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당신 세 번째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넓힌, 가만한 서른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넓힌, 가만한 서른 명의 부고)

$19.46
Description
6년 만에 돌아온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이야기
세상의 조명 없이도 스스로 이름을 지킨 서른 명의 부고
경계를 지우며 나아간 소수자의 고유한 삶
2016년 나란히 출간되었던 『가만한 당신』 『함께 가만한 당신』을 잇는 책 『가만한 당신 세 번째』가 6년 만에 돌아왔다.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가 연재 중인 동명 칼럼 「가만한 당신」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끝끝내 살아낸 사람들의 부고이다.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윤리적인 선택이다. 최윤필 기자의 시선은 주로 소수자에게 향한다. 소수자는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고자 분투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생을 빚어내는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한다. 『가만한 당신 세 번째』는 경계를 지우면서 가능성의 공간을 넓힌 소수자들의 역동성을 포착한다. 책에 등장하는 트랜스젠더 과학자 벤 바레스, 아프리카에 대한 클리셰를 깨부순 작가 비냐방가 와이나이나, 지적장애인으로서 ‘스페셜올림픽’ 창설에 큰 역할을 한 마이클 큐잭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6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연 문을 통해서 장애인, 퀴어 같은 소수자들에 대한 환대의 시선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러나 그만큼 저항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정상성을 규정하려는 이들이 있다.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속 인물들은 경계라는 벽을 높이려는 움직임에 유유히 저항한다.
앞선 책들과 달리 『가만한 당신 세 번째』에는 한국인의 부고가 실렸다. 게이들의 생각을 풀어낸 잡지 〈뒤로〉의 창간인 이도진을 필두로 ‘여성의전화’를 이끌었던 이문자, 한국 문인들의 사진을 찍고 기록한 김일주가 소개된다. 동물의 언어 능력을 연구하기 위한 대상으로 관심을 끌었던 고릴라 코코의 부고도 담겨 있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몸으로 물을 미는 동안, 그의 장애는 장애가 아니었다. 극복해야 할 제약도, 도움받아야 할 결핍도 아니었다. 장애는 타고나거나 후천적으로 생기지만, 어떤 제약과 불편은 세상이 만들고 사회가 강요한다는 것, 폄하와 차별이 그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그를 보며 깨달아갔다.
_47쪽
저자

최윤필

1967년경상남도진주에서이성애자사내아이로태어나서울대사회학과를거쳐1992년〈한국일보〉에입사했다.다만서자여서어른들의‘호적타령’을들으며자랐다.2006년말신문사에사표를내고가구일을배우며수도권변두리함바집에서외국인노동자들과잠깐한솥밥을먹은적도있다.솜씨도벌이도변변찮아2009년직장에복귀한사실을『가만한당신』약력에누락했다.“국적·지역·성·젠더·학력차별의양지”에서살아온내게‘소수자성’이란게있다면미미하나마저경험덕일지모른다.지은책으로『가만한당신』『함께가만한당신』『어느날나는바깥으로들어갔다』『겹겹의공간들』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앞서가는당신

도티프레이저
-여성최초스쿠버강사가헤쳐온길

콘라트슈테펜
-사라지는빙하의최초목격자

케이트밀렛
-가장퀴어한페미니스트

마이클큐잭
-경계를가르며헤엄친두팔

보비레이먼드
-공존가능한마을의설계자

벤바레스
-성차별에맞선트랜스젠더과학


건설하는당신

이문자
-피해여성의곁을지킨‘여성의전화’의대모

샤론머톨라
-길잃은동물들의수호자

비트리히너
-캄보디아어린이를보듬은첼리스트의사

프레더릭D.톰슨
-흑인여성에게육상의길열어준코치

제임스르메주리어
-시리아내전인명구조대‘화이트헬멧’창설한영

룰라콰워스
-요르단의한세대를가르친페미니스트


질문하는당신

버지니아R.몰런코트
-퀴어신학의선구적전사

레이힐
-이데올로기를가로지른한노동자

사디야세프
-독립영웅과테러리스트사이

코코
-고양이와인간을사랑한고릴라

엘리아비비
-시오니즘에맞선유대인히피

윌리엄디멘트
-졸음의몽매에서인류를깨운의학자


폭로하는당신

왕슈핑
-중국혈장경제의위험을경고한내부고발자

조지나메이스
-멸종위기종을정의한과학자

살로메카르와
-재감염의두려움을이겨낸에볼라전사

질서워드
-강간의피해자,스스로의구원자

아나곤살레스
-칠레인권운동의상징

이언피시백
-불의의명령에명예로맞선꼿꼿한화살


기록하는당신

이도진
-퀴어와비퀴어사이장벽을허물고자했던게이디자

비냐방가와이나이나
-아프리카에대한클리셰를깨부순작가

수토포푸르워누그로호
-재해의흔적을읽어낸시민의공보관

바버라포인턴
-치매로시작된이별과사랑

해리프레거슨
-소수의견을주저하지않은판사

김일주
-한국현대문학의역사를사진으로남긴무명작가

출판사 서평

정복이아닌회복을선택한보통의영웅들
그들을우러르지도동정하지도않는끈질긴시선

『가만한당신세번째』속인물들은위인전에나올법한위인과는다르다.기존의위인들이새로운영토를정복하려고한다면,가만한‘당신’들은현실의문제를해결하면서회복하려고한다.이들은거창한목표를가지고뛰어들지않는다.자신이마주한걸림돌을넘기위해용기를그러모은다.그런데작은용기가의미있는변화를만들어낸다.
룰라콰워스는박사학위논문으로19세기여성작가케이트쇼팽을다루고싶다는마음으로부터출발해요르단내최초의페미니즘강좌를열고한세대의페미니스트들을양성했다.샤론머톨라는다큐멘터리영화촬영을하며함께했던동물들을차마버릴수없어서동물원을열었다.문제를해결하기위해눈을밝히다보면,어느새그빛이타인에게로,‘우리’에게로번져나간다.

“그들은모두비범한일을선택한평범한시민들이다.(…)내전전제빵사였고,건설인부였고,택시기사였고,학생이었고,교사였던이들이지만(…)총을들거나피난을떠나는대신,부상자를위해들것을들기로결심한것이다.(…)그들은정부군병사들을구조하기도한다.그들의일은목숨을구하는것이지목숨을판단하는건아니기때문이다.”_125쪽

책속인물들을가만히응시하는최윤필기자의시선은한결같다.그는인물들을우상화하지도,동정하지도않는다.개인적인해석은자제한채사실만을엮어냄으로써객관성에다가선다.그의담담한문장덕분에독자들은인물들과눈높이를맞추어그들의삶에스며들게된다.

“인간에게인권은과분하지않은가.”
인류에대한회의로가득찬시대
타자의얼굴들을통해인간다움의가능성을다시생각하다

현재인류는수많은위기와마주하고있다.이미심각한수준인기후위기뿐아니라극우주의로대표되는정치위기,멸종하는동식물들로인한생태위기를경험하고있다.『가만한당신세번째』에는그린란드빙하가무너지고있음을최초로목격한과학자콘라트슈테펜,영국극우세력의핵심인물에서내부고발자로변신한레이힐,멸종위기종을새롭게정의한조지나메이스처럼당대의문제를몸으로겪고돌파한인물들이등장한다.이들의삶이라는이야기를경유해인류의시급한현안들과대면할수있다.
『가만한당신세번째』에는다양한타자의얼굴들이있다.세상의가장자리에서누구보다뜨겁게질문하고삶을빚어낸이들은,무엇이윤리적인삶이고인간다움의가능성은어디까지인지다시생각하게한다.인간성에대한회의가만연한시대,답이잘보이지않는시대이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희망이남아있음을,가만한‘당신’들은꿋꿋하게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