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기쁘게하거나,분노하게하거나,
영화로탐험하는현실의파동들
어린시절,가짜콧수염을붙이고군복을입거나혹은괴물로분장한아이들과함께영화를만들던스필버그는오직‘홈무비(homemovie,자가제작영화)’제작만이탈출구였다고말한다.그가속해있던보이스카우트의친구들에게처음만든영화를보여주었을때,그들은박수를치면서즐거워했다.그리고이첫시사회의경험은이후로도스필버그로하여금사람들을기쁘게하는영화를만들고싶게했다.그는사람들에게바다에대한도전정신을불어넣거나(<죠스>),사랑스러운외계인을상상하게하고(<이티>),실제로는떠나본적없는모험을기억속에각인시키며(‘인디아나존스’‘쥬라기공원’),우리의유년을기쁨으로물들였다.
상업영화,주로오락영화에서두각을보이던그의영화인생에큰변화가일어나게된것은<쉰들러리스트>를제작하고부터였다.그는이영화를만들면서역사적사실을얼마나진실하게전달할지에초점을맞춰,‘조금이라도오락같다는’인상을주지않기위해노력했다.그예로그는즐겨사용하던크레인촬영,줌렌즈등의기술들을버렸으며,컬러를제거하고흑백영화의솔직함을드러냈다.“기교와때깔면에서내게어느정도명성을안겨준상업적인기술들에기대기에는이야기의진실성이너무도중요했어요.”
영화는스크린바깥에도또한영향을미쳤는데,이영화를만들면서그는자신의유대인정체성과진정으로대면할수있었다.실제로<쉰들러리스트>가아카데미작품상을수상한다음해에스필버그는홀로코스트생존자들의이야기를영상으로기록하기위해쇼아재단을설립하기도했다(현재재단은스필버그가명예학위를받기도한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와협력해홀로코스트역사를연구하고가르친다).이어노르망디상륙작전을다룬<라이언일병구하기>,1972년뮌헨올림픽도중일어난팔레스타인-이스라엘인질사건을그린<뮌헨>등의역사적사실을섬세하게포착한영화들로,그는그동안다채로운방식으로선사한기쁨대신분노의감정을불러일으켰다.이는역사에기록된사건의내면을깊이탐구함으로써정당하게얻어진활력넘치는분노로,영화를보던우리로하여금잠시멈춰어떻게반응해야하는지고민하게만든다.
만약이영화가당신을불편하게하고겁먹게하고화나게한다면,그걸무시하는게좋은생각은아니라는거예요.아마왜스스로그런반응을보이는지생각할필요가있을테죠.
―366쪽
무한한상상력으로인간성에다가가기
SF와휴머니즘이결합된세계
스필버그를떠올렸을때블록버스터,거대공룡과기계들의이미지를그리게되는것이무색하게도‘휴머니즘’은그의영화속중요한키워드중하나다.첨단기술로무장한그의영화속영웅이정작승리하는까닭은레이저를쏘는최신식총이아니라풍부한지략덕택인경우가허다하다.그래서인지그의영화들을보다보면,의식했든하지않았든간에스크린속인물들과스스로를동일시하게되는순간들이생기기마련이다.
이러한휴머니즘적면면은피부아래얼음같이차가운피가흐를것만같은악역들에도부여된다.<뮌헨>속팔레스타인테러리스트들의이야기를그리면서스필버그는테러의이유를묻지않는것은곧희생자들의기억을더럽히는것이라고말한다.그에게그러한인물들을비인간적으로보는시각은악당을악마로변화시켜윤리적퇴행으로이끄는길이기때문이다.역사에기입되지않았던순간들을관찰해장면으로제시한그의영화들,그리고인터뷰에서드러나는그의진심은스크린과책장너머로질문을던지고있다.
반세기가넘는시간동안영화를만들어온감독은점점책임감의무게가늘어간다고그어려움을고백하기도한다.하지만다행히도영화만들기에대한욕심은전혀줄어들지않은듯하다.예술로서의영화와더불어여전히관객을기쁘게해주는영화역시만들고싶다고말하는그에게그두가지를연결해주는키워드가있다면바로인간성,휴머니즘일것이다.
아시겠지만,내게최우선은인간성이에요.인간성이없다면아무도내영화를좋아하지않을겁니다.성공하는영화는모두인간적차원에서성공한다고생각해요.자기이야기에나오는사람들을좋아해야만하죠.매우중요한문제예요.만약그사람들을좋아하지않으면아무리기술적으로영화가월등하다고해도성공하지못해요.
-161~162쪽
나는내아이들이자라나는세상을관찰해요.거기에서어두움을보게되면그에대해재미있는영화를만들순없어요.나이가들어가면서영화만들기같은강력한도구에수반되는책임감을느껴요.이제는정말뭔가의미있는이야기를하고싶어요.다른한편으로,많은관객에게양질의오락을제공하는것또한아주좋아요.나는의지에따라종종대중이요구하는영화들을만들어왔어요.영화만들기와예술로서의영화만들기간에는차이가있어요.그러나둘다매력적이어서모두하고싶습니다.
―381~3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