로퇴행하는것과같다고본다.그리고역설적이게도키냐르는자신안에쌓인획득한언어들을끝없이게워내고또채워넣으면서극에이르러아무배움도없는,침묵과고독의상태로침전하기를욕망한다.

그런건없을겁니다.제유년시절은많이힘들었어요.신경쇠약에서비롯한우울증이제인생에영향을미쳤을지도모르겠습니다.저는정말맹신적으로입을꾹다물고말을하지않았습니다.확실한건‘나는작가야’하는일종의의식상태가제흥미를끌진않는것같아요.황홀경이나시간을의식하는감각을상실한듯한,뭐랄까어떤것뒤에있는것,뭔가의뒤에용이하게숨을수있는것에흥미가있으면모를까요.
-97쪽

키냐르는제2차세계대전으로폐허가된아브르에서의어린시절을추억하는것으로이야기를시작한다.그는악기연주와글쓰기,독서로지새우던학창시절부터철학자에마뉘엘레비나스에대한애정,68혁명과갈리마르출판사와연을맺게된순간등의과거를차례대로짚어나가는한편,자신의여러작품속일부분을인용하는라페르데메종의날카롭고도돌연한질문에속에품던생각들을기다렸다는듯쏟아낸다.그의말은노련하고다분히문학적이다.자신이사랑하는작가와작품들,그리고이들을읽는시간에대해찬탄을금치않다가도금세엄정한태도로언어를가벼이여기는자들이곤란하다며난색을표하기도한다.그는끊임없이언어의“메아리방”에서빠져나오기를,글쓴것을“삼키기”를갈망한다.
이책은스스로를고독속에유폐한키냐르의생활과생각을속속들이보여준다.글을쓰면서도글쓰기가부과하는체제,의무등에예속되거나이를추종하지않으려는의지를진지하고유쾌한대화로써드러낸다.

작가가아닌,문인(文人)파스칼키냐르
독서,글쓰기,궁극의황홀경을향해

두려움은결정적입니다.그것은오리엔트,서광같은것입니다.에스키모의한작은공동체에서어느노르웨이인류학자가어느날물었습니다.“무엇을하십니까?”모든에스키모인들이그에게답했습니다.“우리는두려워합니다.”
-118쪽

파스칼키냐르는확신에찬어조로문학을,언어를,문장과단어를사랑하지않는다고말한다.그에겐감각적인것,관능적인것,먹고마시고사람을사랑하는것이더욱중요하다.그러면서그는“파스칼키냐르만큼두려워하는사람은없다”라는누군가의말에동의하며언어와두려움의기원에는어떤주저함이있다고말한다.죽음과언어사이에서하나를선택해야한다는것이다.

제가어떤사물을정말분명하게봤다면,저는그것을재빨리적을수있다고믿습니다.꿈속의섬광처럼스친것을요약하듯적을수있을거예요.저에게는아주짧게보이는것이죠.그건항상너무나짧게나타납니다.저를아연실색하게만드는성적인황홀경에가깝죠.저는헌사된것,자동사적인것,사랑에빠진것같은경험과관련한것을가지고글을쓰기시작했습니다.
-225쪽

독자(읽기)와저자(쓰기)사이에는무한한거리가있다고,둘은만나지못하는서로다른세계에속해있다고키냐르는말한다.무엇을쓰면서도스스로쓴것을도저히읽을수없다고고백하는그의말은자못의미심장하다.그의‘말’을‘읽다’보면독서그리고글쓰기에관한인간의억누를수없는욕망은대체무엇때문인지,그욕망은대체어느방향으로꿈틀대는지궁금해진다.『파스칼키냐르의말』은말과언어,읽기와쓰기에관한한편의긴독백과같다.말에대한말인셈이다.이말들에빠져정신없이책을읽다보면키냐르는온데간데없고사색만남을지도모른다.그것은키냐르가의도한궁극의“황홀경”,언어로부터멀어져오롯이홀로되는경험과다르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