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주세요 : 누구나 주머니에 접어둔 이야기가 있다

다시 살아주세요 : 누구나 주머니에 접어둔 이야기가 있다

$16.00
Description
“슬픔은 평범한 얼굴로 찾아왔다.
조용한 조문객처럼”

생생한 언어로 고통을 응시하고,
상실을 지나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아가기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싱고, 라고 불렀다』와 시툰 『詩누이』 등을 통해 소박하고도 서정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던 신미나의 첫 산문집 『다시 살아주세요』가 출간되었다. 신미나는 올여름,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묵묵히 이 책의 원고를 다듬었다. 무정하게 생명력이 뻗어가는 계절을 평소처럼 통과하면서도 이따금 느닷없이 닥쳐오는 슬픔을 맞이했다. 그럴 땐 가만히 웅크려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리고 밤마다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안쪽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써 내려갔다.

이 다음에 슬픔은 평범한 얼굴로 찾아왔다. 조용한 조문객처럼. 새벽에 홀로 잠에서 깼을 때도. 과일 가게에서 자두를 만지작거리다 다시 내려놓는 노인을 볼 때도. 미술관에서 어떤 여자를 봤을 때도 왔다. 그 여자는 오래도록 한 그림만 바라보았다. _「책머리에」에서

『다시 살아주세요』는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3부는 가족과 시인의 투병 이야기 등 보다 내밀한 글들을 묶었고, 4부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다정한 글들을 묶었다. 그리고 산문과 함께 짧은 소설 세 편과 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실었다. 신미나는 글을 쓰며 기억을 더듬고, 허구를 적극 차용하여 이야기를 더욱 확장시켰다. 시인의 자전적인 짧은 소설들을 읽다 보면 우리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애도를 하고, 삶을 다시 살아간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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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미나(싱고)

시를쓸때는신미나,그림그릴때는싱고이다.
2007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고시집『싱고,라고불렀다』『당신은나의높이를가지세요』와시툰『詩누이』『안녕,해태』(전3권)『서릿길을셔벗셔벗』을쓰고그렸다.

목차


책머리에―작게접은자국

1밤과낮
당신의마지막악기
모양이나쁘네요1
옹고집전
최선의영미

2오르골속의자매들
짧은소설―여우비
부라보콘의맛
짧은소설―밤은지나가고나는노래하네
언니에게

3큰불이지나간서늘한동굴
모양이나쁘네요2
다리위에서
짧은소설―기분만남은꿈

4눈뜨고꾸는꿈
나의식물시서植物時序
미나리를좋아하세요?
달걀말이인생론
담다디,담다디,담다디다
소에대하여
스승의애호박
평범해도괜찮아
엄마의그릇
세모의정경
약과예찬
매일매일이소풍은아닐지라도
아버지의돋보기

출판사 서평

“어쩌면진실은높고티없이고결한것이아니라,
도둑이장판에찍고간발자국처럼얼룩덜룩한모양아닐까”
시인의몸을통과한가족이야기

첫산문집을묶는시인은자신의내밀하고도개인적인이야기를조심스레살피기마련이다.일곱남매의막내로태어나시골에서유년시절을보낸신미나는어머니의투병,석쇠에김을굽고소를키우던아버지,친구처럼지냈던언니들이야기에이르기까지촘촘하게자신을이루어온가족에대해털어놓는다.시인에게가족이야기란‘내몸을통과한이야기’이자자신의‘내러티브’이다.가족을이야기하며기억은삶을거슬러올라가고,유년시절을지나젊은어머니와아버지에게까지닿는다.봄밤의개울가다리위에서처음만났던시인의어머니와아버지는세월을함께겪으며노인이되었다.신미나는요양병원에입원한어머니를만나러가서늘꼿꼿했던어머니가조금씩기력이쇠해가는모습을본다.엄살이없고자존심이강했던어머니의투병을보며,시인은슬픔과함께자신의‘쓰고자하는욕망’에두려움을느낀다.어머니의아픔보다자신의이기심이먼저일까봐두려워하는그에게서,독자들은끊임없이윤리를살피며글을쓰는시인의자의식과감수성을엿볼수있다.

이조차당신을직접적으로살리는방식이아니라,결국에는나를살리는이기로귀결된다는것이뼈아프다.당신은기억을지우며죽어가고,나는당신의기억을복원하며살아간다.그사실이이상하고,아름답고,지독하다.나는다만,끝까지가보고싶었다._161쪽

네명의언니들은험한시절을앞서살아갔던여성들이기도하다.언니들은서울,인천등도시로가서산업체부설고등학교에다니며일을했다.신미나는무섭고험했던시절을먼저통과한언니들을향해“지독한야만의시대에언니들은어떻게서로의어깨를겯으며,그사납고무서운시간을견뎠을까”라고묻는다.노동을하며서로의곁을지켰던여성들에게애틋한시선을보내며,‘나’의이야기가‘타인’의서사로까지넓어지도록쓴다.

동시대를살아가는다른여성들과우정어린연대로이어지길바라는마음은시인자신의투병에대해쓸때도드러난다.건강검진을받다가유방에서종양을발견한후,여성과질병에관해끈질기게사유하고이를쓴다.그동안타자의시선으로자신의몸을바라보았던것을자각하며,보다온전한몸을응시하기위해애쓴다.고통을직시하는시인의태도는자못담담하다.그러나문장안에담긴조용한격렬함은,독자로하여금이미통과한,혹은언젠가통과해야할질병에대해곰곰생각해보게끔이끈다.

“이야기는나의기억속에서산다.
그러므로나는이글을쓸수있다”

아버지의장례후,시인은유품을정리하다가돋보기를발견하고이를소중히챙긴다.아버지가생전에돋보기를사용해시집을한줄한줄읽어내려가던모습이떠올랐기때문이다.조심스러운사랑의기억은삶을계속살게하는끈이된다.신미나는첫산문집인이책에서사랑을주고받았던기억의소중함과글쓰기의힘에대해깊이파고들었다.추천의글을더한최진영소설가는“당신의고통이그를울게한다면그것은사랑이아닐수없다”라고썼다.신미나는고통과슬픔을씨줄과날줄삼아원고를쓰고묶었다.뜨거운불이지나가고글이되어남은이야기들은,결국사랑에다다른다.

한동안잊고지냈다.유한한인생에서가장귀중한것은시간임을.인간은주어진시간속에서몸을빌려사는존재인것을.미루지말고지금,이순간을충실히사랑해야할이유가여기에있다.(…)하지만이별은우리에게비탄만을주지않는다.하루하루남은인생을아끼며살아야하는까닭을되새기게한다.지금껏살아온날과마지막을맞이하는내모습을그려본다.가끔은무릎이힘없이꺾이는날도올것이다.그러나불이지나간자리에어린쑥이올라오듯이생의기쁨도간지럽게나를찾아올것을안다.지금,이여름을지나온마음은비장한슬픔이라기보다,서늘하고도담담한다짐에가깝다._267쪽

시와그림을통해서정적이고곧은세계를보여주었던신미나는,산문집을통해뜨겁고도진중한목소리를더한다.무엇보다그를통과한이야기들은개인적체험에만머무르지않는다.책을경유하여타인의공감을부르는보편적서사가된다.특히고통에대해쓰면서도섣부르게감정을단정짓지않는신미나의담담한태도는,상실을겪고있는독자들에게희미하지만굳은위로로다가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