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다루는 직업 : 깎고 만드는 작업자의 삶

나무를 다루는 직업 : 깎고 만드는 작업자의 삶

$16.00
Description
나무를 깎아 사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자의 삶

“내가 좋아서 시작한 목공,
나를 매혹하는 나무를 다루는 일”
대전에는 ‘이리히 스튜디오’라는 나무 작업실이 있다. 함혜주는 매일 아침 이곳으로 출근하여 저녁까지 나무를 깎는다. 주문받은 가구도 만들고 목공 클래스도 열지만, 함혜주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조각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다.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유리공예도 배우며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그가 마침내 만난 재료는 ‘나무’였고, 곧 나무에 완전히 매혹되었다. 함혜주는 남은 인생을 오로지 나무 작업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다짐으로 작업실을 열고 나무를 깎으며 ‘살고 싶은 인생’과 ‘살아가는 인생’이 일치하도록 애쓰는 중이다. 『나무를 다루는 직업』은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성실하게 하며 차근차근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부딪힌 현실적 어려움과 고뇌 등을 담고 있다. 일을 통해 성장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에 보다 가까워지고자 하는 이야기로, 마음산책에서 펴내는 직업 이야기의 열한 번째 책이다.

좋아하는 나무를 매일 만지며 먹고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깊은 회의감에 젖었다. 망망대해에서 좌표를 잃은 항해사처럼 불안에 떨던 어느 날에 알았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 자신이 살지 못한 인생을 동반하여 평생을 살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명멸하며 빛나는 것들을 고집스럽게 응시하면서 두 개의 인생이 같아지기를 원했다. 살고 싶은 인생이 살지 못한 인생이 되지 않도록, 내 자아와 세상이 완전히 하나가 되도록 그치지 않고 이상을 좇았다. (…) 비로소 여기 회색 지대에서 내 일과 삶을 담은 가슴 절절한 직업의 이름을 찾았다. 나의 직업은 나무를 다루는 직업이다. _「책머리에」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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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함혜주

저자:함혜주
일과놀이와꿈이같아노상나무를손에쥐고살고있다.성신여자대학교에서산업디자인을전공하고,도쿄유리조형연구소에서유리공예를배웠다.나무의물성에반해목공방문턱을넘은지2년뒤본격적으로작업자의삶을시작했다.첫번째작업실에서6년간가구와소품을제작하며교육을했고,두번째작업실에서는목조각작업만하고있다.관심사도많지않고사는방식도단순하다.해뜨고질때까지나무를깎으며이따금인적드문숲이나대청호에찾아가정서적여백을즐긴다.19년째일기를쓰고있으며일기에풀어놓은관념과심상을나무에담고있다.대전에서이리히스튜디오를운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회색지대에서

1.나무이야기
나무작업자의아포리아
확신에가득찬얼굴에서는윤이난다
교복입은학생의등굣길만같아라
그많던작품은다어디로갔을까
나홀로작업실에,너홀로작업실에

2.작업실일대기를쓴다면
달과6펜스
좋은물건과좋은관계를맺는삶
정신과시간의방
사물을빚고,만드는삶
나오시마에서너에게

3.봄을준비하는겨울나무
매서운현실
봄을준비하는겨울나무처럼
예고편없는드라마
속초에서온소녀
이화에월백하고
아날로그손맛

4.좋아하는일을제법잘하고싶다
산벚나무시계함
스승님의작업실
톱밥과의전쟁
아버지의시선
안전목공합시다
엄마의식탁

5.삶의경이
마지막작품

작품들

출판사 서평

“나를자연계로상징할수있다면단연나무이길바랐다”
삶과작업의일치를꿈꾸다

함혜주는자신을‘목수’라고부르는것을주저한다.나무를좋아하고,나무가자신과잘맞는재료라고확신하지만가구를만들어상품으로파는일을생업이라고생각하지않기때문이다.그보다는나무의속성을잘이해하고,자신의이야기를나무라는매개체에담아전하고싶어한다.이에‘나무작업자’‘목조각가’라는이름을더욱편안하게여긴다.함혜주가특히매력을느끼는작업은‘아트퍼니처’로일상에서접하는생활가구와는다른자유로운형태와크기를지닌,디자인과예술을넘나드는가구를가리킨다.그러나아트퍼니처작업에만몰두하기에는현실이녹록치않았다.꿈꾸던작업자의삶을시작한후에도대출금상환과생계유지라는현실앞에서원하는만큼작업에만집중하기는어려웠기때문이다.함혜주는정부의창업기반지원자금을받아작업실을꾸린뒤밤낮없이일하며대출금을상환했다.대출이자가낮아바로갚지않는경우가대부분이지만,함혜주에게는자신이원하는대로삶을사는것이더욱중요했던것이다.즉그에게직업이란생계수단을넘어,자신이원하고좋아하는일을통해스스로삶을이끌어가고있다는감각을느끼게해주는기반이다.

살아가는방식이작업방식과일치하니조각은나의기질과가장잘맞는작업이었고,재미난고통이자비명같은환호였다.일이있든없든,시간에쫓기거나누군가가재촉하지않는데도계속깎았다.자발적으로주도하는것같지만,어떤면에서는내가일방적으로작업에의지하고있는꼴이었다.그만큼이일은나와밀착되어있었다._112쪽

나무를다루는일을하며겪는어려움은생계뿐만이아니다.목공은여전히남자들의직업이라는인식이크기에당황스러운일을겪은적도여러번이었다.목재를배달하는화물택배기사의의아한눈빛,작업복광고모델로섭외되었지만정작여성사이즈의작업복은판매하지않아살수없었던일화,여성으로서차별을경험한적은없는지매번묻는인터뷰질문까지함혜주는자주자신이여자임을실감해야했다.그럴때마다그는아직여성목공작업자가낯선현실을깨닫고,자신의행동이변화에보탬이될수도있다고생각하여매인터뷰마다신중하게답변을쓰곤했다.자신의일을성실하게함으로써,여성의직업에관한인식을넓혀가는데영향을미치고있는것이다.

사람들은무엇인가를탐색할때자신이알고있는비슷한대상을비교군으로삼고관찰하고정의한다.남자화가에기준을두고여자목수를정의할수없듯이여자목수의비교대상은필연적으로남자목수여야하는것이다.이제껏숱하게받아온질문들은이전부터분명히존재해왔지만,눈에띄지않았던그들이조금씩눈에띄기시작하면서아직은낯설어서,익숙하지않아서,잘몰라서,궁금해서,알기위해서비슷한대상과비교해야하는과정이라고생각했다._58쪽

홀로작업실에있지만
혼자일하지는않는다

주로홀로작업실에서일에몰두하는시간이많기에,함혜주에게작업하는동료의존재는각별하다.멀리떨어져있더라도‘나무’라는공통점은강한유대감을느끼게해준다.함혜주는스승과동료들을통해작업하는마음을새롭게다잡고,더욱성숙한작업을하고싶다는의지를다지곤한다.목공기술을연마하는과정은고되지만,곁에동료가있다면결코외롭지만은않다.고독과자부심을공유하는누군가가있다는깨달음덕분이다.

기술을익히는과정이고될수록,그시간이길어질수록,지쳐나가떨어지지않고해낸자의자부심은하늘을찌른다.특히목수의자부심이그렇다.애석하게도부단한노력끝에체득한기술은목수의기본소양일뿐자랑거리는아니다.나무라는재료를가지고일상의사물을만들기위해갖춰야하는능력이지그자체가최종목적이아니기때문이다._205~206쪽

함혜주의일상은단조롭다.번거로운일을벌이지않으며,매일아침저녁으로작업실에오가는루틴을지킨다.작업할시간을1분이라도더확보하기위해서이다.아직젊은작업자이지만,마음껏작업을하기에는생이짧다고느낀다.조급함느껴질때마다함혜주는종종위대한예술가들의생애를떠올리며그들의마지막작품을생각한다.자신역시생의마침표를찍는순간평생그려왔던‘그작품’을완성할수있으리라다짐한다.전생애를공들여작품에바치는삶,함혜주가나무를다루며꿈꿔온일과삶일것이다.시간을들여깊어져갈한‘장인’의세계를,이책을통해미리엿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