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말 (양장)

박완서의 말 (양장)

$15.85
Description
진솔하고 담백한 소설가 박완서의 말맛을 맛보는 시간!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해 유명을 달리한 뒤에도 한국문학의 시들지 않는 거목으로 생기롭게 살아 있는 소설가 박완서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 『박완서의 말』. 박완서의 이력이 절정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진행한 일곱 편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시인 고정희, 문학평론가 정효구, 문학평론가 김경수와 황도경, 소설가 공지영, 여성학자 오숙희, 문학평론가 권영민, 시인이자 수필가 피천득이 대화상대로 나서 문학과 사회와 개인사에 관해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마흔 살에 소설가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과 그 뒤 출간한 작품들에 관한 속 깊은 문답을 주고받고,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성숙하게 만든 경험들까지 편안한 음성으로 들려준다.
평생 일관되게 지켜온 공정함이 글쓰기와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려줄 기억과 경험이 담긴 이 책에서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그리고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까지 지금도 유효한 주제들 앞에서 박완서가 오랫동안 연마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삶을 채우는 크고 작고 섬세한 일들이 단단한 인문학자의 선문답처럼, 때론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한 편 한 편 흘러나오며 아는 것을 넘어서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사람을 끌고 납득시키는 작가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한다.

저자

박완서

경기도개풍(현황해북도개풍군)출생으로,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서울로이주했다.1944년숙명여자고등학교에입학한뒤교사였던소설가박노갑에게영향을받았으며,작가한말숙과동창이다.1950년서울대학국문과에입학했으나전쟁으로중퇴하게되었다.개성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서울에서학창시절을보낸박완서에게한국전쟁은평생잊을수없을없는기억이다.의용군으로나갔다가부상을입고거의폐인...

목차

들어가며

다시살아있는날
극복될수있는가능성에관하여
저문날을건너오는소설
그가을의하루동안
차오를때까지기다려야해요
상처속에박혀있는말뚝
아름답고행복한시간

작품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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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박한개인주의자의생각
억압도이념도없는공정한세계

“저는이념이먼저인작가는아닙니다.억지로무슨주의를붙이자면난그냥자유민주주의자예요.개인주의자구,그냥소박한민주주의개념있잖습니까?자기가이사회에필요한무슨일을하고있으면항상떳떳할필요가있고,자기일을남에게존중받고싶고남에게대접받고싶은것만큼남에게대접하는게옳고,남에게당하기싫으면남한테그러지않는다든가하는아주기본적인개념있잖아요.(…)어떻게보면난좋은의미의개인주의자라고생각해요.내가중하니까남도중한거지,전체를위해서나개인을희생하고싶은생각도없고,그런소박한민주주의개념이남자와여자사이라고차별이있어서는안된다는정도의생각밖에전없습니다.사람이사람을억압하는사회가싫은거죠.남자가여자를억압하는사회도싫고,여자가남자를억압하는사회도싫어요.”
-89~90쪽

박완서가지나온세월은상식보다극단이앞서고,삶보다이념이앞서고,개인보다집단의체험이앞섰지만그런속에서그를지킨건오히려“누구의편에도치우치지않는공정함”(「들어가며」)이었다.그가치는그의작품과말속에서지금껏영롱한모습으로살아있다.그는누구나알고지킬수있는수준의자유와민주주의를말했다.그리고그것을일상에서실천했다.그는스스로를“개인주의자”라고일컫지만이내“내가중하니까남도중한거지”라는말을덧붙인다.그러면서자신에게관대하고이기적인고립에이르는개인주의가아니라,이타주의며공생에가까운개인주의를말한다.
『박완서의말』은공공의인물이되기전에도후에도자유로운개인이었던그의모습을엿볼수있는책이다.그가평생일관되게지켜온공정함이글쓰기와일상에서어떤모습으로나타나는지알려줄기억과경험이담겼다.그의문학적지론은물론이고신여성이기를바란어머니에게이끌려하게된서울생활,전쟁때문에멈춘대학생활,여자와어머니사이의모순,개인적삶과문학적삶사이의곤혹,TV드라마의원작자로서난처했던에피소드,그리고소박한일상의관조등그의삶을채우는크고작고섬세한일들이한편한편이야기처럼흘러나온다.그는평소교훈이나설교를좋아하지않았지만날렵한질문들사이에서그가한광주리에담아내는과거와현재의이야기들은때론단단한인문학자의선문답처럼,때론할머니가들려주는옛날이야기처럼솔깃해주변을다른눈으로둘러보게만든다.

“경험이누적돼서그것이속에서웅성거려야해요.지금내나이가예순다섯인데어떤때는한500년은산것같아요.(…)내가유리창이란것을처음본게여덟살때였어요.봉창,뚝배기,막사기그릇,호롱불이런거도보고누에길러서명주도짜고…….우리동네에서나서우리동네에서시집가서거기서돌아간우리할머니에비하면소도시에나와서네모난집을보고기차타고서울에오고중일전쟁,2차대전,가난,쌀배급,해방,6·25.나를스쳐간문화의부피를생각할때500년은된것같아요.우리할머니에비하면엄청난체험부피가자꾸울궈먹고싶게하거든요.”
-143~144쪽


문학과생활을오가는박완서의언어
엄청난부피의체험을지나온개인의증언

“저도카톨릭이좋은데고해성사는참싫어요.아무리하기싫어도1년에두차례부활절과성탄절에는해야하잖아요?한번은동화쓰시는정채봉씨에게말했어요.나는고해성사때문에언젠가카톨릭에대해냉담해지고말것이라구요.그게왜의무가되어야하는지모르겠어요.저지르지도않은죄를억지로만들어갖고‘죄를지었습니다’하고말해야하나요?정채봉씨에게그런말을막했더니,웃으면서피천득선생님이야기를들려줬어요.선생님께서는성당에서나눠준성사표(부활절과성탄절에고해성사를하고나서확인받는표)를그냥통속에집어넣어버린다면서요?한번은그러시다가신부님께들키기까지하셨다면서요?(웃음)”
-180쪽

박완서는문학의언어와생활의언어가다르지않은작가였다.경험에서자연스럽게배어나는하나의말로문학과삶을함께품었다.그가다루는소재도마찬가지였다.일상의어떤소박한일도그의입과펜을통하면이야기가되었다.그러면서도그안에단단한뼈를지니고있었다.이책의인터뷰어중한사람인시인고정희는그를“편안한가하면날카롭고까다로운가하면따뜻하며평범한가하면그깊이를헤아리기어려운작가”라고말했다.
『박완서의말』은젠체하지않고진솔하고담박한소설가박완서의말맛을넉넉히맛볼수있는책이다.아는것을넘어서거나기교를부리지않고도사람을끌고납득시키는그의매력을한껏느낄수있다.문학과일상,과거와현재사이에서,그리고“엄청난부피의체험”을강요한역사속에서개인으로떳떳하게살수있었던그의내압을확인할수있다.『박완서의말』은그생동감을살리고자현재의표기법과어법에어긋나도그의말을그대로실었다.

“내가여자인만큼학력의고하나신분을막론하고여자가당하는불평등과모순에대해근본적으로문제의식을느끼고있지요.단지문제의식에너무사로잡힌나머지소설적재미를잃어버리는것을경계해왔다고할까요.그중에서도『살아있는날의시작』은여성문제를인식하고쓴작품입니다.그러나이론으로무장한것은아니고체험으로썼다고할까요.지금까지도나는이성에봉사하는일은잘안되고있어요.그냥살다보면문학이란게본래그런것아니겠어요.본질적으로억압받는다든가서러운계층,그늘에가려진층에대한애정을쏟게되는게당연한것아니겠어요.내경우결혼생활에서상당한대우를받았음에도불구하고여자이기때문에태어나면서부터당하게되는경험이전의문제의식이없을수없지요.남자들이여성문제를건드릴때에는여성을자꾸대상화하게돼요.그러나여성은체험만으로도여성문제를잘쓸수있다고봐요.”
-36~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