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허무가굳은살처럼박인시대
읽기라는행위를통해지피는희망의잉걸불
뉴스를확인할때마다인간성에대한믿음이흔들리는시대이다.그런시대에서읽는다는행위는보다더나은이야기를통해희망을찾으려는몸짓과같다.김응교작가는과거와현재를아우르는책들을숙독하면서지금우리에게필요한메시지를건넨다.
저자는버지니아울프의『자기만의방』에서화자가'나'를넘어메리비튼,메리시튼,메리카마이클같은여성들로확장된다는점에집중하면서,여성과여성이연대하여새로운세상을만든다는메시지를포착한다.괴테의『젊은베르터의고뇌』에서는애절한사랑을뛰어넘는정치적인혁명성을읽어낸다.
저자는당대의작품안에서도시대를초월하는가치를발굴한다.김호연작가의『불편한편의점』을통해서는따스한이야기가지닌힘을재발견하고,김초엽작가의『행성어서점』을읽으면서SF소설의가능성을이야기한다.그러면서작가의의무는판타지를만드는것이며그판타지는현실을보다깊이이해하기위한정교한장치라고강조한다.
시인이나소설가나예술가의임무는진정한판타지를만드는것이다.판타지는희망없는현실에서일탈하게한다.현실에서떨어져현실을보면새로운가능성을볼수있다.이런의미에서판타지는인간에게꿈을주고희망을준다._80쪽
책을관통하는부사를하나만꼽는다면'곁으로'를고를수있다.저자는알베르카뮈의『페스트』,이청준의「벌레이야기」,헤밍웨이의『노인과바다』를경유하면서,고통을회피하지않고고통의곁으로다가가는태도,패배가예정된허무한인생에서의미를놓치지않으려는의지를말한다.그중심에는읽기라는행위가있다.
첫문장의열한가지표정
시작이두려운이들에게건네는위로의문장
김응교작가는첫문장을열한가지유형으로분류한다.'다짜고짜말을거는'첫문장(“거기누구냐?”―『햄릿』)이있는가하면,시작부터'결정적사건이나오는'첫문장(“그날한명이다치고여섯명이죽었다.”―『아몬드』)도있다.흔히첫문장은두려움의대상이다.김응교작가가모으고분류한첫문장들을읽다보면첫문장에대한공포가줄어들고이해의폭이넓어진다.
이책은첫문장은이렇게써야만한다는당위를제시하지않는다.저자는작품전체를깊이읽어낸뒤,모든작품의첫문장은이런식으로쓰일수밖에없었다고,첫문장은작품이완성되었을때비로소제자리에도착한것처럼느껴진다고이야기한다.
읽기는쓰기로이어지고,쓰기는삶과연결된다.김응교작가는세상이라는텍스트를깊이읽어내고,두려움을떨치며첫문장을쓰기를권한다.그렇게새로운시작을반복하는인생이우리를나아가게할것이라고말한다.책을통해세상을보다깊이이해하려는이들에게『첫문장은마지막문장이다』는믿음직한책들의목록과함께꾸준히읽고쓸수있는단단한마음을갖도록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