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개정증보판)

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개정증보판)

$15.00
Description
“내가 기억하는 청춘이란 그런 장면이다”
새롭게 만나는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이 전체적인 내용을 다듬어 새로이 출간되었다. 『청춘의 문장들』은 2004년 초판이 출간된 후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한창 때의 청춘에게는 뜨거운 공감을, 이미 청춘이 지난 사람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책 속에 드러나는 김연수 작가의 회상은 애틋하고, 시절을 묘사하는 문장은 따뜻하며, 인용하는 시구와 노래 가사는 청춘을 묘사하기에 더없이 정확하다. 청춘이란, 불안했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의 한때였으며 타인과의 조우를 통해 인생이 뒤흔들리고 완고했던 자기 세계가 무너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롭게 선보이는 『청춘의 문장들』 개정판에는, 김연수 작가가 새로 쓴 산문 세 편을 더하고 『청춘의 문장들+』(청춘의 문장들 더하기)에 실린 산문 일부를 옮겨 왔다. 또한 초판본 전체의 문장을 섬세하게 다듬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20여 년 전의 내가 쓴 문장들을 그대로 따라 쓰고 있었다.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메소드 연기를 하는 연극배우처럼. 그 시절에 나는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20년 뒤에 이 세상과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20년 전의 내가 쓴 문장들을 그대로 따라 썼다. 마치 두 사람의 손이 서로 겹쳐지듯이. 만약 그렇게 우리가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지금의 나는 20년 전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_22쪽, 「개정판 책머리에」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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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연수

경북김천에서태어나성균관대영문과를졸업했다.1993년『작가세계』여름호에시를발표하고,1994년장편소설『가면을가리키며걷기』로제3회작가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꾿빠이,이상』으로2001년동서문학상을,소설집『내가아직아이였을때』로2003년동인문학상을,소설집『나는유령작가입니다』로2005년대산문학상을,단편소설「달로간코미디언」으로...

목차

개정판책머리에―이책을처음읽을두눈동자에게
초판책머리에―한편의시와몇줄의문장으로쓴서문

내나이서른다섯
지금도슬픈생각에고요히귀기울이면
내리내리아래로만흐르는물인가,사랑은
갠강4월에복어는아니살쪘어라
내일쓸쓸한가운데술에서깨고나면
그사람들은모두어디로간것일까?
은은고령사람인데
사공서는다시노진경을만났을까?
TenDaysofHappiness
아는가,무엇을보지못하는지
시간은흘러가고슬픔은지속된다
밤마다나는등불앞에서저소리들으며
중문바다에는당신과나
이따금줄끊어지는소리들려오누나
청춘은그렇게한두조각꽃잎을떨구면서
등나무엔초승달벌써올라와
잊혀지면그만일것을,알면서도어쩔수없네
제발이러지말고잘살아보자
진실로너의기백을공부로써구제한다면
앞쪽게르를향해가만-히살핀다
서리내린연잎은그푸르렀던빛을따라주름져가더라도
어둠을지나지않으면어둠에서벗어나지못하느니
매실은신맛을남겨이가약해지고
검은고양이의아름다운귀울림소리처럼
그대를생각하면서도보지못한채
외롭고높고쓸쓸한
이슬이무거워난초이파리지그시고개를수그리고
1981년겨울,나만의스트로베리필드에서
스무살이라면꿈들!언제나꿈들을!
내가원한것이라는걸잊지않기위해서
내마음을풍요롭게만든것은어디까지나
꿀을머금은것처럼지지않는벚꽃들을바라본다
아무리어두워도개를발로차는사람은되지말자
바람이분다,봄날은간다
세계의끝,우리들의마지막
꽃지는시절에다시그대를만나기를

출판사 서평

“내가서른살넘어까지살아있을줄알았더라면
스무살그즈음에삶을대하는태도는뭔가달랐을것이다”
김연수작가가매혹되고사로잡혔던‘문장들’

『청춘의문장들』은김연수작가의젊은시절일화들로가득하다.그러나읽다보면작가개인의일들이보편적인청춘의이야기로확장되고있음을깨닫는다.갑갑했던학창시절이나연애에실패하며자신의세계가깨어지는경험,좋아하는것에몰두하며그와관련된미래를상상해보았던기억등은누구나지니고있기때문이다.김연수작가는한시와하이쿠,대중가요가사에이르기까지다양한‘문장’을활용하여청춘을입체적으로복원해낸다.고금을막론한명문장들과그외이를전하는작가의생생한글은젊은시절우리모두가품었던존재론적질문과우정에대한고민,사랑의열병등젊은시절에만누릴수있었던모든것들을,보다선명하게그려보게끔한다.

어느새청춘은멀리가버렸으나내마음엔여전히그뜻남아있는듯.지금도나는김광석의노래를들으면몸이아파온다.석양빛아직아니사라졌는데등나무에초승달벌써올라선풍경처럼,청춘은그런것이었다.뜻하지않게찾아왔다가는그빛도아직사라지지않았는데,느닷없이떠나버렸다._128쪽

작가는“앞으로겪을모든일들을스무살무렵에다겪었”다고고백한다.이는강의시간에배운것이아니라,사람들과마주치고뒤섞이며겪어낸것이다.정릉의허름한자취방에서친구들과술을잔뜩마셨고,컴퓨터한대로자신을위한소설을써내려가기도했다.시간이지나며함께술을먹던사람들은모두사라졌고,혼자쓰던소설로는등단을했다.이제‘독자’가있는글을쓰게된것이다.그러는동안청춘의한가운데를통과하여지나갔다.작가는불확실하고불투명했던그시절이‘돌아가고싶을만큼’아름다웠던때였을지도모른다는자각을한다.
스무살무렵은절박하고예민한시절이자많은것들을‘처음’겪는때이기도하다.이후로는많은것에차츰무뎌지게된다.김연수작가역시먼미래를예상하기힘들어했던청춘을지나,서른이후에도삶이한없이지속된다는사실을맞닥뜨리고어리둥절해하는생활인이되었다.그리하여지나간시절을짚어주는문장들을가만가만들여다본다.

다음날,이삿짐트럭을타고언덕길을내려가면서나는그언덕에서보낸시절이내겐봄이었다는사실을비로소깨달을수있었다.꽃시절이모두지나고나면봄빛이사라졌음을알게된다.천만조각흩날리고낙화도바닥나면우리가살았던곳이과연어디였는지깨닫게되리라.청춘은그렇게한두조각꽃잎을떨구면서가버렸다.이미져버린꽃을다시살릴수만있다면그시절로돌아가고싶다._117쪽

아프거나아름답거나,
지나가고나서야비로소깨닫는청춘의나날들

김연수작가가『청춘의문장들』의초판을낸것은삼십대중반,청춘이이제막지나갔다는생각이들던때였다.그리고오십대가된지금개정판을써내려가며예전의자기자신과다시한번손을맞잡는다.찬란하게뜨거웠던시절은지나갔지만,그는우리가왜살고있는지그리고행복이란무엇인지조금은알수있는나이가된것도같다고,조심스럽게고백한다.

모르고살아도좋을것들을이제알게됐으니그렇게슬픈것이다.그렇게봄이지나가고,한해가가고,우리의청춘도끝나고,우리는한때의우리가아닌전혀다른어떤사람들이되었다.결국우리를용서할수있는건행복했던시절의우리들뿐이라는걸이제알겠다._248쪽

살아있는한청춘은반복되고,지나가고,끊임없이반추의대상이될것이다.아팠고아름다웠던시절을떠올릴수있는문장들이있기에,인간은삶을살아볼만한것이라고여기고오늘도걸어갈수있는지도모른다.김연수작가가건네는청춘의기억과문장들을읽으며,무감해졌던하루를새롭게살아갈힘을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