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단단한 생각의 말들이 이루는 공감과 울림)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단단한 생각의 말들이 이루는 공감과 울림)

$14.44
Description
삶의 진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단단한 사유, 낮은 목소리
칼럼니스트 정은령의 첫 책
성찰은 드물고 귀하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마다 빠르게 내세우는 강한 주장이 빈번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성찰을 통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생각들은 그 더딘 걸음으로 인해, 크고 단호한 목소리에 쉽게 가려지곤 한다. 그러나 깊은 성찰을 통과한 사유는 특유의 단단함과 미더움이 있다. 이 책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이자 칼럼니스트 정은령의 첫 책으로, 끊임없이 자기반성에 천착한 저자가 써 내려간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의 제목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는 옛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첫인사로 사용한 말로, 정은령 저자가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한여름 출퇴근길의 지하철 안, 붐비는 사람들 틈에 있다보면 타인은 그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타인을 ‘열 덩어리’가 아닌 존엄한 개인으로 그 얼굴을 상상하려 한다. 이러한 사유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가늠하는 섬세한 윤리의식에서 비롯되며,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생각의 궤적은 책 전반을 아우른다.

대단한 일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려 하지 말아야 하고, 울음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지를 찾아봐야 하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도 그 규범을 저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을 거야. _184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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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은령

대학에서인류학을전공했지만,강의실보다는거리와광장에서보낸시간이더많았다.1989년부터19년간〈동아일보〉기자로일했다.서평을쓰려고밤새워책을읽곤했던출판담당기자시절행복했다.
2012년미국메릴랜드대에서언론학박사학위를받았다.이듬해부터서울대와연세대에서저널리즘과목들을강의해왔다.매학기학생들한사람한사람의이름과얼굴을기억하려고애쓴다.
2017년부터서울대언론정보연구소SNU팩트체크센터장을맡고있다.기자시절에도,연구자가된지금도‘사실추구’가언론활동의기본이지만또한가장도달하기어려운목표라고두려워한다.

목차

책머리에│머뭇거리며말을건네다7
프롤로그│나는왜쓰는가15

1.안부를묻다

걷는사람,내동생23
캐럴라인의진짜인생34
순하고질긴사랑39
예수님의구운생선한토막44
어떤망명자49
너의장례식엔라일락을56
지도교수,존59
내가나여서미움받을때69
단단한슬픔74

2.귀한시간

겨우살이채비81
세번생각하고백번인내85
미안해92
가을산책97
듣는다는일100
딸이짐싸는날104
짜장면과탕수육108
엄마노릇112
사랑과자유117
바람이전하는말122

3.잃어가며읽고쓰기

식탁위의시간129
인간은연약한것에삶을건다136
미화없는자화상142
작가의말146
레닌,밀,스피노자149
싸늘한골몰이좋다156
글이달랠수있는것이무엇이라고160
백석을읽는밤167
열정172
시간은허투루쓰이지않았다177
심장에남는것183

4.당신의이야기는무엇인가요

당신이잘있으면,나도잘있습니다191
아버지의고독195
유랑의시대와환대199
지상에서한집배원이소리없이사라져간다203
여자나이50,여자를만나다207
달려라,여자들211
언젠가우리가다시만날때215
사과는바나나가아니다219
당신의이야기는무엇인가요223

에필로그│길227

출판사 서평

“자꾸흩어지기만하는자기삶의조각들을거두어
투명한병에담아보고싶은사람들에게정은령선생님의책을권한다.”
_김영민(서울대정치외교학부교수,『공부란무엇인가』저자)

“그의글은가랑비처럼내려앉아서서히스며들고끝내마음가장깊은곳을적신다.”
_이진순(재단법인‘와글’이사장,『당신이반짝이던순간』저자)

“내게글쓰기는오롯한목표였던적이없다.
그럼에도글쓰기를멈추지못하는이유는외면하지못해서이다.”

저자는19년간신문기자로서글을썼고,연구자가된지금은기자협회보등에칼럼을연재하고있다.일종의‘공적인’글을주로써온셈이다.그의글은일간지칼럼연재당시명칼럼으로회자되기도했다.그러나이책의1~3부는대부분‘사적인’기록들로,미국유학시절,모국어를그리워하며꾹꾹눌러적은글들을묶었다.부모님과남동생,외삼촌의죽음,자녀의성장등가족의내밀한이야기부터유학생활동안다양한책을읽고공부하던나날,괴짜지도교수를만난일등이담담하게펼쳐진다.또한언론인으로서사회에대한관심도진지하게드러난다.화력발전소에서목숨을잃은비정규직노동자김용균의어머니김미숙씨를만난날,저자는자식을앞세운그의슬픔을감히가늠하기어려워한다.다만김미숙씨가위험한현장에서일하는비정규직노동자들을위해연대하며중대재해기업처벌법통과를위해노력하는모습을바라보며,“수정처럼맑고단단한슬픔은어둠에모든것이묻힌세상을비춘다.아들이스러져간어둠속의터널을김미숙씨는그렇게밝히고있다”라고그를쓰고기억한다.

자식을앞세운마음을나는감히상상하지못한다.다른곳도아닌일터에서가족을잃은억울함을나는감히헤아리지못한다.김미숙씨는그지옥에서“용균아내가너다”라며살아가고있다.아들의사고현장을찾았을때동료들을향해그가절박하게외친말은“빨리나가.여기서나가야한다.우리아들하나면됐다”라는것이었다.김용균재단이사장이되었을때그가한다짐은유가족으로서유가족을돕겠다는것이었다._77~78쪽

이렇듯저자가줄곧관심을갖는것은‘타인의고통에눈을돌리지않는것’이다.타인에게관심을기울이며고통받는사람들의목소리를들어야한다고말한다.이는나의안위에관심이넘쳐나는시대에,묵직한울림을준다.

머뭇거리며조심스레당신에게말을건넨다.나의이야기가당신의이야기로공명될수있는한대목이라도있기를바란다고.그래서우리가만나지않더라도어떤풍경을함께보는잠시의순간이라도나눌수있기를,그것이당신에게깊이내쉬고들이쉬는한숨이라도될수있기를감히소망한다고말하고싶다._10쪽

“타인의고통에서눈을돌리려하지말고,울음을멈출방법을찾아보는것”
매일쌓아올리는공감에의노력

저자는쉽사리자신감을보이거나확신을드러내지않는다.저자가머뭇거림속에서도끝내글을쓰는이유는,쓰는동안타인의삶과연결되어있다는감각을느끼기때문이라고한다.
책의4부에묶인그의칼럼들은,사회로향하는시선을더욱뚜렷하게보여준다.사회적사안에대해곧바로목소리를높이지않지만,일상적인것에서생각의씨앗을발굴해내이를확장시킨다.가령축구선수메건러피노와육상선수양예빈을보며운동하는여성의몸의아름다움을발견한다.그리고불법촬영등폭력의온상이된여성의몸에대한서사를다시써야한다는생각으로나아간다.또한제자인이십대J씨에게답장을보내는글에서는1960년대에태어나,80년대에대학을다니고,현재소위‘기득권’이된세대인자신을성찰한다.저자는“지금도저의친구들대다수는‘기득권세력’이라고불리는일에강하게반발합니다”라고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이미“기득권의속성”을갖고있다는것을인정한다.이러한성찰에서출발한생각은,“언젠가우리가다시만날때,서로가선자리가부끄럽지않았으면좋겠습니다”라는인식에이른다.자신이선자리에대한솔직한인정은청년을비롯해사회의약자들과의대화를열기위한출발점이된다.

내편은선이고,상대는악의영역에있으며듣기싫은이야기는차단해버리면그만이라는세상에서흘러다니는이야기들은뻔하고겹이얇다.그렇게얄팍한이야기들은우리를미지의세계로인도하지못한다._226쪽

저자는프롤로그에서“외면하지못해서”글을쓴다고이야기했다.무언가를목격한이후에는결코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는것이다.글쓰는것을어려워하지만,이는글이가진힘을의식하고,그것이혹여타인을해하는칼날이될까두려워하는마음과닿아있다.이런인식을바탕으로쓰인그의문장들은못내미덥다.이책을읽으면어려운시대에나와타인의안녕을비는일의귀함을새삼발견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