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케이크의 맛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완벽한 케이크의 맛 - 마음산책 짧은 소설 (양장)

$15.00
저자

김혜진

1983년대구에서태어났다.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치킨런」이당선되면서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2013년장편소설「중앙역」으로제5회중앙장편문학상을,2018년장편소설「딸에대하여」로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작품으로는소설집『어비』,『너라는생활』,장편소설『중앙역』,『딸에대하여』,『9번의일』,중편소설『불과나의자서전』등이있다.2021제12회젊은작가상을...

목차

목차
작가의말

모르는얼굴앞에서
강사의자질
밀베이커리
재택근무
모르는일처럼
기다리면기다릴수록

아무것도아닌모든마음
소란스럽고떠들썩한
십년
안강에서
극락조
아주먼여행

나지막한주파수처럼
완벽한케이크의맛
수국
함께산을오를때
호린

출판사 서평

나의진심은타인에게전달될수있을까
그리고나는타인의마음을들을수있을까
스스로를들여다보며타인에게건너가는사람들

‘소설가가쓰는것은결국하나의주제에대한변용’이라는작가밀란쿤데라의말을빌린다면,김혜진작가의핵심적인테마는타인을향한이해의가능성이다.『딸에대하여』의엄마와동성애자딸,『9번의일』의주인공인통신회사노동자와회사,『경청』에서의임해수와순무,황세이는오해와이해를오가며상대를파멸시키거나구원한다.『완벽한케이크의맛』은작가가꾸준히탐구해온소통의가능성을묻는작품들로구성되어있다.

책에는비슷한상황앞에서서로다른방향으로뻗어가는이야기들이담겨있다.「강사의자질」과「모르는일처럼」은소문이급속도로번져가는상황에처한피해자와가해자의입장을각각서술한다.오랜만에만난가족(「소란스럽고떠들썩한」「안강에서」),우연한계기로재회한친구(「십년」「수국」),미지근한관계를이어가고있는연인(「함께산을오를때」「호린」)들은관계의갈림길에서각기다른선택을내린다.반복과대조를통해펼쳐지는관계의스펙트럼속에서독자는자신이라면어떻게했을지고민해보게된다.

김혜진작가의인물들은오해의가능성앞에서주로반성하거나제자리를묵묵하게지킨다.흔히반성은수동적인행위로생각되지만,김혜진작가는작품을통해반성(反省)이때로그어떤행동보다적극적일수있다고말한다.「재택근무」의‘나’는코로나시기마스크를쓰지않고돌아다니는할머니를통해서자신의편견어린마음을직시하고,「수국」의화자는성공하지못하리라생각했던친구의시상식자리에서타인의가능성을발견하지못한자기를돌아본다.스스로를들여다보는마음은이내타인을이해하려는용기로나아간다.

그때마다내가생각하는건너의존재다.내가알던오래전의네가아니라내가한번도상상한적없는네모습이다.내편견과오해속에갇힌네가아니고,그것들을너무나가볍게뛰어넘은어떤사람이다.
―「수국」중에서

광장에서출발해비로소다다르는마음이라는골목

첫장편소설『중앙역』에서서울역노숙자들의사랑을이야기하고,퀴어,노동,가난등의사회적의제를성실히다뤄왔으며,광장을주제로한앤솔러지『광장』에참여하기도한김혜진작가에게“광장은본토같은공간이다”(노태훈문학평론가).김혜진작가의광장은정치적의견이모이는장소에그치지않고일상적인삶으로번져간다는점에서특별하다.김혜진작가에게광장과마음,사회와개인은분리되지않고연결된다.

『완벽한케이크의맛』에서광장은동네커뮤니티와SNS공간으로확장된다.「밀베이커리」에서는진실이확인되지않은소문이주민들의수군거림을통해번져가고,「모르는일처럼」에서부당한대우를받은인턴은SNS에피해내용을폭로한다.사람들이모이는물리적공간을넘어서가상의공간으로변화된광장은사람의마음에직접가닿아상처를남긴다.

김혜진작가에게광장은사회의공론장인동시에일상적인공간이다.오랜만에연락이닿은두친구는광장에서만나근처카페로향하고(「십년」),역시광장에서재회한남자와여자는자주가던식당에서밥을먹으며관계의미래를각자의방식으로그린다(「완벽한케이크의맛」).자주오해하고가끔이해하며함께시간을보내는사람들사이에는광장처럼텅빈공간이펼쳐져있다.광장에서출발한사람들은역설적으로광장처럼비어있는관계로돌아온다.

두사람의대화는나지막한주파수처럼커졌다가작아지길반복한다.들어주는사람이있으므로두사람의이야기는이어진다.개인적이고일상적이며어쩌면자기자신에게만의미있는이야기들.그러나때때로그는그녀의이야기가자신의이야기와다르지않다고생각한다.가끔은진짜자신의이야기처럼느껴진다.그는그녀또한가끔그런기분을느끼는지궁금하다.
―「완벽한케이크의맛」중에서

찰나의표정이나제스처가때로어떤사람의본질을요약하듯,짧은소설역시한작가의총체적인세계를보여주기도한다.김혜진작가의짧은소설은그의이야기가개인으로부터출발한다고말한다.김혜진작가는사회적인문제를폭로하기위해쓰기보다는한개인을깊이이해하기위해쓴다.한사람의목소리를듣는과정에서그사람의몸에기입된사회적문제가끌려나오기도하고,숨겨진마음이드러나기도한다.김혜진작가가수집한목소리들을듣다보면,그간들리지않던타인의이야기와내면의감정이보다선명해질것이다.

책속에서

물론저는그제안을거절했습니다.그사람의말을듣는동안어떤식으로든이일의끝을봐야겠다는생각이들었고,이일의귀결이아이에게들려줄만한것이어야한다는믿음을버릴수가없었기때문입니다.
---「밀베이커리」중에서

그러나한번씩그노인이떠오를때가있었다.우연히낯선골목을지날때,걸음을멈추고어두운골목안쪽을주시할때.그러면미로처럼이어진이골목에내가알지못하는수많은사람들이살아간다는것을새삼스럽게깨닫게됐다.그건너무당연한사실이지만평소에는까맣게잊고지낸다는사실도.어쩌면그래서모두가아무렇지않게생활할수있다는사실도.
---「재택근무」중에서

나는영정사진속할머니를한번더올려다본뒤돌아섰다.고요해진할머니로부터겨우몇걸음떨어진,그러니까수없이많은슬픔으로소란스럽고,또수많은기쁨으로떠들썩한가족들사이에다시금자리를잡고앉았다.
---「소란스럽고떠들썩한」중에서

십년은서로에대한기억을간직할수있는시간인동시에서로에대한기억을지울수있는시간이었다.뭔가는고스란히남고,또뭔가는흔적도없이사라질수있는시간.두사람사이엔이제그런여백같은시간이흐르고있는셈이었다.
---「십년」중에서

아무렇지않은표정으로,그토록일상적인인사를건네면서,두번다시아버지를만나지않겠다고결심한고모의마음은어떤것이었을까요.혈육에대한애증,세월에대한회한.원망과자책,후회와체념.어쩌면그무엇도아니고그모든것일지도모르는마음을이제나는어렴풋이알것도같습니다.
---「안강에서」중에서

그순간,어느때보다수연의마음이투명하게들여다보였다.자신이그런것처럼수연안에도꺼내지않았던수많은말들이존재했다는것을,그런말들이란기다리면어느새또저절로사라져버린다는것을,그기다림덕분에관계가이렇게이어진다는것을깨닫게된거였다.
---「극락조」중에서

두사람의대화는나지막한주파수처럼커졌다가작아지길반복한다.들어주는사람이있으므로두사람의이야기는이어진다.개인적이고일상적이며어쩌면자기자신에게만의미있는이야기들.그러나때때로그는그녀의이야기가자신의이야기와다르지않다고생각한다.가끔은진짜자신의이야기처럼느껴진다.그는그녀또한가끔그런기분을느끼는지궁금하다.
---「완벽한케이크의맛」중에서

하지않아서좋았던것,하지않았으므로그가지킬수있었던것,하지않았기때문에그가잃지않았던모든것.케이크의맛은그모든것을한꺼번에응축시켜놓은것처럼아주진하고깊다.
---「완벽한케이크의맛」중에서

그때마다내가생각하는건너의존재다.내가알던오래전의네가아니라내가한번도상상한적없는네모습이다.내편견과오해속에갇힌네가아니고,그것들을너무나가볍게뛰어넘은어떤사람이다.그러므로그꽃다발이상기하는건나자신인지도모른다.지금껏돌아볼필요가없었고,돌아본적도없었던예전의나를이런방식으로돌이켜보고있는지도모른다.
---「수국」중에서

두사람은알고있었다.자신들이특별하게여기는경험이란산을오르는사람이라면누구나한번쯤겪는흔한일에불과하다는것을.등산은험해지고가팔라지는산길을묵묵히걷는행위이고,그러므로상상의범주를크게벗어나지않는다는것을.그럼에도이산을함께오르는자신들에게는모든게두번은반복되지않는,꼭한번뿐인순간이라는것을.
---「함께산을오를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