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달콤한 직업  : 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

쓰고 달콤한 직업 : 소설가의 모험, 돈키호테의 식탁

$15.50
Description
소설가 천운영의 첫 산문집, 스페인 식당 운영기
“‘돈키호테의 식탁’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애틋한 경험들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삶을 예리하게 해부하는 문장의 소설가 천운영의 첫 산문집 『쓰고 달콤한 직업』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천운영은 소설집 『바늘』 『명랑』 『그녀의 눈물사용법』 『엄마도 아시다시피』,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생강』을 통해 동물적인 대상 등 개성 있는 소재와 이를 다루는 생생한 묘사, 날 선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이다. 그런 그가 2000년 등단 이후 21년 만에 첫 산문집을 내놓았다. 스페인에서 요리를 배운 천운영 작가가 서울 연남동에 스페인 가정식 식당 ‘돈키호테의 식탁’을 차리고 운영했던 이야기와 직접 요리를 하며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담았다.

식당 오픈 전날, 동료 작가들이 모여 와인 잔에 붙은 라벨을 떼고, 냅킨을 접고, 부족한 도구를 사러 나가느라 좌충우돌했던 에피소드부터 근처 식당 셰프들과의 모임 후기, 식당 마지막 영업 날 찾아온 가족 손님 이야기까지 자영업자이자 요리사로서 뭉클하면서도 고달팠던 추억들이 애틋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또한 식당 운영뿐 아니라 어린 시절 맛에 얽힌 추억, 음식과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소설을 전혀 쓰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제목처럼 이 책은 ‘쓰고 달콤한’ 삶의 궤적들로 촘촘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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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운영

저자:천운영
소설이란세상을먹고소화시켜내놓은그무엇이다.그믿음으로20여년간소설을쓰며싸며살아왔다.소설집『바늘』『명랑』『그녀의눈물사용법』『엄마도아시다시피』,장편소설『잘가라,서커스』『생강』을냈다.한국문학번역원의레지던스프로그램으로스페인말라가에서지내는동안『돈키호테』에빠져,소설에등장한음식을찾아다녔다.그러다결국소설이아니라진짜음식을먹여주고싶은마음으로,서울연남동에스페인가정식식당‘돈키호테의식탁’을차려2년간운영했다.『쓰고달콤한직업』또한내가소화한세상.처음으로소설이아닌다른것을내놓는다.

목차

책머리에-마지막날의계란프라이

1부

나와산초와잿빛당나귀
엄마의정육점단골비법
‘겁대가리’없는년의개업식
영자의전성시대
우리들의앞치마
칼가는오후
일수명함을집어들며
봄날의고양이들
교도소에서온편지
꽃보다예쁜명자씨
사촌이땅을사면
내꿈의주인은
돼지의보복
소설쓰기와사람쓰기의사이에서

2부

요로코롬문어삶기
멸치가오고있다
내사랑오징어
아스파라거스와파슬리
이계란요리가특별히귀한이유
파에야는왜안됩니까?
파는좀더우쭐해질필요가있다
알멘드라의추억

3부

쓰레기전쟁
짜장면을맛있게먹으려면
번데기와다시다반스푼
구두장이처럼
돈키호테의죽음
특별한계란의복잡한맛
멜로디언을부는밤
마지막영업일의2인식사권

4부

유현준을건축가로만든일요일오후의김치죽
배우문소리는무얼먹고사는가
슈거·카페인·리퀴드·클라우드?편도·햄버거·뮤지션·이이언
멸치식초절임과승효상의알리오올리오
노라노와함께한매혹의식탁
정지영이라는캐릭터혹은브랜드
소설가김훈을이루는맛

출판사 서평

사람과음식에얽힌기억,
소설가의입담으로풀어놓는독창적인이야기들

한국문학번역원의레지던스프로그램으로스페인에갔던천운영작가는그곳에서세르반테스의소설『돈키호테』에빠져소설에등장한음식을찾아다녔다.그리고레지던스를마친후요리를배우기위해스페인유학을감행하기도한다.저자는자신이한음식을사람들과나누고싶어서식당을열기로결심했지만,막상오픈하기까지주변의반대는만만치않았다.빵집을하던친구는자영업의어려움을토로하며반대하고,박찬일셰프역시오픈직전까지반대하다가개업식날식당에와서업무를도와주고앞치마를선물하고갔다.저자는식당을연후다양한사람들을만나며,근처의셰프들과‘연남동앞치마들’을결성한다.이들과식당운영과관련한정보를주고받고,같은자영업자로서애환을나눈다.그러나작가는이익을남겨야하는사장으로서의자질은한참부족했던모양이다.한파스타집의셰프는저자에게원가관리에대한충고를하다가한숨을내쉬기도했다.

제가장담하는데요,사장님이렇게해서는절대로안남아요,정신좀차리세요,제발.결국그는정색하고내게말했다.그런데나는그후로도계속정신을못차렸다._47쪽

문어를삶느라혼신의힘을다하고,파에야는하루전에예약을받아4인분이상을만든다는원칙을세우고,엄마와함께요리를준비한저자는,식당이야기뿐아니라음식에얽힌개인적인경험들도다채롭게풀어놓는다.스페인에서음식을배우던시절,하몽기술자에게하몽자르는법을배우며그돼지가먹었던도토리의맛과누비던숲과바람을상상하기도하고,대학시절풋사랑의‘산오징어먹어봤나’라는한마디를마음에담고있다가드디어산오징어맛을본기억을소환하기도한다.저자에게는산오징어가풋사랑의맛,첫사랑의맛이었다.어느덧그시절로부터멀리와버렸음을깨닫지만맛의기억은여전히남아독자들을옛시절로돌아가게하는,아련함을안겨주기도한다.
책의4부에는‘돈키호테의식탁’에서진행했던인터뷰들이실려있다.천운영작가는인터뷰이들의특징을면밀히살핀후,그들에게걸맞은음식을준비한다.유현준건축가에게는해물죽,노라노패션디자이너에게는파에야와초리조를준비하는식이다.유현준건축가가해물죽을먹으며어린시절가족과함께먹었던김치죽을떠올리는장면은,보편적인유년의그리움을불러일으킨다.음식에개인적인서사를불어넣는감각은,과연그가이야기를짓는소설가임을깨닫게한다.

멸치를기다리는일은그런것같다.더이상맛볼수없는맛과,꼭한번다시보고싶은맛을,어떻게든기억해내는일.그러면서침샘을여는일.멸치비린내가진동하겠구나.그비린내속에서행복하겠구나.미리미리즐거워하는일._115쪽

식당문은‘세상을향해열려있던어떤문’이었다
소설쓰기와요리하기의사이에서

『쓰고달콤한직업』에서인상깊은에피소드중하나는,천운영작가의어린시절,아버지의공장에서일하던고학생미순언니와의추억을떠올리는장면이다.작가가잘따랐던미순언니,공장일을재빠르게해내던미순언니.저자는어느날미순언니의집에놀러갔다가저녁식사로계란프라이를대접받는다.특별대우를받는것같아기분이좋았던찰나,언니의말이들려온다.“넌사장딸이잖아.”그말이뜻하는계급차이를실감한작가는서글프면서도미묘한감정을느꼈고,그후계란프라이가지닌복잡한맛의비밀을안고살았다.
비록식당을하는동안에는소설을쓰지못했다고괴로워했지만,음식을차리고글을쓰는셰프겸작가로서저자는세상을자기만의방식으로배우고익히고소화했다.교도소에서정기적으로보내오는편지를받기도하고,이웃과쓰레기무단투기로인한사소한분쟁을겪기도했다.무엇보다땀을뻘뻘흘리며주방에서음식을만들었다.소설가에게이모든경험은소설쓰기의밑바탕이되어줄것이다.연남동‘돈키호테의식탁’은더이상가볼수없지만,천운영작가에게식당운영의경험이어떤문학적자양분으로남았을지,산문집을읽으며두근거리는마음으로기다려봐도좋을것이다.

글을쓰는일에대해생각했다.글이주는힘에대해서도.내어깨를두드려준누군가의편지를생각했다.내가계속소설을써야하는이유를일깨워준사람들._74쪽

이것이마지막이구나.이제더이상이런식탁은차릴수없겠구나.모르는사람들을위해차리는식탁.겨우음식을차린대가로들을수있었던거대한감사인사.그와더불어듣게되었던수많은사연들.오늘내가소진한것은냉장고에든음식재료들이아니었구나.어떤기회,어떤위안,어떤고마움,어떤감동.내가닫는것은그저식당문이아니었구나.하나의세상,그세상을향해열려있던어떤문이었구나._184~1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