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사물 (사소한 물건으로 그려보는 인생 지도)

소설가의 사물 (사소한 물건으로 그려보는 인생 지도)

$13.50
Description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고 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이 각별한 물건들을 호명하다!
마음을 살피고 어르는 세심한 문장과 서사를 통해 한국문학에 풍요롭고 다채로운 빛깔을 선물한 조경란이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산문집 『소설가의 사물』.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일간지에 1년간 연재했던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가운데 엄선, 전면 개고하고 전작으로 쓰인 새로운 사물까지 더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50개의 소소한 물건에 깃든 기쁨과 슬픔, 가치와 각성을 다정하게 적어 내려간 것으로, 한 시절을 대변하는 물건에 얽힌 개인의 역사이자 물건 자체의 탄생과 의미를 탐구한 유려한 기록이다.

하찮아 보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행위의 옹호인 깡통따개부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손목시계,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한 습관인 수첩에의 애착,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을 새로이 만든 사과, 가장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는 핸드밀, 가족을 찬찬히 생각한 슬리퍼, 지구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존재에 관한 고찰인 에코백까지 한시적인 것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 자신과 상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묵묵히 곁을 지켜왔던 나의 물건이 곧 나의 총체라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사물의 안과 밖을 서성이며 부지런히 사물의 진짜 얼굴에 가닿은 작가의 여정은 문학, 심리학, 과학과 철학적 사유가 예술가의 일상과 삶의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산문의 진경을 엿보게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것을 이야기하는 행위를 통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소설가의 인생 지도를 펼쳐 보이며 저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기억으로 저장된 사적인 사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저자

조경란

한해의마지막날태어났다.스물여덟살때<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불란서안경원」이당선,『일요일의철학』이후지난계절에일곱번째소설집『언젠가떠내려가는집에서』를펴냈다.『소설가의사물』이열일곱번째책이다.
틈틈이산문도쓰고『후후후의숲』같은미니픽션도쓴다.북유럽과리가에한번가볼기회를기다리고있다.소설쓰기를위한진짜법칙은없다고믿는데도어쩐지혼자만모르고있는건아닐까싶어지는날에는더멀리걷다돌아온다.
이책시적과끝에‘매일의책’‘책중의책’이라는표현을쓰다가어딘가에‘기대의책’이란말을넣고싶어졌다.언젠가그런책을쓰고싶다고.지금보다는성실한사람이되고싶은데대체로게으르며가끔은시간을낭비해도괜찮다고여기는편이다.
생각하고읽고쓰는일을소홀히하지않는이상,자신을너무몰아붙이며살지않기로했다.종이와나무로만들어진거의모든사물들을좋아한다.

목차

책머리에_여기에사물들이있습니다

하찮아보이는것을진지하게생각하기
달걀의승리_달걀
영원한진실에대하여_타자기
하찮아보이는것을진지하게생각하기_깡통따개
모든것을담을수는없다_트렁크
귀중중해지지않도록_귀이개
그자리가행복하다면_선글라스
데굴데굴구르며약진하는이야기_레몬
불가리아식행운_반지
예전보다못한내가되고싶지는않아_손목시계
태우다_-성냥

지금무엇을하고있습니까?
날마다10분씩_볼펜
우리는여기에있다_터틀넥스웨터
다음열차,있습니다_손톱깎이
단념할수없음_수첩
더나은글쓰기를위한팁_지우개
계속배웁니다_텀블러
지금무엇을하고있습니까?_새우깡
사과란무엇인가_사과
머리카락조심_샤워캡
본질적이고필수적인_소독용에탄올

타오르는생각
시작의사물_연필
잘말린수건한장_수건
무작정WRITE_일기장
열아홉살_외투
크기보다힘이센_엽서
있어도또갖고싶은것_머그잔
이윽고닳아없어지는_비누
빙글빙글_만화경
노란배_색종이
타오르는생각_양초

아직괜찮아
처음간도시에서고독에대처하는방법_지도
아직괜찮아_티셔츠
느긋하게_뒤집개
잘알지는못하지만_빨래집게
멋있어보일때_앞치마
되돌이산_접시
제대로관리하고싶으니까_구두약과솔
무뎌서는안된다_가위
그리스의비닐우산_우산
잘먹겠습니다_도시락

여기있기에문제없음
별것아니지만도움이되는_밀대
종縱의맛_핸드밀
찔리지않도록_압정
꽤나쓸모있는_와인코르크
엄마생각_슬리퍼
당기고밀어내는힘_페이퍼클립
전신으로울기에_손수건
여기있기에문제없음_에코백
터뜨리고싶다-에어캡
개인의책_달력

에필로그_가닿기를
소설가의사물과함께한작품들

출판사 서평

“여기에사물들이있습니다”
소설가조경란의각별하고내밀한물건이야기


1996년등단이후,마음을살피고어르는세심한문장과서사를통해한국문학에풍요롭고다채로운빛깔을선물했던작가조경란.‘코끼리’와‘봉천동’이라는단어에고독과치유의상징성을각인하며특유의섬세한이야기로평단과독자의지지를얻어온작가는사실특별한산문가이기도하다.인생의터닝포인트에대한반짝이는이야기『조경란의악어이야기』를첫산문집으로펴냈고,소설가가쓸수있는최고의논픽션이라는평을들은『백화점』으로품격있는산문쓰기의정수를보여주기도했다.7년만에펴내는세번째산문집『소설가의사물』을통해서작가는누군가에게는사소하고흔하지만누군가에게는잊을수없이각별한‘물건들’을호명한다.

하찮아보이는것을진지하게생각해보는행위의옹호인깡통따개부터흐르는시간에대한성찰을보여주는손목시계,최초의불을목격하며어른이되었던성냥,쓰는사람으로살수있게한습관인수첩에의애착,예술과아름다움에대한의식을새로이만든사과,가장행복한시간을선물하는핸드밀,가족을찬찬히생각한슬리퍼,지구의일원으로살아가는존재에관한고찰인에코백까지,50개의소소한물건에깃든기쁨과슬픔,가치와각성을다정하게적어내려갔다.사물의안과밖을서성이며부지런히그사물의진짜얼굴에가닿은작가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저마다세상에하나뿐인기억으로저장된사적인사물을발견하는즐거움을누릴수있을것이다.“묵묵히곁을”지켜왔던나의물건이곧나의총체라는.

책과신문에‘종이’를붙여쓰는시대에살고있습니다.종이책과종이신문은아무것도강요하지않습니다.그저그자리에놓여있을뿐입니다.거기에관심을갖는누군가나타날때까지무엇도선행하지않습니다.장점도변별성도보여주지않지요.여기에책이있고신문이있고시계가있고연필이있습니다.다른많은사물들도묵묵히곁을지킵니다.한시적인것도있지만보통은우리자신과상호적관계를맺고있는사물들말입니다.
-「책머리에」에서

한편『소설가의사물』은2016년8월부터이듬해8월까지일간지에1년간연재했던‘조경란의사물이야기’가운데엄선,전면개고하고전작으로쓰인새로운사물까지더해새롭고단단한책으로거듭났다.

“생의이정표같은사물들”
소설가의다정한인생기록법

이책은“인생을사물로기록하는표를만든다면어떤목록을추가할수있을까”란작가의물음에솔직하고재미있고유용하고아름답게답한다.한시절을대변하는물건에얽힌개인의역사이자,물건자체의탄생과의미를탐구한유려한기록이다.
문학,심리학,과학과철학적사유가예술가의일상과삶의풍경과어우러지면서산문의진경을엿보게한다.쓸모없는것을이야기하는행위가쓸모없지않듯별것아닌것같은사소한것을이야기하는행위를통해결코사소하지않은소설가의인생지도를펼쳐보인다.

무섭고조심해야하고함부로다루면안되는어떤것이때로는아름답고치명적일만큼매혹적인대상이될수도있다는걸깨달았을때나는내가두번째로어른이되었다고생각했다.
-[태우다_성냥]에서

열아홉살때나는그나이가너무두려웠고스물이되는것은더그랬고꿈도희망도남의이야기라고만생각했었다.그러나어렴풋이알고있었다.열아홉살도스무살도지나가야만하며언젠가어른의세계로입문하지않으면안될거라고.밖으로나가기위해서필요한것은세가지였다.
변변해보이는외투와구두와우산.미성숙함과내핍의생활을나는그것으로가리고막고욱여넣은채로간신히20대가되었다.
-[열아홉살_외투]에서

불을목격했던어릴적의나와이모의외투를몰래입고외출한열아홉살의나는어른의세계로진입했음을깨닫는다.또한주변모두가눈부시게날아갈동안집에틀어박혀책만보았던청춘시절,나는어느밤연필을손에쥐고처음으로시를써내려간다.
디자인학원에다니다취업해빈도면용지를가득채우던시기는머그잔하나로남아있다.누군가와함께와인을마신날에는코르크에그시간들을기록한다.(그렇게모은코르크가대형유리꽃병4개쯤에가득하다.)낯선곳에서는꼭지도를사고점점으로빼곡하게표시한다.
늙어가는부모와자라나는조카들을위하여여행지에서는늘티셔츠를사온다.이웃과지인,제자와문우,일로연결된사람들까지꽤나소통해온흔적들인자그마한물건들.작가의인생을축약해놓은듯한잊지못할‘사물’들의“사소하며소곤거리고싶어하는어떤이야기들”을마주하는기쁨또한이책에는넉넉하다.

“개인의책”
별것아니지만도움이되는,책의연대

작가는“제가책을쓰는사람이될수있었던건그렇게오래책이라는사물을믿고매달렸기때문”이라며책이란인격체와동일한사물이라고여기게되었음을고백한다.자신에게“사물과책과추억은”필연적으로얽혀있다고.
이책은소설가의남다른사물인‘책에대한예찬’이기도하다.달걀에서는셔우드앤더슨의단편을,접시에서는되돌이산이라는동화를,타자기에서는폴오스터를,터틀넥스웨터에서는헤밍웨이를,도시락에서는쓰시마유코의단편을,밀대에서는레이먼드카버를떠올린다.
책은현실과환상의사물이자행복과위안의레시피,가장본질적이고필수적인이야기임을독자에게간곡히말하는듯하다.헌책을닦는소독용에탄올의성상을일찌감치깨친작가는“사람을끌어당기고깨어나게도할수있는,그런돌연한빛”인책을끊임없이추구한다.

소독용에탄올을일찌감치부터상비해두게되었다.헌책의먼지와손때를닦아내는데그만한게없다는걸어떻게알았을까.일단책을사오면현관밖에서책을푸르르넘겨가며먼지를털어낸다.그러곤휴지나톡톡한키친타월에에탄올을적셔안쪽표지까지꼼꼼하게닦아낸다.
그런다고책벌레,먼지다듬이를없앨수있는것도아닌데.그의식은무척중요하게느껴졌고책을소독약으로닦고있자면새것이,드디어온전한내소유가된다는작은흥분을느낄수도있었다.읽고싶은깨끗한책이손에있고,그것이몇권씩이나쌓여있다는건큰선물같았다.
어서이불속에들어가책을펼쳐들고만싶어진다.기꺼이하고싶은그일때문에그날밤,또내일밤을보냈다.지금생각해도어떻게견뎠을까아찔하기만한학창시절을그런식으로하루하루.일상이더절박해질무렵,나는비로소문학에눈뜨기시작했는지모른다.
-[본질적이고필수적인_소독용에탄올]에서

또한“계속해서읽고생각하고듣고보고쓴다”는것,그것으로지금이순간과시간을명백히살아가자고말한다.상처와걱정과불안을안고있는인간이지만괜찮다고,계속읽고쓰고노력하는한“나는나답게당신은당신답게”살수있을거라는‘책만능주의자’의권유를허투루들을수없다.

시간은흐르는데더나은인간이되기는커녕예전보다못한내가될까봐겁난다.그래서느리게라도계속해서읽고생각하고듣고보고쓴다.일단멈춘다면예전보다못한내가될게뻔하니까.시간은순환한다는말은위로일뿐이다.시간은앞으로간다.우리는분명히지금보다늙은사람이될것이다.
그러니지금이순간,이시간을명백히살아내야한다.나는나답게당신은당신답게.
-[예전보다못한내가되고싶지는않아_손목시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