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여서 다행 (양장)

좋아 보여서 다행 (양장)

$15.00
Description
“가끔 그때를 돌이켜보면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래 끌어안고 있던 시절을 떠나보내며
깨끗한 마음으로 건네는 마지막 인사
깊은 상실감에도 의연히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감수성을 그려내는 이주란 작가의 짧은 소설 『좋아 보여서 다행』이 출간되었다. “슬픈데 한 톨의 격정도 없이, 기어이 순해진 인물들”(박연준 시인)이 “무자비한 세상에 맞서 무자비한 따뜻함을 전하는”(오은 시인) 작품들을 써오며 김준성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주란은 마음산책 열아홉 번째 짧은 소설 『좋아 보여서 다행』에서 한때 애틋한 관계로 지냈던 이들이 오랜만에 조우하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인생의 한 시절을 열고 닫았던 이와 우연히 재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느낀 소회를 섬세한 필치로 묘사해낸 것이다. 열세 편의 짧은 소설에는 또 다른 인연을 통해 아릿한 시절을 훌훌 털고 일어나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 또한 담겨 있다.
『좋아 보여서 다행』은 이주란 소설의 분위기를 고유한 터치로 형상화한 임수연 작가의 그림들로 한층 풍성해졌다. 두 작가의 오랜 친분을 토대로 이루어진 이번 협업은 문학작품에 아름다운 색채와 이미지를 더하며 긴 여운을 자아낸다.
저자

이주란

저자:이주란
대체로한글자로된것들을좋아한다.물론그것들때문에문제가된적도있지만그래도좋아한다.
2012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다른아버지』『한사람을위한마음』『별일은없고요?』,장편소설『수면아래』,중편소설『어느날의나』『해피엔드』등이있다.김준성문학상,문학동네젊은작가상,가톨릭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그림:임수연
영화나만화에관련된그림을주로그린다.이번에소설과짝은이룬그림을그려소원성취했다.디자인일러스트회사‘그림삼경’을운영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오랜만의포옹
1년후
바람이불면흔들리도록
변함없는풍경
외투
내가아는것

우리가잃어버린것들
우리소미
아주긴변명
그날본연극에대해
겨울잠

깨끗한마음으로
그후의나
봄의신호
산책로끝에가면

출판사 서평

“가끔그때를돌이켜보면
내가다른사람처럼느껴질때가있다”

오래끌어안고있던시절을떠나보내며
깨끗한마음으로건네는마지막인사

깊은상실감에도의연히살아가는인물들을통해한국문학의새로운감수성을그려내는이주란작가의짧은소설『좋아보여서다행』이출간되었다.“슬픈데한톨의격정도없이,기어이순해진인물들”(박연준시인)이“무자비한세상에맞서무자비한따뜻함을전하는”(오은시인)작품들을써오며김준성문학상,문학동네젊은작가상,가톨릭문학상신인상을수상한이주란은마음산책열아홉번째짧은소설『좋아보여서다행』에서한때애틋한관계로지냈던이들이오랜만에조우하는이야기를펼쳐놓는다.인생의한시절을열고닫았던이와우연히재회하고돌아오는길에느낀소회를섬세한필치로묘사해낸것이다.열세편의짧은소설에는또다른인연을통해아릿한시절을훌훌털고일어나다음을향해나아가는인물들의모습또한담겨있다.
『좋아보여서다행』은이주란소설의분위기를고유한터치로형상화한임수연작가의그림들로한층풍성해졌다.두작가의오랜친분을토대로이루어진이번협업은문학작품에아름다운색채와이미지를더하며긴여운을자아낸다.

“그동안어떻게지내셨나요”
진정한작별을위해다시만난사람들

『좋아보여서다행』에는과거에소중했던인연을잃어버린인물들이등장한다.결렬의계기는구체적으로언급되지않지만,그들이무심코꺼내놓는말이나별안간취하는행동등을통해서우리는상처의깊이를짐작해볼수있다.「1년후」의‘나’는헤어진남자친구‘인우’로부터반려견‘버트’를대신돌봐달라는연락을받는다.1년만에들어선연인의집곳곳에는그와함께했던흔적이여전하다.처음에‘나’는“그집의무엇도건드리지않을작정이었지만”어느순간부터는“근처마트에가서간단한장을보고인우의전화번호뒷자리로적립”을하거나“생활용품사이트에들어가인우의집에어울릴만한커튼을구경”하는등심경의변화를드러낸다.예전처럼‘버트’와산책하고,‘인우’가남겨놓은과일을먹으며미래에대해생각한다.그러고나서는“3주간다녀간흔적이거의없도록”집안을청소한뒤홀가분해진마음으로그곳을떠난다.
「우리소미」의‘나’는9년전연락이끊겼던‘창희언니’를만나러통영까지내려간다.언니의딸‘소미’가출연하는연극을관람하기위해서,동시에언니와소원해진관계를회복하기위해서이다.그렇지만연극뒤풀이자리에서설왕설래를이어가던두사람은얼마간의정적을맞이한다.그리고‘나’는“오래전우리가왜멀어졌는지”를그제야알것같다고생각한다.

오늘공연어땠어?언니가물었고나는대답하지못했다.공연을보는내내그저무대위의소미와어린시절의나만을떠올리고있었다는것,나도모르게아주오랫동안버려진것만같던그마음을해결하려고했다는것을알게되었다.내가정답처럼굳혀놓은그시절이문제라면그문제를해명하거나얽힌일을풀당사자는어쩌면내가될수없다는것도.
_「우리소미」중에서,110쪽

“울지마.넌언제든그아이를만날수있고
그아이는어딘가에서사랑을받으며살아갈거야”

『좋아보여서다행』에서이주란은관계를청산한이들을비감속에내버려두지않는다.막막하고헛헛해진마음이다른누군가로인해새로이채워질수있음을보여준다.「봄의신호」에서‘미소’는할머니의장례를치르고돌아온‘영수’를걱정한다.“영수의표정을읽고싶고영수의마음을알고”싶지만성급하게위로하지않으려애쓴다.그러던중둘은다른사람들과어울려배드민턴을치기로약속한다.공터에서비를맞으며형편없는실력을선보이지만그상황이재미있어다함께“라켓을내려놓고해탈한듯웃어”젖힌다.그날의기억은두사람에게“계속해서풍성해지거나변주”되며일상을지탱해나가는데도움을준다.
「숲」에서‘나’는1년에한두번쯤‘현경’을만난다.둘은“언제연락이끊겨도이상하지않을사이”지만“가족과연을끊은이야기라든지서로가사랑한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나눌정도로긴밀하기도하다.덕분에‘나’는‘현경’과메시지를주고받거나이따금같이등산할때면왠지숨통이트이고괜찮아지는듯한기분을느낀다.“누군가나를있는그대로봐준것같아자유로운기분이되면서도통빠져나오기어려웠던잦은우울로부터때때로무뎌”질수있는기운을얻는것이다.
이렇듯『좋아보여서다행』은도통극복하기어려운결별의상처와그것이새로운존재로인해서서히치유되는과정을담고있다.우리가타인에게건네는사소한안부와친절이얼마나큰위안으로번져나갈수있는지를보여주는다정하고귀한작품이다.

조용히우느라고한참답을하지못했더니괜찮으냐고묻기에괜찮다고했더니다행이라는대답이돌아왔을때.
그때나는내가괜찮다고말할수있다는게좋았다.괜찮지않은마음도있었지만그게다는아니었으니까.그게내가사람을사랑하는방식이라고생각한건그때가처음이었던것같고그뒤로나는안심하고현경의그림자와함께걸었다.
_「숲」중에서,193쪽