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행성어 서점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14.50
Description
“내가 당신을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열네 편의 낯설고도 감각적인 이야기
한국 SF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초엽 신작 짧은 소설집 출간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지금 이 시절은 ‘김초엽’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2018년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그는 문단 안팎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꼼꼼히 새겨놓았다. 탁월한 상상력을 자양분 삼아 꾸준히 발표해온 작품들로 보건대, 김초엽이 단기간에 획득한 수많은 성취와 수식어는 마땅한 것으로 느껴진다.

마음산책 열두 번째 짧은 소설은 한국 SF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소설가 김초엽의 『행성어 서점』이다. 그는 “산뜻한 이야기의 마을”에서 수집해온 열네 편의 이야기를 진진하게 펼쳐간다.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은 장애와 혐오, 이종(異種)간의 갈등과 공존, 환경 파괴 같은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안은 채 우주적 세계로 향한다. 수술 후유증으로 무엇이든 몸에 닿으면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접촉 증후군’ 환자 파히라(「선인장 끌어안기」), 뇌에 통역 모듈을 심어 수만 개의 은하 언어를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시술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교수(「행성어 서점」), 균사체 연결망이 집단 지능을 구축하고 있는 늪에 갑자기 나타난 유약한 미지의 소년(「늪지의 소년」), 폐허 직전의 휴게소 한 편에 위치한 기이한 식당의 의문투성이 주인(「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은 이 세계의 별종이자 이방인들이다. 김초엽은 나와 다른 타자, 나아가 소수자의 삶을 독자가 직접 마주 보게 함으로써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긍정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도록 도모한다.

그간 마음산책 짧은 소설은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행성어 서점』에는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며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최인호(Dion Choi)가 함께했다. 동화 같은 상상력에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을 덧입힌 서정적인 그림들은 이야기의 여운을 배가시킨다.
저자

김초엽

소설가.1993년생.포스텍에서화학을전공하고,생화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2017년「관내분실」과「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으로제2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대상과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쓴책으로소설집『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원통안의소녀』등이있고,함께지은책『사이보그가되다』가있고,여러앤솔러지에참여했다.2019년오늘의작가상,202...

목차

작가의말

서로에게닿지않도록조심하면서
-선인장끌어안기
-#cyborg_positive
-멜론장수와바이올린연주자
-데이지와이상한기계
-행성어서점
-소망채집가
-애절한사랑노래는그만
-포착되지않는풍경

다른방식의삶이있음을
-늪지의소년
-시몬을떠나며
-우리집코코
-오염구역
-지구의다른거주자들
-가장자리너머

출판사 서평

“고통을주지않는것이사랑일까,아니면고통을견디는것이사랑일까.”
비밀스럽게인간의감정을파고드는온기어린시선

김초엽은먼저사랑,연민,기쁨,경이,애수등다양한정서를감각하게하는여덟편의작품을선보인다.그안에는각기다른시공간을배경으로과거를그리워하고미래를기대하며살아가는‘가상현재’속인물들이등장한다.「선인장끌어안기」의파히라는실내의모든물체가알아서자신을피해가는‘진공의집’을설계한접촉증후군환자다.그는괴팍한성미로반년간네개의보조로봇을파손한것도모자라새로온보조로봇인‘나’까지위협한다.그러나이전로봇들과달랐던나는폭력을저지하며파히라에게고통스러운과거가있었음을알게된다.

“나는팔을벌려그애를안았어.끝까지안고있었지.비명을참고눈물을참으며,피부표면을칼로베어내는것같은통증을느끼며.고통을주지않는것이사랑일까,아니면고통을견디는것이사랑일까생각하면서.(…)그때나는불행히도나에게고통이곧사랑이라는것을알았어.”_「선인장끌어안기」중에서

「행성어서점」은수만개의은하언어를실시간으로통역해주는기술이일상화된시대,‘행성어’를할줄아는사람이은하계전역에수백명밖에남지않은‘망해가는시골행성’의서점을배경으로한다.서점직원인‘나’는일주일전부터서점을찾아오는수상한여자를예의주시하고있었는데,그날저녁은하계테러조직에관한뉴스를접하고당혹감을느낀다.다음날도어김없이찾아온여자와드디어대화를나누다뜻밖의사실이밝혀진다.

인류의모든뇌에수만개은하언어를지원하는범우주통역모듈이설치된이시대에도,어떤이들은낯선외국어로가득한서점을거니는이국적인경험을하고싶어하기때문이다.완전한이방인으로서의체험.어떤말도구체적인정보로흡수되지못하고풍경으로나를스쳐지나가고마는경험……._「행성어서점」중에서

우주저너머의세계에서도아날로그를향한그리움과동경은존재한다.「포착하지않는풍경」의사진작가리키는어느날여러고객들로부터사진에문제가생겼다는연락을받는다.공용촬영드론이나기록로봇으로손쉽게직접사진을찍을수있는세상에서큰맘먹고비싼값을치루며‘고전적사진촬영’을선택한사람들.리키는유독행성뮬리온-846N의특정구역에서아름다운풍경이포착되지않는다는것에놀란다.

리키는우주곳곳을돌아다니며사람들의특별한순간을기록하는자신의직업이무척마음에들었지만,동시에누군가의특별한순간을책임져야한다는부담감을안고있었다.그건누구나드론으로자신의모습을나노초단위로기록할수있는시대에는다소어울리지않는종류의책임이었는데,고전적촬영의낭만은바로그런위태로운지면에서발생하는것이었다._「포착되지않는풍경」중에서

서로다른시공간에서펼쳐지는이야기들은얼핏연관이없는것처럼보이지만,하나같이인간의보편적인정서를두드린다는점에서연결된다.김초엽은독자에게순순히자기의상상을나눠주며가본적없는미지의어딘가에서낯선향수를느끼게만든다.

“그건중요하지않아요.우린예전보다행복해요.”
서로다른존재와의거리를가늠하는너머의세계

다음으로열리는세계는인간종과외계종의조우와공생에관해다룬여섯편의이야기다.주인공들은자신의영역에침입한낯선존재들과불화하거나거리를두기도하고,포용하며공존에이르기도한다.김초엽은섣불리희망의메시지를건네지않으면서독자스스로누가원래거주자이고침투자인지깊이생각해볼것을권한다.

생물의사체를분해시켜소화하는것으로자신들의생태계를유지하는늪.어느날금방이라도쓰러질듯누더기차림의소년이늪을찾아온다.살고자하는욕망과의지대신체념의기운이퍼져나오는소년을늪의균사체네트워크는호시탐탐노린다.그러나소년은그들의일원이되기를거부하고,다른방식의삶을찾아나서기위해분투한다.아포칼립스가도래한세상을그려낸「늪지의소년」은『행성어서점』에실린작품중에서도긴장감이두드러진다.

개별적개체성,그게인간일때의나를가장불행하게만들고외롭게만들었어.동시에나를살아가게했지.개별적존재이면서도동시에전체의일부라는건모순이아니야.아니면,전체라는건애초에없는것일지도모르지._「늪지의소년」중에서

「지구의다른거주자들」에서는방문객이뜸한휴게소에서도인적이드문한미국식다이너에서벌어지는이야기를그린다.뛰어난미각을가진‘초미각자’식당주인과맛있다는감각을느껴본적없는다현은맛에관한경험을공유하면서친근감을나눈다.그러나어딘가묘하게어긋나는식당주인의표현에어색함을느끼던다현은이어지는말에소스라치게놀란다.

물론식당사장으로서는음식에서맛을느끼기힘들다는손님에게딱히할말이없을것이다.다현은그래도사장이당황하거나,불쾌해하거나,동정하는태도를취하지않아서다행이라고생각했다.비슷한이야기를남들에게하면흔히“불쌍해,인생의낙이없겠다”같은반응이돌아오곤하니까.인생에다양한종류의낙이얼마나많은데말이다.사장에게선뜻이야기를꺼낸건,초면이지만그에게서느껴지는기묘한신뢰감때문이기도했다._「지구의다른거주자들」중에서

인간과이종(異種)의맞닥뜨림이라는하나의사건을통해서로다른존재가함께살아가는일의중요함을김초엽은역설한다.결국우리는그의소설이지금여기의우리가현실에서껴안고있는고민과화두를상상의세계에옮겨놓은것이라는사실을깨닫게된다.‘이야기’로서의원초적인재미는물론그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주제의식이응축된이번짧은소설집은,독자에게보다풍성한독서체험을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