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15.00
Description
“여기는 일본이 아닙니다!”
도쿄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북한, 조선대학교

영화감독 양영희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첫 장편소설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출간
가족 다큐멘터리 3부작에 마침표를 찍은 〈수프와 이데올로기〉, 그 장대한 과업을 정리한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로 관객과 독자를 동시에 사로잡은 영화감독 양영희의 첫 장편소설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가 국내 출간되었다. 총련 산하의 ‘민족교육의 최고 전당’ 조선대학교를 무대로 하는 소설은, 일본 출간 당시 베일에 싸인 조선대학교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주인공 미영은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가리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도쿄의 조선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엄격한 규율의 기숙사 생활에 매일같이 이어지는 자기반성과 상호 비판, 졸업 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지는 진로까지, 학교는 일종의 감옥과도 같았다. 미영은 조직의 억압에 반발하고 동급생과 마찰을 일으키는 등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면서도 자신을 굽히지 않는다. 한편으로 옆 학교인 무사시노미술대학의 일본인 남학생 구로키 유와 만나면서 담장 너머의 ‘자유’에 충격을 받는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미영은 만연한 성차별과 더불어 학교 안에서는 전체주의, 바깥에서는 배타주의에 맞서며 꿈과 사랑을 밀어붙인다. 저자는 자신을 투영한 미영이라는 인물의 눈으로 조선대학교라는 조직의 내밀한 단면과 재일조선인이 처한 현실,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실상까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겪어본 자만이 가능한 구체적인 묘사는, 일종의 증언으로 작품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자칫 엄숙하게 흘러갈 법한 내용이지만,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스토리는 경쾌하게 전개된다.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독특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일상을 그리며 ‘자유와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나아가 사회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별과 갈등, 그 경계에 선 개개인의 책무 등 시대와 장소를 넘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저자

양영희

조선고등학교에서교사를하다가그만두고연극을했다.아버지는조총련계의교포와결혼하여평범한행복을누리기를원했지만,자신이원하는삶은아니었다.서서히논픽션에끌리기시작하고있을때,나이서른에북한에있는조카들의모습을찍어주기위해카메라를구입하게되었고이후실사의매력에푹빠지게되었다.뉴욕의뉴스쿨대학미디어연구학과에입학하여정식으로다큐멘터리를공부하였다.첫작품<디어평양>이호평을얻으며두번째작품인<선아,또하나의나>역시주목받고있다.

[필모그래피]
디어평양(2005)|감독
디어평양(2005)|각본
디어평양(2005)|카메라

목차

한국어판작가의말
프롤로그

1983년,1학년봄
1984년,2학년여름
1985년,3학년가을
1987년,4학년겨울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나는미영이자이니치든조선인이든,그런건신경안써”
무지와무관심이낳은오만한배려

미영은입학첫날부터통금시간을어기고연극에탐닉하는자유분방한신입생으로,규율이엄격한조선대학교에서는돌연변이같은존재다.그러면서도어쩔수없이체제에순응하는척해야하는‘조대’의일원이기도하다.『도쿄조선대학교이야기』는그런미영이높은담장을깨고세상밖으로나가려는성장소설이면서일본인미대생구로키유와의연애를그린청춘소설이다.

‘금녀의구역’으로여겨지던학교앞라멘집에당당히홀로들어간미영은구로키유를알게된다.‘자유’를상징하는그는미영에게동경의대상인동시에미영의처지를일깨워주는인물이다.함께영화를관람하고식사를하면서두사람은급속도로가까워진다.혐오집단의표적이되어곤경에처한사건이후로도미영과구로키의마음은굳건하다.

오히려둘의사이가멀어지게된계기는외부적인요인이아니라“나는미영이자이니치든조선인이든,그런건신경안”쓴다는구로키의말이었다.배려의말이의도와상관없이배제의언어가되어미영을상처입힌것이다.저자는신경써야할문제를신경쓰지않음으로써누군가의존재를지워버리는무신경함이때로는적극적인차별만큼위험할수있음을이처럼절묘하게드러내보인다.

“알아!알지만,신경쓰이지않을리가없잖아…….나는유가일본인이라는걸신경써.의식하지않을수없어.그건무리야.그러면실례인것같아.만약내가‘유가일본인이라도상관없어’라고하면기분이어떨것같아?”_213쪽

‘자유를위한고난이라면도전해볼가치가있다’
굴종을거부하는개인의작은투쟁

소설은현재의미영이바에서여대생들의졸업여행이야기를듣고과거를회상하는것으로시작한다.그리고이작품안에서북한으로의졸업여행은비중있게다뤄진다.미영은음악가인친언니미희를만날수있다는기대하나로졸업여행에참가하지만,평양에서언니를만나지못한다.언니와함께평양악단단원이었던형부의말실수로인해중국접경지역인신의주로추방당한것이다.낙담하던미영은친구의조언에따라실상은감시자인최지도원을매수해열차를타고신의주로향한다.

미영은정차역에서영양실조에걸린모자에게먹을것을나눠주고짐짝처럼다뤄지는북한주민들을보며,낙원이라던‘조국’의참혹한현실에경악한다.어렵게만난언니는자기비판과구타로정신을놓아버린남편을두고도부모과조국을향한원망보다어떻게든평양으로돌아가겠다는강인한의지를보여준다.그러면서미영에게“행복해지는게네의무”라며더이상허울뿐인조국에연연하지말고,자신을위해살아가라고당부한다.

“공부도연애도마음껏해!미영이는나처럼되면안돼.너자신을위해살았으면좋겠어.(…)너는내분신이니까.내몫까지행복해져야지!조직이라는둥가족이라는둥바보같은말을하면용서안할거야.후회하지않도록살아.알았지?조선에서살아가는삶도벅차지만,이나라를짊어지고일본에서사는것도만만치않을거야.”_196쪽

학교로돌아와졸업을앞둔미영은모교인오사카조선고급학교의국어교원이되라는지시를받는다.모두가“주어진‘혁명초소’에서충성을다할것을맹세”해야하는현실에서미영은일생일대의기로에놓인다.

내인생이니까,그렇게몇번이고자신을설득할때마다아버지,어머니그리고언니의얼굴이떠올랐다.
“박미영동지!당신을오사카조선고급학교국어교원으로배치합니다.”
“…….”
침묵이흘렀다.미영은바닥의한점을응시했다._232쪽

『도쿄조선대학교이야기』는계속해서과거와마주하며질문하기를멈추지않는양영희가영화대신선택한또하나의투쟁방식이다.픽션과논픽션을넘나들며조형해낸이야기는독자에게끊임없이‘당신이라면어떻게할것인가’라는질문을던진다.자유를제한하는시스템에저항하며자기다운삶을사는일,나와다른존재를이해하고수용하는일의긴요함은지금더욱이야기되어야할것이다.

저자의말

2018년일본에서출간한첫소설『조선대학교이야기』는나의실제체험을바탕으로가상의요소를더해썼다.연극을사랑하는대학생주인공박미영은1964년생인나자신을모델로삼았고,그녀가청춘을보낸1980년대도쿄의모습을그리움을담아충실히재현했다.

추천사

『도쿄조선대학교이야기』는재일조선인의역사와현실을꾸준히필름에담아온양영희감독의첫소설이다.일본에서는차별받았고한국에서는정치적탄압의표적이되곤했으며북한에서는선전의도구가되어야했던재일조선인의이야기를오해와망각의영역에서가까스로끌어올려눈부신영화로입체화했던양영희의카메라가이번에는소설로향한것이다.1980년대일본의조선대학교에입학했지만민족이나이념보다는자신의꿈과사랑을찾아가고싶었던양영희의페르소나,박미영의서사를환영한다.『도쿄조선대학교이야기』를읽은뒤나는,책장너머에서눈물을삼키면서도씩씩하게웃어보이고있을박미영을안아주며오해되고잊혀가는재일조선인의과거와현재를이토록인간답게기억하게해주어고맙다고말해주고싶었다.
-조해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