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하는 직업 : 미국 국방부에서 일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삶 -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발굴하는 직업 : 미국 국방부에서 일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삶 -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15.00
Description
“내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유해와
어디선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그리고 나는 우주의 인연으로 맺어진 게 분명하다”
미국 국방부에서 15년 차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한국전쟁 프로젝트팀을 이끄는 법의인류학자의 모든 것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뼈 하나로 이처럼 훌륭하게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엮어낼 수 있다니 놀랍다”(최재천 생태학자)는 평을 들어온 법의인류학자 진주현의 신작 산문 『발굴하는 직업』이 출간되었다. 마음산책 직업 이야기 열 번째 책이기도 한 『발굴하는 직업』은 저자가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기관에서 근무하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제2차 세계대전 때 신원 미상이 된 유해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뼈의 크기와 상태, 특이 사항을 감식하여 키와 나이, 인종, 사망원인 등을 밝히고 DNA 검사 결과까지 일치하는 인물을 찾아내면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자는 북한과 베트남에 직접 다녀오기도 하고, 한국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한다.
진주현은 미국 군인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 여성으로서의 고충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으로서의 고민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군사적, 정치적 이슈를 조율하는 어려움과 오랜 타지 생활로 인한 언어적, 문화적 갈등에 대해서도 토로한다. 치열하게 부딪치며 경험한 모든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자신을 이루었다고 술회한다. 그러므로 『발굴하는 직업』은 전쟁터에서 실종된 이들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는 뼈 전문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손녀이기도 한 저자의 성장과 성찰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단 뼈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꺼내서 물로 잘 닦았다. (…)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서 뼈의 크기와 보존 상태 혹은 특이 사항 등을 기록했다. 치아도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었는데 치과 치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정강이뼈에서 유전자 샘플을 떼어 델라웨어주에 있는 미국 국방부 유전자연구실로 보냈다. 유전자분석이 이루어지는 동안 우리 연구실에서는 인류학 감식을 진행했다. 뼈의 성장판이 닫힌 정도와 좌우 골반뼈가 만나는 부위의 형태로 보아 사망 당시 나이가 열아홉에서 스물셋으로 추정되었다. 다리뼈의 길이를 재서 신장 추정 수학 공식에 넣었더니 키는 180센티미터 전후, 머리뼈의 형태에서는 백인으로 감식되었다. _56~57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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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주현

저자:진주현

법의인류학자.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에서고고학을전공하고,한국고등교육재단장학생으로선발되어유학을떠났다.스탠퍼드대학교에서인류학석사학위를,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미국국방부전쟁포로및실종자확인기관(DPAA)에서한국전쟁,베트남전쟁,제2차세계대전때실종된군인의유해를발굴해분석한후가족의품으로돌려보내는일을하고있다.하와이대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기도한다.지은책으로『제인구달&루이스리키:인간과유인원,경계에서만나다』『뼈가들려준이야기』가있다.

목차

프롤로그|집에가는길

1뼈를찾아가족의품으로돌려보내다

나의초짜시절
피난민의증손녀
먼길돌아가다
엄마의편지
북한에다녀오다
베트남에서발굴하다

2낯선존재로살아가기

일하는엄마
아이있는직장인
나는영원한민간인
나는영원한동양인
나는영원한이방인
남편의아리랑
어쩌다통역
영원한외국어

3미국국방부도직장일뿐

무엇이우선일까
매니저로승진하다
싫은소리하기나도싫다
참을것이냐따질것이냐
새로운도전그리고포기
살림은나의힘

에필로그|당신의직업이소명이길바랍니다

출판사 서평

뼈를찾아가족의품으로돌려보내는일

대학생때고고학을전공했던진주현은형질인류학수업을들은뒤로뼈의매력에빠져들었다.고된유학생활동안인류학을공부했고때마침기회가닿아미국국방부에서직장생활을시작했다.저자는사람뼈를감식하고신원을밝혀내는일을하면할수록즐거움과보람을느꼈다.유가족으로부터진심어린감사의말을전해듣는날에는자신의업이타인의오랜상실감을조금이나마위로할수있다는생각에자부심을갖기도했다.

송환식을사흘앞두고내블로그에이런댓글이달렸다.“(…)할아버지를대한민국과저희가족의품으로돌아오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저희아버님과작은아버님께서감격해많이울고계십니다.두분살아계실때할아버지의유해라도찾게해주셔서진심으로감사합니다.벌써제나이도내년에쉰입니다.정말수고많이하셨습니다.”_46~47쪽

2018년여름에는싱가포르에서열린북미정상회담의후속조치로북한에다녀왔다.저자는미국수송기를타고원산갈마국제비행장으로날아가감식팀을지휘했다.쉰다섯개의소관에든유해를빠르게약식검증했고,모두수송기에옮겨실은후정해진시간에맞춰군사분계선을넘었다.이일은당시미국부통령이송환행사를주관할만큼뜻깊고의미있는사건이었다.그날들여온쉰다섯개의소관에는250명의유해가담겨있었다.저자는5년여에걸쳐여든아홉명의미군을신원확인했고일흔일곱구의한국군유해를본국으로돌려보냈다.

상자를열어수천점의뼈를정리하고,그동안이루어진분석결과를정리하고,어떻게하면좀더효율적으로많은유해의신원을확인할수있을까고민했다.한국전유해의경우한사람의뼈가여러개의상자에나누어져다른사람의뼈와섞여있는경우가많았다.(…)이런혼재유해를어떻게분석할지매뉴얼을만들었고새로운형식의리포트를작성했다.밤늦게까지일하는것이즐거웠고아침에눈을뜨면어서출근하고싶었다._26~27쪽

이방인으로서적응하며살아가는날들

『발굴하는직업』에서저자는한국전쟁프로젝트팀을이끄는진박사의모습뿐아니라백인남성이주를이루는미군들틈에서지내는한국인여성의곤경도보여준다.좀체알아들을수없는군대용어와투박한화법을눈치껏이해하기위해노력했던경험이나사소한영어발음을가지고면박을주던상사에게차마항의하지못했던일화등이그렇다.

직원환송회가있어서리아를데리고저녁식사자리에갔다.친한직원이그만두는자리여서아쉬웠다.수십명이모여서그녀의새로운출발을축하해주는자리였다.디렉터가이번에는유아차에앉아있는리아를보며한마디했다.“네딸자는거니?”멀쩡히깨서두리번거리는아이더러이건또무슨말인가싶었다.그는바로말을이었다.“눈이쫙찢어지고작아서자는건지깨어있는건지알수가없어서물어봤어.하하하!”_119~120쪽

저자는두아이를키우는엄마로서의어려움도드러낸다.미국연방정부에유급육아휴직이없던시절이어서출산하고한달만에복직해야했던사연이나베이비시터가갑자기결근하는바람에6개월된아기를데리고중요한회의에참석했던에피소드등이그예다.하지만저자는쉬이지칠법한상황에서도자신이짊어진육아의무게를담대하게견뎌낸다.주말에지인들을초대하여즐거운시간을보내거나식구들을위해저녁을준비하며생의소소한기쁨을누린다.그러므로『발굴하는직업』은법의인류학자의엄밀한직무와소명의식뿐아니라미국에서직장생활을하는한국인엄마의애환에대해서도고루이야기한다.연구자이자미국공무원이고,한국인이자엄마인삶을곡진하게담아냈다.

모든것이차곡차곡쌓여현재의나를이루었다.앞으로도나는지금까지그랬던것처럼별계획없이그때그때주어진일에최선을다하며살것이다.길다면긴시간동안나를지치지않도록받쳐준건내가하는모든일의본질이었다.군종신부님이해주신말씀이딱맞았다.나의직업이나의소명이되었다._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