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말 : 사회적 계급의 성찰과 자전적 글쓰기의 탐구 -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아니 에르노의 말 : 사회적 계급의 성찰과 자전적 글쓰기의 탐구 -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16.80
Description
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교차
내밀함의 경계를 밀고 나아가는 글쓰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와
사회학자 로즈마리 라그라브의 심도 깊은 대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아니 에르노와 사회학자 로즈마리 라그라브의 대화를 묶은 『아니 에르노의 말』이 출간되었다. 두 여성은 2021년과 2022년, 두 번에 걸쳐 ‘페미니스트 계급 탈주자들의 경험과 글쓰기’라는 주제의 좌담에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좌담을 주관하고 함께 참여했던 학자들은 이를 편집,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에르노와 라그라브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분석을 시도하면서 여성이자 작가, 학자로서 공감을 주고받았고, 문학과 사회학, 젠더,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깊은 대화를 나눈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겪은 일에 대한 내밀한 고백인 동시에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위치 지어지는지 예리하게 해부하는 글쓰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많은 사회과학 연구자의 관심을 받아왔고, 아니 에르노 스스로 사회학, 특히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회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책에서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글을 자전적인 관점 및 사회적 구조 속에서 짚어나가며, 사회학자인 로즈마리 라그라브와 자신의 글쓰기에 깃든 공통점과 차이점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문학과 사회학이 관계 맺고 있는 방식을 논의하는 두 여성의 대화를 통해, 아니 에르노의 삶과 작품 세계뿐 아니라 문학이 지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면모까지 살펴볼 수 있다.

내 책들은 일종의 사회의 호명interpellation이자 그 기능 작용이라는 점에서 단 한 번도 문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요. 혹은 문학적으로만 받아들여진 적이 없죠. 문학적인 이유를 내세워서 내 책들에 반감을 표하지만, 사실상 그건 문학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니까요.
-본문에서
저자

아니에르노,로즈마리라그라브

AnnieErnaux,1940~
프랑스의작가.1940년9월1일,노르망디의소도시릴본에서태어났다.어린시절이브토로이사한후,청소년기까지그곳에서보냈다.딸의교육에관심이높았던어머니는아니에르노를사립가톨릭학교에입학시켰고,에르노는부르주아계층의소녀들사이에서처음으로자신의계급에대한수치를느낀다.
루앙대학교에서프랑스현대문학을공부하고1967년에중등교원자격시험에합격한후,중고등학교에서교사로일했다.1971년현대문학교수자격시험에합격하고1977년부터2000년에은퇴할때까지프랑스국립원격교육원CNED교수로일했다.
1974년자전적소설인『빈옷장』을출간하며작가로서의행보를시작했다.1984년아버지의삶을다룬『자리LaPlace』로르노도상을수상했다.2008년에는『세월』로마르그리트뒤라스상,프랑수아모리아크상,프랑스어상,텔레그람독자상을수상했다.2003년그의이름을딴아니에르노문학상이제정되었으며,2011년에는생존작가로서는최초로프랑스갈리마르총서에자전소설과미발표일기등이포함된『삶을쓰다』가편입되었다.처음데뷔했을때부터픽션을거부했던아니에르노는,자신의작품을두고직접체험하지않은허구를쓴적은없었다고이야기했다.개인적경험을통해사회구조를파헤치는예리한글쓰기로역사,사회,개인의관계를탐구하고재구성하며‘자전自傳’의의미를더욱풍부하게했다는평을받는다.
2017년마르그리트유르스나르문학상을받았으며,2022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서문│자기인정그리고참여―사라카를로타헤쉴러,클레르멜로,클레르토마젤라
이책이나오기까지

대화

발문│대화를이어가기―폴파스칼리
옮긴이의말│‘밋밋한글쓰기’의사회학:상속자와계급탈주자,그리고남성지배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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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대와긴밀하게호응하는작가,
아니에르노의문학과계급의식

‘체험하지않은현실은쓰지않겠다’라고이야기했던작가아니에르노는,사회와역사,개인의관계를파헤쳐건조한문체로서술하는특유의글쓰기로평단과독자의찬사와논쟁을동시에불러일으키곤했다.『아니에르노의말』에서에르노는작품을쓰던당시의경험과시대적배경을함께이야기하며,사회변화속에서자신의작품이어떤위치에놓였는가에대해흥미롭게들려준다.출간당시20만부넘게팔리며폭발적반응과논란을일으켰던『단순한열정』(1991)과달리,『사건』(2000)은2만부에불과했으며반응또한대부분무관심이었다.그러나20~30여년이지나두작품이비슷한시기에영화화되었을때,『사건』을각색한영화〈레벤느망〉은임신중지를둘러싸고뜨거운논란이일었던사회적분위기를타고커다란반향을불러왔다.여성이처한사회적조건들에대해일찍이예민한시선을지니고있던아니에르노는,스스로의자각에‘독서’가중요한영향을미쳤다고이야기한다.특히시몬드보부아르의『제2의성』은자신에게충격을안긴첫번째책으로꼽는다.이밖에도에르노와라그라브는버지니아울프,마르그리트뒤라스,도리스레싱도언급하며남성위주의문학사에서길을찾을수있었다고고백한다.

나를키운책들이라면당연히『제2의성』부터꼽아야해요.열여덟살의나에게결정적인발견이었죠.그때까지난남자여자의관계에대해,여자들이처한조건에대해아무것도모르던상태였거든요.남자들과함께있기가왜그렇게불편한지이해할수없었어요.그런나에게『제2의성』은마치환한빛같은책이었죠.좀서정적인표현일수는있지만,정말로루앙에서이제르대로를걸어내려갈때느낀그감정이아직도분명하게기억나요.보부아르의가차없는증명이나의세계관을찢어버린거죠.사회가성차로구분되어있고남자들이특권을누린다는사실을처음깨달은순간얼마나흥분되던지……._본문에서

아니에느로와로즈마리라그라브는둘다프랑스노르망디에서태어났고비슷한나이인데다,서민에서부르주아로계급이동을경험한‘계급탈주자’라는공통점을지니고있다.소상인의딸이었던에르노는사립가톨릭학교를다니며부르주아계급과자신이속한서민계급사이에서자주‘분열’을느끼곤했다.피지배계급출신여성이라는자의식을지닌에르노에게문학은결코정치와떼어생각할수없는것이었고,지배계급에맞서는무기이기도했다.이를위해아니에르노는엘리트의언어가아닌출신계급의언어를사용하여이른바‘밋밋한글쓰기’를시도했는데,이는보수적인문학의관점에서는일대파격이었다.그러나기존질서를두려워하지않는아니에르노는,지배계급의교묘한차별을폭로하고진실을드러내며그만의독보적인문학세계를구축했다.라그라브는그런에르노에게“당신의책들은우리에게든든한고리이자버팀목”이되었다고이야기한다.

아무리그래도난오랫동안배신의느낌을떨칠수없었죠.그나마지금은조금덜해졌어요.왜그럴까요?글을쓰기때문이죠.난젊을때부터“나의종족의복수를위해글을쓰겠다!”는바람을지녔고,그래서내가쓰는책들의내용과형식이그목적으로부터멀어지지않게끔해야했어요.처음만난세계의경험을글쓰기가최대한직접적인방식으로전달해야하는거죠.내책들이다른사람들의의식을만나기도하고,묻혀있거나말할수없는것들이솟아오르게만들기도했을거예요.내가정말로배신을했다면,그런식으로,그러니까글을씀으로써속죄하는거라고말할수있겠네요……._본문에서

“난노년이향유의시기가되면좋겠어요.
다시말해서끝내겠다고선택할수있는자유를갖고싶어요”
두여성이나누는노년에대한생각

사회적계급과자전적글쓰기,여성으로서의삶에대해치열하게전개되던아니에르노와로즈마리라그라브의대화는마지막부분에이르러‘노년’이라는주제를다룬다.어느덧노년에다다른두여성은자율성이약해지고있는몸의변화를깊이인식하고이에대해털어놓는다.죽음을금기시하거나생물학적관점으로만바라보는대신사회학적인시선으로관찰하며사유를주고받는다.자신의노화경험에서출발한이러한사유는“고통과쇠락밖에남지않았을때그만끝내겠다고선택할수있는자유”로공통적으로이어진다.페미니스트로서‘자발적임신중단’의권리를외쳤던그들이‘자발적노화중단’의필요성에대해서도이야기하는것이다.

지금생각해보면,내삶에서가장강렬했던,가장충만감을느꼈던시기는마흔다섯살에서예순살사이같아요.로즈마리,난당신과달리늙기를준비할수있다고생각하지않아요.은퇴를준비하고해오던일을일찍중단할수는있지만,10년뒤,20년혹은30년뒤의우리몸과마음을미리겪을수는없으니까요.문제없이살아갈수있으리라예상한다해도,노년을위해서집안을개조해도,물론안한것보다낫겠지만,별소용이없죠.어차피노년은갑자기닥치니까요.그냥현재를충만하게살아야해요._본문에서

『아니에르노의말』은예리한시선으로논쟁적인작품을내놓았던아니에르노의작가적면모뿐아니라,사회문제에참여하고여성문제에대해발언하는페미니스트로서의근원도살펴볼수있는책이다.동시대작가로서아니에르노가던지는주제들이유효할수있는이유는,개인의정체성이실존적선택으로만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사회적조건들과맞물려있는것임을일깨우는엄정한인식과성찰에있다.그성찰은현대를살아가는한국독자들에게도유의미한사유의나침반을제공한다.또한명징하고명료한,아니에르노의육성을통해그의작품들을더욱폭넓게이해할수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