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백수린 짧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백수린 짧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50
Description
오늘 밤이 지나면 사라져버릴지라도 지금은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기미와 흔적을 언어로 붙잡다!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서사의 결을 드러내며 독자와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아온 젊은 작가 백수린의 짧은 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것들과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호명하는 열세 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선보이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다. 혼자든 둘이든 어느 골목에서 맞닥뜨렸을지 모르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 저자는 놓치는 줄도 모른 채 상처를 들여다볼 새도 없이 현실을 살아가는 여리디여린 이들의 마음의 지도를 그린다. 특유의 색감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주정아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그림을 담아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그림 자체로 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저자

백수린

저자:백수린
결정능력이현저히떨어지는탓에신춘문예에투고하는순간까지필명을정하지못하고본명으로등단한것을두고두고안타까워하는소설가.전화를거는것도받는것도싫어하는데소설가가되고나니전화통화를해야만하는일이뜻밖에너무많아곤혹스럽지만,소설을쓰는사람으로살수있어다행이라고생각한다.소설집『폴링인폴』『참담한빛』,중편소설『친애하고,친애하는』과번역서『문맹』을출간했다.프랑스자수나털실뜨기,도예처럼시간을들인만큼결과물이나오는취미를갖고싶다는작은소망을몇년째품고있으나실행에는옮기지못하고있다.헝겊으로만든사물들과튤립,그리고함께사는강아지의새까만발바닥을좋아한다.

그림:주정아
다양한재료의질감속숨겨진이야기를그려내는일러스트레이터‘마담롤리나’로활동중이다.책,제품,전시,앨범아트워크등다양한분야에서작업하며오직그리기만으로지속가능한삶을꿈꾼다.

목차

작가의말

어느멋진날
우리,키스할까?
완벽한휴가
그새벽의온기
봄날의동물원
누구에게나필요한비치타올
어떤끝
비포선라이즈
언제나해피엔딩
여행의시작
오직눈감을때
참담한빛
아무일도없는밤

출판사 서평

“밤의자락처럼서서히다가오지만돌이킬수없음을돌연깨닫게만드는어떤끝들”
상실의세목,평범한사람들의마음의풍경들

이책의주인공들은모두평범한일상을사는이들이다.혼자든둘이든어느골목에서맞닥뜨렸을지모르는우리주위의사람들.작가는놓치는줄도모른채상처를들여다볼새도없이현실을살아가는여리디여린이들의마음의지도를그린다.이제다어디로갔을까싶었던“상실의세목들”을꺼내보이며다시괜찮아질거라고위안을건넨다.

정신없이앞으로걸어가다가문득멈춰돌아볼때야비로소깨닫게되는상실의세목들.겁없이손가락걸며주고받던순정한약속과내일에대한무구한믿음,비눗방울처럼허황하고아름다웠던꿈과작은기척에도쉽게수줍었던날들은이제다어디에가있을까.
-「작가의말」에서

스물일곱살‘민주’는대학교행정조교로일하고있다.온종일아무도찾지않는사무실에앉아스무살이후로자신이살았던삶이란꿈꾸어왔던것들을조금씩하향조정하는날들의연속인것처럼느낀다.꿈의디테일들을하나씩버리며걸어왔지만지금어디쯤도착해있는지어떤끝을향하는지알수없는날들,몇년째공무원시험을준비하고있는남자친구와의관계또한불안하기는마찬가지.강의를하는박선생이휴강공지를모르고사무실에들러서차한잔을나누는사이민주는그녀에게서기운을얻는다.지금은“영원히오지않을것같은끝에대해생각하기를멈추고다만여기,여기의온기에집중”하면서.

“……괜찮아지나요?”
박선생이무슨말인지못알아들었다는표정으로쳐다보며민주의책상위에차가담긴종이컵을다시올려놓았다.
“그시기만지나면그런불안한마음은괜찮아지나요?”
민주의질문에박선생은아무런말없이웃더니,“엔딩이어떻든누군가함부로버리고간팝콘을치우고나면언제나영화가다시시작한다는것만깨달으면그다음엔다괜찮아져요”하고말했다.
-「언제나해피엔딩」에서


“스치듯들이치는한줌의빛이있어그들은가까스로서로의표정을읽을수있었다”
소설가의일이란그들을대신해‘가까스로’의표정을기록하는것

「참담한빛」속여자아이와남자아이는어린나이에아기를가져부모가되기로한다.해가간신히비치는반지하방에서아기가태어나기를기다리며“우리가우리아이를잘지켜낼수있을까?”걱정하는마음가운데그들이텔레비전에서맞닥뜨린배의침몰사고소식.

여자아이가고개를끄덕였다.남자아이는여자아이의둥글게부푼배위에귀를대고아기가움직이기를기다렸다.
“여보야.아까뭐라고그랬지?”
“뭐가?”
“희망이,어쩌고하던말.”
“희망이기적이라는말?”
“그리고또.”
“불처럼번지는게희망이라는말?”
남자아이가여자아이의배에귀를댄채어둠속에가만히있었다.어딘가저멀리서파도소리가들려왔다.
-「참담한빛」에서

“희망이기적이라는말”을되뇌는이들의얼굴에어리는‘참담한빛’을기억하는일,“오늘밤이지나면사라져버릴지라도지금은존재하는어떤기미와흔적을언어로붙잡아두는일”,소설가의일이란어쩌면“가까스로”의표정을대신기억하고기록하는일일거라조심스럽게말하는작가의목소리는그래서더미덥다.열세편의이야기에서사세한삶의표정을읽는기쁨이여기에놓여있다.

이책에실린짧은소설의주인공들은모두평범한사람들이다.마음을들여다볼겨를이없어자신이무언가를상실하고있는지조차알아채지못한채살아가는일상의사람들.어쩌면내가하고싶었던것은그들을대신해마음의풍경을그리는일이었는지도모르겠다.오늘밤이지나면사라져버릴지라도지금은분명히존재하는어떤기미와흔적을언어로붙잡아두는일.굳은살처럼딱딱해진마음의외피아래서벌어지는사세하지만결정적인순간들을기록하는일.
-「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