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 귄의 말 : 상상의 세계를 쌓아 올리는 SF 거장의 글쓰기 (양장)

어슐러 K. 르 귄의 말 : 상상의 세계를 쌓아 올리는 SF 거장의 글쓰기 (양장)

$16.00
Description
SF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
국내 첫 인터뷰집이자 생애 마지막 책
어슐러 K. 르 귄, SF와 판타지 문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수많은 저작으로 그만의 세계관을 널리 퍼뜨린 작가다. 그가 창조한 ‘어스시’ 세계에서는 마법사들이 지상을 걷고 용들이 하늘을 날았으며, ‘헤인 우주’ 세계관에서는 지구뿐 아니라 양성애 행성 게센, 권위에서 벗어난 아나레스 사회 등 저마다 고유한 무대가 펼쳐졌다. 그런 그의 생애 마지막 책이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 세상의 어슐러, 잠시 펜을 내려놓은 순간들을 기록한 일종의 맨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평생 글쓰기에 공헌해온 그답게 이번 인터뷰는 르 귄의 글쓰기(소설, 시, 논픽션)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장르를 넘나들며 오가는 말들 속에서 점차 분명해지는 것은 이 대화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영어의 3인칭 대명사 ‘he’와 ‘she’의 사용에 대해 말하던 대목에서 언어의 구조 밑에 깔린 남성 우월주의적 시각을 논한다거나, 플롯 구성의 한 요소인 ‘갈등’과 현실 세계의 그것을 교차해 바라보는 순간들이 그렇다. 르 귄의 표현을 따르면 일종의 “멋진 배드민턴 랠리”와도 같은 이 대화들은 그의 글쓰기를 향한 통찰이자 사회문화적, 정치적 논의를 아우르는 또 다른 장이다.

지구에서 소멸하고 있는 ‘비인간’ ‘상상력’ ’여성의 글쓰기’를 바라보는 어슐러 K. 르 귄의 시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분히 SF적이다. 세상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SF를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이 담대하고 유쾌한 인터뷰가, SF에 대한 접근으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의 접근으로 모두에게 읽히기를 소망한다.
-천선란(소설가)

소설, 시, 논픽션을 아우르는
르 귄의 사려 깊은 고민과 혜안

인터뷰의 첫 장은 르 귄의 ‘소설’을 두고 이루어진다. 그의 소설 쓰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말 그대로 르 귄은 자신의 글쓰기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앞으로 써 내려갈 문장이 몸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때라야 올바른 ‘리듬’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문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문법의 정확함과 도덕 사이의 토론이 흥미롭다. 그 예로 들고 있는 단수로서의 ‘they’의 사용은 ‘he’와 ‘she’ 사이의 대안으로, they가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르 귄은 일침을 가한다.

셰익스피어는 ‘he 또는 she’─일상 대화에서는 우리 모두가 그러고 있고, 언제나 그랬죠─라고 쓰지 않고 그냥 ‘they’라고 썼어요. 그런 용법을 영문학에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는 여성운동이 필요했어요. 이건 중요해요. 이건 정확함을 운운하는 괴롭힘과 언어의 도덕적 사용 사이의 교차로거든요. 만약 ‘he’가 ‘she’를 포함하지만 ‘she’는 ‘he’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사회적, 도덕적 함의가 담긴 큰 선언이 이루어지는 거죠.
-26쪽

이어 “영어를 개혁하지 않고는 사회를 개혁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남성 작가들의 뒤로 밀려난 여성 작가들의 위상을 기리며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오랜 세월 문학계를 지켜보면서 생긴 혜안이 빛을 내는 순간이다.
한편 인터뷰어 데이비드 네이먼은 르 귄의 시 세계를 일컬어 ‘사색’이라는 단어로 풀어낸다. 르 귄은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 자연에 대해 사색한다. 그런 그의 사색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로 이어지는데 이를 두고 르 귄은 이렇게 요약하기도 한다. “지금 자연에 대해 쓰면서 어떻게 우리가 우리 세상에 무슨 짓을 했는지를 시에 집어넣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아울러 르 귄은 내용뿐 아니라 시 속의 단어들이 빚어내는 박자를 깊이 파고든다. 인간과 비타자(동물, 식물, 돌멩이까지도) 사이의 유대감을 사려 깊게 표현해내는 그의 시 세계에서 소설과는 또 다른 리듬이 들려온다.
논픽션을 다룰 때의 그는 조금 주춤하는 듯한데, “내 취향은 아니에요. 정말이지 내 능력에 맞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의 논픽션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던 세월 때문일 것이다. 전미도서상을 받고서 한 6분의 연설을 위해 6개월을 공들였다는 그, 예술의 상업화와 예술 실천의 대립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중학생 시절 이후로 그렇게 긴장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문학을 향한 진심이 우러나온다. 덧붙여 소설 쓰기에서도 논한 적 있는 여성 작가에 대한 차별도 다시 떠오르는데, 그들이 정전에서 지워지는 점, ‘예외’로 여겨지는 점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제다.

차이를 넘어서는 글쓰기
상상력의 생생한 활동으로

상상력의 힘을 중요시했던 르 귄이었기에, 그의 글쓰기를 두고서 상상력을 논하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데이비드 네이먼의 말을 빌리면 르 귄은 “상상력의 작가”다. 그에게 상상이란 “남는 시간에만 하는 무의미한 활동”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이게 만드는 권능”이다. 르 귄은 SF와 판타지 문학을 대변하면서 그 모든 소설이 삶에 대해 즉각적인 이득을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것에 반대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상상력, 우리의 정신 활동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상력에 손상을 입힌다고 웅변한다.
그의 상상력에 대한 옹호는 ‘차이를 넘어서는 글쓰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 예로 동물을 다루는 문학이 언급된다. 동물의 관점을 상상해서 쓴 동물담이 오직 아이들용이라고 여기는 현상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그가 느꼈을 좌절과 답답함이 느껴진다. 한편 르 귄은 상상력을 통해 다른 주체가 되어 글을 쓰는 위험도 짚어내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멋대로 가져다”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파렴치한’ 행동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한 『파드의 묘생 일기』(르 귄이 그의 고양이 ‘파드’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책)이 최대한 파드를 이해하고 추측한 결과물, 파드를 향한 존중이었음을 이해하게 되는 지점이다.

다만 우리는 다른 존재의 마음을 상상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상대를 멋대로 이용하지 않도록, 매 걸음을 아주 아주 아주 조심해야죠. 우리가 상상하고 이해해보려는 목소리의 자리를 넘겨받아서, 거기에 우리의 목소리를 넣는 거니까요. 끝없이 경계해야만 해요.
-117~118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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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어슐러K.르귄,데이비드네이먼

1929년10월21일,저명한인류학자앨프리드크로버와대학에서심리학과인류학을공부한작가시어도라크로버사이에서태어났다.사제관계였던부부는현장연구를함께하고북미최후의야생인디언으로알려진이시를곁에서도우며기록을남기는등아메리카인디언연구에큰족적을남겼고,이들의풍부한경험과지식은르귄의작품세계에도영향을끼쳤다.래드클리프컬리지에서프랑스와이탈리아르네상스문...

목차

서문

소설에대하여
시에대하여
논픽션에대하여

옮긴이의말
연보
찾아보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지구에서소멸하고있는‘비인간’‘상상력’’여성의글쓰기’를바라보는어슐러K.르귄의시각은그자체만으로도다분히SF적이다.세상의불균형을해결하기위해모두가SF를읽어야만할것같은이담대하고유쾌한인터뷰가,SF에대한접근으로,그리고세상을바라보는다른시각의접근으로모두에게읽히기를소망한다.
-천선란(소설가)

소설,시,논픽션을아우르는르귄의사려깊은고민과혜안

인터뷰의첫장은르귄의‘소설’을두고이루어진다.그의소설쓰기에서무엇보다중요한것은‘귀를기울이는’일이다.말그대로르귄은자신의글쓰기가만들어내는소리에귀를기울인다.앞으로써내려갈문장이몸안에서울리는소리를들을때라야올바른‘리듬’을갖출수있다고말한다.또한그는문법의중요성에대해서도피력하는데,이때등장하는문법의정확함과도덕사이의토론이흥미롭다.그예로들고있는단수로서의‘they’의사용은‘he’와‘she’사이의대안으로,they가‘올바르지않다’고말하는사람들에게르귄은일침을가한다.

셰익스피어는‘he또는she’─일상대화에서는우리모두가그러고있고,언제나그랬죠─라고쓰지않고그냥‘they’라고썼어요.그런용법을영문학에다시불러오기위해서는여성운동이필요했어요.이건중요해요.이건정확함을운운하는괴롭힘과언어의도덕적사용사이의교차로거든요.만약‘he’가‘she’를포함하지만‘she’는‘he’를포함하지않는다면,거대한사회적,도덕적함의가담긴큰선언이이루어지는거죠.
-26쪽

이어“영어를개혁하지않고는사회를개혁할수없다”고말하는그는,남성작가들의뒤로밀려난여성작가들의위상을기리며그들을제자리로돌려놓는다.오랜세월문학계를지켜보면서생긴혜안이빛을내는순간이다.

한편인터뷰어데이비드네이먼은르귄의시세계를일컬어‘사색’이라는단어로풀어낸다.르귄은그가존경해마지않는자연에대해사색한다.그런그의사색은자연과인간의관계로이어지는데이를두고르귄은이렇게요약하기도한다.“지금자연에대해쓰면서어떻게우리가우리세상에무슨짓을했는지를시에집어넣지않을수가있겠어요?”아울러르귄은내용뿐아니라시속의단어들이빚어내는박자를깊이파고든다.인간과비타자(동물,식물,돌멩이까지도)사이의유대감을사려깊게표현해내는그의시세계에서소설과는또다른리듬이들려온다.

논픽션을다룰때의그는조금주춤하는듯한데,“내취향은아니에요.정말이지내능력에맞지않아요”라고말하는대목에서잘알수있다.그럼에도우리가그의논픽션에서고유한목소리를들을수있는것은끊임없이자신을돌아보던세월때문일것이다.전미도서상을받고서한6분의연설을위해6개월을공들였다는그,예술의상업화와예술실천의대립에대해목소리를내기위해중학생시절이후로그렇게긴장한적이없다고말하는그에게서문학을향한진심이우러나온다.덧붙여소설쓰기에서도논한적있는여성작가에대한차별도다시떠오르는데,그들이정전에서지워지는점,‘예외’로여겨지는점은지금의우리에게도생각할거리를던져주는문제다.

차이를넘어서는글쓰기상상력의생생한활동으로

상상력의힘을중요시했던르귄이었기에,그의글쓰기를두고서상상력을논하는일은불가피해보인다.데이비드네이먼의말을빌리면르귄은“상상력의작가”다.그에게상상이란“남는시간에만하는무의미한활동”이아니라“우리가우리이게만드는권능”이다.르귄은SF와판타지문학을대변하면서그모든소설이삶에대해즉각적인이득을다루지않는다는이유로폄하되는것에반대한다.이러한사고방식이상상력,우리의정신활동에서아주큰부분을차지하는상상력에손상을입힌다고웅변한다.

그의상상력에대한옹호는‘차이를넘어서는글쓰기’에도큰영향을미치는데,그예로동물을다루는문학이언급된다.동물의관점을상상해서쓴동물담이오직아이들용이라고여기는현상을지적하는대목에서는그가느꼈을좌절과답답함이느껴진다.한편르귄은상상력을통해다른주체가되어글을쓰는위험도짚어내는데,그들의목소리를“멋대로가져다”쓰지않아야한다는것이다.이른바‘파렴치한’행동이었다고고백하기도한『파드의묘생일기』(르귄이그의고양이‘파드’의입장에서써내려간책)이최대한파드를이해하고추측한결과물,파드를향한존중이었음을이해하게되는지점이다.

다만우리는다른존재의마음을상상할수밖에없어요.그리고그상대를멋대로이용하지않도록,매걸음을아주아주아주조심해야죠.우리가상상하고이해해보려는목소리의자리를넘겨받아서,거기에우리의목소리를넣는거니까요.끝없이경계해야만해요.
-117~118쪽

책속에서

저는제가쓰는글의소리를들어요.아주어렸을때시를쓰기시작했는데,언제나머릿속으로소리를들었죠.알고보니글쓰기에대해쓰는많은사람이듣거나귀기울이지않고,좀더이론적이고지적으로인식하는것같더군요.하지만몸안에서글이울리면,스스로가쓰는글을들으면올바른리듬을들을수있고,그러면문장이깔끔하게이어지는데도움이됩니다.
-18쪽

전사람들이선택의폭에대해생각하게하려는거예요.쓰이지않는아름다운선택지가정말많으니까요.어떻게보면1인칭시점과제한적3인칭시점은제일쉬운시점이고,그만큼제일흥미롭지않은선택이에요.
-38쪽

이야기는갈등을다룬다고,플롯은갈등에바탕을둬야만한다고말하면세상을보는관점을심각하게제한하는거예요.그리고어떤면에서는정치적인선언이기도하죠.삶은갈등이고,그러니이야기에서정말중요한건갈등뿐이라고말이에요.이건그냥,사실이아니에요.삶을전투로보는건시야가좁은사회진화론의관점인데다,굉장히남성적인시각이기도해요.물론갈등은삶의일부죠.소설을쓸때갈등을끌어내지말라는게아니에요.단지갈등이이야기의유일한생명줄은아니라는거예요.이야기는다른많은것을다루니까요.
-41쪽

모든인간행동을갈등으로제한하는것이야말로드넓고풍성한인간의경험을빼먹는짓이에요.
-42쪽

저에게이야기가무엇을다루냐고묻는다면,변화라고하겠어요.
-48쪽

많은과학자들이다른동물들과우리의관계를객관화하고싶어하기에,우리는그어린유인원이딱어린인간처럼행동한다는말을할수가없어요.아니다,그유인원은유인원의방식으로반응할뿐이다,우린그에대해결코인간의표현을쓰면안되고,함부로의인화해서는안된다는거예요.그리고드발이지적하다시피,유대감에대한공포도있어요.우린유인원이나생쥐에게동질감을가질수도없고가져서도안된다는거죠.하지만동질감이없다면시가어디있겠어요?
-67쪽

독재자들은언제나시인들을두려워하잖아요.시인은정치적인존재가아니라고여기는많은미국인에게는이상해보이겠지만,남아메리카나다른독재치하의나라에서는사실조금도이상하지않아요.
-83쪽

의견을담아내는글이라면어느경우에나글끝에꼭문을열어놓아야한다고느껴요.
-91쪽

나쁜시절에예술에일어나는일은,특히언어예술에일어나는일은무엇이든무척중요해질수있어요.나쁜시절에는무슨말을하는지가정말중요하니까요.
-96쪽

상상력을아끼거나방해하거나업신여기는건끔찍한짓이고,무엇에대해서든생각할수있어야하는어리고성장중인정신에는특히해로워요.아이들은상상하고,상상과실제를구별하는방법을배워야해요.
-101쪽

이성과상상,둘다훈련이필요하지요.몸을움직일때처럼이성과상상도운동을해야해요.지금도합리적인사고는어느정도훈련하지만,상상력은미국의교육에서점점설자리를잃고있어요.이건굉장히무서운일이에요.
-101쪽

전동물을다루는문학과어린이책같은문학이그들과최소한의접촉이라도하기위한창의적인방법이라생각해요.그러니아주중요하고요.
-104쪽

남성의능동적인창조력만이진정한힘이고,다른힘이나능력은그에비해열등하다고주장하는인간행위의얼마나많은부분이남성의보상심리에서나왔을까요?
-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