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0년 베이징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

1790년 베이징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

$17.46
Description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인문 기행서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제약과 차별을 겪었고, 그 때문에 외려 봉건주의의 인습에서 벗어나 진보적 실학을 추구했던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제가. 그는 명을 사대하고 청을 업신여기던 조선에 개혁적으로 청의 선진 문물과 풍속을 소개한 『북학의』로 특히 유명하지만, 실학자이기 이전에 시와 그림으로 고독을 달래던 천생 예술가였다. 그런 그가 남긴 의문의 그림이 있으니 〈연평초령의모도延平?齡依母圖〉, 즉 청나라에 저항한 명의 장수 정성공의 어릴 적을 그린 그림이다. ‘어린 연평이 엄마에게 의지해서 살다’쯤으로 해석될 이 그림은(가칭 〈모자도〉) 박제가의 이름이 남겨져 있으나 그의 솜씨로 볼 수 없을 만큼 전문가적인 화풍. 더욱이 청의 문물을 배우자던 평소 박제가의 소신과 달리 그림 속 주인공은 오히려 청에 저항하던 인물이어서 〈연평초령의모도〉는 여러모로 모순적인 면을 띠었다. 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그림에서 받은 강렬한 감상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동아시아와 소수민족들을 돌며 자신만의 쪽빛을 찾는 여정을 그린 『쪽빛으로 난 길』을 쓴 화가이자 염색가 신상웅이 두 번째 책 『1790년 베이징』을 냈다. 이번에는 박제가의 이름이 남겨진 문제의 그림 〈연평초령의모도〉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좇아 한국과 일본, 중국을 오갔다. 이 그림에 관한 마땅한 정보가 없어 한동안 애를 끓이다 그림의 단서를 좇아 이후 십수 년간 동아시아 나라들의 국경을 넘었다. 국내 학계에서 위작이라고도 말하는 이 그림이 정말 박제가가 그린 것이 맞는가, 그 뒤에 이름 모를 조력자가 있는가, 청나라가 천하를 호령하던 때에 무슨 이유로 명나라 장수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위험을 무릅썼는가.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 그림에 대답하기 위해서, 20년을 넘게 알아왔지만 첫인상이 지워지지 않는 이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장소와 사람과 사연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연평초령의모도〉의 비밀에 관한 추리를 중심에 둔 『1790년 베이징』은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인문서이자, 갑갑한 조선에 몸담았으되 더 넓은 세상을 꿈꿨던 자유인 박제가의 마음을 훑는 속 깊은 기행서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꼽혔다.

〈모자도〉의 세부를 관찰하고 난 뒤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의심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박제가가 소화하기 어려운 그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문제는 그든 나빙이든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그려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 있었다. 한 폭의 그림에는 화가의 일관된 수준의 솜씨가 고루 남아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모자도〉는 그렇지 않았다. 오랜 시간 훈련을 쌓은 전문 화가가 그린 부분들과 어색하고 서툰 흔적이 동시에 존재했다. 처음 예상하기를, 그림은 다른 누군가 그리고 글씨는 박제가가 남긴 미스터리의 그림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못된 추측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말하자면 〈모자도〉를 그린 사람이 박제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그든 누구든 혼자서 그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새로운 의혹이 추가된 셈이었다. 막연한 상상 속의 추론이었지만 나는 내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19쪽
선정내역
- 2019 올해의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신상웅

충북괴산의산골에서태어났다.그림과글쓰기에흥미를느꼈던듯하다.서울대학교미술대학을마치고집으로돌아와푸른쪽염색을시작했다.서울과청주에서두번의전시회를열었다.동아시아쪽염색의현장을찾아나선책『쪽빛으로난길』을펴냈다.미뤄두었던그림을다시생각하는중이다.

목차

들어가며_의문의그림한점

서울.비내리는통진의농가에서쓰다
히라도1.정성공을만나다
히라도2.바다의길
나가사키1.일본여인다가와
나가사키2.박제가와허생과정성공
도모노우라.친구라는그말
오사카1.〈모자도〉와최북
오사카2.떠나고남겨진사람들
취안저우1.다가와가죽다
취안저우2.〈모자도〉와이슬람사원
샤먼1.정성공초상화
샤먼2.나빙과〈행락도〉
광저우.바다로열린항구도시
사오싱.경우가다르다
양저우1.나빙의집
양저우2.〈모자도〉,양저우로오다
양저우3.여리고뜨거운사람들
베이징1.유리창
베이징2.박제가,나빙을만나다
베이징3.박제가,나빙과헤어지다
베이징4.박제가,다시베이징에오다
베이징5.〈모자도〉안으로
베이징6.박제가,마지막으로베이징에오다
베이징7.새로운의문
산하이관.만리장성의끝
종성.박제가,유배를가다
부여.박제가의꿈

참고문헌
도판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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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의문의그림을만나고시작된발걸음
그림에감추어진오래전자유인들의흔적
〈연평초령의모도〉를만나고지금껏20년이상이흐르는동안저자신상웅의마음은주로난처함으로차있었다.박제가의이름이있으되그가그렸다고믿기어려운정황,그렇다고아예마음을접을수도없는매혹.그렇게잊지도다가가지도못하던어느날저자는이그림에서박제가말고도‘양주팔괴’로유명한중국화가나빙의붓질이보인다는,미술사학자이동주선생의짤막한글을발견하고이그림이처음건넸던확고한감을재차믿고뒤를좇기로했다.

이게무슨소리인가.나빙羅聘이라니,그라면얘기가달랐다.그는청나라를대표하던이름난화가중한사람이고1790년사신단의일원으로베이징에머물던박제가와유독가깝게지낸사이였다.길지않은만남이었지만서로간의사귐이깊었는지나빙은박제가와헤어지면서초상화와매화한폭을그려주었고그그림들이여태남아전한다.만나서서로나눈시도여러편이고헤어진뒤에도서로를그리는긴이별시를남기기도했다.1790년베이징에서그들에게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나빙과〈모자도〉가어떤연관이있다면왜그의이름은그림에남아있지않을까.청나라화가나빙의등장으로지금까지〈모자도〉를두고이어진반복된논의가이제는차원이다른방향으로옮겨질수도있겠다는예감이들었다.
-17쪽

『1790년베이징』은〈연평초령의모도〉의진짜화가와비밀을알기위해시작된긴여정을담은책이다.박제가와나빙의단서를찾아,또그단서에서방사하는곁가지들을거두며저자는십수년간한·중·일동아시아를틈날때마다헤맸다.박제가가실학자이덕무,유득공등‘백탑파’동료들과어울리며열린세상을꿈꾸던서울을시작으로〈연평초령의모도〉의등장인물정성공의고향인일본히라도,나아가나가사키를밟고,정성공의발걸음을따라중국취안저우로넘어가샤먼,광저우,사오싱,양저우,베이징,산하이관등중국동부를종단하다시피하며〈연평초령의모도〉의주인공과그린이의흔적을더듬는다.그러는사이알게되는,당시예술가들이국경없이연대하며함께꿈꾸던세상.그때는세상의중심이명에서청으로,뭍에서바다로이동하던격변기였고〈연평초령의모도〉에관여된이들은각자양반가의서자로서,만주족세상의한족으로서다른세상을꿈꿔야할명분이있었다.『1790년베이징』은그림자체의비밀을알아가는데큰맥락을두면서,옛문화에갇힌조선이갑갑하던박제가와그림을팔아어렵게먹고살던나빙의만남과우정을엿본다.대륙에서만나시와그림으로속을나누며서로해방구가되어준혈기있던시절부터,귀양살이또는생계로고생한끝에소박한죽음을맞은둘의말년까지,자유인들의우정에는시대도국경도없음을〈연평초령의모도〉에얽힌이야기들로확인한다.


삶의전환점을마련하는예술
그림의질문에답하는집요한애착
때로하나의그림,문학,음악이인생의물길을돌린다.화가신상웅에게는끊임없이말을거는〈연평초령의모도〉가그런작품이었다.저자는〈연평초령의모도〉의뒷이야기를알고자10년넘게한국,중국,일본을돌아다녔다.이책에는〈연평초령의모도〉에얽힌사연이뚜렷한열네곳을실었고,사소한발길까지합치면저자는그보다많은곳을답사했다.그발걸음을가늠해보자면예술이생각의지평뿐아니라실제로생활의지평까지넓힌셈이다.따라서이책은한작품에대한집요한감상이빚어낸또다른작품이다.그리고‘예술하기’가자기만의생활에서멀지않다는명징한방증이기도하다.박제가가“그만의새로운세상을보았고”저자는박제가의그림에얽힌질문을집요하게추적함으로써이또한예술로전환한셈이다.그끈질기고섬세한애착의길이독자에게는진진한독서가될것이다.

“‘붉다’라는글자하나만가지고/온갖꽃통틀어말하지마라/꽃술도많고적은차이있으니/세심하게하나하나보아야하리.”어느날꽃을바라보던박제가의시선이다.그의눈에비친꽃들은그저‘붉은’꽃이아니다.세상의꽃들을‘붉다’라는단어하나로뭉뚱그리는무심함과무신경을그는늘경계했다.얼굴은얼굴이되제각각다르듯꽃도나무도나뭇잎도그렇다는것.낡고고루한관습은사회의제도에만있는것이아니라시와글,그림도마찬가지라는것을늘스스로경계하지않으면그안에빠져잊고야만다고자신을다그쳤다.그에게시는과거의시를,어느시인의눈길을답습하는것이아니었다.‘예술은경우가다르다’하고박제가는믿었다.접시꽃과꽈리와패랭이꽃에서그만의새로운세상을보았고수박을먹는쥐와소나무를쪼는딱따구리에서그는시의기미를읽어냈다.아니,박제가는‘하늘과땅사이에가득찬모든것이다시’라고고백한다.그런박제가의새롭고가볍고산뜻한시선은어디서찾아든것일까.
-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