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사회로이어지는,관심의확장
“궁금한게많아지는것은
좋아하고싶어하는마음의대표적인현상”
요조는자신의곁을이루는관계를부지런히살핀다.특히가족과친구,동물에대한사랑을보여준다.부모님과함께요리를하고식탁을차리는저녁풍경을담담히써내려가는데서는고요하고성실한애정이엿보인다.젊은시절,육아와살림에고단해하던어머니가남겼던일기에대해쓸땐미안함과애틋함이드러나기도한다.친구관계,나아가동물과의관계에서도마찬가지다.책을읽는사람이점점줄어드는시대,책방을운영하는요조는친구들의방문을두고‘매출로측정안되는매출’이라고이야기하며애정을보인다.친구네집에서키우는개의자는모습을유심히관찰하며악몽을꾸는것이아닐까고민하고,자신이키우는고양이들을‘털인간’이라고칭하며털이북슬북슬할뿐마치인간처럼느껴져서마음이이상해질때가많다고고백한다.
생각해보면고양이의언어와개의언어를아직까지도인간이파악하지못했다는게좀이상한것도같다.누군가똑똑한분이얼마든지개언어,고양이언어전문번역기를개발하고도남을만큼현대의기술은발전한것이아니었단말인가?왜인간은우주에메시지를쏘아보내며있는지확실치도않은외계생명체를찾고있는것일까.이미지구에개와고양이라는훌륭한외계(?)생명체가있는데!_174쪽
어째서동물의언어를알아들을수있는방법이아직도개발이안되었는지궁금해하는대목에서는,사랑하는대상을향한요조의진지하면서도엉뚱한면모에미소짓게된다.곁을바라보는요조의다감한시선은나아가예술혹은사회적관심사로도연결된다.넓은범위의관계로까지확장되는것이다.식생활에대해성찰하고,토종벌개체수를늘리기위한프로젝트에도관심을둔다.클럽의공연예술을두고‘칠순잔치’라고비하한공무원의발언을아쉬워하기도한다.이부드러운연결은,요조가예술가로서사회를대하는성숙한시선을보여준다.
“그때나는내가가장좋아하는대화를떠올린다.
예술과의대화”
아름다움을발견하는예술가의시선
요조의시선은자주‘아름다움’에머무른다.‘과연농락할수있는권리라는것이있을까?만약그렇다면그것은아름다움에있는것일까?’라고질문을던지는요조는,주로존재가지닌고유의개성에서아름다움을찾는다.지느러미를출렁이는물고기,누군가의다소독특한이름,영화제에참여하기위해찾아간무주의자연…….일부러꾸미지않아도,다만존재하기에흘러나오는행동또는멋에서아름다움을느낀다.그리고그것을꾸준하고열렬히좋아한다.
물고기의풍성한지느러미와꼬리가물속에서아름답게출렁이고있었다.그래,물안에서사는존재들을볼때마다이움직임이그렇게아름다웠어.그런데이움직임은결국이들의생활이아닌가.이들은아름다워보이기위해일부러춤추고있는것이아니다.그냥움직이고,자고,먹고,친구들과무리지어왼쪽에서오른쪽으로오른쪽에서왼쪽으로달려가며노는하루의생활,하지않으면생이끝나는기본의몸짓들이다._197~198쪽
요조의글마다배어있는상대(혹은사물)에대한애정은,고유한것에서아름다움을발견해내는요조의특별한시선이있기에가능할것이다.특히음악과영화,미술등다양한예술에대한관심과애정은뭉근하고성실하다.관심가는대상을무심히지나치지않고특별함을찾아내그에대해써내려간다.평범해보이는순간도다르게인식하는렌즈야말로작가요조가독자에게건넬수있는좋은선물일것이다.
책속에서
어떤공포는너무사랑하기때문에엄습한다.
---p.20
집으로천천히돌아가면서는다가올나의다음터치가줄기쁨을생각했다.생일을맞은친구의따뜻한손,둥근어깨같은것을.
---p.22
‘반드시내가해야만해’라는말은주인공의말이라고생각한다.그래서사랑을할때우리는‘당신이아니면안된다’라는말을한다.사랑을할때세계의주인공은‘나’와내가택한‘당신’이므로.
---p.33
조물주는다양한귀여움에관심이많으신분이다.그래서고양이를만들때는뱃살을귀엽게만들고,개를만들때는뒤통수를귀엽게만들고,돼지를만들때는꼬리를귀엽게만들었을것이다.
---p.40
사실서울과제주를오가며조금도피곤하지않다면거짓말이다.간혹짐이너무많거나왕래가지나치게잦거나할때는힘이달리곤한다.그러나그것을상쇄할만한어떤기운을나는공항에서매번느끼고있다.그것은,굳이표현하자면‘다시태어나는기분’이다.
---p.82
예술에임하는데는정답을논할수없는여러태도가있을것이다.누군가는자기자신을학대하고일탈함으로써예술가로서의창의성과유일성을획득할수도있을것이고,누군가는절제와성실함을발동하여자신의예술을완성하려할것이다.그러나그어느쪽을선택하건예술가쪽에서진심으로바라는건자기자신안에자리잡고들어앉아있는것이아니라오히려자기자신을놓치고잃어버리는것이아닐까하고생각한다.그렇게자기를놓아버리고훨훨멀리떠날때결국자기자신을더진하게획득하게될거라는것을본능적으로아는사람들일테니까말이다.
---pp.96~97
아마도모든나라의언어에는그런단어들이존재할것이다.언어로설명할수없는영역에존재하는언어.그래서모국어의감각으로,머리보다몸에가까운것으로이해할수있는단어.
---p.67
사람마다초점이맞는거리는다다를것이다.누군가는28밀리가,누군가는50밀리가잘맞을것이고,28밀리도부족해서더가까이다가가야하는사람,혹은더멀리,너무너무멀리,기어이우주가보여야할만큼멀리볼수있는망원렌즈가필요한사람도있을것이다.
---p.108
깻잎절임은확실한팀플레이가필요한반찬이었다.나는이사실을아주어릴때부터깨달았다.켜켜이찰싹붙어있는깻잎을스스로의힘만으로떼어낼줄아는어른은거의없었다.나는깻잎을못먹는시절을보내면서도반찬으로깻잎절임이나오면그렇게속으로신이났다.누군가의젓가락이깻잎절임을향할때마다어디선가또다른젓가락이나타나도움의손길을내미는것을보는것이좋았다.
---p.116
내가소홀하게대처한것들에대해서는시간을들여반성하고다시마음을다진다.어쩌면나보다나를더잘아는,사랑하는친구들의조언을하나씩떠올리며지금의내호흡과몸의리듬을체크한다.
---p.156
빈틈과오해가확실한상황에저항하면서조금이라도이해해보려는노력의현장을나는너무나사랑하니까말이다.
---p.163
음악을듣다가도죽음에대한생각에불쑥빠진다.어쩌면음악이라는것은영혼이돌아가는집일지도모른다고.그러므로사실알고보면음악가는다목수들이고다건축가들이라고.
---pp.193~194
죽고싶은마음으로뮤지션이노래를불러도,듣는사람은그노래를들으며살고싶다고생각한다.웃음이가득한얼굴로뮤지션이노래를불러도,듣는사람은그노래를들으며조용히눈물을흘린다.춤을추면서도마음은놀랍도록차분하고,조용히의자에앉아있어도마음은활어처럼날뛴다.그작은공간속에서,우리모두는각각이가진몸안의끝없는우주로떠나,살고싶고죽고싶고더나은인간이되고싶고차라리쓰레기가되고싶고누군가를미워하고싶고누군가를사랑하고싶은주인공의생기를획득한다.우리는그렇게음악속에서자아를다진다.우리는그런식으로도발육되는존재인것이다.그곳에서음악은아무것도아니지만우리를인간으로키운다.아무것도아닌밥한공기가우리를이만큼키웠듯이.
---pp.255~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