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싶은 기분(큰글자도서) (요조 산문)

만지고 싶은 기분(큰글자도서) (요조 산문)

$28.00
Description
관계 맺기에 관한 다정한 사유,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
“너도 나를 좋아해서 이렇게 자꾸 나를 만지는구나.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나에게 오는구나”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의 신작 산문집 『만지고 싶은 기분』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제주의 동네 서점 ‘책방무사’의 주인이기도 한 요조는, 음악과 책 작업을 함께하며 예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요조의 시선은 전작들에 이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만지고 싶은 기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만짐’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다. 요조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의 몸이 닿는 것에 주목한다. 가까운 사이의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만짐이란, 다정한 동시에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의 교감에서도 만지는 행위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슬쩍 다가와 무릎에 앞발을 턱 올려놓는 개나 몸을 붙이고 앉아 골골거리는 고양이의 몸짓에서 자주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곤 한다.
지난 몇 년간 ‘거리 두기’와 ‘비대면’의 시대를 살며 친밀한 사이에서도 만짐의 행위는 자제해야 했다. 요조는 친근하고 자유롭게 만질 수 있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관계에 대해 꼼꼼히 돌아본다. 서로 몸이 닿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조의 글은 그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방역을 위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는 일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는 나날들 속에서 나는 노상 내가 좋아하는 존재들을 생각한다. 만지고 싶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은 채 옹기종기 앉아서 음식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고 싶다. 파티를 하고 싶다. 손을 만지고, 어깨동무를 하고,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등을 때리고, 만나고 헤어질 때 오랫동안 꼭 안고 싶다. 모두의 날숨으로 덥고 습해진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 조용히 숨죽인 노래를 부르고 싶다. 누구하고든 아주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며 그가 눈과 코와 입을 쓰는 모습을 모두 공들여 바라보고 싶다. _205쪽
저자

요조

(Yozoh)
뮤지션,작가.서울신촌에서책방을운영하고있다.발표한음반으로1집〈Traveler〉,2집〈나의쓸모〉,단편영화로만든ep앨범〈나는아직도당신이궁금하여자다가도일어납니다〉를비롯해〈우리는선처럼가만히누워〉〈이름들〉등이있다.『오늘도,무사』『눈이아닌것으로도읽은기분』『아무튼,떡볶이』『실패를사랑하는직업』『만지고싶은기분』등의책을썼다.

목차

책머리에

1.시시하고외롭지않게
너를너무사랑해서나는두려워
터치
부사인간
오래가는선물
행인1의튼튼한산책
쾌락수호
어떤행복
인간의가장귀여운점
어디있는지알아요
‘~인것같아요’라는말을옹호함
당신의이름과그이름의글자
시시하고외롭지않게

2.실패하는방식으로반짝이며
단어들은너를위한거란다
잡초같은감정
말한마디로천냥빚을에휴
싫어하는마음에희망을
다시태어나는기분
완벽한타인
여름달리기와건강
차근차근디자인
그것은나의영광
앤디코프먼되기
우리둘이서〈드라이브마이카〉를보고
우주대스타는우주에관심이없다

3.마음들의경합
깻잎의맛
설명이불가능한기억들
프로와아마추어
어떻게춤을추어야할까
어쩔수없다
프레시구구절절
세인트보이의마음은어떤곳일까
모기의건투를빈다
체념적인너그러움의시간
손뻗어닿는곳에
책을읽는인간은어떻게변하는가
농락당하는기분
생일에쓰는글

4.아름다운생의동작
세상에서가장안전한과일
좋아하고싶어하는마음
털달린거울
층간소음
즐거운아침식사
너의말
자연스러운한국말
나를위한것이나나의것은아닌
나도가끔은조성진
매출로책정이안되는매출
내식생활의점수
7일
아름다운동작
만지고싶은기분
턱이시리도록달고좋았다

5.의외의재미
우리의카페
장난치고싶어
아직이종교의이름은없다
아침부터투쟁
큰목소리
올해도꾸역꾸역
올해의멋
귀하고고마운한살의나이
좋은사람되기,나쁜사람안되기
전기행복
택시복
우리는걷는다칠순까지가던길을계속간다마포구청의‘칠순잔치’발언에부쳐

출판사 서평

주변에서사회로이어지는,관심의확장
“궁금한게많아지는것은
좋아하고싶어하는마음의대표적인현상”

요조는자신의곁을이루는관계를부지런히살핀다.특히가족과친구,동물에대한사랑을보여준다.부모님과함께요리를하고식탁을차리는저녁풍경을담담히써내려가는데서는고요하고성실한애정이엿보인다.젊은시절,육아와살림에고단해하던어머니가남겼던일기에대해쓸땐미안함과애틋함이드러나기도한다.친구관계,나아가동물과의관계에서도마찬가지다.책을읽는사람이점점줄어드는시대,책방을운영하는요조는친구들의방문을두고‘매출로측정안되는매출’이라고이야기하며애정을보인다.친구네집에서키우는개의자는모습을유심히관찰하며악몽을꾸는것이아닐까고민하고,자신이키우는고양이들을‘털인간’이라고칭하며털이북슬북슬할뿐마치인간처럼느껴져서마음이이상해질때가많다고고백한다.

생각해보면고양이의언어와개의언어를아직까지도인간이파악하지못했다는게좀이상한것도같다.누군가똑똑한분이얼마든지개언어,고양이언어전문번역기를개발하고도남을만큼현대의기술은발전한것이아니었단말인가?왜인간은우주에메시지를쏘아보내며있는지확실치도않은외계생명체를찾고있는것일까.이미지구에개와고양이라는훌륭한외계(?)생명체가있는데!_174쪽

어째서동물의언어를알아들을수있는방법이아직도개발이안되었는지궁금해하는대목에서는,사랑하는대상을향한요조의진지하면서도엉뚱한면모에미소짓게된다.
곁을바라보는요조의다감한시선은나아가예술혹은사회적관심사로도연결된다.넓은범위의관계로까지확장되는것이다.식생활에대해성찰하고,토종벌개체수를늘리기위한프로젝트에도관심을둔다.클럽의공연예술을두고‘칠순잔치’라고비하한공무원의발언을아쉬워하기도한다.이부드러운연결은,요조가예술가로서사회를대하는성숙한시선을보여준다.


“나는내가가장좋아하는대화를떠올린다.
예술과의대화”
아름다움을발견하는예술가의시선

요조의시선은자주‘아름다움’에머무른다.‘과연농락할수있는권리라는것이있을까?만약그렇다면그것은아름다움에있는것일까?’라고질문을던지는요조는,주로존재가지닌고유의개성에서아름다움을찾는다.지느러미를출렁이는물고기,누군가의다소독특한이름,영화제에참여하기위해찾아간무주의자연…….일부러꾸미지않아도,다만존재하기에흘러나오는행동또는멋에서아름다움을느낀다.그리고그것을꾸준하고열렬히좋아한다.

물고기의풍성한지느러미와꼬리가물속에서아름답게출렁이고있었다.그래,물안에서사는존재들을볼때마다이움직임이그렇게아름다웠어.그런데이움직임은결국이들의생활이아닌가.이들은아름다워보이기위해일부러춤추고있는것이아니다.그냥움직이고,자고,먹고,친구들과무리지어왼쪽에서오른쪽으로오른쪽에서왼쪽으로달려가며노는하루의생활,하지않으면생이끝나는기본의몸짓들이다._197~198쪽

요조의글마다배어있는상대(혹은사물)에대한애정은,고유한것에서아름다움을발견해내는요조의특별한시선이있기에가능할것이다.특히음악과영화,미술등다양한예술에대한관심과애정은뭉근하고성실하다.관심가는대상을무심히지나치지않고특별함을찾아내그에대해써내려간다.평범해보이는순간도다르게인식하는렌즈야말로작가요조가독자에게건넬수있는좋은선물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