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나이상으로는분명원로에속하지만자신을별로원로라고여기지않고그냥철없이살아온것같은데인터뷰하는중엔종종‘내가제법수도연륜이묻어나는발언을하는구나’스스로감동이느껴질때도있어기뻤습니다.(…)
이책은제가그어느날또다른먼나라로건너가기전,한인간으로서의인생여정을축약해놓은것같아읽는도중잠시잠시멈추어눈시울을붉히기도하였습니다.
_8쪽
코로나시기를헤쳐갈지혜부터차별에대한문제제기까지
“최우선으로약한사람을선택하는사랑”
『이해인의말』은2020년가을,재미저널리스트안희경과나눈집중인터뷰를바탕으로탄생했다.인터뷰어안희경은캘리포니아에,인터뷰이이해인수녀는부산광안리해인글방(올리베따노성베네딕도수녀원안에자리한이해인수녀의작업실)에자리해둘사이에는수천킬로미터의거리가있었지만해인글방오후3시면,이들은화상너머로밀도높은대화를이어갔다.총11장으로정리된인터뷰에는56년수도의길을걷게된갈망에서부터그생활속에체득한평화를느끼기까지이해인수녀의인생관,인간관,종교관이면면히흐른다.
첫번째인터뷰의주제는코로나였다.이해인수녀는우리모두가‘코로나수련생’이며코로나가준선물은안으로자신을들여다보고이웃을자세히보게한것이기에이기적예민함에서이타적예민함으로건너가는사랑을배우자고한다.‘숨어있는희망’을찾자는것이다.연초부터모든일정을취소하고수도원에머물며스스로찾은희망과실천들도이런깨달음과연결된다.
실상이해인의수녀의시는사랑과간구,깨달음과찬미,참회와기도의언어로아름다운서정을노래한다고알려져왔지만,『이해인의말』속그의모습은빛의세계를노래하는동안드러나지않았던입체적면모로가득하다.관계속의자존감,질병과죽음의수용에대해실존적통찰을주는철학자로서의면모뿐아니라,페미니스트영성에기반해가톨릭의권위적문화를비판하는여성수도자,일상과사회속차별에민감한진보주의자로서의태도까지그족적은폭넓다.가령세월호유가족을향한위로나성매매여성자활사업에대한관심,박노해시인ㆍ김진숙지도위원ㆍ임재춘씨(콜트콜텍해고노동자)와의인연이한예다.무엇보다누구에게나순한마음이있다는믿음으로40여년가까이재소자들과이어온만남은종교인만이이를수있는차별없는경지의극치를보여준다.
우리는맨날성명서나탄원서에사인을합니다.해고노동자들에대해서깊은속사정은몰라도원장이마이크잡고처지를설명하고“서명하자”그러면얼마나고통받고있을까마음이쓰여서한줄이라도더읽고동참해요.남들이볼때는우리끼리잘먹고잘살며,세상사엔관심없는것처럼보여도우리의식은약자들에게계속열려있어요.마음이편할날이없습니다.
_180쪽
저는편지한통을쓸때도잘나고부자인사람들보다는재소자,장애인,어린이들,이렇게약자부터순서를정해쓰려고합니다.생활안에서도순위를정해노력해야내가하는모든게모든이에게조금이라도다가갈수있다고여깁니다.힘들고성가시게할수있는사람이라도내가그안에서예수님의모습을보고먼저다가갈때모든이의모든것이되는데가까워진다고봅니다.바로최우선으로약한사람을선택하는사랑입니다.
_29~30쪽
법정스님,김수환추기경등종교계인사들과의교유를통한성장
“나를사랑하고모든생명을사랑하라”는마지막메시지
『이해인의말』의흥미로운대목중하나는법정스님등수도의길을걷는이들과이해인수녀의생생한교유현장이다.인터뷰도중이해인수녀는해인글방을정리하다발견한법정스님의편지한통을공개했는데,이는1978년그가손수붓으로쓴두루마리편지였다.이편지에서법정스님은고독을언급하며“수도자에게고독은그림자와같으며,수도자의고독은단절에서오는것이아니라우주의바닥같은것을들여다볼수있는도구이기에고독을배우자”고한다.비록종교는다르지만궁극의도는통하기마련이어서,이해인수녀는그말씀을공동체안에거한수도자의태도로해석해낸다.즉법정스님의고독의경지란“어울려살면서도홀로있을줄알며,기도하는모습으로제자리를지키는별처럼고독안에서진리를꽃피우는구도자의모습”이며,이는당신의시「별을보며」의주제와도상통한다는것이다.이외에도한국가톨릭의큰어른김수환추기경의“모든이의모든것이되라”라는가르침,강우일주교의역사적책임에대한강조가삶에어떤나침반이되었는지도들려준다.
이렇듯수도생활가운데이른깨달음,그순간의희열을토로하면서도자신의인간적한계나허물마저감춤없이드러내,속세의독자들또한이해인수녀와부담없이대화하는듯한경험을누릴수있다.그런그가마지막으로강조한메시지는“나를사랑할것”동시에“세상모든생명이연결되어있기에생명에대한예의를갖추라”는것이었다.인터뷰어안희경의말처럼『이해인의말』이고립무원의시기를통과하는우리들에게마음의“평화를작동시키는설명서”가되길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