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

내가 있는 곳

$13.50
Description
내가 사는 이곳, 날 세상에 내려놓는 말들!
서른셋의 나이에 장편소설이 아닌 첫 단편소설집으로, 미국인의 정체성이 아닌 미국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오헨리 문학상, 펜/헤밍웨이상, 프랭크오코너 국제단편소설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며 미국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 저자의 다섯 번째 소설인 『내가 있는 곳』은 그동안 저자가 천착해온 존재의 당혹감, 뿌리 내리기와 이질성이라는 주제의식이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대략 40대 초반, 어느 한적한 바닷가 도시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혼 여성. 직업은 교수이고 다른 사람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독한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 것과 움직이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고, 어떤 곳과 동일화하고자 하면서도 지속적인 관계 만들기를 거부한다. 현재 살고 있고 그녀를 매료시킨 도시는 하루하루 일상을 만드는 살아 있는 배경, 중요한 대화자로 자리한다.

책의 제목인 『내가 있는 곳』은 지리적 물리적 공간일 뿐 아니라 내면의 공간이기도 하다. 집 주변 보도, 공원, 다리, 광장, 서점, 길거리, 상점, 카페, 수영장, 식당, 병원 대기실, 발코니, 슈퍼마켓, 박물관, 매표소, 역, 남편이 빨리 죽고 나서 치료약 없는 외로움 속에 잠겨 사는 어머니를 찾아가고자 이따금 그녀를 멀리 데려가는 기차 등 46개 이야기에 담겨 있는 장소는 물리적 공간과 마음속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주인공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사색하고 묻는다.
저자는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불안한 정체성과 이동하는 존재의 기억을 담아냈다. 변해가는 일 년의 계절을 그리면서도 바다와 태양이 빛나는 날 깨어나 일순간 삶의 열기로 피가 뜨거워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선명히 각인한 이 작품을 통해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언어를 발굴하고 그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를 오롯이 개척해가는 단단한 발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줌파라히리

지은이:줌파라히리(JhumpaLahiri)
1967년영국런던의벵골출신이민자가정에서태어났다.곧미국으로이민하여로드아일랜드에서성장했다.바너드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하고,보스턴대학교문예창작과대학원에재학하면서단편소설을쓰기시작했다.같은대학에서르네상스문화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9년첫소설집『축복받은집』을출간해그해오헨리문학상과펜/헤밍웨이상을,이듬해퓰리처상을수상했다.2002년구겐하임재단장학금을받았다.2003년출간한장편소설『이름뒤에숨은사랑』이‘뉴요커들이가장많이읽은소설’로뽑혔고전미베스트셀러를기록했다.2008년출간한단편집『그저좋은사람』은그해프랭크오코너국제단편소설상을수상했고<뉴욕타임스>선정‘2008년최우수도서10’에들었다.2013년두번째장편소설『저지대』를발표했다.이탈리아어로쓴산문집으로『이작은책은언제나나보다크다』『책이입은옷』이있다.2015년미국인문훈장인내셔널휴머니티스메달을받기도했다.프린스턴대학교문예창작학과에서학생을가르치고있다.  

옮긴이:이승수
한국외국어대학교이탈리아어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에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외국어대학교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에서강의하고있다.『책이입은옷』『이작은책은언제나나보다크다』『다뉴브』『페레이라가주장하다』『폭력적인삶』『넌동물이야,비스코비츠!』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보도에서
길에서
사무실에서
식당에서
봄에
광장에서
대기실에서
서점에서
마음속에서
박물관에서
심리상담사의집에서
발코니에서
수영장에서
길에서
뷰티숍에서
호텔에서
매표소에서
햇살좋은날에
나의집에서
8월에
계산대에서
마음속에서
저녁식사에서
휴가지에서
슈퍼마켓에서
바다에서
카페에서
빌라에서
시골에서
침대에서
전화통화에서
그늘에서
겨울에
문구점에서
새벽에
마음속에서
그의집에서
카페에서
잠에서깨어
엄마의집에서
역에서
거울에서
묘소에서
산책길에서
아무데서도
기차에서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나이면서그렇지않아요,떠나지만늘이곳에남아있어요”
퓰리처상수상작가줌파라히리5년만의신작소설

“자신의언어를빼앗긴작가란죽은몸이나마찬가지인데,어떻게작가가자발적으로그런일을할수있을까?”(소설가김연수)라는질문에이렇게대답할것이다.“변화가우리의존재에뼈대를만든다”(『이작은책은언제나나보다크다』)라고.모국어라할영어가아닌외국어인이탈리아어로직접쓴첫산문집『이작은책은언제나나보다크다』를통해작가적모험을감행했던소설가줌파라히리.역시나이탈리아어로두번째산문집『책이입은옷』을펴냈고,마침내이탈리아어로쓴첫소설을내기에이른다.『내가있는곳』은2013년미국에서출간한장편소설『저지대』이후5년만에선보이는작가의최신작이자다섯번째소설이다.
줌파라히리는서른셋의나이에장편소설이아닌첫단편소설집으로,‘미국인’의정체성이아닌‘미국에사는사람’의정체성문제를다룬작품으로,퓰리처상을수상하며주목받았던인도계미국작가다.『축복받은집』『이름뒤에숨은사랑』『그저좋은사람』『저지대』를거치며퓰리처상을포함오헨리문학상,펜/헤밍웨이상,프랭크오코너국제단편소설상등유수의상을휩쓸었고전미베스트셀러를기록,평단과독자의신뢰와사랑을고루받는미국의대표작가로자리매김하였다.2015년에는미국의오바마전대통령으로부터내셔널휴머니티스메달(NationalHumanitiesMedal)을받기도했다.
『이작은책은언제나나보다크다』에서는내면의빈공간을채워주고자아를실현해줄새로운표현수단으로서이탈리아어를선택하고배우는과정을그녀의삶과연결해진솔하게드러냈으며,『책이입은옷』또한책표지에대한유니크하고도클래시컬한사색으로진진한이야기를풀어냈다.그리고『내가있는곳』을통해서다시한번불안한정체성과이동하는존재의기억을특유의섬세하고아름다운문체로선보인다.경계를넘어자신만의언어를발굴하고그를통해전혀다른세계를오롯이개척해가는그녀의단단한발걸음을눈으로확인하는기쁨이크다.

나는나이면서그렇지않아요,떠나지만늘이곳에남아있어요.이두문장은휙부는바람이나뭇가지를흔들고나뭇잎을떨게하듯잠시내우울한마음을어지럽힌다.
─187쪽

“우리가스쳐지나지않고머물어떤곳이있을까?”
모어에서외국어로,집에서길로,길에서다시마음으로돌아오는이동의기억

존재의당혹감,뿌리내리기와이질성이라는줌파라히리가천착해온주제의식은이소설에서정점을이룬다.소설속주인공은대략40대초반,어느한적한바닷가도시에사는것으로추정된다.직업은교수이고다른사람과관계형성에어려움을느끼는고독한미혼여성이다.그녀는움직이지않는것과움직이는것사이에서흔들리고,어떤곳과동일화하고자하면서도지속적인관계만들기를거부한다.현재살고있고그녀를매료시킨도시는하루하루일상을만드는살아있는배경,중요한대화자로자리한다.집주변보도,공원,다리,광장,서점,길거리,상점,카페,수영장,식당,병원대기실,발코니,슈퍼마켓,박물관,매표소,역,남편이빨리죽고나서치료약없는외로움속에잠겨사는어머니를찾아가고자이따금그녀를멀리데려가는기차등이그것이다.좀처럼친해질수가없는직장동료들,여러친구들,그녀를위로하고혼란케하는사랑의그림자인‘그’도마찬가지다.그리고계속살아왔던곳을떠나게되는순간을맞는다.소설은변해가는일년의계절을그리면서도바다와태양이빛나는날‘깨어나’일순간삶의열기로피가뜨거워지는그녀의모습을선명히각인한다.

결국환경곧물리적공간,빛,벽은아무상관이없다.그곳이맑은하늘아래있는지빗속에있는지여름날맑은물속에있는지는중요하지않다.기차안인지자동차안인지,해파리떼처럼여기저기퍼져있는여러모양의구름들을뚫고날아가는비행기안인지는.머물기보다나는늘도착하기를,아니면다시들어가기를,아니면떠나기를기다리며언제나움직인다.쌓다가푸는발밑의작은여행가방,책한권을넣어둔싸구려손가방.우리가스쳐지나지않고머물어떤곳이있을까?
─143쪽

“바로이곳이내가사는곳,날세상에내려놓는말들이다”
줌파라히리의글가운데서도가장투명하고아름다운이야기

책의제목‘내가있는곳’은지리적물리적공간일뿐아니라내면의공간이기도하다.곧46개이야기의장소는물리적공간과마음속공간이다.이공간에서주인공은내가지금어디에있는지끊임없이사색하고묻는다.
이소설에는주인공의이름과사는도시가구체적으로나타나있지않다.이름은한계를짓고호명은구체화하는속성이있기에,작가는이름을없앰으로써무게에서벗어나이야기를열린세계의것으로만들고자했다.그렇게소설속주인공의이야기는우리모두의이야기가된다.
소설속그녀는어릴적부모에게서받은트라우마가강하다.외부와의교류를거부한채자신만의누에고치에틀어박혀인색한삶의방식을가족에게도강요했던아빠,성격이맞지않는아빠와매일다투며딸에게집착했던엄마.그때문에어릴적가족에게서느낀결핍과불안은친구관계,이성관계에까지이어졌고여전히그녀의삶을흔든다.사랑에있어서도상처가있다.양다리를걸쳤던애인,유부남과가졌던짧은만남,친구의남편을사랑하지만지켜봐야만하는고통,학회에서잠깐만나마음으로만품고있는미래의사랑.그녀가한곳에뿌리내리는것도힘들어하지만집을떠나는것에도막연한불안을품듯,결혼해정착하지못한채사랑에도여전한불안과기대를함께품고있다.
하지만현재자리에남아있으려하면서도그한계를넘어새로운세계로나아가려는열망이공존하는그녀의모습을통해우리는자각하게된다.방향을잃고표류하고뿌리뽑힌존재라는보편성을인정하고다시이동하고변화하려는그녀에게서진짜“내가사는곳”을본다.“개가빌라오솔길을따라날끌고갔듯이,내삶의갑옷을뚫고나가도록밀었던뭔가”를느끼고변화하고자하는것.“이이야기는우리가흘려보냈던작은순간들을다시찾아내느끼게한다.대부분외롭지만,가끔은온기를느끼고가끔은온전히나의것으로누릴수있는순간의기억들을.이소설은내가읽은줌파라히리의글가운데서도가장투명하고아름다운이야기였다”(소설가최은영)라는말에공감하는이유다.

방향잃은,길잃은,당황한,어긋난,표류하는,혼란스러운,어지러운,허둥지둥대는,뿌리뽑힌,갈팡질팡하는.

이런단어의관계속에나는다시처했다.바로이곳이내가사는곳,날세상에내려놓는말들이다.
─189~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