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끌어안기 (잃어버린 아이를 기억하는 애도 일기)

상실 끌어안기 (잃어버린 아이를 기억하는 애도 일기)

$13.00
Description
상실, 이별, 노년 등 삶의 변화를 ‘끌어안기’
일상의 균열을 외면하지 않고 감각하는 글쓰기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방송 프로듀서 겸 진행자 로르 아들레르
국내 첫 번역되는 그의 산문

마음산책은 ‘끌어안기’라는 이름 아래 프랑스 작가 로르 아들레르의 산문 두 권 『노년 끌어안기』와 『상실 끌어안기』를 펴냈다. 로르 아들레르의 산문 두 권을 ‘끌어안기’라는 키워드로 특별히 꿰어 선보이는 것은, 이별, 죽음, 노화 등 삶에서 부닥치는 상실의 경험을 일상 안으로 ‘끌어안는’ 사유를 담은 산문의 주제 때문이다.
저자 로르 아들레르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등의 전기를 썼으며 특히 뒤라스의 전기로 프랑스의 5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또한 공영 라디오 ‘프랑스 퀼튀르’에서 40년 동안 프로듀서 겸 진행자로 일했고, 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도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에서 문화 예술인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푸른 시간L’heure bleue〉의 진행을 맡고 있다. 이처럼 출판과 방송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르 아들레르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레지옹도뇌르훈장을 수상했다.
『노년 끌어안기』와 『상실 끌어안기』는 각각 노년과 아들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살아 있다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노년’, 그리고 삶에서 더없는 불행일 어린 아들의 ‘죽음(상실)’에 대해, 저자는 그만의 통찰을 담아 써 내려간다. 『노년 끌어안기』에는 노년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아니 에르노, 시몬 드 보부아르 등 프랑스 지성들의 목소리 또한 담겨 있으며, 『상실 끌어안기』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곡진한 ‘애도 일기’다. 노년과 상실을 어떻게 삶으로 받아들이는지, 세상과의 화해는 과연 가능한 것인지 로르 아들레르의 산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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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르아들레르

LaureAdler
작가이자저널리스트,라디오및텔레비전방송프로듀서겸진행자.1950년프랑스캉에서태어났다.여덟살까지당시프랑스령이었던서아프리카기니의코나크리에서,기니독립이후로는열일곱살까지코트디부아르에서성장했다.고등학교시절,파리소속의전국학생행동위원회UNCAL의대표로활동하며68혁명에적극적으로가담했다.소르본대학교에서철학을공부하며질들뢰즈,미셸푸코,자크라캉에주목했고,19세기페미니스트들에관한논문으로역사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마르그리트뒤라스,한나아렌트,시몬베유등의전기를썼으며,1998년출간한뒤라스전기로는프랑스5대문학상중하나인페미나상을수상했다.페미니즘과인종차별문제를조명한저서를펴냈고,공저로프랑스어판『책읽는여자는위험하다』등을출간했다.프랑수아미테랑재임기에문화자문직을맡았던경험으로『작별의해L’nnéedesadieux』를펴내기도했다.두에세이,아들을잃은기억을털어놓는『상실끌어안기』(2001)와프랑스의현실과다양한문화적분야를통해노년을탐구한『노년끌어안기』(2020)로는깊은내면을펼쳐보였다.1970년부터공영라디오프랑스퀼튀르에서40년동안프로듀서겸진행자로일했고,국장을역임했다.2016년부터는최고청취율의라디오채널프랑스앵테르에서문화예술인을초대해대화를나누는〈푸른시간L’eurebleue〉의진행을맡고있으며,France5의〈바로오늘저녁Ccesoir〉이라는시사좌담프로그램에고정패널로도참여하고있다.방송과출판활동을아우르는문화적공로를인정받아2015년레지옹도뇌르훈장을수상했다.2022년현재일흔을넘긴그는지금도여전히목소리로,글로빛을발하고있다.

목차

상실끌어안기11

옮긴이의말166

출판사 서평

아이를잃은어머니의글쓰기
17년만에솟아난기나긴추모이자애도일기

『상실끌어안기』는생후9개월의아들레미를병으로떠나보낸어머니로르아들레르의회고록이다.아이가죽은지17년이되던날,우연히자동차사고로목숨을잃을뻔한저자는한밤중에불쑥이글을써내려갔다.황홀했던임신기간과태어난아이와함께한행복했던순간들부터아이의오랜투병생활그리고마지막까지.더없이생생하고진솔한고백은읽는이들로하여금마치그광경을눈앞에둔듯,아이를잃은엄마의애도에함께저릿한마음으로동참하게한다.질서정연하게이어지지않고뚝뚝끊긴채파편들로제시되는그의문장을읽다보면,말과말사이공백에묻어둔슬픔이절규없는비명이되어들려온다.
아들에게닥친불행을그의곁을지키지못한자신의탓이라고생각하며죄책감을느껴온저자는,오랜세월이지난후에야그기억들을풀어놓는다.품에서떨어진채기계와주삿바늘로연결된아이는이제더이상엄마와함께있지못했다.아이와엄마의사이를갈라놓으면서도아무것도설명해주지않던의사들,아이의물건들을병실에둘수없다며돌려보내던간호사들이아이의곁을차지했다.저자는지금도아이에게다가가기위해갈아입곤했던멸균복의감촉,면회시간이끝나병실에서나올때마다바라본흐린하늘,그리고마지막순간병원복도를비추던햇살과병동에흐르던침묵을기억한다.17년이라는긴세월이지났어도생생히적을수있을만큼선연한기억은상실의고통이란무엇인지,그와함께살아가는삶이어떠한지를전해주며,그가운데우리는지극히개인적인고통이누구라도공감할보편적인고통으로번져가는과정을목격한다.가슴이찢어지는상실감을표현해낼말이없어도결국말하게되는이정서적추모식에서,초대된독자들은저마다겪은상실의기억을떠올리며더불어타인의고통까지내면으로끌어안는다.

비극의주인공들에게는시간이정지되는것같다.물론삶은계속된다.현재를저축할수는없다.때로는미래를믿고미래를희망하기까지했다.그러나너무도부당한일을견뎌내도록운명이지목한이공동체,말없고부끄러움많은일가족인우리는여전히산채로껍질이벗겨진상태였다.우리기억속의상처들은여전히입을벌리고있다.우리가무엇을하든지.
-122쪽


내가아이에게준생명이
내안에서이어지기를바라는희망으로

아들레미는로르아들레르에게신의깜짝선물같은존재였다.더이상임신을할수없을거라고말하던수많은의사들의단언을이기고얻은아이,저자는그임신기간을‘황홀했다’고표현한다.그는배가나온모습을가리지않고오히려달라붙는옷을입어몸의실루엣을드러냈다.임신을자연스럽고아름다운과정보다는불가피하고피로하고모든의미에서무거운단계로인식하던시절이었지만,아들레르는임신그리고스스로의‘여성성의변화’안에서정신적,육체적힘을,무한한해방감을느끼곤했다.
아이를품은작은요새가된기분으로배속의아이와둘만이알아들을수있는언어를주고받던시간이끝나고,아이가세상밖으로나온이후에도,그들은여전히한몸처럼서로의곁에있었다.코와코,입과입,배와배를맞대고서기쁨에겨워웃음을터뜨렸다.하지만아주잠깐떨어져있던틈을타불행이끼어들어그들을영영갈라놓았다.생후9개월의어린아기인레미는‘급성호흡부전’이라는진단을받은이후마지막순간까지집으로,엄마의품으로돌아오지못했다.

부푼배를앞으로내민채불어오는바람을맞고있으면나자신이하나의바위로만들어진것처럼강하고충만한느낌이들었다.하나의둥근형체가,검고밀도높은작은입자가된느낌이었다.그무엇도내게타격을입히지못할것같은느낌,내가야생적으로또야만적으로아이를품고있다는느낌,처음으로원래의나보다강해졌다는느낌,시작을약속하는저원심의회오리속에빨려들어가공중에붕뜬것같은느낌이들었다.
-32쪽

“우리는모두똑같은운명을가진채이세상에태어난다”고,로르아들레르는말한다.그것은바로살아야한다는운명이다.죽음이후에도삶이있다.그러나그삶은변화하는시간이아닌,정지된채같은장면을반복해서보여주는삶이다.“우리기억속의상처들은여전히입을벌리고있다.우리가무엇을하든지.”마치비극속주인공들에게시간이흐르지않는것처럼말이다.이처럼책의마지막장에서여러번등장하는,“이후를산다는건”으로시작되는발화는반복의움직임가운데서로공명하며,듣는이들에게진실한울림을전달한다.이후에도그이후가있다면,그이후를산다는건“불안의장막이낮의빛을가린어둠속을사는것”이다.‘살아야한다는운명’앞에불행을나눠가진우리는모두속수무책으로,상실을끌어안을수밖에없다.

이후를산다는건죽음이버린공간속에서살아가는것이다.
-164~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