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의 말(큰글자도서) (글쓰기의 경이)

김혜순의 말(큰글자도서) (글쓰기의 경이)

$35.00
Description
“시는 인간 존재를 다른 곳으로, 더 나은 곳으로 이끕니다”

경계를 무너뜨리며 흘러넘치는 목소리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의 삶과 글쓰기에 대하여
저자

김혜순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에입선했고 1979년 <문학과지성>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1989년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임용되어 2021년까지학생들을가르쳤다.시집『또다른별에서』『아버지가세운허수아비』『어느별의지옥』『우리들의음화』『나의우파니샤드,서울』『불쌍한사랑기계』『달력공장공장장님보세요』『한잔의붉은거울』『당신의첫』『슬픔치약거울크림』『피어라돼지』『죽음의자서전』『날개환상통』『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김혜순죽음트릴로지』,시산문집『않아는이렇게말했다』,산문집『여자짐승아시아하기』,시론집『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여성,시하다』등을펴냈다.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소월시문학상,미당문학상,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죽음의자서전』으로캐나다그리핀시문학상을수상했고,2021년스웨덴시카다상,2022년삼성호암상예술상을수상했다.『날개환상통』으로미국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23최고의책시부문을수상했으며,『죽음의자서전』으로독일 HKW국제문학상등을수상했다.
사진ⓒ정멜멜

목차

서문

몸과죽음
타자와동물
어머니의죽음,남겨진달
하기,은유를넘어
문학이라는학교
문학과정치
예술과삶,미래의책

출판사 서평

40년넘는시력으로한국현대시의저변을넓혀온김혜순시인의인터뷰집『김혜순의말』이출간되었다.황인찬시인이인터뷰어로참여하여2022년1월부터7월까지서면으로주고받은대화를묶은책이다.시란무엇이고시인이란무엇이어야하는지뿐아니라삶과예술에대한폭넓은사유를두시인의밀도높은언어로담고있다.육체성과타자성,죽음과고통,가족과시대의억압,여성으로서의글쓰기등김혜순의작품세계에서도드라지는주제의식들을그의생애와겹쳐살펴볼수있는유일한책이기도하다.
『김혜순의말』의가장중요한키워드는‘고통’이다.이인터뷰집에서우리는몸의고통을어떻게사유할수있을지,그로인해어떻게타자와연결될수있을지에대한깊은성찰과시적가능성을발견할수있다.“그리하여시인은끝없이시인자신을타자화해보는것인지도모릅니다.그것이타인의고통을감각하는유일한방법이기에.”
캐나다그리핀시문학상,스웨덴시카다상등을수상하며세계적인위치에우뚝선김혜순시인.그의강렬하고도지성어린이야기들을통해우리는글쓰는삶의충만함과경이로움을느낄수있을것이다.

시는시인의것이면서독자의것입니다.시인과독자는이세상에존재하지않는어떤장소에서은밀히만납니다.시인은유령처럼독자의시선에서다시탄생합니다.그만남의장소없이시인은존재하지않지요._233쪽


몸의고통으로새로운전망을여는시

『김혜순의말』에는시인이어린시절부터외할머니를어머니처럼따르며성장한일,대학에진학하여처음으로시를쓰게된정황,동인활동을통해여성주의를익혀간나날,출판사에서편집자로근무하던중경찰서로불려가폭행을당한사건,서울예술대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겪었던에피소드등이고스란히담겨있다.그러므로시인의삶과작품세계가서로어떠한영향을주고받으며변모해나갔는지를살펴볼수있다.또한시인이오랫동안몰두해온집필방식도발견할수있는데,이는곧‘나’라는한계를벗어나고자하는글쓰기이다.

저는제고통이극에달한밤,제몸에돋는거대한날개를목도합니다.그리고고통받는여자의어깨에투명한날개가돋았다고씁니다.더나아가여자의고통이여자를하늘에올렸다고씁니다.그것뿐입니다.오직즉각적인상상력에의해서만우리의고통을쓸수있을뿐입니다._85쪽

시인은제몸의고통을경유한글쓰기로만자신을벗어나잠시나마‘우리’가될수있다고말한다.물흐르듯쏟아져나오는비탄의언어를통해서만타자와나의구분을무너뜨리고지워내는시학이가능하다고설파한다.이러한글쓰기는김혜순시인이직접겪어내야했던가부장제와가족주의,독재정권,성차별,팬데믹사태등을관통하는동시에새로운시적전망을열어젖힐수있는동력이되어주었다.

시를씀으로써,글쓰는행위자체가저를이비탄의바깥으로향하게도했습니다.이런저의생각이시의비탄으로여는일종의시적전망이라고부를수있다면좋겠다고생각했습니다._93쪽


시인으로사는일의모든것

『김혜순의말』에서시인은문학에빠지게된계기로고등학생시절친구의집에서세계문학전집을빌려읽은이야기를들려준다.문학의강렬한첫체험으로귄터그라스의『양철북』을꼽는다.한때강은교,이승훈의시를즐겨읽었으며보들레르의시와니체의아포리즘을직접번역해가며공부했다고도말한다.데뷔하고교수로임용되어오규원시인과함께근무하던시절을술회하면서는강의준비가자신의글쓰기에미친영향을되짚고자신만의시론을정립해나가게된바탕을설명한다.

학생들에게강의하기위해준비한,시어와는다른명증한산문적언어들이시학이라는산문을쓰기위한연습이될수있었어요.그리고시에대한정의는시마다다를수있다는생각을,저의글쓰기로달성하고싶다는욕망이생겼지요.(…)제시론은우리나라에서비평가들이나시론가들이여성시인들을따로떼내어서,여성시인들만의시를논하면서도여성시에대한이해가없었기때문에,제가나서서여성시에대한시론을전개하게된결과물입니다._194~195쪽

시인은진중한문학론외에도개인적으로즐기는힙합음악과영화,미술작품등에대한애정을아낌없이드러낸다.과거에티베트와네팔을여행하며목격한불교의만다라(曼陀羅)형상에대한관심도그중하나이다.시인은우리몸에숨어있는이도형과무늬가우리에게서시의목소리를내어놓도록이끈다고말한다.

역동적인리듬과파동으로서의글쓰기를내어놓게하는게시인안에들어찬만다라인지도모르지요.리듬도만다라도모두반복을밑그림으로갖고있지요.만다라는대개이차원으로그려져있지만우리안에는제가포탈라궁에서본삼차원의만다라가세워져있겠지요.그삼차원만다라가다시보이지않는공간까지포섭하면서바깥으로터져나가겠지요._266쪽

이렇듯『김혜순의말』은예술을향한시인의지대한관심과열정,그로인한시적통찰의순간들을다채롭게펼쳐놓는다.한국문학계에서독보적인영역을개척한시인의삶을총체적으로조망하며,그의담대한생각과경험을진솔한목소리로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