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발레리의 문장들 (양장)

폴 발레리의 문장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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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폴 발레리의 문장들』은 발레리의 아포리즘을 모아 엮은 책이다. 발레리의 아포리즘은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서 탄생했다. 문학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 한 사건을 계기로 문학에 회의를 느끼고 실존적 위기를 겪은 발레리는 그때부터 매일 새벽에 일어나 문학, 언어, 기억, 역사, 정치 등 방대한 관심사에 대한 단상을 노트, 즉 ‘카이에(cahier)’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51년간 이어지고, 발레리는 카이에 261권을 남겼다. 이 카이에에 담긴 아포리즘을 번역가 백선희가 직접 뽑아 엮은 책이 『폴 발레리의 문장들』이다.
저자

폴발레리

프랑스의작가,시인,철학자이다.폴발레리라는이름은21세기인지금도여전히다이아몬드처럼빛나는‘순수지성’의동의어다.시에서비시적(非詩的)요소를철저히배제하고,언어의음절과리듬,음향과의미가상호조응하는완벽한공명장치만을추구한그의노력은보들레르와말라르메의전통을따른것이긴하나,몇가지점에서독보적인빛을발한다.우선그는물리적결과물인시작품보다시를창작하는과정의정신활동자체가의미심장함을간파했다.또한깨어있는의식의투명도를극대화하면서도그속에틈입하는불투명한정동(情動)의교란을소중하게끌어안을줄알았다.시를하나의수학적인식틀로보고,언어의조작을통해정신의메커니즘을규명코자한점은문학역사상더파고들여지가없을만큼본질적이고획기적인기도(企圖)다.발레리에이르러시는고도의지성이집중력을발휘해야할,진정한의미의‘지적유희’가되었다.적어도시의형식미학을진지하게고민하는현대의모든시인은발레리의제자다.

발레리는남부프랑스의세트에서출생하여몽펠리에대학에서법률을공부하였으나,건축·미술·문학에뜻을두었다.보들레르가시조라고일컬어지는프랑스상징주의에매혹되었으며,말라르메의뒤를이어아폴리네르등과함께상징주의의주요지류를차지하고있다.1917년『젊은파르크』를발표하고,1922년그동안의시를모은시집『매혹』을발표함으로써20세기상징주의시인중최고의한명으로손꼽히게되었다.그후부터는시는쓰지않고산문과평론을계속발표했으며,평생일기형식의기록을매일아침남겨,엄청난분량의기록(Cahiers)을후세에남겼다.

발레리는사후프랑스국장으로예우받았으며,20세기전반기유럽의대표적인지식인의하나로손꼽힌다.대표작으로시집『젊은파르크』,논문『정신의위기』,『현대의고찰』,평론집『바리에테』5권을비롯하여시극『나의파우스트』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지적인언어로읽는즐거움,51년간의성찰이담긴폴발레리의아포리즘)

Ⅰ삶
Ⅱ인간
Ⅲ자아와타자
Ⅳ문학
Ⅴ생각과정신

폴발레리연보

출판사 서평

바람이분다!……살아봐야겠다!
광활한대기가내책을펼쳤다가덮고
파도가바위에서솟구치며산산이부서진다!
날아가라,나의현혹된페이지들이여!
부수어라,파도여!흥겨운물살로부수어라
돛배들이모이를쪼고있던저평온한지붕을!
―시「해변의묘지」에서

“우리에게내일은곤충에게불빛의유혹과같은것인지모른다”
독자들에게전하는인생에대한통찰

폴발레리의인생은크게세가지시기로나눌수있다.문학에매혹되었던젊은시절,시를쓰지않고침묵하며보낸20년,그리고다시시를쓰면서작가로서활발하게활동했던말년.13세부터시를썼고,앙드레지드,말라르메등과교류하며문학을꿈꾸던21세의발레리는제노바로여행을간어느날,천둥치는밤에부조리한감정에사로잡혀실존적위기에봉착하고,그이후문학에거리를두고자신의정신을명료하게탐구하려한다.이러한노력의일환으로죽을때까지51년간매일새벽에일어나총261권의작가노트,카이에에자신의단상들을기록한다.당대의지성발레리가인생과정신의본질을탐구하려분투한산물인이아포리즘들은,시간이지나도바래지않는빛나는통찰을오늘날독자에게건넨다.
『폴발레리의문장들』은총5부,574편으로구성되었다.1부「삶」,2부「인간」,3부「자아와타자」에서는삶과인간을바라보는예리한시선을,4부「생각과정신」은명료한정신의법칙을탐구하기위해몰두했던발레리의‘생각에대한생각’을,마지막5부「문학」에서는문학과글쓰기에대한발레리의단단한태도를확인할수있다.

발레리만큼지적인언어로읽는즐거움을주는작가는많지않다.그는많은이들이즐겨인용하는작가다.아포리즘형태로간결하게압축되어통찰력이빛나는글이많기때문이다.그의생각은경계없이뻗어나가고,그의눈길은현미경처럼배율을바꿔가며우리의온갖뒷걸음질과어리석음,엉터리추론,편견,실수,무지,무능을포착해낸다.그의언어는흔들고꼬집고비튼다.절대명제들도그를만나면권위를잃고겸손해진다.거만하던“코기토에르고숨(나는생각한다.고로존재한다)”도기세가한풀꺾여“나는때때로생각한다.고로때때로존재한다”가된다.
―「들어가며」에서

“발레리를읽고는내기다림이끝났다는걸알았습니다”
지적인언어로읽는즐거움

나는홀로,기다려왔습니다.
나의온작품이기다려왔지요.
그런데발레리를읽고는내기다림이끝났다는걸알았습니다.
―라이너마리아릴케

자신의정신활동을탐구하면서당연한진리로받아들여지던생각과사실들을끝없이돌아보고,언어의정확성을추구했던발레리.20년간시를발표하지않았고,시집출간제의를받고는수년간퇴고를거듭한일은언어와인식에대한그의엄격한신념을드러낸다.이런태도를품고써내려간아포리즘은사유의정수를풀어놓으며독자들의잠든정신을흔들어깨운다.
‘곤충이불빛을바라듯존재는삶을바라는’,인생의불가항력적속성을들여다보는「삶」에는인생에대한발레리의생각이속속들이드러나있다.이를테면“역사속그무엇도인간에게평화롭게살가능성을가르쳐주지않는다”며인생을비관하면서도,“열정없이는,오류없이는‘진리’도없다”며진리를향한탐구를강조한다.이외에도권력,신념,종교등에대해풀어놓는아포리즘도깊은통찰을전한다.
「인간」은‘인간’을입체적으로조명하고있다.발레리가보기에“인간은있을수있는온갖고통과지고의쾌락을지고두다리로”버티는존재다.사랑,행복,고통,허영심등의인간적감정을탐구하면서다양한인간군상을묘사한다.그러면서발레리는“우리가어떤사람이건있는그대로의모습에가치를부여”하라는따뜻한조언을건넨다.
「자아와타자」에서는‘자아’라는화두에천착하면서개인이스스로만들어내는‘자아’라는‘생각’,그리고타자와의관계에서만들어지는‘자아’에대해논한다.“우리에게쏠린판단들이우리를충격에빠뜨리는건모든판단이생겨나는데필요한─그리고반드시우리에게부과되는─피할길없는단순화때문이다”같은아포리즘이눈길을끈다.
「문학」에서는중요한문학주제인형식,어조,독자,비평등에대해짧지만명쾌하게자신의생각을밝히는데,문학을향한발레리의열정이고스란히느껴진다.이를테면,문학에서좋은형태는“우리가바꾸지못해반복해서모방하는형태”며“기억력은작가가쉬이잊힐법한형태들을구상하고고정한다고느끼면경고한다”고말한다.독자에대한아포리즘도흥미롭다.“능동적이고반항적인독자의정신이언제나책의부분들을바꾸려는시도들을버텨내는작품은탄탄하다”고하며,독자들에게는책을읽을때“타인들이겪은경험의결과를잘빌려서그들은보았으나우리가보지못한것으로우리를키워야한다”고역설한다.
발레리가평생자신의정신활동의탐구에몰두한만큼「생각과정신」은독자들의눈을번쩍뜨이게할법한아포리즘으로가득하다.“우리의중요한생각들은우리의감정과어긋나는것들이다”“생각의진짜길이는그저더듬거림일뿐이다”“잘못관찰된사실은나쁜추론보다훨씬해롭다”등독자는발레리사유의만찬을누릴수있다.
이뿐아니라발레리의아포리즘을직접엮은백선희번역가가발레리와책에대해소개하는「들어가며」와,꼼꼼하게정리한「폴발레리연보」는『폴발레리의문장들』을읽는독자들에게훌륭한길잡이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