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이근화 산문 |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 | 양장본 Hardcover)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이근화 산문 |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시인 이근화의 신작 산문, 시적인 삶의 길
큰 것들의 평평한 세계에 가려진, 작은 것들의 풍요로운 세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이광호)을 실험하며 독특한 발상과 낯선 화법으로 시 세계를 펼쳐온 시인 이근화의 산문 『아주 작은 것들이 말할 때』가 출간되었다. 등단 17년 차, 그간 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동시집, 두 권의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22편의 글로, 다정히 삶을 헤아리는 이야기 한 권을 묶어냈다. 시집이 시인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세계를 정제된 언어로 보여준다면, 산문은 순도 높은 언어를 걸러내기까지 시인의 일상과 사유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이근화 시의 가능성을 산문이라는 또 다른 형식으로 제시한다.
엄마이자 딸, 예술가이자 생활인이라는 무수한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시인이 단정한 사유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상념에서 통찰로 이어지는 사유를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밥하고, 네 아이를 돌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의 일과로 채워진 무감한 하루 속에서도 읽고 쓰기를 이어온 시인의 발견은 불현듯 우리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의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시인을 자극하는 것은 주로 작고 여린 존재들이다. 그 존재란 가깝게는 시인의 네 마리 ‘토끼들’(아이들)이자 시인이 만난 여성들-김혜순, 정세랑, 마르타 아르헤리치, 베아트릭스 포터 등-이 일군 창조물들이다. 시인은 “이 세계를 살아갔던 출렁거리는 여자들, 움직이는 예술가들, 발랄한 아이들을 기억하고 바라보는 일”을 통해 여성으로서 삶의 길을 “어둠과 무지 속에서” 내보려 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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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근화

1976년서울에서출생하였다.2004년〈현대문학〉으로등단하였으며,시집으로『칸트의동물원』『우리들의진화』『차가운잠』『내가무엇을쓴다해도』,동시집으로『안녕,외계인』『콧속의작은동물원』,산문집으로『쓰면서이야기하는사람』『고독할권리』등이있다.김준성문학상,현대문학상,오장환문학상등을수상하였다.서울과학기술대학교등에서시론과시창작등을가르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아주작은인간들이말하는연민과사랑같은것

1날마다상상하고질문한다는것
도끔밥조깔치킨빵-우리집밥상이야기
내옷이어때서요-가쿠타미츠요의옷입는방법
여행가방속의‘나’-길에대한상상과새해인사법
사기당한날의노트-크리스토퍼울의〈무제〉
이제돌아가는건글렀지만-삶을파헤치는정다운의방식

2사랑의다른이름들
베란다의기적-시인농부와「물병자리아래서」
붓하나면나는만족해요-모드루이스의그림들
다정하고따뜻한미래-정세랑이발견한사랑
빌어먹을딸들-〈마르타아르헤리치와세딸들〉

3출렁거리는여자들
창조하는눈은아름답다-낸골딘ㆍ비비안마이어ㆍ신디셔먼의셀프포트레이트
내몸이어때서요-김언희와한나윌키
울어도괜찮습니다-이주란과눈물들
밤의이끌림-「죽은자의휴일」과산자의손길

4다같이잘살면안되나요
가난은공기와같아서-「손톱」과〈기생충〉,〈어느가족〉
너무늦기전에우리가해야할것들-도나해러웨이와김혜순
그를사랑하는나도괴물인가요-「모조지구혁명기」와〈셰이프오브워터〉
마음은어디에있는가-「d」와‘사탕더미’
우리의뒷모습-신해욱과요정들

5미치지않도록,책
돋보기를들어야볼수있어요-브론테자매의작은책들
‘스푼’이될책-「코딱지왕」의미래
사랑스러운곰팡이들-베아트릭스포터의정원
시싱허스트정원의‘벽’-비타색빌웨스트가정원을가꾸는이유

출판사 서평

다르게살아간여성들의삶이나를들여다보게할때
인간다운삶을상상하는통로의글쓰기

『아주작은것들이말할때』의1부「날마다상상하고질문한다는것」은먹고,입고,호주머니를뒤지는등생활의감각이선연한글로시작된다.시인은족발을먹으며손가락을쪽쪽빨아대는딸들앞에서“몸없는발들아,미안하다”라며고깃덩이이전의동물의몸을떠올리고,옷을고르면서는“옷이란,우리에게없는세계로가는통로”이자“나를짓는환상”임을간파한다.생활인으로분투하는와중에도낯선눈으로삶을더듬는그의조용한열정은지속된다.

평화로운가족들가운데“조용히해미친양아”라고혼잣말로나직이중얼거리는아내/엄마의자리를나는안다.가장평화로운풍경속에서의심과회의가고개를들고,침묵과고요의시간위에불안과공포가스멀스멀올라오는삶말이다.주인공으로살수없는내가,나의주인으로서살지못하는나를,평화롭고안정되게꾸리기위해무엇을해야하는것일까._64쪽

이러한실존적질문과함께사회적존재로서탐구는2부「사랑의다른이름들」과4부「다같이잘살면안되나요」에서주로다뤄진다.이는시인이애정어린눈으로살펴온여성예술가들-김혜순,김언희,황정은,정세랑,권여선,수전손택,베아트릭스포터등-의삶,작품과함께펼쳐지는데,그세계는불평등ㆍ환경문제ㆍ소수자차별등을넘어인간다운삶을꿈꾸도록우리를이끈다.이를테면김혜순의시「피어라,돼지」에나타난종을넘나드는태도는동물뿐아니라수많은약자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는윤리로확장되고,정세랑의소설「모조지구혁명기」는자연과인공,지구인과외계인등고정된정체성을벗어난사랑의가능성을제시한다.
무엇보다시인이서로다른방식으로살아낸여성들의활동에천착하는것은그안에서기존질서에저항하는자유의정신을만날수있기때문이다.폭력의상흔을그대로드러낸낸골딘의사진,어떤포장도없이구멍으로서몸을연상케하는한나윌키의퍼포먼스는기존젠더질서를“삐딱하고불순하게”바라본다.때로기괴하고추해보이는그작품들은여성의몸이처한현실의속악함을들임댐으로써아름다움의의미를묻는것이다.

틈을발견하고,실천적인삶을살아가는것이쉽지는않다.그래서매일조금씩읽고쓰는일이필요한지도모르겠다.삐딱하고불순하게세상을바라보는하나의방식으로서,글쓰기를제안해본다.마음껏상상력을발휘할수있는통로로서말이다.
_99쪽
시인의어린날을비추는아이들과의일상
아주작은인간들이말하는연민과사랑같은것

시인의집에는아이들넷이있다.엄마인시인은원고쓸시간을벌기위해자주아이들에게연필을쥐여주고그림을그리게한다.흥미롭게도현실속엄마는아이들단속에바쁜데,그림속엄마는활짝웃고있거나,큰팔을날개처럼펼치고모두를보듬고있다.(본문109쪽그림참조)여기에는실제보다는행복한가족을향한아이들의바람이담겼을테지만,그그림들은시인으로하여금“아주작은인간들이말하는연민과사랑”에귀기울이게하는힘을발휘한다.시인의통찰이아이들의그림에바탕을둔셈인데,이점이책의본문에아이들의그림이글과함께자리한이유이기도하다.산책길에서꽃과나무를꺾어오는아이들의부산함은손톱밑이까매지도록흙을파던시인의어린시절을되비추고,때로버려진화초나곰팡이처럼범상한것들도사랑스럽게관찰하는아이들의시선은시인의눈못지않다.

어리고약한존재들을향한나직한시선과느긋한마음속에는어쩌지못하는감동같은것이있다.서로가서로를보호하려는연민의감정이없다면인간은정말아무것도아닌것같다.
_178쪽

김준성문학상,현대문학상,오장환문학상등여러차례의수상이력만큼이나단단한시세계를일구어온작가는하루하루사소한것에서‘시적인것’을길어올려묵묵히쓰기를멈추지않는다.나와세계에다른이름을붙여가는그고요한노동은시시하고도허약한삶마저도사랑으로이끌고야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