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쓰는 직업 -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박물관을 쓰는 직업 -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15.00
Description
매주 아침 10만 명을 향해 노크하는 사람,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의 유물을 ‘쓰는’ 일
말 없는 것들의 묵묵한 다정함에 대하여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 7시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레터 수신 신청자들의 메일함에는 새 메일이 한 통씩 쌓인다. 이름하여 「아침 행복이 똑똑」.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와 소장품을 소개하는 이 서비스의 구독자는 어느새 10만 명에 이르러, 박물관을 관람객들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은 이 레터를 만드는 사람,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신지은이 경험한 박물관의 일과 사람, 유물에 대한 이야기다. 신지은은 유물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직접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론 연구자나 전시기획자 들에게 글을 청탁하여 이 지면을 꾸리기도 한다. 「아침 행복이 똑똑」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박물관으로 이끌 수 있도록, 유물뿐 아니라 정원의 식물들, 일터의 사람들과 관객까지, 박물관 안팎을 두루 살피는 그의 살뜰한 시선은 말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돌려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전문가이면서도 박물관의 표준어를 ‘보통 사람들의 말’로 삼고자 하기에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부드럽게 스미는 미덕을 갖췄다. 신지은에게 박물관을 ‘쓰는’ 일은 박물관을 둘러싼 말 없는 것들에 깃든 다양한 빛, 그 묵묵한 다정함을 읽는 과정이다. 동시에 연구자로서의 성장기이기도 한 『박물관을 쓰는 직업』 은 마음산책에서 펴내는 직업 에세이들 중 한 권으로서도 의미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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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지은

국립중앙박물관연구원.박물관에서전시와소장품을소개하는메일링서비스「아침행복이똑똑」을담당하고있다.대학에서예술학을,대학원에서는미술사를공부했다.좋은걸혼자누리는게못내아쉬워박물관전시와문화재에대한글을쓰기시작했다.「아침행복이똑똑」을본사람들의이야기를전해들을때가장기쁘다.비오는날낮잠자기,읽을수있을지몰라도우선가방에책을챙겨넣기를좋아한다.현재한일간지에칼럼「신지은의옛날문화재를보러갔다」를연재중이다.

목차

책머리에|귀한것을보고작은글을쓰다

1.말없는것에마음을쏟는일
화이팅을외치는사자상
박물관의추억
달항아리에실어보낸행복
작고지혜로운인터뷰이들
박물관의여름
이업계의표준어
다시매화를보러오신다면
패딩을뒤집어쓴나한상
박물관에없는분위기
신석기인을위한주의사항
마음의모양을매만지는시간

2.유물뒤에사람있어요
이화음에서도를맡고있습니다
우여곡절석고상데생기
작은환대
진화하는제너럴리스트
수장고안의검은개
복도저편의굿모닝
사유의조각
미술사덕후의미덕
하나를보고하나를생각하기
흑백의시간vs.컬러의시간
유물은질문하지않나요?
첫째도시의성,둘째도시의성
비스듬한시선

3.옛것에담긴온기
마성의달항아리
내가고른외로움
바탕을만나는일
둥근창너머,성실한지향의기쁨
기러기가고개를돌릴때
금강산의파도소리
여름,주전자의호사
추위를이기게하는그림
백자의색
늦겨울아침의창
씩씩하고좋은기운
책상위의귀한친구
윤기없는따스한손
행향行香,향기를들고오가다
임금님이보고계셔
자라는마음
모자합의가르침
삼색크레파스의나라
넘치도록복을빌어주는그림
쌍둥이의재회

출판사 서평

한곳에펼쳐놓고보니,말없는것들에대한이야기였다.유물들뿐만아니라정원과복도의식물들,그리고일로만난박물관안팎의사람들.말없는것들에도다양한빛이깃들어있음은박물관에서일해온몇해동안알게된가장중요한사실이었다.내마음을살며시쏟고난자리에연하게스미는아롱아롱한빛들,일하면서얻은내기억의대부분을채우고있는그묵묵한다정함에대해썼다._「책머리에」에서

“유물뒤에사람있어요”
박물관의일과관계를통해성장한다는것

박물관에서잘기획된전시를볼때면그전시는어떤과정을거쳐탄생했는지과정이궁금해질때가있다.모든일이그렇듯전시또한수많은실무를거쳐선보이기마련인데『박물관을쓰는직업』에서독자들은그호기심을잠시해소할수있다.전시기획과설치에참여해본저자의경험덕분에생생히들려줄수있는것인데,일례로<창령사터오백나한>전을위해싸늘한전시실에서패딩차림으로바닥에벽돌을하나하나깔고인조잔디를손수심은일화를들수있다.또한이용객의편의를위해효율적데이터베이스를구축한경험-박물관사이트에서‘풍속도’라는키워드와‘풍속화’라는키워드를연결해,둘중하나만입력해도두가지가다검색되도록하는것-은모든일의뒤에는누군가의손길이자리하고있음을환기한다.
물론유물곁에머무는사람들의일상에고됨만있는것은아니다.복도에동료들이내놓은책더미에서애타게찾아헤매던도록을우연히구하기도하고,더위에지친한여름시원한풍경이담긴산수도를보며더위를식히는등박물관에서일하는사람들에게는그들만이누릴수있는기쁨이있다.

그중에서도남송시대화가마원馬遠의화풍을따라그린여름산수도하나는성마른마음을착가라앉혀주는그림이다.칼로썩썩베어낸듯날카로운바위산아래,소나무그늘에걸터앉은선비가백로들이오가는얕은물을바라보고있다.무릎에얹은검은고금古琴을타던손을잠시멈추고고개를든이유는,아마지금막새한마리가소나무우듬지를박차고날아오른기척을느껴서인지모른다.차한잔을내어가기좋은타이밍,뒤에서지켜보던시동이재빨리차를젓는다.안개가서린여름날이라차향기가벌써저앞까지퍼졌을까.돌아보지않았지만선비의얼굴에는벌써선선한기쁨이퍼져가고있을것만같다._60~62쪽

『박물관을쓰는직업』에서눈여겨볼것은그가한명의연구자로성장하기까지의우여곡절이다.학생시절예술학과미술사를전공하고면접에서고배를마신경험과자기자리가없던인턴시절을거쳐문화재에대한글을쓰는사람이되기까지,그가거쳐온시간은여느사회초년생의타임라인과크게다르지않다.저자스스로“도자기로치면이제막물레에올라간흙덩어리같던시절”이라일컫는데그시간에그가기댈수있는것또한문화재였다.

모자합母子盒은엄마합과아이합이라는뜻이다.모합母盒안에여러개의작은자합子盒이담겨한벌이되는그릇이다.(…)빛나는이자합을보았을때,세상어딘가에있었을이합의모합과다른자합들을떠올려보게되었다.더큰그릇안에온전히담기는작은그릇여러개가눈길을끌었다.작은그릇하나하나에담긴마음들이작지만또렷한팔레트처럼나를만들고있었구나깨달았다.내삶자체가아주많은합들을채워나가는더커다란합이되면되는것이다.여럿이모여하나가된모자합에어떤이름을붙이는가는내가고민하지않아도,세상이알아서해줄일이다._231~233쪽

옛것에담긴마음을찾아서
덩그러니놓인유물속에서자신안의시간을발견하다

<금동반가사유상>이국보몇호라는둥,이책에는유물에대한백과사전식의지식은드물다.저자는그저유물을찬찬히보고자신의마음이나기억을포개어보거나옛사람의마음을짐작해볼따름이다.얼마전BTS의리더RM이SNS에올리며화제가된<금동반가사유상>에대해서도저자는불상의옷차림등그양식을설명하되이런정감어린비유로둘의차이를짚는다.

“78호는맑은목소리로또박또박조리있게이야기할것같은인상이라면,83호는고개를끄덕이며그이야기를실컷들어주고는‘그래,잘했네’하고싱겁게웃어줄것같은모습이다.똑부러지는조언이필요할때는78호앞으로,바보같은이야기지만들어줄사람이필요할때는83호앞으로가고싶어진다.”_128~129쪽

위쪽과아래쪽을붙여이음매가보이는<달항아리>에대한비유는어떤가.“겨울에붕어빵을살때바삭한가장자리가많이달려있으면신이나는것처럼,보기에덜말끔한그부분이오히려달항아리에고소한맛을더해준다.”조선백자같은공예품에서김정희의<세한도>같은회화,영조가내린현판까지저자가아끼는유물들을골라소개한3부「옛것에담긴온기」를보노라면그에게유물을보는시간은옛사람을만나는시간여행이기도하고,힐링타임이기도하며,성장판이열리는시간이기도하다.그리고마침내이모든이야기는우리를비추는거울이되어각자의자리를돌아보게한다.박물관을‘쓰는’일이지금을쓰는일인이유다.

이세상에는물건에무슨마음이있냐고생각하는사람도있고,오히려물건이기에만든사람,사용한사람,간직하고고친사람의마음이다담길수있다고생각하는나같은사람도있다.사람의눈길과손길이닿은물건에깃든마음을들여다보면,거울처럼지금의자신이비친다.
그러므로유물에담긴시간을바라보는이는자기안의시간을발견하게될것이다.유물이놓인공간들속에서나의자리를돌아보게될것이다.박물관을쓰는일도그러하다.열손가락으로헤아려지지않는수백,수천년너머의옛날로출발해도,글의끝은늘우리가살아가는나날이얼마나애틋한지로돌아오곤한다._「책머리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