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따러 가자

딸기 따러 가자

$14.00
Description
숨 쉬기 힘든 시대, 숨구멍을 찾아서
인디언의 말에 기대 희망을 노래하다
앤 섹스턴, 어맨다 고먼, 루이즈 글릭 등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를 공들인 번역으로 소개해온 한국외대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정은귀 교수의 산문집 『딸기 따러 가자』가 출간되었다. 그는 코로나19를 통과하던 시기, 묵상하듯 인디언의 노래를 찾아 읽으며 고립과 불안을 달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1년 열두 달, 우리 삶의 주기와 맞춤한 인디언의 말과 그에 의지해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본 글이 함께 수록된 이 책은 “우리가 다다른 문명의 막다른 길에 새로운 빛”을 전한다. 인디언들의 사유는 생태적 관계성, 장소성, 공공성을 뿌리로 하기에 그들의 말은 현재를 상대화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 제목으로 삼은, 한 모호크 인디언 할머니의 말 ‘딸기 따러 가자’에도 그런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호크족) 할머니는 종종 뭔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낙심하고 주저앉지 않고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는 양동이 하나 챙긴다고 해요.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반, 온 식구를 깨워서 말씀하신다고 해요. “딸기 따러 가자”고.
“딸기 따러 가자.”
그 마법의 말에 모두 새로운 하루를 열고 새로운 길을 찾는 거지요. 제게 있어 그런 마법의 말이 뭘까 곰곰 생각해봅니다.
_62~63쪽

절망의 순간에도 넋 놓고 있지 말고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해나가자고 이끄는 생기, 그리고 ‘함께 하자’며 곁을 돌보는 마음……. 상대를 베는 언어가 난무하는 오염된 말의 시대에 『딸기 따러 가자』는 지혜의 말들로 우리를 위로하고 일으킨다.

우는 걸 두려워 마라.
울음은 당신 마음을 슬픈 생각에서
해방시킬 것이니,
소리 내어 진정으로 울 줄 아는 자는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호피Hopi족의 속담에서)
_30쪽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정은귀

시를통과한느낌과사유를나누기위해매일쓰고매일걷고또매일번역한다.때로말이사람을살리기도한다는것과시가그말의뿌리가될수있다는걸믿으며공부길을걷는다.
시와함께보낸시간을기록한산문집『바람이부는시간』을펴냈고,앤섹스턴의『밤엔더용감하지』,크리스티나로세티의『고블린도깨비시장』,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의『꽃의연약함이공간을관통한다』『패터슨』등을우리말로번역했다.
심보선의『슬픔이없는십오초』,이성복의『아,입이없는것들』,강은교의『바리연가집』을영어로옮겼다.
힘들고고적한삶의길에시가더많은독자들에게벗이되고힘이되기를바란다.
현재한국외국어대학교영미문학ㆍ문화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들어가며앞이보이지않을때빛의언어에기대어

첫번째달의말
세계를바라보는법/나무의감정/슬픔의연대/삶과죽음모두에깃들던날

두번째달의말
정성스러운긴장/세상끝의내얼굴/앎,움직이는힘/‘나’는오늘어떤내가되어가는가/“딸기따러가자”

세번째달의말
사랑,그사랑/하나를돕는고리/인간이되어가는시간

네번째달의말
모든것을안다고생각한순간/내버려두면/‘벌써’라는말의참혹

다섯번째달의말
연한것이약한것일까/동등함에대하여/내가열리는순간

여섯번째달의말
에둘러얻는답/미약한자의미소/어떤슬픔

일곱번째달의말
치유와기다림/하루치의삶/아름다움과함께,나는걷는다

여덟번째달의말
우리는언어를한다/하늘을보는일/오늘하루확실한것

아홉번째달의말
바람의두얼굴/누구도다치게하지마라/화살의말

열번째달의말
더하기보다빼는관계/보는감각을회복하기/할수없음을아는일/정상/비정상으로나뉘지않는세계

열한번째달의말
희망다음은침묵/누구나삶의진실/겨울날들에/바라는일/지뢰처럼죽음이도처에

열두번째달의말
관계의최고형태/지나간일은지나간일/감사의이유/구원이라는낯선이름

부록
인디언달력/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숨쉬기힘든시대,숨구멍을찾아서
인디언의말에기대희망을노래하다

앤섹스턴,어맨다고먼,루이즈글릭등여성시인들의목소리를공들인번역으로소개해온한국외대영미문학ㆍ문화학과정은귀교수의산문집『딸기따러가자』가출간되었다.그는코로나19를통과하던시기,묵상하듯인디언의노래를찾아읽으며고립과불안을달랠수있었다고고백한다.1년열두달,우리삶의주기와맞춤한인디언의말과그에의지해지금여기의삶을돌아본글이함께수록된이책은“우리가다다른문명의막다른길에새로운빛”을전한다.인디언들의사유는생태적관계성,장소성,공공성을뿌리로하기에그들의말은현재를상대화하고새로운세계를꿈꾸게한다.제목으로삼은,한모호크인디언할머니의말‘딸기따러가자’에도그런가치가고스란히담겨있다.

(모호크족)할머니는종종뭔가길이보이지않을때,길을잃은것같을때,낙심하고주저앉지않고아이들을일찍재우고는양동이하나챙긴다고해요.다음날새벽다섯시반,온식구를깨워서말씀하신다고해요.“딸기따러가자”고.
“딸기따러가자.”
그마법의말에모두새로운하루를열고새로운길을찾는거지요.제게있어그런마법의말이뭘까곰곰생각해봅니다.
_62~63쪽

절망의순간에도넋놓고있지말고자연속에서무언가를해나가자고이끄는생기,그리고‘함께하자’며곁을돌보는마음…….상대를베는언어가난무하는오염된말의시대에『딸기따러가자』는지혜의말들로우리를위로하고일으킨다.

우는걸두려워마라.
울음은당신마음을슬픈생각에서
해방시킬것이니,
소리내어진정으로울줄아는자는
진심을말하고있는것이다.(호피Hopi족의속담에서)
_30쪽

생생한계절감각과공존의지혜,
다른삶의방식을상상하기

『딸기따러가자』는1월부터12월까지총열두달로구성되었으며,달마다아메리카인디언들이지은달의이름이수록되어있다.가령4월은인디언들에게‘만물이생명을얻는달’(동부체로키족),‘잎사귀가인사하는달’(오글라라라코타족),‘머리맡에씨앗을두고자는달’(체로키족)등으로불렸는데,여기에는자연의변화와이에감응하는토착민들의마음이잘드러난다.흥미롭게도저자는인디언들의이름짓기를따라,한시민대학에서강의를진행하며수강생들로하여금달마다이름을짓게했는데,이또한나란히수록해계절감각과생활감각을생생히일깨운다.
달별이름만큼이나우리의마비된감각과사유를자극하는것은부족마다구전되어채록된인디언의말들이다.미국전역에흩어져살던이들은각기다양한언어와문화를지녔지만공통적으로자신이깃들어사는터를존중했고자연과조화를이루며사는방식으로생태적가치를지켜왔다.

나무가다치지않았으면좋겠다.
어쩔수없이나무를다치게해야할때면,
우리는나무를자르기전에언제나담배를바친다.
우린나무를절대낭비하지않기에,
자른나무는다사용한다.
나무의감정을생각하지않고나무를자르기전에
담배를권하지않는다면,
숲의다른모든나무들이슬피울것이고,
그러면우리마음도슬퍼질것이다.(메스콰키Mesquakie족의말)
_26쪽

이들은인간의삶또한공동체윤리를바탕에두고관계속에서바라보았다.아무리약한존재일지라도공동체에는저마다자신의자리가있다고여겼기에“입이없는이들을함께아우르는가치”를포기하지않은것이다.앎이의미가있다면타인과의관계를변화시킬수단으로쓰일때이고이를통해“서로가서로의손이되고,서로가서로의다른머리가되는세상”을이루고자했다.이런사유가운데특히저자가주목한것은인디언들이‘장애’를보는시선으로,이대목은장애인이동권문제가터져나온이시대의독자를멈춰세워공동체의역할을고민하게할것이다.

아메리카인디언들은오늘날우리가이야기하는‘장애’에대한개념이없었다고해요.(...)누가어떤몸으로태어났든,어디가부족하고어디가모자라든,할수없는것보다할수있는것을생각했다고하네요.공동체안에서채워나갈수있는역할로요.가령,앞이보이지않는사람도노래를잘할수있고,뇌성마비로몸이흔들리는사람도꽃을돌볼수있으니그모두가다훌륭하다는것이지요.
개인의몸이나영혼,정신에대해정상/비정상,능력/무능으로가르지않는것.손상이나결핍,부재로판단하는것이아니라조화롭게채워나갈가능성에역점을두는그사유는이시절을다시돌아보게합니다.
_185~186쪽

총칼과경쟁을앞세운백인문명에대한질문
인디언의노래로새롭게만나는역사

말은세계관의반영이기에저자는인디언의말과함께그들의세계관을비출역사와문화또한함께설명한다.아메리카대륙이백인들에게점령당한뒤인디언들은자원착취와폭력아래절멸에가까운길을걸어왔지만,최근인디언의역사는그들의관점에서다시쓰이고있다.콜럼버스가신대륙을발견한탐험가가아닌식민지침탈의상징으로여겨져동상이무너진다거나,‘인디언’이라는표현을정치적올바름의관점에서다른용어로대체하려는움직임도그렇다.
그럼에도팬데믹혼란속에백인들이생존을내세워‘동양인은물러가라’며총을들고외치는현실도엄존하며이는문명의이름으로권력을차지한백인사회의민낯을드러낸다.혐오의시대,인디언들이추구한인간과인간,인간과자연사이의차별없는공동체가절실해지는이유다.잘못번역되어통용되던글들을새번역으로바로잡은저자의시도는이러한사유를담은인디언의말에좀더정확히다가가게할것이다.이제서로를향한선한말들에귀기울일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