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지 마라 : 이기호 연작 짧은 소설 (양장)

눈감지 마라 : 이기호 연작 짧은 소설 (양장)

$15.00
Description
‘사회적 재난 앞에 지방 청년들의 삶은 안녕한가?’
한국문학의 대표 입담꾼 이기호 작가의 새로운 연작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등을 통해 짧은 이야기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이기호 작가의 새 연작 짧은 소설집 『눈감지 마라』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한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은 ‘이야기꾼’답게 찰나를 포착하는 절묘한 시선과 유머 감각은 여전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한결 묵직해졌다.

총 49편의 연작 짧은 소설에서, 작가는 ‘지방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학자금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은 ‘박정용’과 ‘전진만’ 두 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편의점, 택배 상하차, 고속도로휴게소 등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노동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코로나19의 나날 속, “고용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고통은 더 분절된 형태로 오는 것 같았다. 고통도 시급으로 왔다”(214쪽)라고 이야기하는 소설의 문장들은 절절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항상 청년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기호 특유의 위트가 소설 곳곳에 포진되어 있지만, 마냥 웃음 짓기는 어렵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은 곧 ‘눈감고 싶은’ 현실에 가깝고, 계속해서 쌓여가는 두 인물의 사소한 어긋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그리하여 후반부에 나타나는 비극 앞에서 자못 숙연해지게 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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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기호

1972년강원도원주에서태어나추계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명지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9년현대문학신인추천공모에단편「버니」가당선되어등단했다.짧은소설『웬만해선아무렇지않다』,『세살버릇여름까지간다』,소설집『최순덕성령충만기』,『갈팡질팡하다가내이럴줄알았지』,『김박사는누구인가?』,『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강민호』,장편소설『사과는잘해요』...

목차

어둠뒤를조심하라
이사
이토록무거운죽
이아버지를보라
빠져든다
옆방남자최철곤
휴게소해후
설명하기어려운마음
첫눈
증인
생일편지
벚꽃철야
스승의밤
우리어깨에올라탄
분노사회
천국의가장자리
롱패딩장착기
아주못생긴바위하나
봄밤,추심
네이웃의불행
창작자의길
황토에서나온것
사람과사람이만나는일
할아버지의기억법
모두견디는사람들
나를뽑아줘
젖소의운명
어떤졸업식
자가격리
눈감지마라
고사리한봉지
교회는어디로가시나?
아직살아있다
어떤경비원의삶
영혼까지끌어쓴다는일
메리크리스마스
카푸어의마지막밤
목걸이
누군가머물렀던
사소한작별
빈자리
누가공평을말하는가
실종신고
그의행적
작고여린
스무살지방러
도로교통법제154조
누군가를떠나보내는일
말할사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왜없는사람끼리서로받아내려고애쓰는가?
왜없는사람끼리만서로물고물려있는가?”
모두조금씩‘견디는’고단한사람들

『눈감지마라』의주인공정용과진만은,지방사립대를졸업한후저렴한월세원룸을구해함께살기로한다.돈을조금이라도아끼기위해서이다.그들은출장뷔페와고속도로휴게소아르바이트등을함께하고,난방비를아껴겨울을나기위해서팬티스타킹을사입는다.다양한아르바이트를하며그들이마주하는것은,역시나가난한사람들의고단한삶이다.통닭집앞에서붕어빵장사를하다가갈등을일으키는노부부,설거지일이손에익지못해서민폐를끼치는삼계탕집아주머니,진만에게돈을대신갚아줘야하는택배기사최현수씨…….어떻게든생활을잘꾸려나가기위해애쓰지만저마다어렵고힘든사람들인것이다.정용과진만은이러한타인의삶을마주할때마다때로는울컥함을,때로는면면이수치심을느끼기도한다.

“너왜가난한사람들이화를더많이내는줄알아?왜가난한사람들이울컥울컥화내다가사고치는줄아냐구!”
진만은숨을죽인채가만히정용의말을듣기만했다.
“피곤해서그런거야,몸이피곤해서…….몸이피곤하면그냥화가나는거라구.안피곤한놈들이나책상에앉아서친절도병이된다는헛소리를늘어놓는거라구!”_112~113쪽

진만은특히정용보다조금더어리숙하고,여리고,이른바생활력도부족한인물이다.애견미용학원견습생들의서툰미용실습에동원되어학대당하는강아지들을보며마음아파하고,만화카페에서만난초등학생과친구가된다.지역을기반으로하는유제품가공업체에취직했다가금방그만두기도한다.정용은그런진만을안쓰럽게보는한편,조금은답답함을느낀다.그러던어느날,정용은진만에게‘거지새끼’라는실언을하게된다.더심한농담도주고받았던둘이지만,진만이내지못한원룸보증금을정용이대신전부낸후였기에진만으로서는허투루들을수없는발언이었다.그렇게둘은헤어지고얼마뒤진만은실종된다.

정용은쉽게잠들지못하고계속뒤척였다.잘된일이라고,언젠가따로살날이올지알았다고생각하다가도,그래도내일이나모레쯤다시아무일없다는듯돌아오겠지,짐작하기도했다.그러다가퍼뜩,정용은어떤생각이들어침대에서일어나앉았는데,아아,그랬구나,그래서그랬구나,어두운벽을바라보며중얼거렸다.보증금때문이구나,이원룸보증금을내가다냈다고……그래서그말이더상처였겠구나…….정말거지가된기분이었겠구나……._269쪽

‘우린함께있을때가장안전하다’
위트와페이소스를넘나드는이야기의힘

『눈감지마라』는손쉬운위로를건네는소설이아니다.이기호는정용과진만에게‘적당한’해피엔딩을선사하지않는다.그들이감당해야하는현실은늘벅차고,무섭고,간신히버틸수있을만큼아슬아슬하다.그러나소설을읽다보면그들은‘함께’있을때가장안전하다는사실을알수있다.이기호의유머는진만과정용이함께있는장면,그들이빚어내는화학작용에서빛을발한다.이는사람들이서로의버팀목이되어주는,‘연대’의아름다움과중요성을이야기하는것일테다.또한소설후반부에등장하는‘이민재’는보다단도직입적인목소리로“말할사람”이필요하다고이야기한다.
『눈감지마라』에서도나타나듯사회를향한이기호의시선은한층더정교해지고,날카로워지고있다.동시대소설가중가장감각적인유머리스트의깊어지는현실탐구,그의이후소설세계가계속궁금한이유이기도하다.

작가에겐애당초보편적인‘지방’과‘청년’은존재하지도않는다.각기다른지방과각기다른청년만있을뿐이다.이야기는늘거기에서부터시작되는법이다.나는지방에서태어났고,지방에서성장했으며,지금도지방에서살고있다.그건누구도나에게서빼앗아갈수없는내감수성의원천이기도하다.나는그거하나에의지해글을쓰고있다.아마앞으로도그러할것이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