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포도주

죽은 자들의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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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로맹 가리’라는 필명을 갖기 이전인 20대 초반에 쓴 첫 장편소설!
로맹 가리 사후 12년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된, 스물세 살에 쓴 첫 장편소설 『죽은 자들의 포도주』. 본명인 로만 카체프에 가까운 로맹 카체프로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면서 그의 생애 첫 장편소설이고, 또 그가 생전에 출간을 보지 못한 작품이다. 세월의 고뇌와 사회적 무게를 짊어지기 전의 작품답게 경쾌한 펜 놀림으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공동묘지의 죽은 자들, 해골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인간상과 세상을 풍자하고 시종일관 농을 던진다.

어느 밤 주인공 튤립은 술에 거나하게 취해 철책을 넘고 공동묘지로 들어간다. 사람의 기척이라곤 없는 곳, 휘우뚱거리며 겨우 몸을 가눌 정도로 인사불성인 그의 귀에 돌연 꺽센 노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시체 같은 몰골로 관 뚜껑 위에 앉아 티격태격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란 튤립은 공동묘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그곳의 미로에서 허우적대며 온갖 해골들의 노닥거림과 불평, 생전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하나하나 맞닥뜨리게 된다.

주인공 튤립은 공동묘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도 어느덧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돼 추임새를 넣으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거든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험이 한데 섞인 요란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은 난센스 코미디이자 세상을 흉보는 부조리극으로서 끊임없이 웃음을 준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유년 시절에 큰 영향을 끼쳤을 제1차 세계대전의 어수선한 사정이며 그 안에서 불거지는 인간 본성, 부르주아 사회의 도덕적 위선은 물론 노골적인 화장실 유머까지 20대 초반의 그답게 당차게 쏟아낸다.
저자

로맹가리

1914년모스크바에서태어나14세때어머니와함께프랑스로이주,니스에정착했다.법학을공부한후공군에입대해1940년런던에서드골장군과합류했다.1945년『유럽의교육』이비평가상을받으며성공을거두었고,탁월하고시적인문체를지닌대작가의면모를드러냈다.같은해프랑스외무부에들어가외교관자격으로불가리아의소피아,볼리비아의라파스,미국뉴욕과로스앤젤레스에체류했다.1949년『거대한옷장』을펴냈고,『하늘의뿌리』로1956년공쿠르상을받았다.로스앤젤레스주재프랑스영사시절에배우진세버그를만나결혼하였고,여러편의시나리오를쓰고두편의영화를감독했다.1958년미국에서『레이디L』(프랑스판출간은1963년)을펴냈고,1961년외교관직을사직,단편소설「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1962)를발표했다.만년에이르러서는『이경계를지나면당신의승차권은유효하지않다』(1975),『여자의빛』(1977),『연』(1980)같은소설을남겼다.1980년파리에서권총자살했다.사후에남은기록을통해자신이에밀아자르라는가명으로『그로칼랭』(1974),『가면의생』(1976),『솔로몬왕의고뇌』(1979),그리고1975년공쿠르상을받은『자기앞의생』을썼음을밝혔다.

목차

참고사항

죽은자들의포도주

사기치지마!
거인경찰
창피스러워라!
마인고트!
소녀
가스협박
다들꼼짝마!
무명병사
조제프씨
성배
경찰들의밤
피에로와콜롱빈
제막식
앙주부인
덥수룩한다갈색머리여자
그리스도와어린아이와성냥
아나스타즈삼촌
만돌린
도냐이녜스
지진
두머리
인간의영혼

해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로맹가리가스물세살에쓴첫장편소설
사후12년이지나서야드러난원고

로맹가리는그에게두번째공쿠르상을안겨준에밀아자르라는필명외에도프랑수아봉디,샤탄보가트,프랑수아즈로바,포스코시니발디등여러필명을사용해평생30편이넘는장편소설을쓰고숨은이야기를남겼지만,그중에서도이소설『죽은자들의포도주』에얽힌일화는기구하다.본명인‘로만카체프’에가까운‘로맹카체프’로남긴유일한장편소설이면서그의생애첫장편소설이고,또그가생전에출간을보지못한작품이기때문이다.이소설은로맹가리가엑상프로방스대학법학과에입학하던열아홉살에쓰기시작해스물세살인1937년탈고했으나여러번출간을거절당한탓에그의포부로만남아있었다.그러다1938년,로맹가리는당시그가연모하던스웨덴기자로기혼자이던크리스텔쇠데룬드에게이원고를사랑의증표로주었는데,로맹가리의손을떠난원고는그가세상을뜬지12년이지난1992년에야파리드루오호텔에서경매품으로세상에처음공개되었다.그때까지원고를보관한건크리스텔쇠데룬드였다.
그로부터다시22년이지난2014년에야이원고는갈리마르출판사를통해책의꼴로빛을보았다.초고답게장구분도없이한호흡으로적혀있던원고는편집을거쳐그럴듯한짜임새를띠게됐는데,원서를편집한사람은1992년경매에서초고를낙찰받은당사자,문학편집자이자인류학자필리프브르노다.마음산책의열두번째로맹가리작품이자소설로는열번째인『죽은자들의포도주』는2014년출간된초판본을우리말로옮겼다.

로맹과(『새벽의약속』에서브리지트가될)크리스텔의격정적연애는1937년7월부터1938년4월,크리스텔이신문사의요청으로나치독일의오스트리아병합취재를위해파리를떠나빈으로떠나기까지열달동안지속된다.이후두사람은서신왕래로관계를지속했고,이관계는1939년6월로맹이남편에게되돌아가살고있는크리스텔을만나기위해스톡홀름에갔다가허탕을치면서끝이난다.로맹은크게상심했고,크리스텔을결코진정으로떠나보내지못한다.그는수년이지난뒤에도여전히애정이듬뿍담긴숱한편지를그녀에게보낸다.아마로맹은1938년초반크리스텔이빈으로떠날때,자신이표현할수있는절대적사랑의증거로서『죽은자들의포도주』의원고를주었을것이다.
-241쪽,「해설」

잠자코죽지못하는시체들의소동
로맹가리의가장발랄한소설

『죽은자들의포도주』는작가가‘로맹가리’라는필명을갖기이전인20대초반에쓴작품이다.세월의고뇌와사회적무게를짊어지기전의작품답게경쾌한펜놀림으로써내려간이소설은공동묘지의죽은자들,해골들을등장시켜다양한인간상과세상을풍자하고시종일관농을던진다.어느밤주인공튤립은술에거나하게취해철책을넘고공동묘지로들어간다.사람의기척이라곤없는곳,휘우뚱거리며겨우몸을가눌정도로인사불성인그의귀에돌연꺽센노인들의목소리가들려오고,시체같은몰골로관뚜껑위에앉아티격태격하는그들의모습에놀란튤립은공동묘지를벗어나려고노력하지만그곳의미로에서허우적대며온갖해골들의노닥거림과불평,생전의구구절절한사연을하나하나맞닥뜨리게된다.폭압적인경찰과자유분자,적이지만우정을나눈독일병사와프랑스병사,애만싸지른다고닦달하는장모와가스로자살하겠다고협박하는무능한사위,신에대한믿음이흔들리는사제들과인간의악행때문에술독에빠진신,살아생전듣던아내의잔소리를저승에서도들어야하는사내,끊임없이험담을즐기는세수녀…….

“‘그집안주인어머니라고요?그럼집세를대신내주러오신거군요.그렇죠,친애하는부인?집세가밀린지1년됐어요!’(…)‘대체뭘바라기에그렇게사람을흘금거려요?왜,내가대신나가라고말해줘요?’집주인이대답했어요.‘뭘바라느냐고요?아무것도.난그저부인이그집안주인엄마라기에!아무튼그집에간다니,애들부모한테만일한번만더그집구석의꼬질꼬질한꼬마중하나가계단에오줌이나똥을싸놓으면내가목을비틀어버린다고전해주쇼!’경비가코를치켜든채나를흘겨보며거들더군요.‘들었죠?꼭이에요!’내가말했어요.‘왜자꾸사람을흘금거려요?푼수들!원,내가계단에똥오줌을싸기라도했나?’경비가응수했죠.‘푼수는그쪽이고요!그쪽이똥오줌을싼게아닌건확실해요!그쪽은똥오줌을싸기보다는먹을것같이생겼으니까!’”
-53~54쪽

주인공튤립은공동묘지에서벗어나려고애쓰면서도어느덧그들의이야기에동화돼추임새를넣으며소란스러운분위기를거든다.산자와죽은자의경험이한데섞인요란하고우스꽝스러운에피소드들은난센스코미디이자세상을흉보는부조리극으로서끊임없이웃음을준다.로맹가리는자신의유년시절에큰영향을끼쳤을제1차세계대전의어수선한사정이며그안에서불거지는인간본성,부르주아사회의도덕적위선은물론노골적인화장실유머까지20대초반의그답게당차게쏟아낸다.너무진지하고공포스러운세상에,개인들의어깨를짓누르는무거운세상에유머라는분뇨를끼얹어숨통을틔우고인간다움을일깨우려는듯이.『죽은자들의포도주』는프랑수아라블레,니콜라이고골,에드거앨런포,루이스캐럴등위대한작가들에게영감받은청년로맹가리의패러디이자오마주로,그의넘치는발랄함을엿볼수있는작품이다.

메르몽하숙집의기억
로맹가리문학의모티프로꽉찬소설

이곳에서의삶은로맹에게마르지않는영감의원천이다.다양한하숙생,그리고그만큼다양한그들의개성과성격이젊은작가에게영향을미쳤다.(…)하숙집은건물의세개층을차지했고,로맹과모친미나의방은『자기앞의생』에서로자부인이“엘리베이터도없는7층”에살았던것처럼각각7층과8층에위치해있었다.바로이곳에서로맹은다양한인간군상을발견한다.(…)손님들이저마다특별한사연을간직한채속속찾아들었다.(…)메르몽하숙집은로맹가리에게미래의작품들을위한진정한실험실이었다.(…)그가첫단편소설과첫콩트와첫장편소설을쓴것도,첫사랑을알게된것도,‘자기앞의생’의고된수련을한것도바로이메르몽하숙집에서였다.
-247~249쪽,「해설」

10대시절의로맹가리는어머니가관리인으로일하던메르몽하숙집에서살았다.어머니와단둘이지내던그에게메르몽하숙집은인간군상을관찰하고숙고하게해준창구였는데그때의인연들은훗날그의소설들에어김없이자양분이되었다.『죽은자들의포도주』는소설가로맹가리의바탕이라할메르몽하숙집에서의경험이유독두드러진소설이다.아내가하숙집을운영하는주인공튤립은시체들의사연을듣는족족“내마누라가예전에방을세줬던”이라는말과함께세입자들의기억을끄집어낸다.어느탐욕스러운장관의시중꾼,예술의경지로침을뱉던사내,방을착각해실수로불륜을저질러버린남자,고담준론에사로잡혀현실의미인을거부하는남자,기적을믿지않는사제등언뜻평범하지만별난인물들이소설곳곳에서소환돼이야기를다채롭게만든다.사람구경만큼재밌는건없다는사실을로맹가리는일찍이메르몽하숙집에서깨쳤다.
메르몽하숙집이로맹가리문학의모태인만큼,그곳에서쓴『죽은자들의포도주』는훗날로맹가리가쓴주요작품들의모티프로가득하다.실제로『죽은자들의포도주』에쓰인여러문장과에피소드는『가면의생』『자기앞의생』『유럽의교육』『그로칼랭』같은소설들에그대로쓰이거나아주조금바뀌어있다.즉,로맹가리는처음부터자신의문장을갖고있었으며첫장편인이소설만큼오랫동안애정을쏟은작품이없다고짐작해볼수있다.로맹가리가죽고1년이지난1981년,그가진짜‘에밀아자르’임을밝힌『에밀아자르의삶과죽음』에는이소설이이렇게언급돼있다.“나는이원고를온갖전쟁이며풍랑이며대륙들로끌고다니며던져두었다가다시붙잡기를되풀이했다.이소설은청춘부터성숙한시기까지줄곧나와함께했다.”로맹가리는이미오래전죽은자들의대열에합류했지만그의청춘이봉해진첫장편『죽은자들의포도주』는이제삶을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