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에 묻은 보석 (읽고 쓰고 떠나다 | 박형서 산문)

뺨에 묻은 보석 (읽고 쓰고 떠나다 | 박형서 산문)

$14.00
Description
“이 우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별과 죽음이라는 필연의 상처를 껴안고 살아간다”
소설가 박형서의 첫 산문집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여섯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소설가 박형서가 첫 산문집을 펴낸다. 기발한 상상력과 돋보이는 유머감각으로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그는, 산문집에서도 그 개성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산문집의 제목인 『뺨에 묻은 보석』은 본문의 한 대목에서 가져온 것으로, ‘지금 당장 나와 가장 가깝고 소중한 누군가(무언가)’를 뜻한다. 박형서는 사람들이 이를 무심코 외면한 채 어디론가 떠나며 삶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지고 나면,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더듬고 살피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떠난 자리엔 딱지처럼 후회가 내려앉는다. 작가에게 이런 과정은 일종의 성장통으로, 후회 없이는 삶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학은 단정한 로봇이 아니라 떠밀리고 비틀대고 쓰러지는 인간을 다룬다. 문학은 피투성이 거지꼴로 흘러 들어온 누군가의 찢긴 영혼을 토닥토닥 위로하는 망망대해 어느 작은 섬에서 시작된다. _25~26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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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형서

강원도춘천에서태어났다.한양대국문과를졸업하고고려대에서석ㆍ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으며지은책으로소설집『토끼를기르기전에알아두어야할것들』『자정의픽션』『핸드메이드픽션』『끄라비』『낭만주의』,장편소설『새벽의나나』『당신의노후』가있다.대산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김유정문학상등을받았다.현재고려대학교문화창의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착하게살자

1.망망대해어느작은섬

첫소설
상처와위로의예술
글쓰기의스승
내얼굴이삭은이유
울지마요,미스터앤더슨
진부함으로부터
나이와글쓰기
재능에관하여
문화의본질-「아르판」창작노트
이름짓기의어려움-「자정의픽션」창작노트
조금답답한인생

2.미안하지만부탁이있어요

체온과작별
내삶의은인
배경으로서의고향
왕십리의푸른밤
어떤청춘의기억
인생을다시산다면
청소당번
이슬비가수백번

3.늪을건너서

끄라비,끄라비
흥정하기
한걸음비껴난곳
우주가아름다운이유
쌀국수예찬
여행과문학
세계의주인
후추통돌리기
다른표현

4.모든치열한것은조금어렵다

위대한문장
모든선택은양심의법정에서
천재의방식
감옥과희망
감각과사유
모두가우연
매너농장의피비린내
변신하는책
쓸데있는질문
포스트휴먼
매순간의온기

출판사 서평

『뺨에묻은보석』은박형서가읽고쓰고떠난,혹은떠나보낸흔적들로빼곡하다.특히소설가의렌즈를통해바라보는문학과세계에대한글들은,그자체로한편의‘이야기’다.그는첫소설을썼던무렵의희열을떠올리고,글쓰기를가르쳐주셨던스승들을반추한다.베트남여행을가서마주한쌀국수한그릇에서인류의문명발달사를연상하고,아주잠깐키웠던어린고양이‘라노’를추억하는장에서는코끝이시큰해지도록만든다.이렇듯그가모으고풀어놓는추억과기억들은독자들의한시절을가만히소환하기도하고,이국의낯선풍경으로안내하기도한다.

“문학이란어떤식으로든인간의가장아픈영토를맴돌수밖에없다”
우연히시작해필연이되어버린소설쓰기

『뺨에묻은보석』은박형서가생애첫소설을써내려가던일화로시작한다.대학시절,그는기차에서읽은콩트한편을별로라고욕하다가,친구에게“그럼네가써보든가”라는일갈을듣는다.박형서는그말을듣고정말로창작을시작한다.밤새소설을쓰며‘주술적인’희열이온몸을감싸는것을경험한다.거창한문학사적의미에서가아닌지극히소소하며사적인창작으로의입문,박형서는이를두고“나는퍽시시한동기로소설에발을들인셈”이라고하지만,많은작가들도사실그러했을것이다.그후에도박형서는“창작입문의주술적감각은아직내손끝에서사라지지않았”다며사그라지지않는창작에대한열정을고백한다.삶의매흔적이소설곳곳에깃드는작가로서의삶은문학과창작의한단면을보는듯한재미를준다.

「윤철의사랑」이라는괴작이내소설의출발점,작가인생의시작이었으니말이다.잊지않았다.그렇게시작된여정에서무슨도시를지나왔고또어떤국경에잠시마음을빼앗겼는지도나는기억하고있다.그럴수밖에없는것이,이제껏발표한수십여편의소설각각마다적어도석달이상의내삶이빼곡하게들어차있기때문이다._21쪽

이어두드러지는것은박형서의문학을대하는태도와창작의방법론이다.그는문학을두고,“예술이란약탈하고포섭되고뒤섞이는탁류속에서느리게자라나는꽃”이라고한다.‘향취를감상하는건우아한작업이나,결코그꽃고유의냄새만을골라취하지는못한다’고도덧붙인다.작가란사건의시시비비를가리는존재가아니라,가려져있던삶의진실혹은관계를담담히묘사해내는존재이며,문학은고고하기만한무언가가아니라는것이다.또한소설을쓸때느닷없이찾아오는영감,일명‘그분’이오시는것을경계한다는흥미로운이야기도들려준다.집필에앞서철저히계획과구상을하고그에입각한글쓰기스타일을고수한다는것이다.이는창작이신비로운것만이아닌,몸을쓰는계획된노동이라는현실을일깨우기도한다.

더나이들기전에자신의이야기를만들어야한다.그리고이야기는마치첫사랑처럼세상물정제대로모르고편견과선입견이폭풍처럼휘몰아칠때더흥미로워진다._54쪽

“우리는돌아갈수없는순간에둘러싸여살아가면서도그비정함을모른다”
사라져가는순간을포착하는소설가의시선

『뺨에묻은보석』은사람들이무심코흘려보내는생의순간들을붙들어글로써내려가는작가만의시선을확인할수있다.특히책전반에흐르는정서는‘그리움’으로,읽다보면글쓰기와문학에이어‘떠난다’라는단어를자주환기하게될것이다.태국과라오스등지로여행을떠나는작가의모습에서,그리고한때우리곁에머물렀던존재와의이별에서‘떠남’을발견하게된다.박형서는어린시절함께걸으며끊임없이대화를주고받았던외할머니의죽음,백원을주고샀던병아리의죽음,그리고태국에서만난흰아기고양이라노의죽음을통해삶에진한흔적을남기고사라지는존재들을기억한다.

아무튼우리는끊임없이다른생명과가까이지내는법을,보살피는방식을,그리고마침내이별하는자세를배워야하는것이다.그건인생에서의외로중요한작업이다.어찌해볼틈도주지않은백원짜리병아리의죽음을맞아화단구석에서치르는조촐한장례가아이에게가르쳐주는건달랑백원의가치가아니다.세상은,삶은,저무수한부침과굴곡은조만간사라져갈체온을닮았다.그간나누었던체온을떠올리는일은그간살아왔던나날을돌이켜보는일과같다.달리말해,체온을나눈다는건곧지금여기를살아간다는의미다.상대와나모두에게생의엄중한감촉이며관계의부인할수없는증거다._75쪽

“체온을나눈다는건곧지금여기를살아간다는의미”라고한다.그러니까박형서는,죽음과이별이가져다주는슬픔에머물러있지않는다.떠남을이야기하며결국‘삶’에대해쓰고있는것이다.돌아갈수없는비정한순간에둘러싸여살아가지만,그또한삶의일부라는것.소설가가포착한내밀하고도날카로운생의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