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의 말 (아우슈비츠 생존 화학자의 마지막 인터뷰)

프리모 레비의 말 (아우슈비츠 생존 화학자의 마지막 인터뷰)

$17.08
Description
죽음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던 때의 프리모 레비, 그가 전하는 모든 삶의 이야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 『프리모 레비의 말』. 아우슈비츠 수용소,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인간의 야만을 거론할 때 누구보다 먼저 거론되는 사람은 이탈리아의 화학자이자 작가 프리모 레비가 작가와 학자로서 10여 년간 우정을 쌓은 조반니 테시오와 공동으로 프리모 레비의 승인된 자서전을 만들자던 기획에서 시작된 인터뷰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프리모 레비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인 1987년 1월과 2월, 두 번의 월요일과 한 번의 일요일 오후에 소형 녹음기를 사이에 두고 오간 두 사람의 편안하고 속 깊은 대화를 담았다. 가족과 유년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해 학창 시절, 성격, 취향, 독서 등 편안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해나가면서도 오랫동안 잊고 살던 것들을 되찾은 듯 머뭇대고 붙잡고 음미하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체험을 글로 옮겼고, 지금도 최고의 증언 문학으로 인정받는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등으로 시대의 진상을 알렸던 그는 이야기가 최고의 치료제임을 누누이 말하며 누구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글을 썼지만, 모든 걸 털어놓음으로써 과거를 극복했다고 믿던 67세의 나이에 그는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이 책에서 자신과 얽힌 일들을 특별한 검열 없이 터놓은 그의 이야기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프리모레비

이탈리아화학자,작가.1919년7월31일이탈리아토리노의자유로운유대계가정에서태어났다.수줍음많은성격에어려서부터학업에뛰어났고유대인이라는별다른자각없이유년을보냈다.1941년토리노대학교화학과를수석으로졸업했지만유대인을탄압하는파시스트정부의인종법때문에학업을중단했다.이후행동당조직‘정의와자유’에가담,파시즘에저항운동을벌이다1943년12월파시스트민병대에체포되었고이듬해2월독일아우슈비츠수용소로이송되었다.1945년1월구소련의붉은군대에의해해방되기까지11개월을수용소에서보냈는데,당시새로들어온수감자는평균석달을버티기어려웠다.해방이후에도고향인토리노를밟기까지는유럽각지를돌아아홉달이걸렸다.
1946년,훗날을해로할루치아를만났고도료공장의화학자와관리자일을생업으로삼았으며수용소경험을글로옮기기시작했다.이듬해아우슈비츠수용소의삶을기록한첫책『이것이인간인가』를지인의신생출판사를통해출간했으나10년이상큰주목을받지못하다가1963년수용소에서집으로돌아오는여정을담은『휴전』을출간해제1회캄피엘로상을받았다.이후『주기율표』(1975),『멍키스패너』(1978),『지금이아니면언제?』(1982),『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1986)등을발표하며세계적작가로이름을알렸다.
1987년4월11일,자택의층계참에서뛰어내려자살했다.어머니등가족에대한죄책감과수용소트라우마로우울증을앓은것으로알려졌다.

목차

들어가며

1월12일월요일
1월26일월요일
2월8일일요일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아우슈비츠생존자·화학자·작가
프리모레비의마지막인터뷰,마지막흔적

아우슈비츠수용소,홀로코스트로대표되는인간의야만을거론할때누구보다먼저거론되는사람은이탈리아의화학자이자작가프리모레비다.유대인이라는별다른자각없이살았던그는대학졸업후이탈리아파시스트정부의인종법에저항하다체포돼1944년아우슈비츠수용소에수감되었고,11개월뒤인이듬해1월해방돼아홉달만에고향인토리노로돌아왔다.그뒤도료공장의관리자내지연구자등으로생업을이으며틈틈이자신의체험을글로옮겼고,지금도최고의증언문학으로인정받는『이것이인간인가』『주기율표』『가라앉은자와구조된자』등으로시대의진상을알렸다.하지만시대를대표하는거창한일은그의애초셈과는거리가멀었다.극도로내성적인유년과학창시절을지나온그는“이야기가최고의치료제”임을누누이말하며누구보다자신의트라우마를극복하려고글을썼다.그러나당황스럽게도,여러권의저서를출간해세계적으로주목받는작가가된뒤에,모든걸털어놓음으로써과거를극복했다고믿던67세의나이에그는돌연자살로생을마감했다.
『프리모레비의말』은마음산책‘말시리즈’의열두번째책이다.프리모레비가세상을뜨기두달전인1987년1월과2월에가진마지막인터뷰를담았다.이탈리아문학교수이자평론가인조반니테시오가인터뷰어로나섰다.그는프리모레비가세상을뜰때까지10여년간우정을나눈조언자로서,프리모레비와공동으로자서전을쓰기위해구술을받던중이었다.따라서『프리모레비의말』은1987년1월12일,1월26일,2월8일,이렇게세차례의인터뷰로이루어졌지만맥락상한편의인터뷰로볼수있다.두사람의대화는가족과유년시절의이야기로시작해학창시절,성격,취향,독서등편안하고애틋한이야기를계속하다가도언뜻언뜻프리모레비자신도낯선듯털어놓는즉흥적인변주가끼어들어긴장감을일으킨다.자신에관해서도남에관해서도격렬한목소리를내지않던프리모레비의심경의변화를감지할수있다.
두사람은이책에실린세번의만남이후에도다시인터뷰약속을잡아놓았지만프리모레비의갑작스러운자살로성사되지못했다.따라서“어떤면에서보면중단된이세번의인터뷰에서레비는자신의삶을총체적으로되돌아보았다고도할수있을것”(「옮긴이의말」)이다.

1986년크리스마스이브에나는레비에게자서전을위한자료를함께준비하자는제안을했고우리는곧그것을“승인된”자서전으로불렀다.나는느닷없이레비에게서어떤균열을감지했다.그래서이유는알수없지만그에게작업을제안하고픈충동이일었던것이다.그리하여나는1987년새해,1월12일에작은녹음기를가지고레비의집을방문했다.레비는보통때와다름없이정확한언어를사용했지만이따금평상시와는다른모습을보이기도했다.그러니까세번의만남중두번째만남을마치고헤어질때,굳은악수에머물고말던평상시의습관과달리그는나를포옹했다.
─14쪽,「들어가며」

프리모레비를지탱하는기억
자신에게도생소한이야기

레비는어린시절과아버지,학교선생님들과친구들,그리고극도로내성적이었던자신의모습을자세히떠올린다.그리고아우슈비츠수용소로끌려가기전의기억을차분하게이야기한다.테시오는레비가어떤기억을떠올릴때면마치그때까지자신도알지못했던사실을발견한듯오래그기억에머물러있었던반면어떤기억들은꺼내기를주저하고이야기를망설였다고회상한다.그러면서그때까지와는다른고통과죄책감을생생하게느끼는듯했다고한다.
─226~227쪽,「옮긴이의말」

『프리모레비의말』은작가와학자로서10여년간우정을쌓은프리모레비와조반니테시오가공동으로프리모레비의“승인된”자서전을만들자던기획에서시작한다.1987년1월과2월,두번의월요일과한번의일요일오후에소형녹음기를사이에두고오간두사람의편안하고속깊은대화를담았다.인터뷰어조반니테시오는자서전을쓰기위한자료답게어린시절부모에관한이야기부터시간순으로이끌어간다.차분하고간결하게,그러나호의와관심으로쏟아내는질문속에서프리모레비는향수어린세월과사람들에대한소소한기억을끄집어낸다.큰정은없었으나지적인열의를물려준아버지,그의품성에큰영향을끼친어머니,더없이이탈리아적인친척들의사연,유대인과기독교인의결혼이가능하던시절,유대인임을자각하지못했고수재였으나만년2등이던어린시절,그에게영향을준선생님들과의일화,그의독서와글쓰기와놀이,화학에대한관심,토리노의나른한공기속에서그의숨통을틔워준등산.훗날굵직한사건들을겪느라뒤로했던작은기억들을털어놓으며프리모레비는그의저서들에서언뜻느껴지던노스탤지어를한껏내비친다.그러면서오랫동안잊고살던것들을되찾은듯머뭇대고붙잡고음미하려는인간적인모습을보인다.스스로말하길극도로내성적인남자로살아온데다,수용소라는한계상황을겪고서는더더욱함부로달아오를수도무한히냉정할수도없는사람이되었지만,이마지막인터뷰에서는자신과얽힌일들을특별한검열없이터놓는다.이후대학시절맞닥뜨린인종법과그로인한학업중단,파시스트정부에대한저항운동과호기,감옥살이와아우슈비츠이송같이한이돼버린거대한기억들을이야기하지만,사람을살리는건늘따뜻하고작은기억임을그의말에서느낄수있다.

안이아니라밖에서봐야더잘보이는일들이있습니다.물론어머니와나는둘다지혜롭다는말을듣는데그런평판이맞는지는잘모르지만,둘다지나치게힘에겨운일을하려고는하지않습니다.아버지는능력이상의일을하려는경향이있었지요.그런데제가절대전문가가될것도아니면서완전히무의미하고무모하게등산을하는이유는어떻게설명해야좋을지모르겠군요.두분중누구에게물려받은기질인지모르겠어요.뿐만아니라아버지어머니모두등산을완전히반대했던기억이납니다.등산은나자신에게주는보상이었고,반항이었습니다…….
─33쪽

기억속에서망설이고여운을만들다
침착함과흔들림을오가는말

1987년1월12일의첫만남이후1월26일과2월8일에두번을더만났는데모두오후였다.녹음이될경우레비가말하기꺼릴수있을문제들을더자유롭게이야기하려고나는여러차례녹음기를껐다.대화가특별한상황에접어들면레비본인이내게자신의고백은“번역”되어야만한다는점을상기시켰다.‘위기’에처한게분명해보이는순간에내게이렇게말했다.“처음부터당신에게말했지요.번역되어야할고백들이있습니다.”
─14쪽,「들어가며」

『프리모레비의말』에는프리모레비인생의전반부를가득채운,태어나서떠나본적없던토리노에서의풍요로운추억과,그뒤삶을송두리째바꾼저항운동이며수용소의기억이교차한다.양극단의일을구술하는중에도프리모레비는그의글쓰기가그랬던것처럼격앙됨없이침착하지만,두극단사이에는글로표현하기어려울만큼섬세한일이많았다.그런일들을이야기할때,예컨대자신의치기가가족과타인의삶에변곡점을가져왔다는후회와죄책감이들때프리모레비의구술은멈칫하고망설이며여운을만든다.피신중에도아우슈비츠에끌려간자식을걱정했을어머니,동료이자연인으로서포솔리수용소에서삶을마감한여인등말년까지지워지지않는상처들이프리모레비의여러기억사이에서모습을드러낸다.
이인터뷰가있던1987년에프리모레비의나이는예순일곱으로,아우슈비츠에서풀려난지42년이지난뒤였다.이책의세번째장인2월8일의인터뷰를나누고두달뒤그는자택에서스스로목숨을끊었다.그는죄책감과트라우마로인한우울증을앓았다고알려졌지만세상을뜬근본적인원인은추측될뿐이다.『프리모레비의말』은죽음에가장가까이닿아있던때의프리모레비를만나게해준다.

우리는함께,정확히말하면아주흔한방식으로체포되었어요.콜드주에서우리는어떤임무인지는기억나지않지만정치적임무를수행하러함께마을로내려갔습니다.밤중에산으로올라가지말고계곡의은신처에서자고가라는제안을받았어요.우리는거절했습니다.무슨이유때문이었는지잘기억나지않습니다.그러고는한밤중에콜드주까지올라갔고다섯시간뒤에,그밤이지나고체포되었지요.저는자주죄책감을느꼈습니다.(…)게다가그여자는끌려가지않으려고자살을시도했어요.동맥을잘랐지만곧봉합을해주었습니다.그후그녀가죽었기때문에,간단히말해저는지금의아내를만날때까지그녀의죽음에대한죄책감에서벗어나지못했습니다.제게는정말절망적인상황이었어요.사랑하는여자가더이상이세상에없다는게,게다가내가그녀의죽음에한원인이었다는게말입니다.
─135~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