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포옹

고요한 포옹

$15.00
Description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간직할 수 있다”

마음의 균열을 끌어안는 몸짓
슬픔을 사랑으로 보듬는 날들
박연준 시인의 신작 산문 『고요한 포옹』이 출간되었다. 『소란』 『모월모일』 『쓰는 기분』 등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의 여섯 번째 산문으로,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일상의 크고 작은 균열을 온전히 수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번 책에서 시인은 가족과 나, 글쓰기와 나, 생활과 나, 사랑하는 많은 것과 나 사이의 결렬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끔찍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금 간 것을 계속 살피고 보호”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 책에는 수많은 금이 들어 있다. 금 간 영혼을 수선하느라 골똘히 애쓴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되고 싶은 나’와 ‘되기 쉬운 나’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금을 간직한 내가 되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_10~11쪽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깨진 장식물과 컵을 내버리지 않고 정성스레 이어 붙인 뒤 그것들을 전보다 아끼고 귀히 여기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타인의 슬픔을 다 알 순 없겠지만 내 슬픔의 방 한쪽에 그의 슬픔을 간직”하겠다는 말처럼 자신을 넘어 주변의 아픔까지 끌어안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고요한 포옹』은 슬픔을 사랑으로 보듬으려는 이의 사려 깊은 통찰로 가득하다. 벌어진 간극을 잇대며 함께 나아가려는 시인의 다정한 온기를 전해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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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연준

파주에살며시와산문을쓴다.시,사랑,발레,건강한‘여자어른’이되는일에관심이많다.2019년5월『아무튼,비건』을읽은후비건을지향하는인간이되었다.일단시작하면꾸준히한다.사랑하면믿는다.분방하고충동적이지만(이상하게도)수련과수양을좋아하는타입이다.무지몽매해서늘실연에실패한다.무언가를사랑해서까맣게타는것이좋다.

1980년서울에서태어나동덕여대문예...

목차


책머리에│금을간직한채나아가는일

1다른사람
도착
도착 ̄당주에게

2씨앗으로견디기
아욱국을끓이는가을아침
나의첫책이야기
고양이발톱깎기
예술을가질수있어?
‘나’라는안식처
구름은균형을몰라도아름답다
연두의노력
보여도될것만올립니다
나무는푸르렀고,그저나무였다
어른의공부법
눌린돌,작은돌,튕겨져나간돌
밤의가장자리를걷는사람
소비의기쁨과슬픔

3열리고닫히는마음들
추억의비용
초보운전자를사랑합시다
귀얇은노인이되고싶다
술이라는열쇠
우리안에머물러우리를만드는것들
은둔자
괴팍한디제이의음악일기
내사랑은작은조약돌같아서
집이라는우주

4우리는타인의슬픔을간직할수있다
기다림의순정에머무를수있다면
우리는타인의슬픔을간직할수있다
나오고싶지않은방
호의
언니들의시
미친말들의슬픈속도

출판사 서평

당신이나로인해부서지지않도록
가만가만다가서는포옹

포옹은애정과격려의몸짓이다.상대를맞아들이는행위이자마음을나누고지지하는소통의방식이다.책의첫번째글「도착」에서시인은남편과상의하지않은채반려동물을집에들인다.파양과임시보호상태를전전하는고양이를차마모른체할수없었던탓이다.남편은의논도없이입양을결정한시인에게화가나고양이에게눈길조차주지않는다.그러나하룻밤만에장난감낚싯대를흔들며새로운식구를받아들이려노력한다.무릎을꿇고앉아고양이를쓰다듬거나간식을챙기며점점변해가는모습을보여준다.

이러한수용과이해의과정은「추억의비용」에서도찾아볼수있다.이글에서시인의남편은책을너무나사랑한나머지집에만8천권정도를들여놓는다.다른2만여권은파주에사무실을임대해따로보관한다.책을위한월세를지불해야할때마다남편은시인의눈치를본다.매번시인은마음이복잡해지지만“당신을이룬한세월이라면같이품어요.일단품어봅시다”하며수긍한다.무릇사랑이란“도를벗어난것,선을넘는것”이고상대가“사랑하는걸참고품어주는일”임을알기때문이다.이렇듯『고요한포옹』은서로를있는그대로인정하고존중할때에만관계가지속될수있음을보여준다.간혹상대를이해하기어려운순간에도그곁을지키며‘우리’가되는일에대해한번더생각해보기를독려한다.

타인의고통을알수없다는말은타인의고통을‘그처럼’은알수없다는말일게다.당장은늙은사람의마음을‘늙은사람처럼’알수없을테지만그래도……‘그래도’다음에올말을찾기위해애쓰고싶다._143~144쪽

“괜찮아,정말괜찮아”
실패를무릅쓰며살아가는일

『고요한포옹』에는시인이겪은곤경과그것을감내하며얻은사유들이곳곳에눈에띈다.「눌린돌,작은돌,튕겨져나간돌」에서자신의학창시절을돌멩이처럼지냈던시기로털어놓는대목이그렇다.시인은성인이될때까지사회와학교의강압적통제를견디며“내처지의비루함,모멸감,부당함”에대해오랫동안저항하지못했던나날을상기한다.그러면서오늘날의아이들이자신과같은처지에놓여있다면조심스레그들의안부를묻고싶다고쓴다.

어른들이오랫동안수갑처럼채워놓은죄의식을풀어버리렴.‘마땅히’라는말을바다에던져버리렴.걱정과불안때문에현재를달달볶는일은그만두렴.나아갈때는전진만있는게아니란다.지그재그로춤추듯깡충거리며나아가도되고,멀리돌아가도괜찮아.시간은얼마든지많단다.후진했다다시나아가도아무일도일어나지않아.부디나처럼걱정이많은어른이되지않았으면좋겠구나._106쪽

시인의깊고원숙한시선은마흔이되어서야운전대를잡게된이야기에서도드러난다.「초보운전자를사랑합시다」에는여성운전자에대한편견에맞서좌충우돌하는시인의분투가자못경쾌한어조로그려져있다.주차를순전히운에맡기던시기에시인은차로기둥을들이받거나단골카페의유리창을깨는등의사고를겪는다.그럼에도의기소침해지기는커녕도로에나서기를주저하지않는다.

여성운전자가많아진건사실이지만아직도여성운전자의실력을미덥지않게생각하는분위기는남아있다.세상에위험을수반하지않고성취할수있는가치가있던가?처음부터운전에능숙한사람은없다.수많은위험과크고작은사고를겪어내며,모르던감각을익히고,시행착오를경험한뒤에야능숙한운전자가된다._136쪽

이렇듯시인은실패를품은채로만성장할수있다는생의진리를몸소실천한다.“못하는건잘할때까지계속하면된다”는다짐으로새로이시작하기를멈추지않는다.불안과위기를딛고나아가는시인의모습은그자체로독자들에게뭉근한위로를준다.살아가는데나쁜일만일어나는것은아님을,얼마든지좋은일이일어날수있음을넌지시일깨워준다.

박연준(지은이)의말

이제나는열정적포개짐보다고요한포옹이좋다.당신이간직한금이혹시나로인해부서지지않도록가만가만다가서는포옹이좋다.등과등에서로의손바닥이닿을때,가벼운포개짐이좋다.고양이처럼코끝으로인사하며시작하고싶다.끔찍하고아름다운세상에서금간것을계속살피고보호하려는마음을키우고싶다.어렵더라도.

책속에서

어떤사람은태어나기도전에세상을지나치게의식한다.태어난후에도스스로를알아보지못하고지나친다.내앞의나,그앞의나……수많은자신이일렬로서있어도알아보지못한다.남의몸을빌려사는듯,그렇게산다.방법은없다.본인이스스로를알아봐야한다.이게나구나,이렇게태어난게나구나,받아들여야한다.
---pp.43~44

냇물이흘러강으로가려는속성,강물이흘러바다로가려는속성에는치우침이나비틀린노력이없다.무얼하고싶은마음,어떻게살고싶다는마음은자연스레태어나도록이끄는게좋다.
---pp.69~70

만개하기전꽃망울이맺힌벚나무를열걸음떨어져서본적있는가?그때벚나무는간질간질,분홍재채기를참고있는것처럼보인다.여기저기서벚나무들이본격적으로재채기를하기시작한다면!분홍을밀어낸흰빛이화사하게터져나올게다.
---p.90

세상을향해답을구하지말아야한다.오직스스로에게물어야한다.어떻게살아야할지,어떤사람이되고싶은지.쉽게답을찾고싶지않다.세상에숙련되고싶지않다.단련할수있을뿐.더듬더듬쓰고천천히생각해보겠다.
---p.99

그땐우리의찬란함을몰랐다.술과의거래에서매일살아돌아오며,읽고쓰고사랑하고이별하는우리의싱그러움을몰랐다.우리는스스로를‘창피함과괴로움으로일그러진괴물’이라고생각했다.자주얼굴을가리고울었다.부끄러움을느끼는괴물이라니,그런건이미괴물일리없는데자책으로낮과밤을보냈다.
---p.147

밤에혼자깨어있다는건세상에혼자남아있는일과비슷하다.오롯이혼자가되는이순간을좋아한다.어딘가에는이렇게혼자남아,밤을지키는자가많을테다.옆에식구들의평온한잠이있기에안도할수있는밤.밤의문지기를자처하여,고독과고요를곁에앉히는시간이다.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