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 (두 시인이 나눈 시와 삶에 대하여)

토끼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 (두 시인이 나눈 시와 삶에 대하여)

$13.00
Description
“시를 쓰면 나를 더 알게 되면서도 한편으로 더 모르게 돼.
그래서 내가 닳지 않는 느낌이 들어.”

쓰는 일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두 시인의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
시작은 장수양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공고문이었다. 2주간 통화로 스터디를 함께할 친구를 구한다는 내용이었고, 이에 문보영 시인이 댓글을 달아 둘만의 유선 스터디가 성사되었다. 공고문에 쓰여 있던, 스터디의 규칙들은 대부분 무너졌다. 계획했던 횟수와 통화 시간을 초과해 약 2년간 이어진 대화는 정해진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이 고개, 저 고개를 넘나들며 여러 샛길로 향했다. 이 책 『토끼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는 두 시인이 나눈 대화와 우정의 기록이다.
제멋대로 흐르는 듯 보이는 대화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늘 ‘시’가 있다. 누구보다 시를 좋아하면서도 괴로움을 느끼곤 했던 두 젊은 시인의 고민들이 한 권 책에 담긴 셈이다. 시에 대한 긴 기다림과 만성적인 슬럼프를 겪던 이들은,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서로의 시를 분석해주고, 가끔은 한 장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함께 시를 쓰기도 했다. 시의 형식, 변화와 연속성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시란 “진심이 되고 싶은 거짓말”이자 “스스로의 언어를 만드는 일”이다. 그에 가닿기 위해 좋은 거짓말들을 연습하고, 문장 안의 요소들을 잘게 쪼개어본다. 필명 또는 부캐를 만들어 나만의 은신처를 만들어보기, 과거 내가 썼던 시에 응답하기, 다른 사람의 시를 따라해보기, 할 말이 다 떨어졌을 때조차 할 말 없음의 상태로 써보기, 혹시나 길에서 시의 재료를 얻게 될까 살피며 걷다가 풍경에 부딪히는 일까지 이들에게는 모두 시 쓰기의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시인은, 기꺼이 계속 잃는다. “세상이 행복하고 질서 잡혀 있다는 환상에 질문을 던지는 게 문학의 역할 중 하나”라고 믿으며. 무언가를 잃어버린 대상들, 상실의 집합에게 초점을 맞추어 삶의 어두운 부분들을 비춘다.

“세상이 행복하고 질서 잡혀 있다는 환상에 질문을 던지는 게 문학의 역할 중 하나겠지.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하며 끝나는 이야기들은 때때로 삶의 어두운 부분이나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을 은폐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문학은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들과 손절하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 걸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슬퍼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만 문학인 것도 아니잖아. 언제부터인가 문학의 본질은 뭔가를 계속 잃는 게 된 것 같아. 아무것도 구하지 않고 끝나.” “엄청 슬픈 강박이다. 이런 게 어딨어? 계속 잃어야 하는 직업이.” “계속 잃어야 하는 직업.” “꼭 상실의 집합 같아.”
-34쪽
저자

문보영

1992년출생.2016년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책기둥』『배틀그라운드』,소설집『하품의언덕』,산문집『준최선의롱런』『불안해서오늘도버렸습니다』『일기시대』를펴냈다.

목차

책머리에전화스터디멤버를구합니다

1시라는점
은신처
진심이되고싶은거짓말
세상에미안한직업
아름다운번복
언제나가까이있는나를불편하게여기겠죠
할말은어디에서와서어디로가는가
문보영시배틀그라운드-원

2어질러진잡지
모텔방에서TV를끄는심리에관하여
오타가생겨도고치지말라
우주인들의대화록
기대있는순간
토끼는언제나마음속에있어
같이가서펭귄을세자
장수양시친구는다치지않으리

3덜슬픈시
음주낙서는어떻게시가되었을까?
소설을만나고온시
문예지에발표한시는왜구린가
초인종상담너무근사하지않은우리들의루틴
초인종상담딴데보기
초인종상담하나씩없애보는건재밌어
초인종상담60대가되기전에못견디고신이되고말것같아
시의뺨

출판사 서평

함께읽기,
책속에서‘시’를발견해내는일

이책에서빼놓을수없는또한가지는‘함께읽기’다.책의내용을다루는대화역시다른대화들처럼점차시와글쓰기로퍼져나간다.먼저등장하는책은어슐러K.르귄의소설집『세상의생일』이다.그중단편「고독」에서인상깊었던부분에관해대화가오가는데,두사람은‘고독’을두고‘생물적인고독’또는‘좋은고독’이라이름붙여본다.‘좋은고독’이란무엇일까.이는문보영시인이겪은치앙마이에서의고독을예로들수있다.외국에서한달동안한국어를사용하지않았던그의경험은단순한단어들만을사용할때느낄수있는감각을전달한다.구체적이지않은문장으로사유할수있는어렴풋함,희미함에대한두시인의애호와소망은마치시쓰기의한방법을눈치챈듯한기분을선사한다.
두번째로다루는책은토베얀손의『정직한사기꾼』이다.책의제목이기도한“토끼는언제나마음속에있어”의‘토끼’는주인공이자동화작가안나가출판사의요구에따라그리게된것으로,다른사람들의요구에기꺼이응하는마음에서비롯되었다.책의마지막에서안나는더이상토끼를그리지않는데,두시인은이를두고외부의요구로부터의독립이라는단순한결론을내지않는다.그대신,다른사람을위한글을쓰는일에골몰한다.“우리도정직한사기꾼일수있을까?다른사람들을위해서쓰지못하는사람이어서더어려운것같아.내가내맘대로썼는데도불구하고그것을좋아해주었을때누가날있는그대로좋아하는것같으니까,난그것만기다리는것같아.”“나도그런순간을기다려.”같은책을읽고서로느낀감정을공유하는과정그리고그것이어떻게다시시에대한고민으로돌아오는지그양상을따라가다보면,그속에서우연히튀어나온말들이오래우리마음속에남게될것이다.정직한사기꾼속의동화작가안나가타인의사랑을바라며덧그린토끼처럼.

“외국어를사용하면하고싶은말을부정확하게표현하게되고,진심이구체적으로표현되지못하니까내가구체적이지않은사람이돼.그래서분노도덜구체적인것이되고,감정을덜느끼게된달까……?그래서화도누그러져.모든게어렴풋해져서좋아.”“나는구체적인게늘좋다고생각하는데,어떤때는희미해지고싶을때도있는것같다!”
-69쪽

딩동!두시인의‘초인종상담’
우리가같이쓰는방법

마지막으로,책의후반부에는문보영,장수양시인의고민을포함해‘초인종상담’이라는이름아래다른이들의시에대한고민들이담겼다.글쓰기에대한질문을두시인에게보내면,그들이대화를나누며답변을보내주는형식이다.시와문장의형식,글쓰기루틴,내면의이야기를꺼내놓기,지금이아닌60대에시인이되는방법까지다양한물음들에서출발한대화는명쾌한해답을제시하기도하지만,궁극적으로는자신들의경험을바탕으로공감하는일로마무리된다.시를향한진지하고도유쾌한물음과대답을읽어가던와중어느새그안에녹아있는일상의난처함,관계의어려움,“원하는방식으로만들키고싶은”기분들까지,소박하면서도결코사소하지않은이감정들이나만느끼고있던게아니었다는안도감에다다른다.온통시에대해말하고있는이책이결국은우리모두의이야기로가닿게되는지점이다.책을읽고나면,누군가에게전화를걸어한없이재잘대고싶은마음이들지도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